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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 -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남자의 멜로 4 2009.10.29

 저는 로맨틱 코미디나 좋아하지 멜로 장르는 싫어합니다. 슬프고 무섭고 힘든 것은 현실에서나 보면 족하지 굳이 가상으로 경험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애인님이 오며가며 흠칫흠칫 보고싶어 하길래 (정확히 말하면 궁금해 하길래) 멜로임에도 불구하고, 보러 갔습니다.

 물론 애인님의 관심사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였지 시간여행자의 아내 쪽은 아니었다는 걸 다 보고 나와서 알게 되었지만 말이죠.(...공돌이가 로맨틱한 감상으로 봤을 거라 기대한 내가 바보)

 이 영화는 브래드 피트가 무려 제작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연 배우의 캐스팅도 브래드 피트가 직접 같이 트로이를 찍은 헥토르 역의 에릭 바나를 캐스팅 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여주인공 클레어의 시간대 - 실은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이 사는 시간대 - 에 맞춰 흘러간다고 하지만, 어쩐지 남주인공 헨리의 시선에 맞춰져 있습니다. 영화의 모든 흐름은 클레어의 시간대에 달라진 나이로 헨리가 등장하고 사라지고 하는 것이 반복됩니다. 헨리가 없는 클레어의 시간을 이따금 보여주긴 하지만 그건 사실 헨리가 나타나기 전을 묘사하고 있을 뿐이지, 헨리가 없는 나머지 시간들을 클레어가 어떻게 채워가고 있는지 보여주지는 않아요.

 그리고 자기 의지가 아닌 시간여행을 반복하는 헨리의 사연은 안타깝지만, 여자인 제가 보기에 그보다 더 이상하고 안타까운 건 클레어입니다. 어렸을 때 만난 혼자만의 비밀 친구라는 것만으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클레어. 그리고 시도 때도 예고없이 사라지는 남편을 한결같이 기다리기 시작합니다. 이걸 애인님의 시각으로 들으니 조금은 이해가 가더군요. 처음 만난 순간에 이미 '당신은 나에게 완벽한 남자야, 당신을 사랑해' 라고 말하는 여자. 게다가 남자 입장에서는 만난 첫날인데 바로 첫날밤을 *-0-*... (그거슨... 판타지!)

 그래서 사실 클레어는 여자의 입장에서 감정을 이입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헨리의 입장은 어떨까요? 당신이 현실에서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떠돌아야하는 - 우리 말로 하자면 소위 역마살이 있는 - 처지일 때,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현실에 내려진 유일한 닻. 영원히 기다리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사랑해주는 그녀. 이건 뭐, 정말 남자들이 보통 로맨틱 코미디를 보며 이런 느낌을 받을라나요? 이건 환상이잖아요!

 그리하야 애인님은 영화관을 나오며 설정에 대해 약간 불평을 하긴 했지만 사실 매우 좋아했고 저는 궁시렁궁시렁 하며 집에 왔다는 뒷이야기.

 달콤하고 그리 슬프지 않은 영화였어요. 펑펑 우는 종류가 아닌 알싸한 가슴시림의 느낌. 그래도 저는 곁에 늘 같이 있어주는 남자가 좋습니다. -_-; 브래드 피트 씨의 은근 로맨틱한 면을 들여다본 기분이네요. 영화 자체는, 제가 좋아하지 않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잔잔하니 좋았습니다. 남자들의 사랑에 대한 판타지의 느낌이라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들도 보면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데 확신은 못하겠네요. ㅎㅎ

 두 배우가 정말 역에 잘 어울립니다. 제가 본 유일한 다른 멜로라고 하면 노트북인데, 노트북의 주연 배우인 레이첼 맥아담스가 나와서 열연합니다. 솔직히 비슷한 느낌의 같은 캐릭터이지 않을까 했었습니다. 발랄하고 해맑았던 노트북의 소녀였는데 시간여행자의 아내 에서는 섬세하고 강인한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었더라구요. 개인적으로 감탄. 에릭 바나씨도 혼란에 빠진 20대와 다정하고 짠한 40대의 눈빛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클레어의 아역으로 나온 아이도 너무나 귀엽게 연기를 잘 합니다. +_+


 
시간여행자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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