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에서 한국행 티켓을 사지 말고 다구간으로 한국을 경유해서 다른 지역에 들르면 좋다고 봐서 애들 어린데 ㅋㅋㅋㅋ

미국에서 한국을 거쳐 세부를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엘에이로 오는 그런 말도 안되는 계획을 짜 보았다. 

세부인데 침대에서 자다 떨어진 둘째 재우고 나니 잠이 홀랑 달아남.


 일단 현재까지의 총평은.... 내가 내 목을 졸랐다 그런데 역시 샹그릴라 ㅠㅠ 너무 좋다 ㅠㅠ 


 내년에 설마 또 이렇게 미친 짓을 하지는 않겠지... 어차피 동남아 우기라서 별로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샹그릴라가 아기 데리고 놀러오기가 좋았다. 알러지 정보가 아주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제 둘째 알러지가 많이 좋아져서 생명까지는 걱정이 되지 않는 정도인데, 식당에 알러지 정보가 표기가 되어있진 않은데 물어보거나 요청을 하면 별도로 음식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다른 식당은 알러지 빼고도 가리는 음식 많은 둘째가 못 먹을 것 같아서 이탈리안인 acqua와 부페인 tides만 가 봤는데 부페는 오늘 아침의 경우 미역국과 밥이 있어서 상당히 먹었다. acqua의 경우 미트소스 스파게티에 치즈 빼달라고 했더니 해줘서 그것만 먹였다. 내가 먹어보니 치즈를 빼서 시큼하고 맛없는데 둘째는 곧잘 먹었다. 큰애는 까르보나라 시켜주니 지껀 안먹고 둘째꺼만 먹어서 아예 따로 시켜주니 엄청 먹었다. 

 수영장에 둘째가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낮은 풀이 있어서 그것도 좋고, (둘째는 바닥에 발이 닿으니 신기했는지 걸어다녀보다가 주저 앉아서 물을 약간 먹었다...) 아이들 놀 수 있는 실내놀이터도 있어서 거기서도 놀았다. 

 다만 둘째날 비가 와서 밖에 못 나갔는데, 블럭이나 그림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좀 있으면 비올때 좋을텐데 그림은 해양 액티비티 예약 받는 곳 앞에서 그릴 수는 있게 되어 있지만 눈치가 보여서 조금 하다가 말았다. 실내놀이터는 4세이하 공간이 따로 있어서 안전한 건 좋은데 넘 시시했다.ㅋ


 비용 면에서는 한국 왕복 대기 인천공항-세부 비행기가 3명+랩차일드 다해서 100불 안되는? 정도로 비용이 늘어났다. 

구글 플라이트는 다구간은 가격 비교가 잘 안되어서 스카이스캐너를 이용했다. 가격은 다른 여행사가 더 싸게 나왔지만 그냥 아시아나 공식홈에서 거의 차이 없는 가격으로 예약...ㅎ;;

 

 비행 면에서는...

 작년에는 한국에 갈 때 큰애용으로 카시트를 가져왔었다. 덕분에 거의 한 열시간은 앉아있고 후반 3시간만 몸이 아프다고 그랬었는데, 그거 끌고 다니는게 너무 힘들어서 이번에는 안 가져왔다. 큰애는 작년의 기억이 있는지 카시트가 없는 것에 대해 매우 불안해했지만 간신히 달래서 올 수 있었다. 내려서 평을 들어보니 자기는 카시트가 없어서 푹신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없어도 될 것 같단다. 혼자서 벨트도 하고 딱 앉아서 화장실 갈때말곤 꼼짝도 안하고 정말...ㅎㅎ 큰애라도 비행기 잘 타서 다행이다.

 둘째는 작년에도 배시넷에 눕질 않아서 큰 기대를 안 했는데, 키가 81cm정도 되는데 배시넷 눕혀보더니 애가 충분히 들어가고 다리도 뻗어지지만 꽉차서 위험하다고 줄 수 없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안고 왔다. 대한항공은 배시넷 기준이 여유로워서 22개월도 배시넷 받아서 누워서 온다는데... 애가 떨어진다고 안된다고 가져갔는데 도대체 떨어진다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애기 충분히 들어가서 다리 뻗어진다고 보여주고 아래 내가 무릎이 있으니 떨어져도 내가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해도 규정인지 계속 애기 떨어진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들고 가버림. -_-; 인천행에서는 그럼 아기 짐만이라도 올려놓겠다고 했더니 죄송해요 반복하면서 가져감. 


 티케팅할때 나란히 세 자리 줄 수 없대서 욕을 하면서 앞뒤로 끊었는데, 의외로 배시넷 줄 옆자리도 비고 그 뒷줄에 잡은 한 자리 옆자리도 비어서 다섯자리를 쓰며 사치스럽게 올 수 있었다. 

 큰애는 거의 영상물 본다고 자지 않아서 막판 한시간 정도 두자리 차지한 혜택을 보고 누워서 자면서 왔고, 둘째는 아예 눕는걸 거부해서 두자리 비어있는 덕은 별로 못 봤지만 거기 장난감이랑 이런저런거 잡다하게 늘어놓고 왔다.


 솔직히 배시넷 못 누우면 배시넷 자리가 더 좋은지 모르겠다. 자리가 넓어서 좋다는데 다리 짧아서 별로 차이 모르겠고 오히려 뒷좌석은 앞에 가방에 주머니 있고 밑에 가방도 내려놓을 수 있고 상도 앞에 의자에 달려있으니 꺼내고 넣기가 더 낫다. 애기 땜에 이것저것 꺼냈다 넣었다 할 게 많은 상황에서 전부 앞좌석이었으면 불편할뻔했다. 작년에는 배시넷에 애가 안들어가서 거기에 장난감이니 뭐니 늘어놓고 왔는데...


