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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식코 Sicko(2008) - 타산지석 22 2008.03.27
  2. 연을 쫓는 아이 (The Kite Runner)를 보고. 4 2008.03.07
  3. 공공의 적2 2005.06.22

 또 한번 블로거 프리미어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미국 의료보험 체계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Sicko입니다.

 말은 많이 들었지만... 국내 개봉 예정인 줄은 몰랐어요. 4월 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과연! 총선 전에 개봉할지 총선 후에 개봉할 지 궁금한데요... 가능하면 총선 전에 개봉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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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장르 분류는 상당히 딱딱한 느낌을 주는데, 실제 영화는 전혀 딱딱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사실의 논리적인 전달이나 정확한 보도보다, 모순된 상황에서 보통 사람이 갖게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에 답하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애쓰기 때문이죠. 사실 논리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영화이긴 합니다... :)

 그래도 그런 보통 사람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태도가 호소력이 꽤 큽니다. 감독이 실제로 막 등장해요. 같이 경악도 하고, 농담도 하고, 부정도 하고, '내 생각은 이런 거였는데.. 아니었다!' 이런 나레이션까지 해주니 영화와의 거리감이 확 줄어들죠.

 게다가 감독의 유머 감각이 꽤 대단합니다. 중간 중간 엄청 웃겨줘요. 저도 물론 망설이지 않고 으하하하 웃어줬죠. :) 심각한 내용이라고 심각하게만 바라봐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영화지만 감독이 자기 나라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이 꽤 큰지라  정말로 뭔가 문제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묻어나는 따뜻한 영화였습니다.

 보통 공짜 영화를 보고 나면 인지부조화 현상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돈내고 볼 때보다 살짝 재미없는 게 사실인데요, 이 영화는 재밌습니다! :) 내용이나 문제의식을 떠나서 그냥 재미있기 때문에 추천하는 영화.

별 다섯개 준다면 개인적 평점은 별 네개 반.
 




 스포일이 의미 없는 영화지만 그래도 뭔가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위하여 재미있는 부분은 빼고 적어보겠습니다.

 서구 나라들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가 운영하는 의료 보험 시스템이 없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미국인들 중 4500 만명은 의료 보험이 없어 아프지 않기만을 바라며 살고 있죠. 영화 Sicko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예시인 두 손가락의 수지 접합 수술의 경우,바로 의료 보험이 없어서 발생하는 사태입니다. 보통 6000$과 12000$ 이라고 많이 나와 있어서 저도 가끔 헷갈리는데, 정확히 $60,000과 $12,000으로 1$=1000원으로 계산했을 때 6000만원과 1200만원입니다. 결국 이 사람은 무려 멀쩡히 절단부위가 존재하는 데도 불구하고 손가락 하나 - $60,000짜리 - 는 쓰레기장으로 보내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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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국사람이었더라면 저도 손가락 하나 없었을지도(?)



 만약 이 영화가 이런 의료 보험이 없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볼 필요가 없습니다. 의료 보험이 민영화 되건, 민영 의료 보험이 들어오건 자신은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고, 재테크의 기본에 종신 보험이나 생명 보험등의 보험테크가 포함되어 있으니 실제로도 대다수가 민영 의료 보험에 가입할 능력이 되고 가입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요 고객(?)은 의보 미가입자가 아닌, 중산층, 민영 의보 가입자입니다.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했으나, 조직검사를 거부당한 경우, 골수 이식수술을 거부당해 죽음에 이른 경우, 멀쩡히 의료 보험도 있지만 병원비를 다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한 경우, 의보사가 정해주지 않은 병원에 갔다가 진료를 거부당해 사망한 경우...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요?

