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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 인셉션(inception) 보고 왔습니다. 1 2010.08.06


1.

 열려있는 결말을 지향하는 영화라 사실 이야기할 꺼리가 많을 것도 같았지만..

 러닝타임이 엄청나게 길어서 집에 와보니 1시. 인터넷 조금 뒤지다 보니 3시....

이야기는 커녕 쓰러져 잤습니다. -.-



2.

 생각보다는 스케일이 작아요. 로케 지역 선정하고 한다고 돈은 엄청 들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사람들의 눈이... 이미 아바타 같은 스케일에 많이 익숙해져 있잖아요.

 배경이 꿈이기 때문에 사실상 더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건축가(architect)들이 꾸는 꿈이라 그런가.... 너무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밋밋했어요.

 지극히 현실적인 도시 세트에서의 추격신. 지극히 현실적인 설원에서의 추격전. 그나마 가장 상상력이 발휘된 무중력 호텔. 물론 꿈 속이라고 자기가 모르는 게 등장하는 것은 이상하지만 좀 너무 평이하고 현실적인 배경선택이었다고 봐요. 제가 볼 땐 꿈 속의 꿈으로 들어가면서 점점 비현실적이고 이상한 게 많이 나왔어야 한다고 보는데...

 내용은 재미있었는데 눈요기 면에서는 그냥 좀 심심했음. 장르분류가 SF/액션이라고 되어있는데 전혀 그 SF/액션이라는 분류에서 우러나오는 느낌이 아니....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3.

 로버트 피셔 Jr. 납치보험만 천만불 드신 분이 왜 비오는 날에 전용차량 한 대 없어서 택시를 타신 걸까나요. 차라리 전용차량 째로 납치하던가 했으면 말도 되고 재미도 더 있었을텐데. 차량 방탄도 더 잘 되었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넷을 보다 보니 어떤 분이 지적한 것이 또 있던데 로버트 피셔 정도 되는 사람이 보디가드도 없이 다니냐고... 그러게나 말이에요. 전용기도 있으신 분이...



4.

꿈 속의 세계라면서 도무지가 너무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에요. 여러 사람이 같이 꾸어서 그런가? 제가 꿈을 많이 꾸는 편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꿈 이야기 적어보다 보면 정말 어딘가 한 부분씩은 터무니없는 곳들이 있는데 꿈속의 세계라기엔 너무 현실적이고 리얼하더군요. 꿈이라면 팀 버튼 영화속 캐릭터들 같은 게 하나씩 튀어나와 줘야하는게 아닌가 싶었어요..-_-ㅋㅋ;;



5-1.

꿈 관광객(사이토)에게는 귀환방법(토템)을 알려주지 않다니 정말 나쁜 여행사(?)입니다. 불쌍한 사이토...



5-2.

 사이토와 코브 사이는 오랜 친구나 지인 같은 사이가 아니라, 단순히 고용인-피고용인, 혹은 의뢰자-수임자 정도의 사이인데 믿으라니 말라니 하는 거 정말 웃기더군요.

  이런 느낌이 될 수는 있겠네요. 코브는 사이토를 믿었기 때문에 인셉션 작전을 만들었고, 또한 사이토는 코브를 믿었기 때문에 림보에서 탈출했고, 그리고 그 결과 해피엔딩...?



6.

 정말 재미있게 보긴 했습니다. 사실상 이런 미스테리 스릴러를 표방하는 장르 중에서 감독이 이렇게나 헷갈리지 않게 친절하게 강조부분 많이 넣고 알아보기 쉽게 만들어준 영화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꿈을 여러 단계로 내려갈 때, 꿈 속 배경들이 아주 역동적으로 바뀌는 부분들, 사실 그거 그냥 관객용 장치라고 생각하거든요. 1단계에서도 호텔 2단계에서도 호텔 3단계에서도 호텔 림보까지 호텔이면... 지금 이게 꿈인지 꿈이 아닌지 방금 전에 꾼 꿈에서 깨어난 건지 아닌지.....@_@ 혼돈의 늪에 빠졌을 것 같지 않나요....