그리고 역시나 작년처럼 유모차는 맨 마지막에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 




 아시아나 어른 기내식이 개인적으로는 대한항공보다 낫다고 생각하는데 애들음식은 정말 아니다. 이상한 생선 너겟?(설마 그게 치킨은 아니겠지?) 어묵 너겟같은 걸 주는데 정말 맛없고, 그 뒤에 저녁 기내식은 파스타였는데 자느라 못 먹고.(그것도 엄청 맛없음. 차라리 엄마꺼가 낫다고 해서 한입 줬더니 먹고 더 안 먹었다.) 작은애는 베이비밀이라고 신청했더니 거버 이유식 두 통에 주스 하나가 나왔다. 그래서 어른 밥에서 덜어서 그걸 차라리 먹였다. 


 세부행 기내식은 한밤중이라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서 크게 기대를 안했는데, 큰애는 간식상자를 하나 줘서 들고와서 세부에서 출출해할때마다 꺼내먹였더니 좋아했다. 어른 기내식은 먹을만 해서 꽤 먹었다. 둘째꺼는 기준이 뭔지 소고기 진밥을 가져다 줬는데 (한국에서 타고 미국에서 타고의 차이인가??? 인천행에서 차라리 이유식 파우치 줬으면 훨씬 나았을 뻔했다. 어쨌든 가는 길엔 국이라도 들고 타야할 것 같다.) 둘째가 죽 식감을 싫어하는지 이유식도 못했었고 진밥도 입 조금 대보더니 거부해서 못 먹였다.


 대한항공 타본 적이 한 번 밖에 없긴 한데 그 때 뽀로로 담요랑 인형, 색칠놀이 줘서 좋던데 아시아나는 그런거 왜 안 주나 모르겠다. 그래도 세부로 오는 길에는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 줘서 그것도 가져와서 호텔에서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다. ㅋ



 세부행 비행기는 둘다 밤비행기로 했는데, 예약할 땐 밤비행기니까 둘다자면서 편하게 오고갈줄 알았지만 ㅋㅋㅋ 시차적응이 덜 된 상태라서 아주 엉망이었다. 공항에서 놀리고 유모차에 재운 것 까지는 괜찮았는데 일단 아시아나 직원이 잠든 우리한테 와서 세부 가냐고 유모차 부치라고 해서 어버버버 하며 유모차를 내주었다. 다행히 큰애는 눕혀놓으니 불편한 상태로도 잤는데 둘째 찡찡 시작... 비행기 타고나서도 두 시간은 찡찡댔다. 

 그래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유아동반고객을 어디 줄 서라고 안내를 안 해줘서 어정쩡하게 서있으니 우리보다 나중온 사람들 뒤로 줄이 늘어서기 시작. 설마 뒤로 가라고 하겠나 싶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진짜로 뒤로 가라는 게 아닌가. 정말 아시아나... -_- 

 평소 같으면 어버버 하며 그냥 맨뒤로 갈텐데 화딱지가나서... 사실 유모차 끌고 맨 뒤에 줄서서 늦게 부치면 되는데 굳이 지들 편할려고 보딩 시작하기전에 찾아와서 우리 유모차를 가져갔으면 먼저 줄도 안내해주고 태워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먼저 왔는데 맨뒤로 가라고요? 한마디 했더니 그냥 암말없이 먼저 들여보내줬다. 뭐라 하면 붙잡고 그럼 내 유모차는 왜 먼저 가져갔냐 하고 한바탕 할 준비도 했는데ㅋ 어쨌든 이미 빈정은 다 상했다.


 그래도 필리핀 아자씨들이 일은 잘해서 세부에서는 유모차가 먼저 올라와있긴 했다. 

 


 가는 길에 또 뭔 일이 있을진 모르지만 아무튼 아시아나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솔직히 배시넷 안 줘서 우리만 힘든 것도 아니고 같이 탄 승객들도 애가 불편해서 울면 힘드니 좋은 경험은 아닐텐데 말이다. 아니, 이렇게 유아 동반 고객을 다 쫓아내서 어른 승객만 태우고 우는 애를 없애는 게 궁극적으로는 나은 고객서비스일지도?????


 내년엔 어차피 좌석 사야하니 배시넷 가지고 실랑이할 일은 없어서 또 돈 앞에 무릎을 꿇을지도 모르지만... 아니 사실 대한항공 안 타는게 땅콩항공 그것 때문인데 -_-;;;; 이 정도 당하니 그놈의 땅콩 눈감아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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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일기는 체력이 허락할 때 쓰기로. 일단 여행 하고 난 간략한 소감을 남겨볼까 한다.



먼저 잘못한 것...


1. 공부 너무 안 하고 간 것..ㅋ 


그 나라 돈 단위가 뭔지 몰라서 초반에 잔 돈 하나도 못 쓰고 들고 다녔다... 돈 단위는 페소인데, 화폐에는 PISO라고 적혀 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소숫점 두 자리까지 사용하고. 밑에 두 자리는 그냥 센트라고 하더라. ㅠ_ㅠ


게다가 10피소짜리 지폐도 있고 동전도 있음. 혼란의 도가니. 


2. 옷 너무 적게 가져 간 것..


