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에 해당되는 글 2건

  1. 연을 쫓는 아이 (The Kite Runner)를 보고. 4 2008.03.07
  2. 블로거 프리미어 시사회에 참여하다. 14 2008.02.26

 지난 번에 말씀드렸던 대로 (2008/02/26 - [일상/일기] - 블로거 프리미어 시사회에 참여하다.) 연을 쫓는 아이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영화는 아마도 개봉이 되면 흥행작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의 조건을 꽤 많이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1. 스토리

 이 영화는 120주 간 미국 베스트 셀러에 올랐던 칼레드 호세이니(또는 할레드 호세이니)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베스트 셀러라고 다 훌륭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120주라고 하면 2년이 넘는 시간입니다. 그만큼 검증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억지 눈물을 짜내지도 않고, 비현실적인 영웅 의식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런 영화가 좋죠.

 2. 소재

 이 영화는 흔하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배경이 무려 아프가니스탄 입니다. 이국적인 사막의 풍경, 석류나무, 아프가니스탄의 전통적인 의상, 미국 문화와 융합되었지만 고유한 부분을 간직한 결혼식 장면, 장례식 장면...
 무엇보다 영화의 주요 소재인 연 날리기 장면은 정말 장관입니다.

3. 배우

 이 영화는 아역들의 이야기에 영화의 50% 가량이 할애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역 배우들 연기가 보통이 아닙니다. 특히 핫산 역의 아역은 천연덕스럽고 자연스러운 표정, 행동 연기를 보여 주는 데 기가 막힙니다. 덕분에 이 영화로 2007년에는 비평가들이 선택하는 최고의 아역 배우 상을 받았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Ahmad_Khan_Mahmidzada 참조) 놀라운 것은 이 아역들이 모두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캐스팅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비극적인 것은 영화의 일부 장면 때문에, 이 아이들은 종교적인 문제로 생명의 위협을 받아 현재는 아랍 에미리트 연합으로 이주한 상태라고 합니다. (파라마운트 사가 이주시켜주었다고 합니다.)
 아, 물론 성인 역할의 배우들도 호연을 보여줍니다.
 중요한 건, 이 동네(아프간) 사람들이 좀 선남선녀라는 사실입니다. 뻥을 좀 보태면,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 역을 맡은 배우는 조지 클루니도 울릴 것 같습니다.

4. 영상미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시장 풍경, 사원에서의 의식, 무엇보다 파란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연날리기 풍경...
서사를 중시하는 영화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인데, 이 영화는 이런 부분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영상 역시 매우 아름답습니다.

5. 묘사

 아미르가 용돈을 받아 핫산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갔는데, 하이라이트인 대사를 둘이 동시에 따라하는 장면, 둘이 이 영화를 같이 아주 많이 봤다는 것을 대사 한마디, 장면 하나로 표현해버립니다.
 핫산의 생일에 멋진 차를 몰고 온 바바의 차에 당연히 앞에 타려다가 핫산의 생일이라 양보하라는 말을 들은 아미르가 차 뒤에서 매우 서운한 표정을 짓고 있고 있다거나..
 이 영화는 긴 설명보다는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면으로 이런저런 설명들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영화가 지루하게 설명으로 늘어지지 않죠.

 이런 조건들이 훌륭한 영화는 다른 사람에게 보라고 권하거나, 같이 보러 가지고 권유하기 좋지요. :)











이하의 내용은 스포일러 포함입니다.







감상

 아미르는 아프가니스탄의 부유한 집 소년입니다. 아미르의 집에는 집안 하인인 알리가 있는데, 알리의 아들 핫산은 아미르 또래로, 둘은 매우 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아미르가 내성적이고 겁이 많은 성격인데 반해, 핫산은 용감한데다 아미르를 사랑하는지라 아미르대신 싸우다가 맞고 들어오기가 일쑤입니다.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는, 정의롭고 용감한 사람입니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총을 들이대도 굽히지 않는 사람입니다. 반면에 아미르는, 이런 아버지를 말리려고 하는 아이구요. 그렇기에 바바는 아미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조금은 실망하고 있습니다. 아미르를 위해서는 겁없이 싸울 수 있는 핫산을 아끼지요. 바바는 아미르와 핫산을 차별하지 않고 사랑하며, 아미르는 이런 핫산을 질투합니다.

 핫산에게 아미르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상이지만 - 널 위해서라면 천번이라도 그렇게 할게 - 아미르에게 핫산은 친한 친구인 동시에 아버지의 사랑을 공유해야하는 질투의 대상입니다. 피를 나눈 친형제라고 해도 부모님의 사랑을 공유하는 건 어린 나이에 힘든 일인데, 하인의 아들과 아버지의 사랑을 공유하는 건 어린 마음에는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일이겠죠.
아버지는 공평하게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받아들이는 아들에게는 큰 차별으로 다가옵니다.  '아버지는 날 사랑하지 않아'.
 더군다나, 아버지는 용감한 핫산은 칭찬하지만 아미르의 비겁함은 걱정합니다. 아미르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핫산을 배신하고 맙니다. 친구에 대한 배신인 한편, 아버지를 실망시키는 행동이죠. 핫산은 변함없이 아미르를 사랑하고 아끼지만, 아미르는 죄책감에 핫산을 멀리합니다.

 영화의 전반은 이렇게, 한 인간과 그를 둘러싼 인간과의 갈등을 보여줍니다. 아미르는 비겁하게도 갈등 속에서 도망치는 길을 택합니다.

 미국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아미르에게 바바의 친구였던 라힘 칸 아저씨의 연락으로 핫산과 그의 아내는 죽고 아들만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비밀도... 아미르가 비겁해서 핫산을 더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아버지로서 공정한 사랑을 베풀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아버지의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게 되었달까요? 그 애정과 신뢰 앞에서 더 이상 비겁하게 도망칠 수는 없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죠.

