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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시스템 도입.

from 일상/일기 2011. 10. 15. 21:46

 최근 우리는 집 문제로 인해 심한 금전적 압박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하여 용돈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간 월급은 모두 내가 관리하며 나나 남편님이나 별도의 용돈 개념이 없었다. 뭔가 절약은 해야한다 싶으니까 취미생활로 지출은 못 하고 막상 외식비로 돈이 줄줄 새는 형편. 뭔가 돈을 제대로 쓴 곳은 없는 것 같은데 가계에는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이었다.

 이런 저런 재테크 팁을 보며 가계부를 써보아도 지출 패턴은 뻔하고 딱히 지출을 억제할만한 동기부여가 안 되는지라 한두 달 쓰고 두세 달 쉬기 일쑤였다. (써 봐야 피드백이 없어서 쓰는 재미가 없었다.)

 무슨 4개의 통장 이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그런 식으로 통장 구조를 개편해서 이득볼만한 부분이 보이지 않아서 (딱히 물리적으로 계좌를 분리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고) 별로 내키질 않았다.





 그러다 근래에 문득 화장품이 사고 싶어져서 남편님에게 제안을 한 것이 1주일 5만원의 용돈 시스템. 계좌 분리하고 거기서 결제되도록 하기엔 K 카드 포인트리의 위엄이 컸기 때문에 딱히 계좌를 분리하지는 않고 그냥 사용하면 사용했다고 적어두기로 했다. 말하자면 용돈이라는 사이버머니(?) 계좌를 만든 셈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그냥 화장품과 옷따위를 무제한으로 사들일까봐 마련한 나 자신을 위한 억제책이었는데 남편님이 의외로 이 용돈 시스템에 흥미를 보였다. 그간 갖고 싶은 게 있어도 마음껏 사지 못했던 남편님은 - 남편님은 연애 초창기에 이미 통장을 모두 나에게 넘긴 상태였다... - 얼마든지 원하는 용도로 써도 된다는 말에 꽤나 혹한 것 같았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1주일에 5만원씩, 남으면 이월되고 용도는 자유지만 경조사비 및 화장품,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식비와 장난감이 들어가는 범주였다. (말하자면 맘대로 써도 되지만 어떤 돈은 용돈에서 나가기 때문에 다 써버리면 곤란한...)

 그러나 시행 첫 주에 아버님 생신 + 남편님 친구 결혼이 겹쳐서 남편님이 크게 좌절하고 의욕을 잃어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남편님이 용돈을 모으는 재미를 느끼도록 새로운 정책을 제안해보았다.

가벼운 운동(윗몸일으키기 20개(공통) + 팔굽혀펴기 20개(남편님)) 하면 하루에 100원 * 2^(n-1) 씩 별도의 인센티브 지급!!! (n은 연속으로 운동을 한 날의 수, 단 매일 각각 1개씩 횟수 증가, 리셋시 다시 20개에서 시작. )

 제안하자마자 남편님은 너무 과도하게 용돈이 지급될 것을 걱정했다.ㅋㅋㅋㅋ 그래서 최대 n은 8로 정했다. 8에 도달하면 용돈이 더 늘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그리고 운동을 하루 빼 먹으면 n=1으로 리셋.
 
 의외로 시작은 고작 백 원에 불과한데 심리적으로 이 제도가 주는 매력도가 높은지 남편님과 나는 요새 1주일에 3일정도는 꼬박꼬박 운동을 하고 있다. 문제는 야근의 연속으로 천 원 이상 받지 못하고 리셋된다는 점이지만...ㅋㅋㅋ






 아무튼 그러한 장난스러운 요소가 있는 점이 상당히 용돈 제도의 유통기한을 늘려주었다. 사람 심리라는 게, 12800원을 받을 정도로 운동을 계속 이어서 하기가 실질적으로는 매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운동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ㅋㅋㅋ 128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 만으로도 운동을 빼먹으면 아쉬워진다.
 꼬박꼬박 기본급만 준다면 금방 관성적으로 익숙해 질 수 있는데 인센티브 제도가 들어있다보니 기본급이 사실 메인이고 인센티브는 얼마 되지 않는데도 인센티브만큼의 용돈을 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지출에 신중해지게 되고 말이다.?ㅋㅋㅋㅋㅋ





  그간 수많은 재테크에 관한 자료들을 읽으면서 딱히 적용할 만큼 메리트가 있는 시스템을 본 적은 없었는데 의외로 이번에 도입한 용돈 시스템은 획기적으로 지출을 억제하고 꾸준히 운동까지 하게 해주는데다가 외식 대신 가정식을 먹는 일석 3조의 효과가 있었다. 너무 쓸만한지라 이 제도는 당분간 (내가 지겨움을 느끼지 않는 한) 지속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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