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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극)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8 2008.03.14

2008/03/06 - [비일상/소소한 즐거움] - 연극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신청했습니다.

다행히도, 13일의 대기열에서 참가자가 되어 연극 보고 왔습니다. ^^;;
왕궁식당의 최후도 재미있긴 했는데, 그래도 이걸 못 봤다면 아쉬웠겠죠^^;; 이건 선착순이었는데...;;;;
오늘도 스포일러 없이 적어보도록 하렵니다.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무대 예술이 영화같은 영상예술보다 재미있는 점은, 명확하게 그 순간 참여하고 있는 관객이 있다는 점인데 그 점을 잘 활용한 연극이었습니다.

 배우가 관객석 한복판까지 올라와 동전지갑을 찾아간다거나, 마술의 참여자로 불러내 호기심을 자아내어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 같은 장치들은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기왕이면 맨 앞자리에 앉아서 봤다면 재밌을 것 같더라구요. (실은 매후 많이 부러웠...) 시작 전에 웃음을 주면, 이후의 내용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으로 관람하게 되죠. ^^

 연극에는 각각 연령대가 다른 세 커플이 나오는데, 세 커플의 이야기가 한 무대에서 진행되면서 무대를 갈아엎을(?) 일이 좀 많았습니다. 이 때 계속 불이 끄고 무대장치를 바꿨더라면 사실 어둠 속에서 막막히 기다리는 일이 너무 많이 왔을지도 모르죠. 대충 셈해봐도 10번 이상 시커먼 어둠 속에 방치되었을 것 같네요. 이 연극은 그러는 대신 이따금 배우들이 무대장치를 하나씩 들고 나타나거나 들고 퇴장하며, 가끔은 경쾌한 음악에 맞춘 춤과 함께 무대가 구성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특히 침대와 쇼파로 1인 2역을 하며 모든 장면에서 열연한(?) 침대쇼파의 변신을 보면서 무대와 소품을 풍부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배우들의 극중 이름은 그들의 캐릭터를 잘 드러내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몇 번이고 잘못했다고 빌면서도 결코 태도가 바뀌지 않는 20대 남 이대로, 그런 놈(?!)을 변함없이 용서해주는 20대 녀 한순정 커플. 5년째 백수이면서 자존심은 못 버리고, 여자친구에게 약한 모습 못 보이는 30대 남 한백수와 그런 남자친구를 결국 버리고 갈 수밖에 없는 30대 녀 배신혜. 만년 과장인 박부장과 백원짜리 하나에도 벌벌떠는 백원해 부부. 모두들 이름 값하는 커플들이었지요. ㅎㅎㅎ






  20대의 갈등은 남자친구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여자와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남자로부터 비롯됩니다. 사실 저도 처음 연애를 하던 무렵에는 (아니 사실은 지금도?) 남자친구에게 좀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뭐든지 같이 하고 싶어하고, 어디든 같이 가 줬으면 하고, 나 없을 때 뭐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신경 쓰이고... (그렇다고 밥먹는 거까지 보고하지는 않았습니다-_-;;;;)
 일반적으로는 여자들이 집착하는 편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남녀를 초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은 서로 어느정도 귀찮아(?) 질 때까지 뭐든 같이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구요? ...그러면 충분히 같이 있어주지 않은 거죠. 초반 6개월 정도를 징하게(?) 들러붙어 있고 나면 그 뒤로는 서로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생각이 생깁니다. 사실, 6개월도 지나기 전에 이제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별로 사랑하지 않는 거 아닌가요?-_-...
 이후라면, 어느 정도 자신 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해야 질리지 않겠죠. 몇 년을 사귀어도 변함이 없다면 얼마나 지겹겠어요? 얼굴 안 보는 사이에 재밌는 것도 보고 와서 이야기해주고, 없는 사이 뭐 했는지 보여주기도 하고 뭐 그런 게 있어야죠. :)