그리스 때 생각하고 그 정도 가져 갔는데, 공기가 가볍고 햇볕이 뜨거웠던 그리스와 달리, 바람은 강하고 시원했지만 무더운 날씨였다... 한나절 입으면 거의 옷을 갈아입게 되어서 생각보다 옷이 부족하단 느낌이 들었다.


 원피스가 가진 게 한 벌 있어서 한 벌 더 사갔는데, 거기 있는 동안 그냥 내내 원피스나 입고 지내는 게 시원하고 편할 뻔 했다. 반팔과 반바지는 덥고 들러붙으니 불편해서 거의 안 입게 되었다.


 그리고 수영복.. 내가 물놀이 해 봤자지라고 생각했는데 바닷가에서 엄청 잘 놀았다. 그리고 거의 물에서만 놀 수 있는 차림새로 준비해 갔는데, 수영복 위에 덧입는 원피스 입은 분들이 많았다. 나도 고런 걸 준비해 갔으면 화이트 비치에서도 물에 들어가 봤을텐데... 내 수영복 및 기타..를 입고는 샹그릴라에서 디몰까지 가기가 조금 민망스러웠다.

 담에 간다면 두 벌 정도는 준비하고, 겉에 비치 원피스가 세트인 걸로 구입을 .....+_+


3. 신발 제대로 안 챙겨 간 것, 게다가 그나마 가져간 것도 잘 안 신은 것.


 나는 조리, 아쿠아슈즈, 그리고 평소 신는 샌들을 가져 갔다. 아쿠아슈즈는 신혼여행때 남편 발다친거 생각하고 샀는데 사실... 뭐 나쁜 건 아닌데...

 사실상 조리가 제일 유용했다. 원피스 입고 밥먹으러도 가고, 방안에서 돌아도 다니고... 사실 물가도 그냥 조리 신고 갔으면 됐을 듯. 디몰에도 샌들 신고 갔는데 발만 아프고...



4. 밥 때 계산 잘못한 것.


출발 전날 자정 넘어서 2시간 자고 공항에 갔는데, 밥 먹을 걸 아주 생각을 안 해버려서 곤욕을 치렀다. 세부 퍼시픽 탔는데 세부 퍼시픽 이놈들... 자는 사람 깨워서 돈 받고 음식 판다... 그냥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자는 사람은 깨우는가. ㅜ_ㅜ 공항에서는 성남에서 출발하는 첫 리무진 타고 갔는데도 시간 빠듯해서 아무 것도 못 먹고, 기내식은 넘 바가지라 안 먹고, 필리핀에 내려서 뭐 먹을 시간 없어서 또 못 먹고....


 결국 점심에 샹그릴라 안에 있는 빈타나에 갔는데... 엄청 맛이 없었다. =.=;;;; 반찬도 없고 주 요리 1가지와 맨밥 이렇게 주는데 입에도 안 맞고 몸도 힘들고 비싸고 해서 대 실망. 빈타나가 조식당인데, 조식은 부페이고 굉장히 잘 나온다. 그런데 중식은 정말 아녔다. ㅠ_ㅠ 같은 돈 주고 먹을 거라면 그냥 메인 로비에서 간식을 먹는 게 나았을 듯. 후회 막심~



5. 일몰 시간 계산 못 한 것.


 굳이 다시 골라서 보라고 한다면, 솔라나에서 한 번 보고, 바닷가에서 한 번 보고... 또 한 번은 세일링 보트를 타면 좋을까????


 들어간 날이 날씨가 엄청 좋았는데 너무 힘들어서 퍼질러 자다가 놓침. ㅠ_ㅠ 그 다음 날은 디몰에서 오다보니 해지고 있었음. ㅠㅠ

 셋째날은 각 잡고 솔라나에 5시 반에 칼같이 가서 카바나에 자리를 잡긴 했는데, 건기 끝자락이라 그랬는지 날씨가 쏘쏘 했다. 오는 날도 흐렸고.


 날씨 안 좋은 날 찍은 사진이 그렇게 멋있는데... 좋을때 보면 어땠을까. ㅜ_ㅜ 아쉬운 부분이다.

 놀라운 게, 해가 우리나라의 여름에 비해 늦게 뜨고 빨리 진다. (우리가 간 기간에는 5시에 일몰분위기가 시작해서 6시면 하늘이 새빨갛게 물들고, 7시면 완전 깜깜해졌다.) 일몰시간을 잘 조사하고 갔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타이밍을 못 맞췄다. ㅠ_ㅠ



6. 디몰에 물에 들어가면 안 되는 복장으로 간 것. / 주말에 간 것.


 토요일에 갔는데 디몰 첫 느낌은 '아 해운대!'... 지나가던 행인도 그러더라! '해운대네'... 한국 연휴라 한국인들 무쟈게 많고 물반 사람반인 느낌. 아름다운 빛깔이 도대체 어디냐. ㅠ_ㅠ


 그 날 너무 사람 많아서 정말 힘들고 재미도 없었고 샹그릴라 프라이빗 비치가 훨 낫네 뭐.. 라며 별 거 안 사고 그냥 왔다. 


 월요일(마지막날) 시간 남아서 기념품 살까 하고 디몰에 갔는데 월요일은 휴일도 아니고 평일이라 그랬는지 그제서야 제대로 화이트 비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토요일 생각하고 그냥 집에 갈 복장으로 (물에 들어가면 안될 복장) 있었는데 너무 아까웠다. ㅎㅎ 하지만 기념품은 많이 샀음. 그리고 매우 덥고 땀에 쩔었다. 으흑



7. 막바로 회사로 출근 한 것 


 남들이 다 한다는 3박 5일 빠듯한 휴가를 꼭 해 보고 싶어서 바로 출근하는 일정으로 짜 봤는데 대 실패. 피곤한 건 둘째치고 엄청 씻고 싶었다. ㅠㅠ...



