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에 해당되는 글 1건

  1. (영화) 즐거운 인생 2 2010.04.07

* 곰티비(http://movie.gomtv.com/13895)에서 2010년 4월 8일까지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제가 꽤나 즐겁게 보았던 라디오 스타의 이준익 감독님의 다른 영화입니다.
 (사실 왕의 남자 감독님이기도 하고..왕의 남자도 재밌게 봤었죠.)


간만에 영화가 한 편 땡겨서 뭘 볼까 하다가 (역시 곰tv 무료 목록에서 고르다가) 나름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길래 낼름 열어보았습니다. 저는 다운로드보다는 스트리밍 형태로 저렴하게 - 한 500원? 700원까지는 지불 용의 있음 - 한번 보고 끝내는 서비스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데... 쉽진 않아보이네요. 그래도 뭐 이런식으로 무료 스트리밍을 뒤지다 보면 가끔 쓸만한 것도 있고 그렇죠 뭐...-_-a; 깔끔하게 정리를 못 하는 성격이라 다운받아서 저장하고 이런건 싫은데 말이에요...




 이 감독님의 영화를 몇 편 보다보니 어떤 스타일 같은게 느껴집니다. 특히 일관되게 느껴지는 점은 분명히 기-승-전-결이 뚜렷한 스토리 구조를 가지는데, 끝까지 보고나면 '현실적으로는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죠. 라디오 스타가 그랬고 왕의 남자가 그랬고 그리고 이 영화가 그렇습니다. 뭔가 달라졌어요. 그런데 그게 극중 인물들의 관계나 현실이 바뀌는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그렇지만 갈등은 어떤 식으로든 해소되어야만 하죠. 바뀔 수 없는 현실을 인식하고 그 속에서 갈등을 바라보고 그걸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것이 이 감독님의 특기인 것 같아요.

 이를테면 이 영화에서는 백수 기영이 젊은 날에 만들었던 밴드 활화산을 부활시키려고 합니다. 이 밴드는 만들어진 당시에 대학가요제 입상을 목표로 만들어졌지만 그 젊은 날에는 정작 예선 탈락만 세 번을 겪고 해체되어버린 밴드입니다. 이제 중년의 나이에 실업자가 되어 버린, 택배와 대리의 두탕 인생을 살고있는, 기러기 아빠가 되어 버린, 그리고 심지어 죽어버린(!) 그들이 과연 밴드를 부활시킬 수 있을까요...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역시나, 백수가 취직을 하는 것도 아니고, 택배기사와 대리운전의 투잡라이프가 끝나는 것도 아니고, 떠나버린 가족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에요. 현실은 그자리 그대로지만... 그렇지만 즐거운 인생인 겁니다. 왜 즐겁냐구요? 그게 바로 영화가 보여주는 점이죠.
 
 사실 영화 속의 현실이 달라져버리면 영화를 보는 그 순간은 즐겁겠지만 돌아서는 순간 내 앞에 있는 내 현실 앞에 숨이 탁 막히지 않을까요? 영화는 현실을 바꾸지 않아요. 대신 갈등을 해소해줄 무언가를 '발견'하죠.



 영화는 세 명의 주연과 한 명의 조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조연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 조연은 죽어버린 어떤 사람의 빈 자리를 대체하는 역할이면서 동시에 이 영화의 무게중심을 '중년의 장난'에서 '실제 일어날 법한 무언가'로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배우의 개인기 - 외모, 가창력 - 으로 영화의 중요한 볼거리를 담당해요. 이 점이 꽤 흥미로운데, 세 명의 주연은 친구사이인 중년의 남자들이지만 이 조연은 이십대를 표상합니다. 장근석이 열연한 이 귀여운 캐릭터는, 나름 허름한 집에 살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하는 팍팍한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그 개인적 스토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 '어디까지나 조연' 인 거죠. 물론 네 사람의 이야기를 엇비슷한 비중으로 다루어도 됐었겠지만 그랬다면 주제에서 너무 벗어나 버렸을지도 모르니까요. 이십대의 입장에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해합니다.

 세 명의 주연배우도 매력적입니다. 세 분 모두 다 연기를 잘 하시는 분들이라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배우는 김윤석 씨 입니다.

출처 - 다음 영화


'타짜'에서 아귀로 열연하셨던 그분이 어찌보면 조금은 내성적이고, 현실을 가장 꿋꿋이 견디는 그런 캐릭터를 연기 했는데요. 아귀에서 보여줬던 광기어린 모습과는 너무 다른 묵묵한 캐릭터를 연기하시는 것을 보면서 한번 놀라고, 또 그런 성격의 사람이 가끔 보여주는 한번씩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그런 터져오르는 격정? 같은 것을 연기해 주셔서 두 번 놀랐습니다. 세 배우들이 다 뭔가 성장을 겪을 거라는 기대감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사실 가장 변한 게 없는 것 같으면서도 가장 격정적인 모습, 가장 한국적인 '아버지'의 모습같은 어떤 것을 연기하시는 그게 참 좋더라구요. 어리숙한 혁수나 너무 현실을 외면하는 기영에 비해 정말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서글픈 그런 캐릭터가 마음 짠하게 귀여워보이더라구요.

 물론 세 분 다 귀여워요.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고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이렇게... 더운 여름날 일하다 먹는 시원한 아이스크림 같은 사랑스러움이...! 출처 - 다음








 이 감독님의 영화는 앞으로도 꽤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감상하게 될 것 같아요. 잔잔한 스토리, 사랑스러운 캐릭터에게서 느껴지는 인간미. 감독님의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그리고 빠지지 않는 볼거리 혹은 들을거리. 왕의 남자는 화려한 비쥬얼, 그리고 라디오 스타와 즐거운 인생은 상당히 훌륭한 오디오가 기억에 남는군요. 특히나 영화의 백미로 꼽을 수 있을 듯한 아카펠라! 다시 듣고 싶네요. 말로 할 수 없는 그 서러움과 위로가 말로 할 수 없기에 더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는 순간....






 현실은 어디까지나 현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무언가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의 저에게는 아마도 그게 영화감상과 리뷰작성이 아닐까 싶으니... 이십대에야 알게 된 영화감상의 즐거움... 더 늦기 전에 알려준 애인님에게 감사 감사 또 감사해야할 것 같군요. ^_^

애인님. 항상 곁에 있어줘서, 그리고 나를 나답게 살 수 있게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즐거운 인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