 소련이 침공한 뒤로, 아프간의 민심은 매우 흉흉해져 있습니다. 종교적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탈레반이 소련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뒤로, 아프간 사람들은 극도의 가난과 위험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영화는 아프간의 실상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며칠을 날 식량을 구하기 위해 의족을 파는 사람들, 부정한 여자에게 돌을 던져 사형하는 끔찍한 현실, 고아원에 넘치는 굶주리고 사지를 잃은 아이들.
 아미르가 찾아간 고아원의 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아이 하나를 데리고 가면 그만이지만, 여기 남은 수많은 아이들은 어쩌냐고.

 이 영화는 그런 아이들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미르는 그저 핫산의 아들 소랍만을 구해왔을 따름입니다. 아미르는 소랍에게, 자신이 아버지로 부터 받은 애정, 핫산에게 받은 애정, 그리고 그 자신이 마땅히 아들에게 나누어줄 애정을 주기로 결심합니다.

 이 영화를 비겁하게 도망쳤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자신의 잘못을 고치게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 인간이 순수한 애정에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라고. 아버지의 애정을 의심하고 질투하고 친구의 애정을 믿지 못하던, 애정에 굶주린 소년이 어른이 되어 순수한 애정을 베풀 수 있게 되는, 한 인간의 성장이야기 말이죠.
 왜 우리와 같이 이 현실과 싸우지 않냐는 말에 아미르는 대답하지 못합니다. 이야말로, 아미르가 소랍을 구하러 간 것이 용감하고 불의를 모르는 성품이 되어서라기보다는, 여전히 현실 타협적이고 겁많은 성격에 불과하지만 그런 것을 뛰어넘어 애정을 주고받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의 방식입니다.

 이 영화에서 연은 아름다운 하나의 소재이면서 동시에 상징적인 소재입니다. 연은 순수한 신뢰와 애정의 상징입니다.  연이 어디로 떨어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핫산만이 알고 있는 이유는 그런 것입니다. 바바는 핫산의 생일에 연을 선물하며, 연싸움에서 떨어진 연을 주워서 아미르에게 선물하는 것은 핫산이 아미르에게 순수한 애정을 주고 있다는 표현입니다. 아미르의 연을 지키기 위해서 상처입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순수한 사랑의 방식이기 때문이며, 매 해 소년들의 꿈으로 가득한 연이 하늘을 장식하던 아프간의 아름다운 연싸움이 전쟁으로 중단되는 것은 전쟁이 사람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저버리기 때문입니다.
 소랍은 끔찍한 경험으로 인해 순수하게 도와주는 아미르조차 믿지 못합니다. 아미르는 연 날리는 법을 모르는 소랍에게 핫산에게 배운 연 날리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연싸움에서 이겨서 상대의 연을 떨어뜨리고 나자, 떨어진 연을 소랍에게 주워다 주기 위해 달려가며 말하죠. '널 위해서라면 천번이라도 그렇게 할게.' 핫산에게서 받은 연을 이제는 소랍에게 돌려줄 때가 된 겁니다. :)
 언젠가 다시 아프가니스탄의 하늘이 연으로 가득할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아마 원 작가인 칼레드 호세이니도 그런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겠지요.


 곧 원작 소설도 구매하려고 합니다. 영화를 영화관에서 다시 한 번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강력 추천합니다.

 3월 3일에 보았는데 이제야 썼습니다.


Daum 블로거뉴스
이 글이 마음에 드신다면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


안내 : http://blogplay.org/entry/premier_screen_test_for_blogger

[연을 쫓는 아이] 시사회에 참여했습니다.

연애를 하다보면 덤으로 딸려 오는 것이 영화 감상이라는 취미죠.

현대인에게 있어 저렴한 문화생활이기도 하고 손쉬우면서도 대화의 소재를 쉽게 제공하는 데이트 코스잖아요.

덕분에 한달에 한 번씩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는 우리 커플만의 약속도 생기고,

블로그에 심심찮게 감상을 올려 왔죠. ^_^; 사실 문화생활 카테고리 아래 글의 대부분이 영화 글일걸요.

(이것이 빈곤한 커플의 현실. 마음 같아서는 전시회니 공연이니 실컷 보러 가고 싶지만요...;ㅅ;)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 붙여 보자면, 저는 블로거의 감상이 충분히 영화 홍보(마케팅)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화려한 글투로 쓰인 영화 감상, 신뢰가 안 가지 않나요?

(전문가의 눈에는 멋진 영화지만... 내 눈에는 oTL)

오죽하면 네이버 영화란에는 전문가 평과 사용자 참여 평가가 따로 있겠어요?

네이버의 영화 평가, 믿을 수 있나요? 예전에는 비교적 신뢰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알바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평가만으로 영화를 고르기가 힘들죠.

개봉작을 다 보는 게 아니고, 제한된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오는 커플의 현실이라면 더욱이..^^;;

그에 비해, 여러 영화를 보고 감상글을 올리는 사람의 감상이라면 신뢰할만 하지 않을까요?

일단 나와 같은 '보통 사람'이 친숙한 말투로 적어놓은 감상을 보면 훨씬 신뢰가 가고,

이미 다른 영화 감상이 많이 있는 블로거라면, 적어도 알바는 아닐 것 아니겠어요!

물론 그 블로거의 개인적 취향이 많이 반영이 되어 있겠지만 원래 감상이란 감상자의 생각을 적는 것이니까요. ^^



아무튼 좋은 시도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글 남겨 봅니다.

시사회는 이제 마감되었군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