 민영 의료보험이라는 이야기는 보험사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십시일반 모아서 급한 일을 당한 사람을 돕자는 것이 보험의 취지인데, 여기서 이윤을 추구하면 어떻게 될까요? 보험 설계사들 월급도 줘야되고, 보험 계산하고 지급하고 상품 개발하는 사람 월급도 줘야되고, 회사 사장 월급도 줘야되고, 주주들에게 배당도 해야되고, 미국같은 경우는 정치인들에게 로비도 해야되고... 그러다보면 결국 급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줄이냐구요?

 병원에 가려면 우선 보험사에 '이 병원에 가도 되겠느냐?' 물어봐야 하고, '이 검사를 받아도 되겠느냐?' 물어봐야 하며 '이 수술을 받아도 되느냐?' 물어봐야 하며, 심지어 약을 먹으려고 해도 '이 약을 먹어도 되느냐?' 물어봐야죠.

 보험사는 일단 퇴짜를 놓고 봅니다. 보험사 소속 의학 자문의 양심 고백에 따르면, 일단 지급 요청의 10%는 무조건 거절을 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런 지급 거부를 많이 하면 회사의 이윤이 올라가기 때문에, 지급 거부를 잘하는 의학 자문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거죠. 그러니 정상적으로는 받아야 되는 검사를 불필요한 검사라 하여 받지 못하게 하고, 꼭 필요한 수술을 못받게 하여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상황이 생겨납니다.

 운좋게(?) 병원비를 받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일단 돈을 주고 난 뒤라도 지난 5년간의 병력을 샅샅이 조사합니다. 미리 신고하지 않은 병력이 있었다던지, 앓고 있는데 치료받지 않은 병이 있었다던지 하면 무조건 수술비를 도로 토해내라고 압박하는 거죠. 심지어는 연고 하나로 낫는 병에 걸려 있었고 연고를 발라 치료가 끝났더라도 그런 병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수술비를 도로 토해야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렇게 벌어들인 '이윤'으로 민영 보험회사 주식은 계속 올라가지요.

 국영 보험이라면 어떨까요?

 일단 보험 설계사 월급은 없어지네요. 보험비 부과, 계산, 지급 등등 공무원 월급은 좀 나가겠군요. 그거야 뭐 민영보험사에서도 드는 돈인데요. 사장 월급도 안나가고 주주 배당도 사라지네요? 게다가 부적절한 로비에 드는 돈도 줄어들겠죠. 부정한 공무원 호주머니로 얼마간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모 회사에서 여기저기 500만원씩 찔러준다는 떡값만큼은 안나가지 않겠어요?

 아니 그럼 미국 애들은 이 좋은 국영 보험을 왜 안하나요? 미국은 로비가 합법이거든요. 보험사의 로비스트는 미국의 하원인지 상원인지 모르나 아무튼 의회 의원 수의 4배라고 합니다. -.-... 힐러리 후보가 영부인이었던 시절에 국영 의료보험 도입을 한번 추진했지만 민영 의보사의 장난 아닌 로비 때문에 무산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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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어 감독은 이렇게 얘기하죠. 사회주의 의료 보장제도라니 무섭다... 어라? 그런데 생각해보니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주의 시스템이 더 있네? 학교, 소방서, 경찰서, 도서관... 여기에 왜 병원이 추가되면 안 되는 걸까?

 우리야 병원에서 한 삼천원 내지만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의 나라에서는 병원에 돈을 아예 내질 않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의료 보험'측면에서는 미국이 그들보다는 못하다는 거죠.  미국의 최상류층조차 캐나다의 극빈층보다 평균 수명이 짧다고 합니다. -.- 민영 의료보험의 폐해는 극빈층에게만 미치는 게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 미친다는 정말 중요한 대목이죠. (뭐, 의료서비스만으로 평균 수명이 나오는 게 아니겠지만.. 영향 0%라고 할 수도 없겠죠?)

 그렇다고 의사가 돈을 못 버냐? 무려 나라로부터 월급을 받는 영국 의사 아저씨는 아우디를 몰고 3층짜리 넉넉한 건물에 세 가족이 단란하게 산답니다. 돈 더 벌고 싶으면 더 좋은 동네에 개업하면 되지만 그 동네도 먹고살만 하시다네요! (차에는 관심이 없어서... 아우디 비싼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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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아저씨(...)



