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한 일기는 체력이 허락할 때 쓰기로. 일단 여행 하고 난 간략한 소감을 남겨볼까 한다.



먼저 잘못한 것...


1. 공부 너무 안 하고 간 것..ㅋ 


그 나라 돈 단위가 뭔지 몰라서 초반에 잔 돈 하나도 못 쓰고 들고 다녔다... 돈 단위는 페소인데, 화폐에는 PISO라고 적혀 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소숫점 두 자리까지 사용하고. 밑에 두 자리는 그냥 센트라고 하더라. ㅠ_ㅠ


게다가 10피소짜리 지폐도 있고 동전도 있음. 혼란의 도가니. 


2. 옷 너무 적게 가져 간 것..


그리스 때 생각하고 그 정도 가져 갔는데, 공기가 가볍고 햇볕이 뜨거웠던 그리스와 달리, 바람은 강하고 시원했지만 무더운 날씨였다... 한나절 입으면 거의 옷을 갈아입게 되어서 생각보다 옷이 부족하단 느낌이 들었다.


 원피스가 가진 게 한 벌 있어서 한 벌 더 사갔는데, 거기 있는 동안 그냥 내내 원피스나 입고 지내는 게 시원하고 편할 뻔 했다. 반팔과 반바지는 덥고 들러붙으니 불편해서 거의 안 입게 되었다.


 그리고 수영복.. 내가 물놀이 해 봤자지라고 생각했는데 바닷가에서 엄청 잘 놀았다. 그리고 거의 물에서만 놀 수 있는 차림새로 준비해 갔는데, 수영복 위에 덧입는 원피스 입은 분들이 많았다. 나도 고런 걸 준비해 갔으면 화이트 비치에서도 물에 들어가 봤을텐데... 내 수영복 및 기타..를 입고는 샹그릴라에서 디몰까지 가기가 조금 민망스러웠다.

 담에 간다면 두 벌 정도는 준비하고, 겉에 비치 원피스가 세트인 걸로 구입을 .....+_+


3. 신발 제대로 안 챙겨 간 것, 게다가 그나마 가져간 것도 잘 안 신은 것.


 나는 조리, 아쿠아슈즈, 그리고 평소 신는 샌들을 가져 갔다. 아쿠아슈즈는 신혼여행때 남편 발다친거 생각하고 샀는데 사실... 뭐 나쁜 건 아닌데...

 사실상 조리가 제일 유용했다. 원피스 입고 밥먹으러도 가고, 방안에서 돌아도 다니고... 사실 물가도 그냥 조리 신고 갔으면 됐을 듯. 디몰에도 샌들 신고 갔는데 발만 아프고...



4. 밥 때 계산 잘못한 것.


출발 전날 자정 넘어서 2시간 자고 공항에 갔는데, 밥 먹을 걸 아주 생각을 안 해버려서 곤욕을 치렀다. 세부 퍼시픽 탔는데 세부 퍼시픽 이놈들... 자는 사람 깨워서 돈 받고 음식 판다... 그냥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자는 사람은 깨우는가. ㅜ_ㅜ 공항에서는 성남에서 출발하는 첫 리무진 타고 갔는데도 시간 빠듯해서 아무 것도 못 먹고, 기내식은 넘 바가지라 안 먹고, 필리핀에 내려서 뭐 먹을 시간 없어서 또 못 먹고....


 결국 점심에 샹그릴라 안에 있는 빈타나에 갔는데... 엄청 맛이 없었다. =.=;;;; 반찬도 없고 주 요리 1가지와 맨밥 이렇게 주는데 입에도 안 맞고 몸도 힘들고 비싸고 해서 대 실망. 빈타나가 조식당인데, 조식은 부페이고 굉장히 잘 나온다. 그런데 중식은 정말 아녔다. ㅠ_ㅠ 같은 돈 주고 먹을 거라면 그냥 메인 로비에서 간식을 먹는 게 나았을 듯. 후회 막심~



5. 일몰 시간 계산 못 한 것.