8. 레이트 체크아웃 하지 않은 것.


 그냥 조금 더 있을 걸.  그랬으면 씻고 여유있게 나왔을 텐데. 일찍 체크아웃하고 로비에서 한가롭게 있었던 것도 좋았다. 좋았지만 배터리가 간당했고 씻지 못해서 찝찝했다. 흑.



9. 환전 실수.


공항이 제일 쌌다! 디몰보다도 쌌다! 


공항에서 40.60, 디몰에서 제일 잘 쳐준 날 40.60. 그날 공항 돌아와서 보니 공항에서는 40.70....


공항에서 달랑 100불 환전해서 들고 샹그릴라 갔는데, 샹그릴라는 다른 환전할 곳이 없는 상태에서, 수수료가 매우 비쌌다. 우리의 오산 중에 하나는 샹그릴라 내에 있는 식당이 음식이 제법 비쌌다는 것. 한국에서 조금 비싼 식당 정도 가격이고, 매우 고급 식당도 있는데 첫 날 밥 먹는데 100불이 모자랐다. 


 다음 날 돈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서 디몰에 와서 왕창 환전을 했는데, 막상 그건 엄청 남았다. ㅋ


 아침은 조식이라 무료고, 점심은 아침 푸짐하게 먹고 그냥 거르고(...일부러 거른 건 아니고 배가 고프질 않았다.) 저녁만 잘 먹고... 이랬더니 돈이 남아서 인천공항 외환은행에 다시 바가지 쓰며 반납... ㅠ_ㅠ


 오전에 바닷가에서 놀고 나면 바로 옆에 식당이 있는데 식욕이 나질 않으니 전혀 먹게 되질 않더라는 거. 



10. 치 스파 너무 늦게 간 거...


 치 스파를 첫 날의 피로를 푸는데 썼어야 하는데... 할 땐 아 역시 맛사지는 한국이 짱 이라고 시시하다 생각했는데 다음 날 컨디션이 정말 대박 좋았다. 입맛돌고 피로감 안 들고... 아아아...ㅠ_ㅠ



11. 책 안 가져 간 거..


아이폰이면 되지 했는데 ㅋㅋㅋㅋ 넘 햇볕 뜨겁고 화면 잘 안 보이고 해서 책은 못 봤다. 젠장!... 가져갔으면 다 읽고 모자랐을 텐데 왠지 아쉬움.



12. 수건 ...


짐만 됐다. 해변가엔 비치타올 무제한 주고 욕실은 진짜 내가 지금까지 본 호텔 욕실 중에서 거의 최고. =_= 타올 챙겨 갔는데 대 후회.



잘한 것..


1. 아~무 예약 잡지 않고 간 것.


샹그릴라는 샹그릴라고 보라카이는 보라카이다... 같은 섬에 있지만 사실 보라카이 관광 생각하고 가면 너무 아까운 거다. 짧은 기간 샹그릴라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아마 이런 저런거 예약하고 갔으면 죽도 밥도 아니었을 듯 하다. 게다가 토요일의 화이트비치는 정말 물반 사람반이었는데 거기서 뭘 하려고 예약을 해 놓은 상태였다면 정말 피곤했을 듯. ㅠㅠ 


 재미있는 게, 샹그릴라 프라이빗 비치에서 놀고 있는데, 어떤 한국인 일행이 와서 물에 한 번 들어갔다 나와서 다같이 점프하는 사진 찍더니 가 버렸다! 가 버렸어!.... 도대체 그들의 그 다음 일정은 뭐였을까? 외국인들은 태닝하는 사람도 많고 대체로 한나절 이상 놀다가 가던데, 한국인들은 대부분 조금 놀다가 가버리곤 하더라는 거.


 우리도 한가롭게 오래 놀고 싶었지만 많이 놀진 못했다. 하루 종일 바다에서만 놀기는 왠지 마음이 초조해서....ㅋㅋㅋ



2. 그나마 수영복 한 벌이라도 챙겨 간 것.


바다만 보면 뛰어들고 싶어지던... 정말정말 좋았다. 사진기가 오히려 색감을 표현 못 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에메랄드 색깔 물에, 차갑지 않고 따뜻하고 물에 들어갔다 나와서 그늘 아래 있어도 춥긴 커녕 시원한 날씨 덕분에... 바닷가에 있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둘째날 아침에 바다 갔다와서 셋째날은 망설임없이 수영복을 입고 있을 정도로.



3. 화이트 비치 안 가고 프라이빗 비치에서 놀은 것.


 정말 한적하고 여유롭고 너무 좋았던 듯. 특히 바로 뒤에 있는 수영장 최고최고. 아무래도 짠물이라 좀 피부가 따끔거렸는데 풀이 있어서 좋았다. 



4. 방수팩 챙겨 간 것.


남편이 방수팩을 사야한다고 해서 샀는데 바닷가에서 사진도 찍고 캔디크러시도 하고(..) 좋았다. 어찌나 한가롭고 좋던지...



5. 점심 안 먹은 것.


아침이 워낙 빵빵하다보니 느긋하게 브런치로 먹고 놀았다. 아침먹고 나와서 해변에서 망고 쉐이크 시켜 먹으니 딱 적당. 다음날 아침 먹어야 하니까, 저녁을 여섯시쯤 먹곤 했는데 그것도 엄청 좋았다.



