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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45 2014.06.04 무모한 외출 2014.06.04

1.


 지방선거 날이라서 남편이 집에 있는 틈을 타 그간 눈엣가시였던 충치를 치료하러 치과에 가기로 했다.


 치과는 친정 근처에 10년 가까이 다녔고, 개인적으로는 중학교때 이미 신경치료를 했던 치아라 발치해야 한다던 치아를 신경 치료 다시 해서 크라운으로 살려준 치과라서... 다른 곳에 갈 마음이 별로 안 든다. (처음 치료 할 당시에도, 너무 어릴때 하는 치료라서 성인이 된 뒤에 다시 치료해야할 것이라는 말을 들은 치아였다.)


 문제는 차로 30분 거리 친정... 대중교통으로 갔다가는 서너시간 걸릴 것이라 혼자 다녀올 수도 없는 상황. 게다가 6주 급성장기로 추정되는 망고는 1시간 반 간격으로 먹고 잠도 거의 자지 않고 시종일관 보채고 안아달라고 떼쓰는 상황이라 남편 혼자 보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그래서 과감하게 애를 데리고 친정에 가서, 남편하고 애는 친정에 있고 나는 치과 치료를 받기로 했다.



 

 아침부터 외출하려고 준비하니 할일이 상당히 많았다. 망고는 평소처럼 새벽에 심하게 뒤척였고 (속싸개가 꽤 더웠던 모양이다...) 덕분에 아침일찍 일어나서 투표는 마쳤다.


 뭔가.. 처음 병원 갔을때는 대충 기저귀, 물티슈, 가제수건 정도 들고 가면 되어서 별 생각 안 했는데 막상 추려보니 짐이 꽤 됐다. 


 엄마 집에 실례하면 안되니까 방수요, 또 토하면 젖은 옷 입고 있을 수 없으니까 여벌 옷, 엄마가 없을 때 배고플 수도 있으니까 소독된 젖병, 떠나가라 울면 다들 당황할테니까 울음을 그칠 딸랑이, 안아줄 사람 옷 버리면 안되니까 사용할 천, 혹시 잠투정할까봐 챙긴 노리개젖꼭지 등등.


 이렇게 이것저것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챙기다가 그만!...ㅋ 잠투정하면서 먹을까봐 굳이 2봉지로 나눠서 65씩 유축한 모유를 놓고오고 말았다... 심지어 스틱 분유도 안챙겼다...으하하하... 그리고 그 사실이 돌아가기도 애매해져버린 올림픽 대로 위에서 기억남.


 다행히 먹여놓고 출발한 데다가, 도로에 차가 없어서 30분만에 병원에 도착했다. 가능한 빨리 끝내려고 병원 앞에서 내려달라고 해서 병원에 가고 애와 아빠는 친정으로.





 병원은 예약제인데 내가 좀 급하다고 해서 예약 없이 받아준 거라서 조금 기다려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30분도 기다리지 않았다. 


 다만 쉬는 날이라 그런지 병원은 환자 대폭발. 검진 결과, 나는 레진으로 때울 견적을 받았는데 치료까지는 또다시 1시간 남짓 대기를 해야 한다고. 그래서 차라리 집에 갔다가 오겠다고 했다. 


 오래간만에 걸어서 집까지 갔는데 걸어서 10분... 아파트들이 다 재건축되었지만 그래도 중학교때 집에 가던 하교길로 걸어가보았다. 살짝 돌아가긴 하지만 내리막을 가지 않으므로 오르막 경사가 덜한... 늘상 친정에 가면 생각하지만 동네 공기가 뭔가 깨끗함. 나무가 많아서 그런지 뭔지. 아파트 사이로 걸어가는데 날씨도 적당히 좋고 공기도 깨끗해서 기분이 상큼했다.


 망고는 친정에서 폭풍옹알이와 애교를 선보이고 다행히 배고파 하지는 않고 있다가 내가 도착할 무렵에 마구 울었다고 한다. 덕분에 왕창 먹여놓고 엄마가 챙겨주는 떡도 먹고 남편이 치과에 태워다주기까지 했다. 잠깐 그 병원까지 차로 5분거리 가는데도 그래도 둘이 외출하니 기분이 다르긴 했다. ;ㅁ; 애초에 차에 앉는 위치가 다르니까. 남편과 부인 사이가 애아빠와 애엄마 사이가 되어버린듯한...


 치료가 10분밖에 안 걸려서 온 김에 스케일링까지 받고 집에 다시 돌아왔다. 자다깨다 잘 있었으나 슬슬 안자기 시작... 걱정이 되었다. 엄마는 항상 처음엔 이래저래 잘 챙겨주다가 갑자기 사진기를 꺼내면 이성을 잃고 사진에 집착하기 시작하신다. 오후 3시쯤 되어, 집을 나온게 10시도 안되서인데... 무쟈게 피곤해져서 집에 가겠다고 말을 꺼냈는데 계속 사진 찍는데 골몰하는 엄마에게 조금 짜증을 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살짝 잠투정을 할 기미가 보였는데 다행히 차에 태우니까 조용히 앉아있었다. 출발하자 딸꾹질을 해서 살짝 걱정했지만, 다행히 중간에 잠들어서 집 근처까지 잘 왔다. 막판에 기저귀 때문에 빽빽 울긴 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는 순조롭고 수월한 하루였다.


 사실 나나 남편이 애를 보는 건 거의 버티기 개념에 가까워서 어머님이나 엄마가 있는게 나쁘지는 않다. 조금 더 뇌에 자극이 되지 않을까 하고. 엄마는 솔직히 말해서 사진기를 꺼내면 이성을 잃어서 좀 그렇긴 한데... 오늘은 친정에 육아의 달인이신 할머니가 와 계셔서 괜찮았다. 애를 재우기도 하시고 놀아주시기도 하고. 



 몸은 피곤해도 정신적으로는 꽤 ok.





2.


 그나저나... 솔직히 망고가 별나게 미인은 아니고 또 한 몸무게 했던지라 너무 넙대대하게 나와서 사진을 많이 안찍었었는데 별로 많지 않은 사진이나마 보면 꽤 아쉽다. 처음에는 그저 낯선 아기 얼굴이라서 별로 안예뻐보였지만... 이제는 '아는 사람'의 얼굴이 되다보니 못생긴 표정까지도 의미가 생긴 것이다. 기록이 너무나 많아져서 다 돌아볼 수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짠하다.





3. 


 언제부터인가 침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질질 수준이 됐다. 뭐 침이야 애니까 흘릴 수 있는데 문제는 가끔... 자기 침에 자기가 사레들림.;; 노리개젖꼭지 빨다가 자기 침에 사레들리는 거 보니까 당혹스럽다.




4. 


 100일은 지나야 괜찮아진다고 했지만 또 언제부터인가 사출까지 다 꿀떡꿀떡 받아먹게 됐다. 1시간 반 간격 수유는 여전하지만 한탐은 조금 먹고 자는 시간이고 한탐은 길게 먹는 시간이다. 먹다가 잠들어버릴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잠깐 졸았다 깨어나서 다시 먹거나 논다. 전자의 경우는 사레들려 자지러지게 우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이제 엔간한 사출은 다 먹는다. 꿀떡꿀떡 목에 넘어가는거 보면 뿌듯하다.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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