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블로그에 광고를 게재해 보았습니다.
요즘은 블로그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해서요(?).




실은 어제 남자친구와 꽤나 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리 되었습니다.

앞으로 글을 써서 생계 유지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저의 입장은

문화 컨텐츠는 많은데 (영화, 게임, 만화, 책, ....등등) 그런 것을 즐길 시간은 부족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텍스트로 된 정보보다 영상등의 멀티미디어로 된 정보를 더 빨리 쉽게 받아들이고, 더 선호하는 추세이다. 같은 컨텐츠라면 가능하면 영상으로 된 것을 선호하며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글 읽기를 싫어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글을 팔아서 생계가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장이 붕괴될 것이다.'

였습니다.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는 논쟁은 아니었고, 그냥 저의 망상속에서 대충 이렇지 않을까 싶었던 이야기를 한 것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저 주장에 무슨 논거가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

부연을 좀 하자면 ...

장사를 시작하려고 하면 대개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장사를 잘 하려면 사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이 물건을 팔면 누가 와서 살 것인가. 아무도 안 살 물건을 팔면 장사가 불가능하겠죠. (아 경매장에서 반송되어 우편함을 가득 메운 불쌍한 비단덩이들.)

한편 그 장사를 전업으로 하려고 하면, 장사를 통해서 물건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기본적인 비용을 제하고, 나의 최저 생활비가 나와야지만 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그 장사를 통해 먹고 사는 것이 가능해 지기 때문에 최소한 물건의 생산비 + 판매하는 나의 최저 생활비가 전업을 할 수 있는 임계점이라고 하겠습니다.

글을 장사에 비유하는 것이 약간 서글프기는 하지만, 작가도 사람이니 먹고 살아야겠지요.

글을 팔아서 먹고 사는 것이 가능하려면 일단 글을 팔려고 했을 때, 그 글을 돈을 내고 구입하려 하는 사람이 일정 숫자 이상이 되어, 전업이 가능한 정도의 수입이 있어야 합니다. 글의 경우 펜과 종이, 또는 컴퓨터 한대가 있으면 되는 셈이니 물건의 생산비는 다른 문화 컨텐츠 생산 비용에 비해 비교적 저렴합니다. 고로 결국 글을 쓰는 사람의 최저 생활비 (인터넷을 뒤져보니 1인 가족 최저 생계비는 36만 8000원 이네요.) 를 하한으로 잡는 소득만 있으면 됩니다.

자, 글을 썼을 때 한 편에 얼마쯤 받으면 적당할까요? 1000원쯤 받는다고 치면 37명의 사람이 그 글을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사람들이, 다른 컨텐츠보다는 글이라는 컨텐츠에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어야겠죠. 그런데 이 세상에는 자기 글을 무료로 제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나는 돈을 받고 싶은데, 저 사람이 옆에서 공짜로 자기 글을 공개하고 있는 거죠. 공짜로 올라와 있는 글만 소비해도, 문화 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은 거의 제로가 되어버리니까, 이제 글로는 생계 유지가 될 정도의 최소한의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현재의 유명한, 그리고 확고한 팬 층을 확보한 작가들의 경우 저의 생각에 대한 반박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의 10대 중에서 책을 구매하는데 돈을 쓰려고 하는 사람이 지금의 20대 만큼 많은지, 혹은 지금의 30대 만큼 많은지, 혹은 지금의 40대 만큼 많은지...

저만 해도 15년 전엔 책을 구매하여 소비하는데 여가를 전부 다 보냈지만, 지금은 저의 여가를 웹서핑, 연애, 게임, 독서가 나눠 쓰고 있습니다. 제가 80년대에 20대였다면 분명히 연애와 독서 외에는 별 취미가 없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이라고 책 보는 걸 싫어하지는 않겠지만, 책 시장을 유지할만큼의 고객이 되어주지도 않을 것 같아요.

고객이 있다 없다의 이야기가 아닌 거에요. 작가가 글로 먹고 살 만큼 고객의 숫자가 '충분한가' 하는 문제인거죠. 책을 팔아서 이윤을 남기지 못한다면 출판사는 더 이상 책을 내려고 하지 않겠죠. 출판사가 망하지는 않을 거에요! 레퍼런스 북이라던지, 문제집이라던지 하는 건 사지 않을 수 없으니까. (교과서를 전자화 하는 시도가 있던데... 만약 교과서마저 전자화된다면 진짜 망할지도 모르겠지만요.)

여기까지 얘기했을 때 애인님이 반론했습니다.

 블로그 광고는 어떠냐, 그것 역시 글을 파는 것이다, 라고.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물물교환이네요. 글을, 독자의 광고를 보지 않을 권리와 교환하는 거죠. 글을 주고 광고를 보지 않을 권리를 뺏고. 광고주에게 뺏은 권리만큼을 팔아서 돈을 받고, 돈은 광고를 본 소비자가 내고.

  앞으로의 미래에는 글을 파는 방법은 오로지 저 방법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모두가 돈을 버는 것 같은 이 시스템에 저도 동참해보았습니다. 광고 브로커도 벌고, 광고 게시자도 벌고, 광고를 내는 사람은 광고를 통해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벌고. (그럴리가요 실은 저와 광고 브로커가 번 돈만큼 누가 물건값을 더 지불하고 있겠죠. 그리고 그런 식으로 물건값을 더 지불하게 되는 부류에 제가 없을 리가 없잖아요?)

 뭐 제 글은 그다지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글이 아니라서 (정보성이 별로 없죠. 재미도 없고. 저 자신이 소비와는 1광년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인간이라, 소비가 유발될 카테고리도 없고. ㄱ-) 별로 광고를 클릭하시는 분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아까도 제가 살짝 클릭해보고 싶은 광고도 한 개 지나갔으니까 말이죠!

 아무튼, 별로 돈을 벌려는 생각은 없으니 저를 위해 애써 클릭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신청한 광고 시스템은 D사의 애드클릭스인데요. G모사와는 달리,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아무도 클릭 안 하면 자른다 같은 규정은 없었습니다. 핫핫핫. 이점이 애드클릭스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죠. ㄱ- 아무도 클릭할 리 없어(...) 해보고 싶은데 달자마자 짤리면 곤란하잖...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글을 쓰고 싶어진 계기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오프라인에서 글을 써서 돈을 벌기가 매우 어려워진다고 하면, 결국 블로그 광고를 통해 수익을 노리게 되겠죠. 보통 G사의 애드센스를 많이 쓰고 있구요. 그런데 그 블로그 광고가 사실 내 글을 파는 행위라고 하면 내 지적 재산으로 인해 발생한 소득을 G사와 나눠야 하는 거 잖아요? 내가 게시한 광고를 보고 물건을 사는 소비자는 실상은 내 글을 소비하러 온 고객이니까요. 금융이 어쩌고, 외국 자본이 어쩌고 하지만 이만큼 무서운 "재주는 작가가 넘고 돈은 G사가 먹는"일이 또 있을까요.

 다양성은 중요한 일이에요. 아무렴요. 신청만 하면 팍팍 내주는 G사보다 허가제인 D사를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신청한 이유는 별거 아니랍니다. 실은 G사에 대해 무서운 글을 많이 봐서... 뭐 200$짜리 계좌를 갑자기 지급정지한다느니. 이미 내준 수표를 사용정지한다던지

 아무튼 그런고로 새로운 시대의 경제 시스템을 경험해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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