 더군다나 3단계에서의 깨어남 - 2단계에서의 깨어남 - 1단계에서의 깨어남까지 친절하게 보여주는 장치로 인해서 이들이 서 있는 층이 어디인지 헷갈림 없이 따라가기가 쉬웠지요.

 이와 비슷한 장르의 영화로 제가 봤던 것들이, 메멘토, 나비 효과, 프레스티지 정도가 있는데요. (사실 이런 장르 무서워서 잘 못 본답니다. -_-;;;) 메멘토는 뭐... 거의 주인공과 같은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영화를 보고 결론만 기억나는-_-... 나비 효과는 두 번째 보니까 뭐가 뭔지 좀 논리적으로 구성되었었고... 프레스티지는 약간 추리 쪽과는 다른 것 같지만...

 상대적으로 인셉션은 영화를 보면서 힌트들을 별로 놓치지 않았네요. 앞부분에의 미심쩍은 내용을 생각하다가 흐름을 놓치기 쉬운데 초반부 배경설명을 아주 잘 풀어놓았고 (사실 별로 복잡하지도 않으며) 그래서 고민할 소지는 별로 없었죠.

 인셉션에서 중요한 규칙 몇 가지는, 꿈 속에서는 깨어있는 것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것. 꿈 속에서도 고통은 현실과 같지만 꿈 속에서 죽으면 깨어난다는 것 등이 있겠네요. 두 사람의 꿈이 연결되면 꿈꾸는 사람 - 그리고 그 꿈 속에 들어간 사람이 존재하게 되는데 꿈 꾸는 사람이 세계를 만든다면 그 세계를 보다 평범해 보이게 만드는, 즉 거리에 사람들을 채우는 것은 꿈 속에 들어간 사람의 몫이 된다는 점이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킥kick을 통해 꿈 밖으로 나올 수 있는데, 우리 몸에 느껴지는 충격이나, 어떤 약속된 음악(이를테면 알람?) 같은 것을 사용해 꿈 속에서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부분 같은 걸 아주 차분히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서 내용을 따라가기가 쉬웠지요.

 


7.

 아리아드네라는 이름이 너무나 노골적인데다가, 인물들 이름 중에서 평범한 거라고는 '마일즈 교수', '사이토', '아서' 이 정도 밖에 없어서 다른 이름에도 뭔가 힌트가 있지 않을까 하고 인터넷을 뒤져봤는데 개연성이 높아보이는 이야기는 없네요.
 
www.strangecultureblog.com (영어)

 영어가 짧아서 그런지, 아니면 개연성이 별로라 그런지... 로버트 피셔에 관한 이야기랑 아서 이름에 관한 이야기는 재미있는데 나머지는 그닥이네요.
 
 Yusuf는 비교적 그럴듯 하게 해석이 가능한데.. Joseph 이라는 이름의 이슬람식인 것으로 보아서 성경에 나오는 꿈꾸는자 요셉이 모델이 아닐까 해요. 실제로 제일 윗단계의 꿈을 꾸고, 꿈 속에서 하는 일이 '패밀리'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지키는) 역할인 것으로 볼때. ㅎㅎ (물론 아서도 지키고 있지 않냐고 하면 그닥 할말은...)

 요셉은 성경에서 형들에게 버림을 받지만, 예지몽을 꾸고 또 그 꿈을 해석하는 능력을 가진 탓에 이집트 파라오(바로왕이라고 나오는..-.-;;) 의 꿈을 해몽해주고 총리가 되지요. 파라오의 꿈은 7년간 흉년이 들 것이라는 예지몽이었기 때문에 요셉은 미리 흉년에 대한 대비를 하고 또 가난하게 살고있던 - 흉년의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던 - 가족들을 이집트로 불러와서 먹고 살게 해주지요. 이게 갑자기 유대인들이 이집트(애굽..)으로 몰려가 살게 된 계기고 이후에 출애굽기가 나오는것이지요...


 Mal도 처음 들었을 때 malware를 떠올렸는데.. 실질적으로 Mal이 수행하고 있던 마치 버그같던,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는 꿈의 세계에 마치 바이러스같이 침입하는, 그리하여 꿈을 망가뜨리는 부분이 너무 그럴듯 하지 않나요?