  불만을 말하면 조근조근 이야기하기보다는 웃음과 애교로 무마하려는 남자. 결과적으로 몇 번이고 똑같은 문제가 일어나죠. 사실 연인들간의 문제는 심각하고 대단한 것이라기보다는 늘상 있는 해결되지 않는 마찰이 매번 폭발하는 것이나 같아요. 서로 문제와 불만이 있는데 해결하지 않고 꾹꾹 눌러놓고 지나가다가 참을 수 없어지면 가끔 한번씩 폭발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연애를 한다고 하면 조언합니다. -_-; 장점을 보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의 '단점을 내가 참을 수 있는가'를 보라구요. 해결 못할 부분은 어차피 참고 넘어가야되는데, 세상에는 절대 양보를 못하는게 존재하는 법이거든요. 예를 들자면 저는 친구가 인생의 우선순위라서 저한테 소홀한 사람이라 해도 괜찮아요. 전 혼자 잘 놀거든요. 다만 책 읽기를 싫어하고 드라마나 쇼프로를 좋아해서 책 얘기 대신 TV 얘기만 한다면 그런 사람은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요. -_-...상대방은 자기 얘기 듣기 싫어하는 저를 싫어하겠죠.; 처음에는 좋아하는 마음으로 참더라도 허전한 마음에 나중에는 서로 다른 대화의 상대를 찾을 지도 몰라요.
 연애 초기에는 서로에 대한 갈등이 많이 일어나잖아요. 서로 잘 모르니 맞춰가는 시기라서... 그 때 웃고 넘어가지 말고 상대에 대해 바라는 점을 잘 이야기해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애인님과 크게 싸운 적은 없는데, 서로 서운한게 있으면 화를 좀 내고 나서 이야기 합니다. "나 이러저러해서 화가 났어". 그래서 납득할만하면 들은 사람은 사과합니다. 아니면 반박하면 되구요.  제가 먼저 할 때도 있고 애인님이 먼저 미안해 할 때도 있죠. 저는 '화를 좀 내는' 과정이 필수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화가 났는데 상대를 생각해서 화도 못내고 꾹꾹 눌러 참으면 속병이 되잖아요. -_-; 그래서 화가 나면 화를 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저도 그렇게 합니다. 뭐라뭐라 화를 내고 나서 생각해보니 미안해지면 그때는 재빨리 사과합니다. ^^ 그럴려면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머리를 뚫고 나가도(?)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나, 컴플렉스를 지적하거나, 지난 번에 화낸 얘기를 꺼내지는 말아야겠죠. 누구든 이성이 돌아오고(?)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자존심이 상해도 후딱 사과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으면 싸움이 커지거나 장기전이 되지는 않으니까요.
 웃고 넘어가면 감정이 풀어진 순간에는 용서할 수 있지만 다음에 똑같은 일이 터졌을 때 두 배로 폭발하죠. 그러면 상대는 생각합니다. '지난번에 화내고 또 화내네'... 무한반복입니다. -.-;;;;

 결국 갈등은 극에 치닫고, 대로의 바람(!)에 분노한 순정은 결별 선언을 하고 맙니다. 자기만의 시간은 혼자 가져야지 왜 다른 여자랑 갖고 그러나요...-.-; 완전 네이트톡 사연이었습니다.

 대로와 순정은 사실상 첫 연애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갈등들과, 서로에게 대해 지켜야 할 선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보여줍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애인이 있다고 하니  10대~20대가 겪을 법한 문제들이랄까요. 연애를 하다보면 아마 점차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연극을 봐서 시행착오를 겪기 전에 알게 된다면 좋겠죠.





 30대의 갈등은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한백수의 자존심과, 사랑이 밥먹여주지 않는 현실의 압박에 굴한 배신애의 모습에 있습니다.

 ...자존심이 밥먹여주지 않습니다. 전 솔직히 여차하면 '오빠다~' '오빠한테 그러면 안되지~' 뭐 이런 말하는 거 질색입니다. 연애에는 누가 나이가 많건 권력관계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겁니다. 열살 많아도, 아니 백살 많아도, 연애에서의 남녀는 그냥 대등한 관계입니다.
 덕분에 좀 싫었어요. -_- 취업해서 회사 잘 다니는 여친한테 이력서 좀 봐달라고 하면 안 되는 겁니까? 여친 앞에서 면접 리허설 좀 하면 어때요? 강한 척, 현실에는 관심없는 척 하는 그 태도가 문제인 겁니다!!!!!! 여자들은 '비전'에 민감합니다. 남자의 '현 상태'는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지금 가난하고 직업없고 그렇더라도 의욕있고 앞으로 뭔가 이룰 것 같은 기상, 상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이상이 있다면 상관이 없는 거죠.
 실상 현실 앞에 떠나가는 여자친구를 잡지도 못하는 그놈의 자존심. 돈많은 놈이 잘해줄 것 같죠? 돈많은 사람하고 살면 그 여친은 행복할 거 같아요? 네버에요 네버. 연애의 적은 부질없는 자존심, 바로 그겁니다. -_-