 미국의 의료비는 도대체 왜 그렇게 비쌀까요? 

 혼자 추측해 봤습니다. 병원을 하나 차려서 1000만원짜리 기계를 들여놨습니다. 10년의 감가 상각 기간이 지나면 0원이 된다고 하자구요. 그러면 연간 100만원의 이윤을 창출해야 손실이 없습니다. 손님이 100명 오면 1인당 만원 + 진료비 +약간의 수익을 받으면 되겠죠. 손님이 10명 오면 1인당 10만원 + 진료비+ 약간의 수익을 받아야 할 거구요. 국영 의료보험이 없는데다 지급 거절당하는 고객까지 포함하면 의료 서비스에 접근 가능한 고객 수 자체가 적고, 더불어 의보가 없는 고객 쪽이 훨씬 의료 수요가 높다는 것까지 계산하면... 결국 손님이 적어서 비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단 기계가 아니라도... 의사의 연봉을 유지하려면 얼마만한 손님을 받아야 하나라고 생각해도 똑같죠.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의사 협회에선 앞으로도 계속 돈을 잘 벌고 싶다면 혹시나 민영 보험 들어오지 않도록 민영 보험을 결사 반대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민영 의료보험 들어오면 고객이 팍 줄어들 거니까요. 의보 가입자의 10%에게는 지급을 안할테니까 ^^ 거기다가 의보 가입 못하시는 분들이 미국 인구로 따지면 대충 20% 되나요? 우리나라도 그 정도 될 거라고 생각해 보면 현재보다 20%(민영 의보 미가입자) + 8% (나머지 80% 중 지급 거부 당한 10%) 해서 총 소득이 28%는 줄겠군요. (위에서 얘기한, 민영의보 미가입자가 의료 수요가 더 높다는 사실은 빼고라도...)

 거기에 우리나라 현실을 겹쳐볼까요? 우리나라 최대 기업 S사가 만든 S 의료보험이 있다고 하면, 당연히 S 의료원에서만 되도록 제약을 할 수 있겠죠? 여러 병원과 계약을 하느니 S 의료원을 왕창 늘리는 게 훨씬 S 기업 입장에서 이익이잖아요. ^_^? 소규모 자영 병원은 점차 줄어들겠죠. 더군다나 브랜드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까지 고려하면...!





  무어 감독은 비단 의료 보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식에 대해서도 중요한 부분을 지적합니다. 국민을 무서워하는 정부여야지, 정부를 무서워하는 국민이어서는 안된다고. 국민들이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시위하고 투표하여 의견을 개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구요.





 사실 국민들의 삶의 질이 의료서비스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고, 더 복잡한 요소가 많은데 무어 감독은 의료서비스만 가지고 미국은 최악이고 다른 나라는 천국인 것처럼 그려놨어요. 그래요. 뭐 그렇다고 합시다. 미국인들은 여차하면 옆나라 캐나다에 가서 치료라도 받으면 되죠. 우리는 의료서비스 받자고 인종차별 받을 수도 있는 외국으로 나갈 수도 없고... 별로 도망갈 데가 없잖아요. 그냥 이 나라 살기 좋게 고쳐가면서 살아야 하잖아요. 우리 포기하지 말아요. 저도 사실 되는대로 살아야지 어쩌겠나 생각했지만...  영화 보고 나니 나라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분명히 국민에게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적극적으로 시위에 나가고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해도, 국민 누구에게나 주어진 권리인 소중한 한 표! 우리 이거나마 포기하지 맙시다.

 배너도 한번 달아 볼까 해요. :D 요거 블로그 어디에다 달면 좋을까용...?
 