6. 시레나의 저녁식사.


시레나 좋다고 해서 가서 시푸드 플래터 먹었는데 너무너무 맘에 들었다. 그래서 두 번 갔다...ㅋㅋㅋ 분위기도 좋고 해질녁에 너무 예쁜데 음식이 정말 맛있는 거다! 감자튀김 찍어먹으라며 마요네즈 주는데 그게 또 컬쳐쇼크...ㅋㅋ 케찹 따위엔 찍어먹을 수 없을 것 같아지는 맛이었다.



7. 픽업&샌딩 서비스.


비싸서 망설였는데 안 했으면 무쟈게 헤맬 뻔 했다. ㅎㅎㅎ 가는 길은 제법 불편했는데, 오는 길은 어떤 패키지 일행 사이에 살짝 묻어서 왔는데 차가 너무 좋더라. 덕분에 오는 길에 자면서 와서 체력을 좀 벌었다. 



8. 마지막 날의 여유.


한없이 여유롭게 시간 보내보고 싶었는데 사실 왠지 잘 되지 않았다. 마지막 날 체크아웃 하고 나니 할 일이 없어서 디몰에 갔는데 이게 너무 덥고 피곤한 거다. 그래서 대충 쇼핑만 하고 식욕도 없어서 밥도 먹지 않고 후딱 돌아왔는데 메인 로비가 바람 시원하고 너무 평화로웠다. 그래서 칵테일 시켜서 한없이 하늘하고 바다 구경하면서 사진 찍고 놀았는데 진짜 최고의 시간. ㅋ 일찍 체크아웃해버려서 슬펐지만 일찍 체크아웃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시간 가지지 못했겠지. ㅎㅎㅎ



9. 로비에서 챙겨온 저녁 도시락.


가는 날 쫄쫄 굶던 생각 하면서 클럽 샌드위치 시키면서 포장해달라고 했다. 제법 비쌌는데 일단 필리핀 전통 쇼핑백에 싸주는데 감동하고 먹을려고 꺼내보고 두 번 감동 ...ㅋ


까띠끌란 항구에도 공항에도 변변히 먹을 게 없던데 그 샌드위치는 정말 요긴했다. 샹그릴라 까띠끌란 선착장 라운지에서 먹었는데, 라운지에는 사람들이 도착하면 꼭 쥬스를 한 잔 준다. 음료 안 싸왔는데 마치 노린 것처럼 ㅋㅋ 잘 먹고 마셨다. 약간 민망하긴 했는데, 다른 여행객들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10. 솔라나의 일몰.


 발코니에서 볼까, 솔라나에 갈까, 비치로 갈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시푸드 플래터(...) 아마도 다시는 먹기 힘들테니 한 번 더 먹어놓자는 각오로 갔는데 정말 잘 갔다. ㅎㅎ 너무 일찍가면 어쩌나, 사람들 줄 서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우리가 월요일에 나오는 일정이라 그런지 사람 별로 없어서 비교적 좋은 자리에서 잘 먹고 마시고 나왔다.




11. 샹그릴라!!!!


 풀빌라 가고 싶었는데 너무 짧은 일정이라 적당히 좋다는 샹그릴라 갔는데 아 풀빌라 그렇게 아쉽지 않았다. 샹그릴라는 진짜 여자들의 로망같은 리조트였다. 외부 전경이나 조경이 너무 예쁘고, 프라이빗 비치에 일부러 갖다놓은 노란 파라솔....


 방마다 딸려있는 우아하고 한가로운 발코니. 그리고 욕실... 진짜 욕실보고 너무 이뻐서 눈이 휘둥그레짐. ㅋㅋ 


 좀 좋다는 호텔 가봐도 다 그냥 시시하다 느꼈는데 아... 진짜 잡지에 나오는 거 같은 호텔이 세상에 존재하긴 했다... 그런 거였다. ㅋㅋ


 특히 매일 웃으며 인사해주는 직원들... 불편하지 않게 배려해주는 서비스가 정말 좋았다. 






 담에 또 휴양지로 놀러가고 싶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잘 태우고 와보니 몸이 왠지 엄청 건강해진 느낌. 이번 여름 왠지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으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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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일행 중에서 개발자 출신에 나이도 어리고 결혼한지 얼마 안 된 부부이기까지 해서 여러 분들이 앞다투어 관광지를 추천해주셨는데, 만장일치로 추천해 주신 곳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하코네유모토. 원래 스파내지 온천 내지 아무튼 뜨거운 물이라면 다 좋아라 하는 나로서는 절대 마다할 이유가 없는 곳이었다. :) 남편은 뭔가 마음에 대단히 걸리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만인이 추천하니...


 하코네 교통편 관련으로 참조한 블로그 >>>>> http://blog.daum.net/gaibu/90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같이 가라는데 우리가 그런게 될 리가 없다. 우리 딴엔 정말 일찍 일어나 정말 일찍 아침을 먹고 ㅋㅋㅋㅋ (옮겨온 신주쿠 선라이트 호텔의 조식은 크게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역시, 아리아케 워싱턴의 조식이 맛있긴 했지...)

 아침 늦게 일어나 조식을 먹으니 벌써 8시가 넘은 시각. 우리의 오늘 첫 번째 미션은 신주쿠역에 도착하는 것. 은근히 금방 방향을 알 것 같아서 쉽게 찾아서 갔다. 10분 정도 걸리는데, 이런 거리라면 애초에 호텔에 올 때 신주쿠산초메로 환승할 게 아니라 걸어오는 게 훨씬 나았을 것 같다.


