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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퀸(the queen)

from 문화생활/영화 2009. 10. 22. 08:53

 무려, 지금, 살아있는 영국의 여왕 - 혹은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망 사건 - 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근대사는 잘 모르기도 하고 흥미가 없기도 하고 더더군다나 외국의 일이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로 보게 되었다. 덕분에 영화를 보다말고 멈춰놓고 위키피디아를 뒤져보기도 했다.

 이 영화의 장르가 무엇으로 분류되어 있는 지 모르겠으나, 일반적인 장르의 영화가 아니라서 과연 무엇이 영화의 중심 이야기인지, 어떤 방식의 결말이 내려질지 도무지 종잡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영화의 2/3이 흘러간 시점까지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궁금했다.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블레어 총리의 입에서 나온다.

 우리는 영국이 입헌 군주제 국가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입헌 군주제는, 군주가 있으나 헌법에 입각한 정치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군주가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상징적인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와 같이 외교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는 근대사 50년간 여왕이었던 엘리자베스 2세 - 더 퀸의 주인공 - 가 만들어온 이미지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근현대사 50년여년간 첫 대통령이 나왔고, 민주화 투쟁을 겪었으며,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는 지금 이 어찌보면 긴긴 세월 동안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의 여왕으로 있었고 왕실을 지켰다.

 여왕은 왕실의 전통과 품위를 지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언제고 자신이 '국민의' 여왕이라는 사실을 잊지는 않는다. 자신의 원칙, 그리고 역사적 전통 앞에 국민이 있다는 그 사실.
 
 나는 영국의 왕실이라는 것이 문화적 재산이라고만 생각했지 다르게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 왕실의 살림살이는 어찌보면 영국 국민들에게는 상당한 경제적 부담감일 것이다. 모든 사람이 영국 왕실의 존재를 당연히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입헌 군주제가 와해되고 공화제 국가를 만들자는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 왕실이 폐지되고 사라지고 급변하는 현대 사회 내내 여왕으로 존재해 온 여왕의 품위와 존재감이 무척 아름답게 그려지는 영화였다.

 덕분에 (다른 나라지만) 간만에 현대사 공부를 좀 했다. 그리고 반만년 역사라는 자랑 앞에 소홀하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교육에 대해 좀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실상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우리의 문화적 재산에 불과할 뿐 정말 중요한 건 근대사 현대사에 있는데 2월 봄방학 시즌에 현대사를 배우는 현실이 위태롭기만 하다. 아마도 아직, '대한민국'의 역사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더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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