 역시 이름들이 막 지은 이름이 아닌 거 같은데... 나머지는 역시 문화적 배경의 차이로 찾아낼 수 없어서 아쉽네요. 특히 Dom Cobb 같은 이름은 막 지었다고 보기엔 너무 특이한데 -_-;;;



8.

 토템에 관한 이야기... 서구에서 '토템'이 가지는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몰라서 정확한 이해는 불가능하지만 아마도 '영원히 돌아가는 팽이'가 코브의 토템이라는 점에서, 아서의 토템은 혹시 항상 같은 눈만 나오는 주사위가 아닐까 뭐 그런 의심도 해 보았는데... 아리아드네가 토템으로 하필 체스말을 수작업 한데다가 톡 쓰러뜨려보는 장면에서 왠지 아쉬움을 느꼈네요. 위 사이트에서 로버트 피셔의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의 개연성 정도로만 작동 하는 듯. ...

 토템의 작동이 꼭 비밀일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 사실상 자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자신의 '토템'을 코브에게 알려줬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 코브의 입장에서는 자기도 같은 일을 당하는 게 매우 두려웠을 것 같기도 하네요.



9.
 
 로버트 피셔에게 일종의 심리적 주입을 하려고 하는데 코브 일당이 시도하는 방법이 '분노'가 아닌 '긍정'을 통한 카타르시스라는게 일견 무섭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네요. 코브가 만약 피셔 부자간의 불화를 시도했다면 그 인셉션은 성공을 했을까요? 코브가 살아있냐 하는 엔딩과는 별개로, 피셔는 개인적으로 인셉션이 끝난 뒤로 만족감을 느끼죠. 코브는 브라우닝이 피셔를 해꼬지하려 했다는 음모를 덧씌우지만 피셔는 강물을 탈출할때 브라우닝으로 변신해 있는 임스를 같이 데리고 나오죠. 기본적으로 대부에 대해 애정도 있고, 기업가라고 보기엔 인간적인, 선량한 사람인거지요. 그런 피셔가 꿈을 통해 아버지와의 화해를 하다니... 제가 보기엔 참 좋은 결말이더라구요. 사실 머 회사 까이꺼 뭐가 중요한가요. 가족을 버리는 비인간적 삶보다야 낫지요.



10.

 결말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면, 사실 어떤 게 결말인지가 중요한가? 라고 물어보는 것이 감독의 의도 같네요. 결말을 속시원하게 밝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팽이를 돌려놓고 그 상태에 대해 코브가 알려고 하지 않고 초월해 버린다는 점이... 단순한 열린 결말이라기 보다는 '그게 중요한가?' 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요.

 사실상 그 팽이는 코브의 것이라기 보다는 말의 것인데, 말의 무의식에 팽이를 돌려놓음으로 인하여 코브 역시 말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라는 탈출할 수 없는 미궁에 빠져있었던 것이죠.

 아리아드네는 정말 노골적으로 그리스 신화에서 '미궁을 탈출하는 실마리'가 되는 인물의 전형인데... 새드엔딩이라고 보기엔 아리아드네라는 이름의 존재감과 마지막 장면에서의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라는 대사가 너무 무의미해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진정한 현실이라는 건 어떤 의미로는 '주인공 코브가 아내의 악몽으로부터의 탈출하는 것', 즉 팽이를 놓아버린 것에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팽이가 계속해서 도는지 아닌지, 그게 현실인지 아닌지 같은 건 별로 의미가 없는 거죠. 그래서 저 나름대로는 해피엔딩을 지지해요.

 아리아드네가 코브의 '악몽'을 추출해 간 것이라고 보는 것도 가능하겠죠....?

 뭔가 절망적인 반전 같은 게 있다거나 시니컬한 결론이 나왔더라도 별 불만은 없었을 것 같은, 흔치않은 영화였는데도 마냥 해피엔딩이라는 생각 밖에 안드는군요. ㅎㅎㅎ 피셔의 바람개비 때문인가...


인셉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10 / 영국,미국)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타나베 켄,조셉 고든-레빗,마리안 꼬띠아르,엘렌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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