 신주쿠역은 정말 심각하게 혼잡스러운 역이다. 각종 철도가 지나가고, 지하철도 서너개가 교차하고. 몇 개의 백화점이 연결되어 있고. 통로와 입구도 정신없이 높낮이가 달리 잔뜩 나있고. 게다가 지하철 역은 지도도 없닼ㅋㅋㅋ

 

 두 번째 미션은 하코네 프리패스 구입하기. 우리가 들어간 곳은 동쪽 출구인데, 서쪽 출구에서 오다큐센 표를 살 수 있었다. 도대체 동쪽에서 서쪽으로 어떻게 들어갔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아무튼 간신히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에스컬레이터까지 타고 오다큐센 표를 파는 곳까지 갈 수 있었다. 서구를 향해 가는데 사람들이 북적이는 빵집이 있길래 도시락도 안 샀고 해서 빵을 몇 개 샀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살까 말까 망설였는데 안 산 덕분에 맛난 빵을 샀다며 우리는 신나 있었다.


 오다큐센 프리패스를 구입하는 곳에 도착해 안 되는 일본어로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으려니 일본어 모르냐며, 일본어 모르면 옆에 영어 안내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옆을 보니 한국어 안내 칸이 있었다... (이 글 쓰면서 생각해보니 중국인으로 오해 받은 거구만...-.-;;;;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먼저 물어봤어야지-_-) 무난히 한국어로 된 하코네 지도와 일본어로 된 탈 것 시간표를 손에 넣고, 신용카드로 프리패스 + 로망스카를 구입했다.

 환전을 좀 넉넉하게 해 왔어야 하는데, 신혼 여행 때를 생각하고, 여행 기간이 겨우 3일 정도라는 걸 생각하면서 적당히 하루 생활비로 이 정도면 되겠다 싶은 돈으로 준비했는데 돈이 상당히 모자라서 신용카드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이 은근히 물가가 비싸다. 대충 보면 우리 나라에서 천 원 짜리 물건이라고 치면 일본에서 100엔 정도 한다. 체감 물가는 1:10. 그런데 환율은 1:15 정도 되니 사실 기본 물가만 1.5배 정도. 그런데다가 일본은 교통비가 유난히 심각하게 비싸다. 적당히 전철 좀 타면 7~8천원 정도가 나가버린다. 그래서 생각보다 돈이 술술 샜다. 출장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첫날은 자느라 못 먹고 나머지 기간은 아침저녁 돈 안내고 먹었는데 점심 먹고 음료수 먹고 교통비 내고 이러면서 첫 3일간 만엔 정도 썼다.


 아무튼 무사히 한국인 안내원까지 만나 10분 남은 가장 빠른 시간 - 이라고 해도 9시 30분 - 차를 탔다.



난 무척 설렜는데 남편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온천에 가다니, 남탕 여탕으로 나뉘어서 심심하게 뭘 해야하냐며 불평을 했다. 하지만 막상 하코네 지도를 열어보니 탈 것만 3시간 정도는 타야하고 이런저런 관광지가 잔뜩 있는 게 아닌가ㅋㅋ 관광 좀 하다가 시간 남으면 온천을 하던지 말던지 하자고 했더니 남편의 표정이 확 좋아졌다.ㅋㅋㅋ


 하코네에 11시쯤 도착해서 바로 등산 전차를 탔다. 



이 등산 전차가 재미있는게 스위치백이라고 해서 지그재그로 앞뒤를 계속 바꾸면서 달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제법 일찍 타서 자리를 고를 수 있었는데, 어쩐지 사람들이 우리 앉은 방향의 반대 방향에 먼저 많이 앉는다 싶더니, 역시 잘못 앉은 것이었다...(...)


 누가 중간에 내리겠냐 싶었는데 은근 사람들이 많이 내린 역이 있었다. 미야노시타라는 역이었는데 뭐가 있는지 궁금하긴 하다...ㅎㅎ


 고라 역에서 등산 케이블카로 소운잔 역까지 갔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전차인데 이게 케이블카인 이유는 바닥에 케이블이 있어서 이 케이블로 차를 끌어올리기 때문이었다. 고라에 도착한 타이밍이 아주 좋아서, 맨 앞에 탈 수 있었다. ㅎㅎ


 소운산 역에서 로프웨이라고 하는 우리에게 익숙한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다. 10인승 정도 되는 크기인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로프웨이를 타고 처음으로 내려서 구경한 곳이 오와쿠다니였다. 오와쿠다니는 한 개 먹으면 수명이 7년이나 늘어난다는 검은 달걀(쿠로타마고)으로 유명한 곳이다. 유황 온천이 있어서 거기에 달걀을 삶으면 달걀 껍질이 까맣게 된다고 한다.




중간에 기념품 상점도 있고 마침 타이밍도 1시 남짓이라 일단 달걀과 음료수를 사서 신주쿠에서 사온 빵이랑 먹었다. 이게 달걀이 아마도 백색란인 것 같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사실 삶은 계란 싫어하는데... 한봉지 더 사먹고 싶었는데 5개 500엔이라는 약간 무리한 가격이라 참았다...ㅋ 생각해보니 수명이 14년이나 늘어난다는데 500엔이면 싼 것 같은데 후회가 밀려온다. 기념품점은 주로 일본식 달달한 과자나, 목공예품을 팔고 있었다. 꼼꼼히 둘러보았으나 그닥 건질만한 것은 없었다. 사실... 너무 비쌌다.ㅋ

 오와쿠다니 공원을 조금 걸어올라가면 검은 달걀이 제조되는 유황 온천이 있고 산에서 증기가 올라오는 광경을 약간 구경할 수 있었다. 달걀 삶는 광경을 목격했다.