 여자들은... 우리나라 많은 사회문제가 사실 '남과의 비교'에서 비롯되는데 그런 비교의 희생양이 되지 맙시다.
엄마 친구 아들, 여친의 친구 남친, 아내의 친구 남편 ..... 얼마나 괴롭습니까. -_-;;; 남보다 좀 못하면 어때요. 실제로 돈은 누구나 다 먹고 살만큼은 있는데... 문제는 '남들이 하는 거 나도 다 하려다보면' 발생하는 거죠. 옷도 사야지, 집도 사야지, 차도 사야지... 남들만큼 살기 위해 사랑을 포기하는 여자의 모습이 솔직히 안타까웠습니다. 이 커플 이야기가 나오니 여기저기서 우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아니 사실 워낙 타이트하게 세 커플 이야기가 섞여 돌아가는지라... 다른 이야기에 우신 걸지도 모르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이것도 남의 시선을 신경쓰는 점에서 자존심이죠.

 한마디만 해주면 되는데 왜 못하는지... 여자는 물건이 아닙니다. 잘사는 남자한테 보낸다고 행복해 하지 않아요. -_-;;;;; 사랑보다 돈을 고른 것이 아니고, 당신의 무기력보다는 다른 남자의 의지를 고른 거라구요! -_- 돈이야 여자가 벌어도 되는 건데... 가지 말라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붙잡지도 못하는 남자와 평생 같이 할 수는 없잖아요.




 50대의 갈등은 조금 복잡 미묘하고, 문제는 돈 문제에서 비롯되고 갈등의 해소는 조금 엉뚱한 데서 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어찌보면 우문현답인 것도 같아요. 나름 집까지 샀다면 어느 정도 살만하다는 이야기인데도...백원짜리 모으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산다는게 참... 부부사이에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 소소한 행복을 찾는게 더 중요하다는 답을 주는 것 같아서 좋더군요.
 바둑을 요즘 많은 온라인 게임들로 바꾸면 저건 굳이 50대의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게임기 사들고 들어오는 박부장 아저씨의 모습에 슬쩍 웃음이 나더라구요.




 30대와 50대의 이야기는  남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연애의 문제를 소소하게 '보여주는' 부분은 여럿 있었지만 현실의 압박 - 돈 - 문제가 너무 크게 다가와서 좀 아쉬웠어요.

 20대의 이야기는 비교적 남과 여가 달라서 겪는 문제에 가까웠지만, 너무 네이트톡 사연스러워서 좀... ㅠ.ㅠ

 원작과는 다른 연극이 되었지만, 원작에 나오는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의 차이점은 극 중에서 잘 묘사가 되고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현재 한국의 20대, 30대, 50대가 겪는 이야기 속에서 화성남자 금성여자 책이 지적하는 남녀의 성격 차도 잘 드러내주더라구요. 그렇지만 책을 안 읽으면 이게 왜 화성남자 금성여자인가 파악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극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택한 스토리가 좀 네이트톡스럽다는 점을 빼면... 재미있게 봤습니다. 사실... 행복하게 잘 연애하는 저로서는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지만... :) 어차피 원작 소설도 저랑은 다른 별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봤거든요. ㅎㅎㅎ 유머러스하게 잘 만들어진 연극이었습니다.

 



 연극이 끝나자 열연한 침대쇼파(?)와 배우들이 나와 같이 사진찍을 시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솔직히 좋더라구요. 개인적으로 한백수 오빠 너무 꽃미남이셔서 따로 사진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차마 '둘이 찍고 싶어요'라고는 못하겠어서 소심하게 마련해주신 자리에서 단체 사진만 찍고 도망왔습니다. 제가 배신애라면 이기남씨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한백수...(...) 원래 사람은 사랑 파먹고는 못살아도 얼굴은 파먹고 삽니다(?)  울 애인님이 하는 짓이 좀 귀여운 건 사실이지만... 얼굴을 파먹을 정도는 안되다보면 [먼산]

 혹시 연극 출연하신 분들이 이거 보신다면... ㅋㅋㅋ 사진 찍기 전에 백수오빠 얼굴 빤히 쳐다보던 여자가 저에요. *-_-*




 ...오늘 글은 살짝 허접한 것이 맘에 안 드는데... 맘에 들게 쓰려고 했다가는 내 연애 자랑 + 연애하는 법 설교 +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그냥 관뒀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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