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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 브라더스(2010) 2010.04.29

한국 포스터 보다 이게 더 마음에 드네요.




 이 영화는 2004년 제작된 동명의 덴마크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원작을 보지 못해 어떤 작품인지 알 수는 없지만 위키로 확인해 보니 거의 유사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더군요.

 이 영화는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전쟁이 가져오는 인간성의 파괴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형제라는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이 영화는 전쟁 영화보다는 심리극에 가깝습니다. 갈등이 유발되고, 인물들이 대치하고 그 가운데서 느끼는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죠. 전쟁은 중요한 소재이고 주제지만 전쟁 장면 자체는 거의 나오지도 않고 형제간에 일어나는 삼각관계, 형제간 입장의 역전 등이 중요한 관전포인트(?)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단순히 전쟁영화라고 한다면 토비 맥과이어의 물오른 연기가 너무 아쉽게 느껴질 것 같네요.

 형제란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애정을 갖게 되는 사이지만 동시에 항상 경쟁심을 느끼게 되는 상대입니다. 어찌보면 인간에게 가장 궁극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모님 -혹은 가족 - 의 애정과 인정을 놓고 경쟁해야한다는 점에서 항상 위험한 갈등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죠. 성경의 가인과 아벨만 봐도, 몇 세기가 지나든 형제관계란 다 그렇고 그런 것 같아요...









이하의 내용은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스포일러를 피하시려면 파란 박스를 건너뛰어 주세요. (근데 트레일러에 다 나오든데...-_-a)





 영화는 시작부분부터, 두 형제의 입장을 극명히 대조합니다. 누구보다 인정받는 해병대 대위인 형 샘과, 범죄자인 동생 토미의 입장이죠.

 샘은 대학교때부터 미식축구 선수였고 (미국 영화를 보면 학창때 인기가 있었다는 설명을 꼭 미식축구선수였고 치어리더와 연애한 경험이 있는 걸로 표현하더라구요. -_-ㅋ) 현재도 현역해병으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있는 훌륭한 아들입니다. 그리고 한 가족의 가장이기도 하죠.

 반면 토미는 교도소를 출소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해, 저녁 식탁에서 아버지와 시비를 일으키고, 술만 마시는 등 비뚤어진 탕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사건건 형과 비교하며 토미를 괴롭게 만드는 것은 퇴역군인인 아버지입니다. 토미 역시 형처럼 훌륭한 해병이 되길 바랬지만, 토미는 엇나가 버린 것이죠. 아버지의 불공평한 애정이 아들을 불량아로 만들어, 토미를 범죄자로 만들었을 거라는 은근한 암시가 보입니다.

 아버지의 불공평한 애정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형제는 신뢰하고 애정이 있는 관계입니다. 그렇지만 형 샘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에게 토미는 이방인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출소 후에도 술이나 마시고 사고를 치기에, 싫은 존재죠.



 이 모든 상황을 뒤집게 되는 시발점은, 샘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헬기의 추락으로 가족들에겐 부고가 전해지게 되지만, 실제로 샘은 죽은 것이 아니라 아프간 인(아마도 탈레반?)들에게 포로로 잡혀있게 됩니다. 영화는 샘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동시에 극심한 고통에 빠져있는 샘을 보여줍니다.

 토미는 샘의 죽음으로 인해 비어버린 가족 사이에서, 처음으로 자기 자리를 찾게 됩니다. 아버지와는, 사랑하는 아들 샘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차라리 내가 대신 죽었어야 해'라고 말하는 토미를 보며 처음으로 미안한 감정을 느끼게 되어, 나름의 화해를 하게 됩니다.

 샘의 아이들은 처음엔 토미를 싫어했지만 곧 다정하게 놀아주는 삼촌을 따르고 적응을 하게 됩니다. 특히 예쁘고 애교도 많은 동생 매기에게 치여서 항상 뒷전인 큰딸 이자벨의 경우엔 어쩐지 공감해 주는 토미를 특히나 더 따르게 됩니다.