'What can I do?' - SiCKO


뱀발 1. sicko는 미국 속어로 아픈사람, 환자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뱀발 2. 영화에 보면 꽤 재밌는 사연이 몇개 나오는데요, 막판에 나온 사연의 사이트가 실존합니다.
http://www.moorewatch.com
들어가보시면 왼쪽 위에, 영화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을 위한 링크가 나타납니다.ㅋㅋ
영화를 보고 나서 보시면 재미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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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번에 말씀드렸던 대로 (2008/02/26 - [일상/일기] - 블로거 프리미어 시사회에 참여하다.) 연을 쫓는 아이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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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아마도 개봉이 되면 흥행작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의 조건을 꽤 많이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1. 스토리

 이 영화는 120주 간 미국 베스트 셀러에 올랐던 칼레드 호세이니(또는 할레드 호세이니)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베스트 셀러라고 다 훌륭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120주라고 하면 2년이 넘는 시간입니다. 그만큼 검증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억지 눈물을 짜내지도 않고, 비현실적인 영웅 의식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런 영화가 좋죠.

 2. 소재

 이 영화는 흔하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배경이 무려 아프가니스탄 입니다. 이국적인 사막의 풍경, 석류나무, 아프가니스탄의 전통적인 의상, 미국 문화와 융합되었지만 고유한 부분을 간직한 결혼식 장면, 장례식 장면...
 무엇보다 영화의 주요 소재인 연 날리기 장면은 정말 장관입니다.

3. 배우

 이 영화는 아역들의 이야기에 영화의 50% 가량이 할애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역 배우들 연기가 보통이 아닙니다. 특히 핫산 역의 아역은 천연덕스럽고 자연스러운 표정, 행동 연기를 보여 주는 데 기가 막힙니다. 덕분에 이 영화로 2007년에는 비평가들이 선택하는 최고의 아역 배우 상을 받았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Ahmad_Khan_Mahmidzada 참조) 놀라운 것은 이 아역들이 모두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캐스팅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비극적인 것은 영화의 일부 장면 때문에, 이 아이들은 종교적인 문제로 생명의 위협을 받아 현재는 아랍 에미리트 연합으로 이주한 상태라고 합니다. (파라마운트 사가 이주시켜주었다고 합니다.)
 아, 물론 성인 역할의 배우들도 호연을 보여줍니다.
 중요한 건, 이 동네(아프간) 사람들이 좀 선남선녀라는 사실입니다. 뻥을 좀 보태면,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 역을 맡은 배우는 조지 클루니도 울릴 것 같습니다.

4. 영상미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시장 풍경, 사원에서의 의식, 무엇보다 파란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연날리기 풍경...
서사를 중시하는 영화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인데, 이 영화는 이런 부분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영상 역시 매우 아름답습니다.

5. 묘사

 아미르가 용돈을 받아 핫산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갔는데, 하이라이트인 대사를 둘이 동시에 따라하는 장면, 둘이 이 영화를 같이 아주 많이 봤다는 것을 대사 한마디, 장면 하나로 표현해버립니다.
 핫산의 생일에 멋진 차를 몰고 온 바바의 차에 당연히 앞에 타려다가 핫산의 생일이라 양보하라는 말을 들은 아미르가 차 뒤에서 매우 서운한 표정을 짓고 있고 있다거나..
 이 영화는 긴 설명보다는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면으로 이런저런 설명들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영화가 지루하게 설명으로 늘어지지 않죠.

 이런 조건들이 훌륭한 영화는 다른 사람에게 보라고 권하거나, 같이 보러 가지고 권유하기 좋지요. :)











이하의 내용은 스포일러 포함입니다.







