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해당되는 글 1건

  1. (책)마음 vs 뇌 - 나는 무엇으로 정의되는가? 1 2009.10.29

마음 vs 뇌 - 10점
장현갑 지음/불광


 이 책은 요새 매진하고 있는 yes24 별사탕을 모으느라 엄청 클릭질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책 제목 자체는 좀 그렇긴 한데 일단 '뇌'도 들어가 있고 하니 재미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해서 그닥 진지하게 생각지 않고 wishlist에 넣어두었더랬다. 더불어 분류가 대중과학쪽으로 되어 있어서 그 쪽의 책이라면 재밌겠거니라고 생각도 했다.

 일단 예상을 초월하는 책이었다. 뇌 과학 책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쓰신 분은 서울대학교 전 심리학과 교수이신 장현갑 교수님이다. 뇌 과학 내용이 비중이 적거나 없는 것도 아니다. 심리학 교양서라고도 할 수있고, 대중의학서라고도 할 수있다. 가설의 발전과 그에 따르는 임상 실례등이 정말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따라가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솔직히 편안한 교양서 느낌으로 이 정도 글을 쓰실 수 있다는 점이 존경스러울 정도.

 사실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뇌에 대해서는 잘 밝혀져 있지 않다, 라고 서술된 책이 많았다. 실제로 지금도 뭐 많이 밝혀져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MRI라던가 하는 뇌 과학 관련 연구 방법이 진보하고 있는 중이니 언젠가는 뇌의 신비가 밝혀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결과로 우리가 느낄 것은 아마 기대와는 다른 충격일 것이다. 우리는 보통 컴퓨터를 인간의 뇌에 비유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이 마치 컴퓨터가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의 이해 내지 견해라고 생각하고,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애인님의 소개로 알게된 SF 작가 듀나의 소설에서 나는 충격적인 인식의 변화를 느꼈다.
 
"마음은 차분했다. 보통 때 같으면 심장이 쾅쾅 뛰고 숨이 가빠졌겠지만 그런 반응 역시 지금은 그들의 손아귀에 있었다. 육체적인 반응의 부재가 정신 현상을 얼마나 쉽게 제어할 수 있는지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 스퀘어 댄스, 듀나 소설집 "태평양 횡단 특급" 중

 이것이 그 작가의 SF적인 직관인지, 아니면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씌여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간 사람의 모든 것은 뇌 속에서 일어나는 사고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왔고, 심지어 국민학생 때 읽은 어떤 SF는 몸은 죽어버리고 뇌만 남아 자신의 몸을 죽인 사람들을 향해 복수를 꿈꾸는 과학자를 소재로 한 내용도 있었다. 어찌 보면 아인슈타인의 뇌에 대해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것도 그의 업적들이 사실, 뇌 안에 있는 어떤 신비로 규명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실질적으로 뇌를 제외한 몸의 나머지 부분이 우리 자신의 반응을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은 놀랍고도 신선했다.

 마음vs 뇌에 따르면 이 SF적 상상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다. 지금까지 뇌 과학계와 심리학계에 발표된 논문들의 내용을 요약하고 인용하여 우리의 마음, 감정, 느낌, 생각들이 어떻게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 또한 그런 영향이 우리 몸에 어떻게 나타나는 지를 과학적 방법으로 서술한다.

 그리고 무슨 믿기 어려운 종교적 이야기로 치부되기 쉬운 명상 - 마음의 조절 - 을 통해 어떻게 뇌를 훈련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다른 사람의 혹은 이 연구에 협력한 달라이 라마의 저서를 먼저 보았더라면 픽 코웃음을 치고 말았을 지 모르지만- 사실 과거에 이미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을 열어보고 그런 적이 있다..;; -  실제로 서양 과학의 도구로 측정되고 관찰된 결과로는 명상은 우리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것이 과거에는 영혼? 육체? 무엇으로 정의될 지 궁금하게 생각했다. 어렸을 때는 그런 영화나 만화도 있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부딪혔더니 영혼(?)이 뒤바뀌어 서로 상대방의 육체로 지내게 되는 것이다. 만약 내가 A와 부딪혀 그와 몸이 뒤바뀌었다면, A의 몸에 나의 영혼이 들어간 존재가 나일까? A의 영혼이 들어간 나의 몸이 나일까? 아니 나의 영혼이라고 하는 것이 들어가 있는 그것이 과연 나답게 행동할까?

 이 책은 그런 상상에 대한 일종의 과학적 답변이라고 하면 되겠다. 두세시간만에 뚝딱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게 씌여졌고, 뇌에 관한 최신 심리학적 연구들이 요약되어 있어 추천할 만하다. 재미있게 봤다. 어찌 보면 그간 궁금해 하고 알고 싶어하며 상상력을 모두 동원해 살펴봤던 SF적 질문에 해답을 얻은 것도 같다. 강력추천하는 기분으로 무려 별점 다섯 개 ....

 저자의 이력이 무척이나 화려하다.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박사이시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 한국 심리학회 회장을 역임하시고 현재는 영남대 명예교수와 가톨릭 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재직 중이시다. 책으로는 심리학자라기보다는 의학자 아닌가 싶은 느낌을 받았다.

'문화생활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천 무료 전자책 한 권.  (0) 2011.04.09
2009년 책일기  (0) 2009.12.31
(책) 트와일라잇  (3) 2009.10.08
눈먼자들의 도시....  (2) 2009.08.23
바리데기, 황석영  (5) 2008.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