 


 달걀만 거기까지 케이블에 매달아 끌어올리고 삶아서 밑에다가 갖다 파는 듯했다. 




공원 등산 기념샷을 남겼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구도와... 음...)



 오와쿠다니에서 다시 로프웨이를 타고 토겐다이코로 갔다. ~~코는 항구의 항자 인데 말하자면 토겐다이 항구인셈. 토겐다이코에서는 남편이 가장 기대하던 해적선(?)을 탈 수 있었다. 


해적선은 말하자면 토겐다이코에서 하코네마치코로 가는 유람선인데 디자인이 흔한 유람선이 아니라 갤리언 디자인이었다. 전혀 해적스러운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남편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날씨가 그리 따뜻한 편도 아니었는데다가 토겐다이코에 도착했을 때는 전체적으로 구름이 끼고 흐렸고, 거기다 호수를 빠른 속도로 달리니 상당히 추웠다. 원래 그 배에서 아시노코(아시호수)를 구경하는 것이 관광의 포인트인데, 우리는 1/3쯤 배 전방에 서서 구경하다가 추워서 그냥 배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서 구경했다. 우리가 앉은 자리도 나름 선장도 구경할 수 있고 나쁘진 않았다. 날씨가 흐려서 어차피 후지산이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하코네마치코에는 하코네세키쇼라고 하는 에도시대에 교토와 에도를 통과하는 여행객들을 검문했다는 검문소가 있었다. 알고서 간 것은 아닌데 걷다보니 어느새 그 앞이라(?) 할 수 없이(?) 구경했다. 프리패스가 있으면 원래 500엔인 관람을 400엔에 할 수 있었는데, 일본어 모른다고 했더니 중국어 안내문을 주는 것이 아닌가. 안내문을 들고 들어가서 보려다가 보니 중국어길래 안되겠다, 영어라도 받자 하고 다시 가서 영어나 한국어 없냐고 물었더니 정말 미안하다면서 한국어 안내문을 건네주었다. 은근 일본에 이런 식으로 한국어로 된 것들이 많다.

 원래 남편이나 나나 그런 전시물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가성비가 있는 규모는 아니었지만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만난 전시물이라서 은근 재밌었다. 에도 시대 검문소에 머무르던 사람들이 살던 시설을 재현해 놓고, 인형을 만들어서 전시해 놓았다. 일본 만화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이 전시되어 있는 것이 재밌었다.

 에도 시대에는 아시노코를 건너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시노코를 초소에서 감시했다고 하는데, 초소가 있는곳에 올라가서 보니 확실히 전망은 최고였다. ㅋㅋ

 5분이면 구경할 수 있는 전시관도 딸려 있었는데, 일본어 외에는 제공되지 않았지만 주로 다 그림 자료라서 감상하는데는 큰 무리는 없었다. 당시의 무기, 갑옷, 그리고 다이묘 행렬 모형 등등이 소소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하코네마치코에서 모토하코네코까지 삼나무 숲길을 걷는 것이었는데, 삼나무 숲길로 가는 길이 어딘지 몰라서 사실은 방황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코네세키쇼를 보고 나오니 그 자리가 바로 삼나무길이 시작하는 곳이었다. 예정에 없던 하코네세키쇼를 구경하고 나니 삼나무길이 나왔다며, 역시 우리는 운이 좋다며 신나게 삼나무길로 들어섰다.


 삼나무길은 별 것 없는데다가 지도에는 30분 정도 걸린다는데 체감상 10분 정도 걸렸다. 남편은 슬슬 피곤했는지 버스타고 모토하코네코에 가자고 졸랐다. 버스 시간표에 현재 시간부터 가는 버스는 없었다. 버스가 오고 가기는 하는 것 같은데 언제 오는지 기다리긴 싫고. 그래서 그냥 남편을 끌고 -_-;; 계속 걸었다. 그런데 굉장히 보람도 없게 한 5분도 걷기 전에 -_- 모토하코네코가 나왔다. 원래는 모토하코네코 신사까지 볼 계획이었지만, 시간도 늦었고 남편도 힘들어 보이고 해서 바로 하코네유모토로 돌아오기로 했다. 노선도에는 갈색의 M선과 보라색 R선이 있었는데 M선 앞에 가서 '고레가 유모토데 이키마스까?'라고 물어보니 뭔가 길고 복잡한 답변이 돌아왔다. ㅋㅋ 알아들은 건 이찌방(옆의 버스를 가리키고 그 건너를 가리키는 손짓과 함께) 익스프레스. ㅋㅋㅋㅋ 어쨌든 하나 건너거를 타면 급행이라는 것 같아서 일단 그 버스를 향해 갔다. 그것이 R선이었다. 유모토 간다고 외치는 것 같아보여서 탔다.

 타고 보니 모토하코네코에서 하코네마치코를 거쳐서 하코네유모토로 가는 것이었다. 남편은 하코네유모토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매우 허무해 했지만, 하코네마치코에서 탄 사람들이 다들 서서 가는 것을 보고 이런 것까지 운이 좋다며 매우 신나했다. 그리고 내 어깨에 기대서 잠들었다.(...)