 굳이 다시 골라서 보라고 한다면, 솔라나에서 한 번 보고, 바닷가에서 한 번 보고... 또 한 번은 세일링 보트를 타면 좋을까????


 들어간 날이 날씨가 엄청 좋았는데 너무 힘들어서 퍼질러 자다가 놓침. ㅠ_ㅠ 그 다음 날은 디몰에서 오다보니 해지고 있었음. ㅠㅠ

 셋째날은 각 잡고 솔라나에 5시 반에 칼같이 가서 카바나에 자리를 잡긴 했는데, 건기 끝자락이라 그랬는지 날씨가 쏘쏘 했다. 오는 날도 흐렸고.


 날씨 안 좋은 날 찍은 사진이 그렇게 멋있는데... 좋을때 보면 어땠을까. ㅜ_ㅜ 아쉬운 부분이다.

 놀라운 게, 해가 우리나라의 여름에 비해 늦게 뜨고 빨리 진다. (우리가 간 기간에는 5시에 일몰분위기가 시작해서 6시면 하늘이 새빨갛게 물들고, 7시면 완전 깜깜해졌다.) 일몰시간을 잘 조사하고 갔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타이밍을 못 맞췄다. ㅠ_ㅠ



6. 디몰에 물에 들어가면 안 되는 복장으로 간 것. / 주말에 간 것.


 토요일에 갔는데 디몰 첫 느낌은 '아 해운대!'... 지나가던 행인도 그러더라! '해운대네'... 한국 연휴라 한국인들 무쟈게 많고 물반 사람반인 느낌. 아름다운 빛깔이 도대체 어디냐. ㅠ_ㅠ


 그 날 너무 사람 많아서 정말 힘들고 재미도 없었고 샹그릴라 프라이빗 비치가 훨 낫네 뭐.. 라며 별 거 안 사고 그냥 왔다. 


 월요일(마지막날) 시간 남아서 기념품 살까 하고 디몰에 갔는데 월요일은 휴일도 아니고 평일이라 그랬는지 그제서야 제대로 화이트 비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토요일 생각하고 그냥 집에 갈 복장으로 (물에 들어가면 안될 복장) 있었는데 너무 아까웠다. ㅎㅎ 하지만 기념품은 많이 샀음. 그리고 매우 덥고 땀에 쩔었다. 으흑



7. 막바로 회사로 출근 한 것 


 남들이 다 한다는 3박 5일 빠듯한 휴가를 꼭 해 보고 싶어서 바로 출근하는 일정으로 짜 봤는데 대 실패. 피곤한 건 둘째치고 엄청 씻고 싶었다. ㅠㅠ...



8. 레이트 체크아웃 하지 않은 것.


 그냥 조금 더 있을 걸.  그랬으면 씻고 여유있게 나왔을 텐데. 일찍 체크아웃하고 로비에서 한가롭게 있었던 것도 좋았다. 좋았지만 배터리가 간당했고 씻지 못해서 찝찝했다. 흑.



9. 환전 실수.


공항이 제일 쌌다! 디몰보다도 쌌다! 


공항에서 40.60, 디몰에서 제일 잘 쳐준 날 40.60. 그날 공항 돌아와서 보니 공항에서는 40.70....


공항에서 달랑 100불 환전해서 들고 샹그릴라 갔는데, 샹그릴라는 다른 환전할 곳이 없는 상태에서, 수수료가 매우 비쌌다. 우리의 오산 중에 하나는 샹그릴라 내에 있는 식당이 음식이 제법 비쌌다는 것. 한국에서 조금 비싼 식당 정도 가격이고, 매우 고급 식당도 있는데 첫 날 밥 먹는데 100불이 모자랐다. 


 다음 날 돈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서 디몰에 와서 왕창 환전을 했는데, 막상 그건 엄청 남았다. ㅋ


 아침은 조식이라 무료고, 점심은 아침 푸짐하게 먹고 그냥 거르고(...일부러 거른 건 아니고 배가 고프질 않았다.) 저녁만 잘 먹고... 이랬더니 돈이 남아서 인천공항 외환은행에 다시 바가지 쓰며 반납... ㅠ_ㅠ


 오전에 바닷가에서 놀고 나면 바로 옆에 식당이 있는데 식욕이 나질 않으니 전혀 먹게 되질 않더라는 거. 