감상

 아미르는 아프가니스탄의 부유한 집 소년입니다. 아미르의 집에는 집안 하인인 알리가 있는데, 알리의 아들 핫산은 아미르 또래로, 둘은 매우 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아미르가 내성적이고 겁이 많은 성격인데 반해, 핫산은 용감한데다 아미르를 사랑하는지라 아미르대신 싸우다가 맞고 들어오기가 일쑤입니다.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는, 정의롭고 용감한 사람입니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총을 들이대도 굽히지 않는 사람입니다. 반면에 아미르는, 이런 아버지를 말리려고 하는 아이구요. 그렇기에 바바는 아미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조금은 실망하고 있습니다. 아미르를 위해서는 겁없이 싸울 수 있는 핫산을 아끼지요. 바바는 아미르와 핫산을 차별하지 않고 사랑하며, 아미르는 이런 핫산을 질투합니다.

 핫산에게 아미르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상이지만 - 널 위해서라면 천번이라도 그렇게 할게 - 아미르에게 핫산은 친한 친구인 동시에 아버지의 사랑을 공유해야하는 질투의 대상입니다. 피를 나눈 친형제라고 해도 부모님의 사랑을 공유하는 건 어린 나이에 힘든 일인데, 하인의 아들과 아버지의 사랑을 공유하는 건 어린 마음에는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일이겠죠.
아버지는 공평하게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받아들이는 아들에게는 큰 차별으로 다가옵니다.  '아버지는 날 사랑하지 않아'.
 더군다나, 아버지는 용감한 핫산은 칭찬하지만 아미르의 비겁함은 걱정합니다. 아미르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핫산을 배신하고 맙니다. 친구에 대한 배신인 한편, 아버지를 실망시키는 행동이죠. 핫산은 변함없이 아미르를 사랑하고 아끼지만, 아미르는 죄책감에 핫산을 멀리합니다.

 영화의 전반은 이렇게, 한 인간과 그를 둘러싼 인간과의 갈등을 보여줍니다. 아미르는 비겁하게도 갈등 속에서 도망치는 길을 택합니다.

 미국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아미르에게 바바의 친구였던 라힘 칸 아저씨의 연락으로 핫산과 그의 아내는 죽고 아들만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비밀도... 아미르가 비겁해서 핫산을 더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아버지로서 공정한 사랑을 베풀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아버지의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게 되었달까요? 그 애정과 신뢰 앞에서 더 이상 비겁하게 도망칠 수는 없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죠.

 소련이 침공한 뒤로, 아프간의 민심은 매우 흉흉해져 있습니다. 종교적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탈레반이 소련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뒤로, 아프간 사람들은 극도의 가난과 위험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영화는 아프간의 실상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며칠을 날 식량을 구하기 위해 의족을 파는 사람들, 부정한 여자에게 돌을 던져 사형하는 끔찍한 현실, 고아원에 넘치는 굶주리고 사지를 잃은 아이들.
 아미르가 찾아간 고아원의 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아이 하나를 데리고 가면 그만이지만, 여기 남은 수많은 아이들은 어쩌냐고.

 이 영화는 그런 아이들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미르는 그저 핫산의 아들 소랍만을 구해왔을 따름입니다. 아미르는 소랍에게, 자신이 아버지로 부터 받은 애정, 핫산에게 받은 애정, 그리고 그 자신이 마땅히 아들에게 나누어줄 애정을 주기로 결심합니다.

 이 영화를 비겁하게 도망쳤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자신의 잘못을 고치게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 인간이 순수한 애정에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라고. 아버지의 애정을 의심하고 질투하고 친구의 애정을 믿지 못하던, 애정에 굶주린 소년이 어른이 되어 순수한 애정을 베풀 수 있게 되는, 한 인간의 성장이야기 말이죠.
 왜 우리와 같이 이 현실과 싸우지 않냐는 말에 아미르는 대답하지 못합니다. 이야말로, 아미르가 소랍을 구하러 간 것이 용감하고 불의를 모르는 성품이 되어서라기보다는, 여전히 현실 타협적이고 겁많은 성격에 불과하지만 그런 것을 뛰어넘어 애정을 주고받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의 방식입니다.