 하코네유모토에 도착할 무렵에는 가게들이 전부 문을 닫을락 말락하는 시점이었다. 충분히 구경 하고 싶었지만 건성건성 지나가면서 뭔가 상하지 않을만한 것을 사자고 하다가, 친정과 시댁에 드릴 겸 해서 하코네유모토 매실주를 두 병 샀다. 이거 먹어본다고 하려면 어떻게 하지 시차쿠는 옷 입어보는 건데... 라고 (한국말로) 떠들고 있으려니 옆에서 시인시마스까? 라고 물어보았다. 눈치로 아~ 시음하라는구나 하고 하이, 하이. 라고 했더니 운전 하냐고 물어보았다. 알아들은 건 아니고 도라이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핸들 돌리는 시늉을 하길래 아니라고 했다.ㅋㅋㅋ 그랬더니 잔에 조금씩 따라주길래 맛을 보았다. 심각하게 단맛의 술이었다. ㅋ 온더록으로 먹으면 좋다고 했다. 점원이랑 영어 일어 몸짓을 섞어서 대화를 조금 나누었다. 어디서 왔냐고 해서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해주었다..ㅋㅋ 한국에 가져갈 거냐 해서 가져간다고 하고, 포장해주는 것을 지켜보았다. 싸들고 나와서 조금 걷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되든 안 되든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에게 온천 어디가면 좋으냐고 물어보면 되겠다 싶은 것이 아닌가!!ㅋㅋ

 과연 그래서 돌아가서 온천을 알려달라고 했다. 언제 떠날 거냐고 해서 8시 50분 막차를 생각하고 8시 30분까지 가야한다고 했더니 한 2시간 할 수 있겠다며 저 멀리 세븐일레븐 앞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야지키타라는 곳이 있다고.


 우리가 묵었던 곳 : http://www.jtour.com/review/view.html?id=spa&no=16&page=1&keyfield=&key=


야지키타노유라고 하는 거였다... 흠흠. 일단 두 시간을 니지간 이라고 발음하면 된다는 것을 보고 카지기리 니지간 이라고 주문을 하였다. 그런다음 니혼고오 와카리마셍. 이라고도 해주었다. ㅋㅋ 영어로 된 그림을 보여주는데 프라이빗 45분, 퍼블릭 75분 하여 총 2시간을 할 수 있는 개념인 모양이었다. 남편이 카지기리가 뭔지 몰라서 멍을 때리는 사이에 열심히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였다. 나는 알아들었는데 직원은 꼭 뭔가 설명해주고 싶어했다..ㅋㅋ 얼마냐고 물어보니 2인 입장 = 900 *2 , 그리고 프라이빗 45분 = 2000이라고 했다. 프라이빗 2타임 하면 5800인데 괜찮겠냐고 해서 OK 했다. 타올도 빌려주는게 아니라 파는 거라며 팔더라... 그래서 타올도 사들고 온천에 입장했다. 남편은 거기까지 어리둥절해 있다가 유창하게 영어하는 아저씨가 다가와서 시스템을 안내해주자 그제야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카지기리가 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가족탕의 개념이다. 남녀 혼욕이 가능한 탕. 여기까지 놀러와서 각자 남탕 여탕 가면 심심해서 어쩌라궁...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열쇠를 받고 그리 넓지 않은 방을 잠궈놓고 둘이서 온천하다가 나오면 그만인 시설이었다. 난 그래도 유카타는 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거 없다..ㅋㅋㅋ 그냥 옷 갈아 입을 수 있는 작은 공간과 방충망으로 막혀있긴 하지만 바깥으로 통해있는 온천탕이 전부였다. 간단히 샤워하고 온천에 들어가서 놀다가 더워지면 나와서 찬물 끼얹고 그래가며 한 시간 20분 정도 놀았던 것 같다.

 하루만에 이것저것 보고 온천까지 마치고 나왔다고 즐거워하며 다시 로망스카를 타고 돌아왔다.


 저녁도 먹지 못하고 놀아서 신주쿠를 헤매서 10시 넘어까지 여는 라면집을 찾았다. 거기도 한국어 하는 점원이 있었다. 가격이 싸지는 않고 맛은 있었는데 뭐랄까, 일본의 맛이 아닌 느낌. 면에 넣어 먹으라는 부추겉절이가 있는데 그 맛이 너무나 한국적인데 점원이 '많이 넣지 마세요, 맛이 강해서..'라고 했다. 한국어는 하지만 한국인은 아닌 느낌..ㅋ

 맛있지만 그게 뭔가 지금까지 일본에서 먹어본 것들이 너무 맛있어서 상대적으로 약간 실망스러운 느낌이었다. 그래도 배를 채운 게 어딘가.


 나름 그래도 하코네를 열심히 구경한 것 같아서 신났다. 출장 뒤에 2박 3일이 붙어 있긴 했지만 하루는 이동하느라 체력소모가 너무 컸고... 그나마 하루 잘 구경했으니 다행. ㅋ 하지만 다음에 간다면 제대로 료칸에서 유카타 입고 차려주는 밥도 먹고 뒹굴뒹굴하며 경치구경도 하고 그래보고 싶다. 다음에 간다면 말이지만. 다음에 과연 언제쯤 갈 수 있을지...?ㅋㅋㅋ 일본은 음식이 너무 맛있고 입에 맞고, 관광지도 너무 잘 되어 있다. 게다가 유명한 곳에서는 언제든지 한국어 안내를 받을 수 있어서 생각만큼 불편한 것도 없다. 게다가 사고 싶은 것도 엄청 많고. 아무튼 정말 좋은 나라다. 방사능만 아니었어도 당분간 살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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