10. 치 스파 너무 늦게 간 거...


 치 스파를 첫 날의 피로를 푸는데 썼어야 하는데... 할 땐 아 역시 맛사지는 한국이 짱 이라고 시시하다 생각했는데 다음 날 컨디션이 정말 대박 좋았다. 입맛돌고 피로감 안 들고... 아아아...ㅠ_ㅠ



11. 책 안 가져 간 거..


아이폰이면 되지 했는데 ㅋㅋㅋㅋ 넘 햇볕 뜨겁고 화면 잘 안 보이고 해서 책은 못 봤다. 젠장!... 가져갔으면 다 읽고 모자랐을 텐데 왠지 아쉬움.



12. 수건 ...


짐만 됐다. 해변가엔 비치타올 무제한 주고 욕실은 진짜 내가 지금까지 본 호텔 욕실 중에서 거의 최고. =_= 타올 챙겨 갔는데 대 후회.



잘한 것..


1. 아~무 예약 잡지 않고 간 것.


샹그릴라는 샹그릴라고 보라카이는 보라카이다... 같은 섬에 있지만 사실 보라카이 관광 생각하고 가면 너무 아까운 거다. 짧은 기간 샹그릴라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아마 이런 저런거 예약하고 갔으면 죽도 밥도 아니었을 듯 하다. 게다가 토요일의 화이트비치는 정말 물반 사람반이었는데 거기서 뭘 하려고 예약을 해 놓은 상태였다면 정말 피곤했을 듯. ㅠㅠ 


 재미있는 게, 샹그릴라 프라이빗 비치에서 놀고 있는데, 어떤 한국인 일행이 와서 물에 한 번 들어갔다 나와서 다같이 점프하는 사진 찍더니 가 버렸다! 가 버렸어!.... 도대체 그들의 그 다음 일정은 뭐였을까? 외국인들은 태닝하는 사람도 많고 대체로 한나절 이상 놀다가 가던데, 한국인들은 대부분 조금 놀다가 가버리곤 하더라는 거.


 우리도 한가롭게 오래 놀고 싶었지만 많이 놀진 못했다. 하루 종일 바다에서만 놀기는 왠지 마음이 초조해서....ㅋㅋㅋ



2. 그나마 수영복 한 벌이라도 챙겨 간 것.


바다만 보면 뛰어들고 싶어지던... 정말정말 좋았다. 사진기가 오히려 색감을 표현 못 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에메랄드 색깔 물에, 차갑지 않고 따뜻하고 물에 들어갔다 나와서 그늘 아래 있어도 춥긴 커녕 시원한 날씨 덕분에... 바닷가에 있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둘째날 아침에 바다 갔다와서 셋째날은 망설임없이 수영복을 입고 있을 정도로.



3. 화이트 비치 안 가고 프라이빗 비치에서 놀은 것.


 정말 한적하고 여유롭고 너무 좋았던 듯. 특히 바로 뒤에 있는 수영장 최고최고. 아무래도 짠물이라 좀 피부가 따끔거렸는데 풀이 있어서 좋았다. 



4. 방수팩 챙겨 간 것.


남편이 방수팩을 사야한다고 해서 샀는데 바닷가에서 사진도 찍고 캔디크러시도 하고(..) 좋았다. 어찌나 한가롭고 좋던지...



5. 점심 안 먹은 것.


아침이 워낙 빵빵하다보니 느긋하게 브런치로 먹고 놀았다. 아침먹고 나와서 해변에서 망고 쉐이크 시켜 먹으니 딱 적당. 다음날 아침 먹어야 하니까, 저녁을 여섯시쯤 먹곤 했는데 그것도 엄청 좋았다.



6. 시레나의 저녁식사.