 이 영화에서 연은 아름다운 하나의 소재이면서 동시에 상징적인 소재입니다. 연은 순수한 신뢰와 애정의 상징입니다.  연이 어디로 떨어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핫산만이 알고 있는 이유는 그런 것입니다. 바바는 핫산의 생일에 연을 선물하며, 연싸움에서 떨어진 연을 주워서 아미르에게 선물하는 것은 핫산이 아미르에게 순수한 애정을 주고 있다는 표현입니다. 아미르의 연을 지키기 위해서 상처입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순수한 사랑의 방식이기 때문이며, 매 해 소년들의 꿈으로 가득한 연이 하늘을 장식하던 아프간의 아름다운 연싸움이 전쟁으로 중단되는 것은 전쟁이 사람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저버리기 때문입니다.
 소랍은 끔찍한 경험으로 인해 순수하게 도와주는 아미르조차 믿지 못합니다. 아미르는 연 날리는 법을 모르는 소랍에게 핫산에게 배운 연 날리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연싸움에서 이겨서 상대의 연을 떨어뜨리고 나자, 떨어진 연을 소랍에게 주워다 주기 위해 달려가며 말하죠. '널 위해서라면 천번이라도 그렇게 할게.' 핫산에게서 받은 연을 이제는 소랍에게 돌려줄 때가 된 겁니다. :)
 언젠가 다시 아프가니스탄의 하늘이 연으로 가득할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아마 원 작가인 칼레드 호세이니도 그런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겠지요.


 곧 원작 소설도 구매하려고 합니다. 영화를 영화관에서 다시 한 번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강력 추천합니다.

 3월 3일에 보았는데 이제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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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2

from 문화생활/영화 2005. 6. 22. 02:09

1보다 카타르시스는 덜하지만, 극적으로는 잘 짜여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나쁜놈은 나쁜 인상이 약하고,

[공공의 적이라는데 그다지 1편의 이성재만큼 공공의 적 이미지는 아니었고..]

정준호가 일단 역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다.

그사람 너무 착하게 생겼어;ㅅ;

게다가 코미디에서는 굉장히 재밌는 사람인데.... 뭐랄까 쓸데없이 진지한 악역으로는 영 아니었다.

게다가 1편에서는 원래 사고방식이 좀 비뚤어져 있긴 하지만 원래 나쁜 놈은 아니다가,

나쁜 놈이 되는 계기가 있는데 - 돈문제 -

2편은 그런 것 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냥 원래 나쁜 놈으로 태어나서 나쁜 놈이라는 식의 강요랄까.

중간중간 격투-ㅅ-폭력씬은 제법 공을 들인 태가 났지만...

중학생과 고등학생 패싸움 장면에 공들여봤자..라는 기분.

여러가지 재밌는 장치가 더러 있었는데,

검찰청의 인물 설정은 좀 재미있었다.

장인어른이 돈이 많아서 늘 밥을 사는 조검사라던가,

강철중 검사를 좋아해서 말투와 행동이 완전 똑같은 강석진 수사관이라던가 [강씨맞나]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역시 강철중씨의 상관인 김신일씨라던가....

제대로 꼴통 트리오였는데-_-...

아쉽게 강석진 수사관이 죽고... [설마 그 매력적이고 귀여운 인물을 죽일 줄이야!]

숨겨졌던 또하나의 꼴통! 지검장 등장! 이리하여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 [으응?]

또 하나 맘에 안 들었던 것은

강철중이 처음부터 한상우를 맘에 안 들어 한다는 점이다.

맘에 안 들어서 검사가 되었고,

맘에 안 들어서 수사를 열심히 하고.

개인적인 원한관계가 공공의적을 응징하는 검사의 이미지를 약화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끼던 수사관의 죽음이 결국 기폭제가 된다는 점도.

1편에서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보복성으로 죽이는 이성재의 비인간적인 행동에 강철중 경사는 분노하지만,

2편에서는, 아끼던 사람이 죽었으니 복수를 한다는 그런 인상을 주고 말았다.

뭐 그랬다.

확실히 1편이 정말 수작이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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