어쩌다 찾아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잊어버렸습니다.

불은 라면의 미스테리에 대해 생각하다가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붇다 라는 동사가 있습니다. 기분상 형용사인 것 같지만 우리말은 어려워요. -.-;;;

붇다
[동사]
1 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
2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

ㄷ 불규칙은 ㄷ으로 끝나는 어간이 자음 어미앞에서는 ㄷ으로 그냥 쓰이지만 모음 어미앞에서는 ㄹ로 바뀌는 활용입니다.
예로는 '걷다', '깨닫다', '듣다', '일컫다', '묻다(問 : 땅에 묻는 거 말고 모르는 걸 묻는 거)', '눋다', '붇다'가 있습니다.

예)

지난 홍수로 한강 물이 불었다.(o)
라면이 너무 불어서 못 먹게 되었다.(o)
라면 불기 전에 먹어라. (x) -> 라면 붇기 전에 먹어라.(o)
라면 불면 싫어요.(x) -> 라면 불으면 싫어요.(o)
손이 물에 불다(x) -> 손이 물에 붇다.(o) (무언가를 물에 붓는 것은 붓다구요.)
올해는 몸이 불어서 작년에 입은 옷을 입을 수가 없다.(o) -> 붇다 (cf. 병으로 몸이 부어서 곤란하다. -> 붓다)



불다에는 다음과 같은 뜻 밖에 없습니다. 입으로 후후 부는 거죠. 혹은 저 북쪽에서 찬바람이 불어오는 겁니다.

불다
[동사]바람이 일어나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다.
『…에』 유행, 풍조, 변화 따위가 일어나 휩쓸다.
『…을』
1 입을 오므리고 날숨을 내어 보내어, 입김을 내거나 바람을 일으키다.
2 입술을 좁게 오므리고 그 사이로 숨을 내쉬어 소리를 내다.
3 코로 날숨을 세게 내어 보내다.
4 관악기를 입에 대고 숨을 내쉬어 소리를 내다.
5 풀무, 풍구 따위로 바람을 일으키다.
『…에/에게 …을』『…에/에게 -음을』『…에/에게 -고』(속되게) 숨겼던 죄나 감추었던 비밀을 사실대로 털어놓다. 【불다≪석보상절(1447)≫】

한편 그럼 얼굴이 부어서 ...는 무엇인가. 얼굴이 불어서인가? 그것은 아닙니다.

붓다
[동사]『 …에/에게 …을』
1 액체나 가루 따위를 다른 곳에 담다.
2 모종을 내기 위하여 씨앗을 많이 뿌리다.
3 불입금, 이자, 곗돈 따위를 일정한 기간마다 내다.
4 시선을 한곳에 모으면서 바라보다. 【<븟다≪용비어천가(1447)≫】
붓다
[동사]
1 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다.
2 (속되게) 성이 나서 뾰로통해지다. 【<븟다≪월인석보(1459)≫】

그렇습니다. 간밤에 불은 라면을 먹고 부은 얼굴인 것입니다. (붓은 얼굴도, 불은 얼굴도 아닙니다.)





그런데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물에 불리다. 콩을 불려서. 물에 붇혀서(?)
길을 걸리다.(?) 길을 걷히다.(?????)
밥을 눋혀서(?)

물에 넣어서 불어나게 하는 것도 가능하고 우리집 애완동물을 걷게 하는 것도 가능할텐데 어떻게 하는 거죠?
밥을 눋게 해서 먹는 거는요? 밥을 눌려서?....
알쏭달쏭합니다.

불리다
[동사]『…을』
1 ‘붇다’의 사동사.
2 ‘붇다’의 사동사. 【←붇-+-이-】

눌리다
[동사]『…을』 ‘눋다’의 사동사. 【←눋-+-이-】

걸리다
[동사]『 …을』 ‘걷다’의 사동사. 【← 걷­+­이­】

밥을 눌려서 먹는 거군요. 붇- + - 이다 = 불ㄹ 이다 가 되는 거였습니다....
ㄹ이 하나 더 늘어났네요.

예)

쌀을 물에 불려서 밥을 지어라(o)
콩을 물에 잘 불리지 않았구나!(o)
밥을 눋히면 누룽지가 됩니다.(x) -> 밥을 눌리면 누룽지가 됩니다.(o)
남자친구를 걷히려면 나도 같이 걸어야겠다.(x) -> 남자친구를 걸리려면 나도 같이 걸어야겠다.(o)


쌀은 물에 불려서 먹는 거고, 누룽지는 밥을 눌려서 만드는 것이죠. 음.
참 오묘합니다.

훌륭한 모국어 화자가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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