 그리고... 샘의 아내 그레이스는 토미에게 미묘한 감정의 흔들림을 느낍니다. 그들은 어느 순간 키스를 하게 되지만, 곧 없었던 일로 하기로 합니다.

 

 한편 샘은 아프간에서 아프간 군인들에게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감금을 당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괴로운 건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인들은 돌아가야한다고 미군의 입으로 말하게 하려는 거죠. 말하지 않으면 고문을 하지만 말 하면 죽입니다. 샘은 같이 잡혀온 조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고 그래야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샘은 끝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마 후 미군이 아프간 군인들을 습격하고 샘은 곧 구출되어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샘이 돌아온 뒤의 두 사람을 보면 어쩐지 영화의 시작과는 정반대로 갈려버린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족들에게 완벽하게 받아들여진 행복한 모습의 토미에 비해 샘은 완전히 이방인이 되어버리죠.

  샘은 집에 돌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끔찍한 기억으로 트라우마를 겪게 되고, 토미와 그레이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을 발견한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이해한다고 해도 샘이 의심하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단지 키스뿐이라고 대답하는 것이 오히려 샘을 더 불안하게 합니다. 차라리 뭐가 있었다고 하면 그럼 그렇지 하고 화라도 낼텐데, 눈에 빤히 연애기류가 흐르는 것이 보이는데 아니라니... 그리하여 샘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불안정해집니다.  장기간 집을 떠나 있었던 데다가 어쩐지 무섭게 변해버린 아버지를 딸들은 피하게 됩니다.

 매기의 생일날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하는 자리는 마치 토미가 처음 돌아왔던 그 날과도 같습니다. 무거운 분위기, 서로 눈치를 보는 가족들. 지루한 화제. 자기의 생일엔 아무 것도 받지 못했던 이자벨은 서운한 감정을 알아주지 않는 아버지에게 폭발하여 아버지를 상처입힐 거짓말을 해버립니다.

 매기와 이자벨은 마치 샘과 토미의 재연과도 같습니다. 평상시엔 다정한 자매였고 아마도 이후에도 그들은 다정한 자매일 것입니다. 하지만 갈등에 놓이면 오랜 시간 형제이기 때문에 드러낼 수 없어 쌓여 있었던 질투와 외로움, 고통이 극도로 터져나온다고나 할까요.




  매기의 거짓말로 인해 상처받은 샘은 결국 폭발해버립니다. 정말 이 장면은 눈물이 나더군요. 말할 수 없는 비밀과, 믿을 수 없는 가족과, 외로움, 고통...
 자살을 하려던 샘의 손을 멈춘건 토비가 말하는 우린 형제잖아..라는... 영화의 처음 샘이 말했던 바로 그 대사입니다. 샘이 토비를 돌아보며 눈물 젖은 눈으로 말한 '질식할 것 같아..(I'm drowning)'라는 대사는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저까지도 정말 숨이 막히는 듯한 고통을 느낄 정도였어요.
 총기 소동을 일으켰기 때문에 경찰은 샘을 연행하여 데려가고, 집에 남은 그레이스는 샘의 부고를 들었을 때 해병대에서 전해준 샘의 편지를 뜯어봅니다.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나는 죽은 거겠지...로 시작하는 편지 말이지요. 샘의 부고를 들었을 때는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열어보지 못했지만... 깨달은거죠. 더 이상 그들이 사랑하던 샘은 없다는 것.



 
 어떻게 보면 가족의 애정으로 삶을 되찾는 휴먼드라마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만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제는 전쟁이 얼마나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영화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샘을 서글프게 표현합니다.  그리하여 무섭고 슬프고 그리고 21세기인 지금 우리의 곁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가 완결되는 거지요.






 이 영화는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합니다. (수상결과는 6월에 알게 된다고 함) 주제가는 솔직히 별로 모르겠고(...)