시레나 좋다고 해서 가서 시푸드 플래터 먹었는데 너무너무 맘에 들었다. 그래서 두 번 갔다...ㅋㅋㅋ 분위기도 좋고 해질녁에 너무 예쁜데 음식이 정말 맛있는 거다! 감자튀김 찍어먹으라며 마요네즈 주는데 그게 또 컬쳐쇼크...ㅋㅋ 케찹 따위엔 찍어먹을 수 없을 것 같아지는 맛이었다.



7. 픽업&샌딩 서비스.


비싸서 망설였는데 안 했으면 무쟈게 헤맬 뻔 했다. ㅎㅎㅎ 가는 길은 제법 불편했는데, 오는 길은 어떤 패키지 일행 사이에 살짝 묻어서 왔는데 차가 너무 좋더라. 덕분에 오는 길에 자면서 와서 체력을 좀 벌었다. 



8. 마지막 날의 여유.


한없이 여유롭게 시간 보내보고 싶었는데 사실 왠지 잘 되지 않았다. 마지막 날 체크아웃 하고 나니 할 일이 없어서 디몰에 갔는데 이게 너무 덥고 피곤한 거다. 그래서 대충 쇼핑만 하고 식욕도 없어서 밥도 먹지 않고 후딱 돌아왔는데 메인 로비가 바람 시원하고 너무 평화로웠다. 그래서 칵테일 시켜서 한없이 하늘하고 바다 구경하면서 사진 찍고 놀았는데 진짜 최고의 시간. ㅋ 일찍 체크아웃해버려서 슬펐지만 일찍 체크아웃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시간 가지지 못했겠지. ㅎㅎㅎ



9. 로비에서 챙겨온 저녁 도시락.


가는 날 쫄쫄 굶던 생각 하면서 클럽 샌드위치 시키면서 포장해달라고 했다. 제법 비쌌는데 일단 필리핀 전통 쇼핑백에 싸주는데 감동하고 먹을려고 꺼내보고 두 번 감동 ...ㅋ


까띠끌란 항구에도 공항에도 변변히 먹을 게 없던데 그 샌드위치는 정말 요긴했다. 샹그릴라 까띠끌란 선착장 라운지에서 먹었는데, 라운지에는 사람들이 도착하면 꼭 쥬스를 한 잔 준다. 음료 안 싸왔는데 마치 노린 것처럼 ㅋㅋ 잘 먹고 마셨다. 약간 민망하긴 했는데, 다른 여행객들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10. 솔라나의 일몰.


 발코니에서 볼까, 솔라나에 갈까, 비치로 갈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시푸드 플래터(...) 아마도 다시는 먹기 힘들테니 한 번 더 먹어놓자는 각오로 갔는데 정말 잘 갔다. ㅎㅎ 너무 일찍가면 어쩌나, 사람들 줄 서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우리가 월요일에 나오는 일정이라 그런지 사람 별로 없어서 비교적 좋은 자리에서 잘 먹고 마시고 나왔다.




11. 샹그릴라!!!!


 풀빌라 가고 싶었는데 너무 짧은 일정이라 적당히 좋다는 샹그릴라 갔는데 아 풀빌라 그렇게 아쉽지 않았다. 샹그릴라는 진짜 여자들의 로망같은 리조트였다. 외부 전경이나 조경이 너무 예쁘고, 프라이빗 비치에 일부러 갖다놓은 노란 파라솔....


 방마다 딸려있는 우아하고 한가로운 발코니. 그리고 욕실... 진짜 욕실보고 너무 이뻐서 눈이 휘둥그레짐. ㅋㅋ 


 좀 좋다는 호텔 가봐도 다 그냥 시시하다 느꼈는데 아... 진짜 잡지에 나오는 거 같은 호텔이 세상에 존재하긴 했다... 그런 거였다. ㅋㅋ


 특히 매일 웃으며 인사해주는 직원들... 불편하지 않게 배려해주는 서비스가 정말 좋았다. 






 담에 또 휴양지로 놀러가고 싶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잘 태우고 와보니 몸이 왠지 엄청 건강해진 느낌. 이번 여름 왠지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으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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