 샘을 연기한 토비 맥과이어의 연기는 정말 신들린 것 같습니다. 샘이 겪는 고통이 정말 손에 잡힐듯이 느껴집니다. 정말 이렇게밖에 설명 못하는 제 표현력이 갑갑할 정도로... 초연하게 토미와 그레이스를 바라볼 때의 모습이라던가, 그리고 조의 아이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서늘한 표정에서 샘이라는 인물의 감정이 정말 절절하게 느껴지더군요. 트라우마 환자의 연기는 정말 무섭더군요. 체중 조절도 많이 한 것 같았어요. 영화 초반에는 보동보동한 얼굴에, 근육이 크게 잡혀서 정말 몸이 좋은 해병이라 해도 믿을 모습이었는데, 집에 돌아온 이후에는 퀭한 얼굴에 수척한 모습이 정말 몇달간 고생한 사람의 모습이더라구요.

 나머지 배우들도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아역들이나, 특히 이자벨이 소리칠 때의 그 제이크 질렌할(토미 역)의 눈빛도 좋고... 나탈리 포트만(그레이스 역) 정말 예쁘게 나오더군요. 그렇지만 이 모든 게 다 토비 맥과이어의 신들린 연기에 파묻히고 말았습니다. 어리버리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우리의 생계형 영웅 스파이더맨은 어디가고 앙상하고 초췌한 모습에 서늘한 눈빛이...

 사실 영화는 스토리가 아주 훌륭하다거나 완성도가 높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휴먼드라마의 소재를 가지고 전쟁 영화의 결말을 따라가다보니 좀 어정쩡해 진 것도 있습니다. 특히 제목은 형제인데... 전쟁 영화적 결말로 흐르고... 더더군다나 형제라서 그래서 뭐? 랄까요.

 게다가 좀더 긴장감을 유지할 수도 있었는데... 영화 포스터에서는 샘에게 있었던 일이 뭔가 대단한 비밀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데, 실제로 샘이 겪은 일이 무엇인가는 영화 중반에 다 보여줘버리기 때문에... 좀 그래요. 샘이 겪은 일을 가족과 관객이 동시에 알게 되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수도 있겠죠. 그러면 무엇이 이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 가 하는 느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보듬으려고 애쓰는 가족의 노력이 조금 더 부각되었을 것 같아요. 물론 뭐가 이렇게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을까 싶은 궁금증이 너무 증폭되어 영화의 내용이 좀 묻히는 부작용이 있었을 수도 있겠죠.



 영화는 어떤 결론과 서사보다는 보여주기에 많이 치중을 하고 있기에.. 결론은 본 사람 마음일 것 같아 제 멋대로 내려봅니다. ㅎㅎ

 다정한 형제간에도 사실 말 못할 질투심은 있는 법이고..그리고 인간을 극단적으로 몰아붙이면 그런 갈등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전쟁이란 형제의 갈등을 표면으로 끌어올리는 극단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 영화 초반의 다정했던 가족 속의 샘이 어느 새 가족 밖으로 밀려나 이방인화 되는 것이 바로 전쟁의 고통이 아닐까 싶네요. 또한... 영화 후반에 잠시 나오는 말이지만 샘과 토미의 아버지가 베트남에 다녀와서 너희들에게 심하게 대한 것 아닌가 싶다고 할 때.. 토미의 겉돌던 시절 역시 전쟁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물론 이자벨의 고통도..)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감동적이라기 보다는 그냥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해피엔딩을 좋아하지만 또 참 이렇게 현실이기 때문에 해결 되지 않을것 같은 막막한 내용이 기억에는 오래 남더라구요.

덧. 나탈리 포트만 정말 예쁘게 나오더군요. +_+.. 그리고 나탈리 포트만이나 토비 맥과이어나 도저히 그 또래의 애들이 있을 것 같은 얼굴들이 아닌데...!

덧2. 레뷰 시사회에 당첨되어서 다녀왔습니다. 흐흣.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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