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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식코 Sicko(2008) - 타산지석 22 2008.03.27

 또 한번 블로거 프리미어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미국 의료보험 체계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Sicko입니다.

 말은 많이 들었지만... 국내 개봉 예정인 줄은 몰랐어요. 4월 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과연! 총선 전에 개봉할지 총선 후에 개봉할 지 궁금한데요... 가능하면 총선 전에 개봉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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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장르 분류는 상당히 딱딱한 느낌을 주는데, 실제 영화는 전혀 딱딱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사실의 논리적인 전달이나 정확한 보도보다, 모순된 상황에서 보통 사람이 갖게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에 답하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애쓰기 때문이죠. 사실 논리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영화이긴 합니다... :)

 그래도 그런 보통 사람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태도가 호소력이 꽤 큽니다. 감독이 실제로 막 등장해요. 같이 경악도 하고, 농담도 하고, 부정도 하고, '내 생각은 이런 거였는데.. 아니었다!' 이런 나레이션까지 해주니 영화와의 거리감이 확 줄어들죠.

 게다가 감독의 유머 감각이 꽤 대단합니다. 중간 중간 엄청 웃겨줘요. 저도 물론 망설이지 않고 으하하하 웃어줬죠. :) 심각한 내용이라고 심각하게만 바라봐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영화지만 감독이 자기 나라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이 꽤 큰지라  정말로 뭔가 문제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묻어나는 따뜻한 영화였습니다.

 보통 공짜 영화를 보고 나면 인지부조화 현상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돈내고 볼 때보다 살짝 재미없는 게 사실인데요, 이 영화는 재밌습니다! :) 내용이나 문제의식을 떠나서 그냥 재미있기 때문에 추천하는 영화.

별 다섯개 준다면 개인적 평점은 별 네개 반.
 




 스포일이 의미 없는 영화지만 그래도 뭔가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위하여 재미있는 부분은 빼고 적어보겠습니다.

 서구 나라들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가 운영하는 의료 보험 시스템이 없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미국인들 중 4500 만명은 의료 보험이 없어 아프지 않기만을 바라며 살고 있죠. 영화 Sicko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예시인 두 손가락의 수지 접합 수술의 경우,바로 의료 보험이 없어서 발생하는 사태입니다. 보통 6000$과 12000$ 이라고 많이 나와 있어서 저도 가끔 헷갈리는데, 정확히 $60,000과 $12,000으로 1$=1000원으로 계산했을 때 6000만원과 1200만원입니다. 결국 이 사람은 무려 멀쩡히 절단부위가 존재하는 데도 불구하고 손가락 하나 - $60,000짜리 - 는 쓰레기장으로 보내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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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국사람이었더라면 저도 손가락 하나 없었을지도(?)



 만약 이 영화가 이런 의료 보험이 없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볼 필요가 없습니다. 의료 보험이 민영화 되건, 민영 의료 보험이 들어오건 자신은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고, 재테크의 기본에 종신 보험이나 생명 보험등의 보험테크가 포함되어 있으니 실제로도 대다수가 민영 의료 보험에 가입할 능력이 되고 가입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요 고객(?)은 의보 미가입자가 아닌, 중산층, 민영 의보 가입자입니다.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했으나, 조직검사를 거부당한 경우, 골수 이식수술을 거부당해 죽음에 이른 경우, 멀쩡히 의료 보험도 있지만 병원비를 다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한 경우, 의보사가 정해주지 않은 병원에 갔다가 진료를 거부당해 사망한 경우...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요?

 민영 의료보험이라는 이야기는 보험사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십시일반 모아서 급한 일을 당한 사람을 돕자는 것이 보험의 취지인데, 여기서 이윤을 추구하면 어떻게 될까요? 보험 설계사들 월급도 줘야되고, 보험 계산하고 지급하고 상품 개발하는 사람 월급도 줘야되고, 회사 사장 월급도 줘야되고, 주주들에게 배당도 해야되고, 미국같은 경우는 정치인들에게 로비도 해야되고... 그러다보면 결국 급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줄이냐구요?

 병원에 가려면 우선 보험사에 '이 병원에 가도 되겠느냐?' 물어봐야 하고, '이 검사를 받아도 되겠느냐?' 물어봐야 하며 '이 수술을 받아도 되느냐?' 물어봐야 하며, 심지어 약을 먹으려고 해도 '이 약을 먹어도 되느냐?' 물어봐야죠.

 보험사는 일단 퇴짜를 놓고 봅니다. 보험사 소속 의학 자문의 양심 고백에 따르면, 일단 지급 요청의 10%는 무조건 거절을 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런 지급 거부를 많이 하면 회사의 이윤이 올라가기 때문에, 지급 거부를 잘하는 의학 자문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거죠. 그러니 정상적으로는 받아야 되는 검사를 불필요한 검사라 하여 받지 못하게 하고, 꼭 필요한 수술을 못받게 하여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상황이 생겨납니다.

 운좋게(?) 병원비를 받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일단 돈을 주고 난 뒤라도 지난 5년간의 병력을 샅샅이 조사합니다. 미리 신고하지 않은 병력이 있었다던지, 앓고 있는데 치료받지 않은 병이 있었다던지 하면 무조건 수술비를 도로 토해내라고 압박하는 거죠. 심지어는 연고 하나로 낫는 병에 걸려 있었고 연고를 발라 치료가 끝났더라도 그런 병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수술비를 도로 토해야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렇게 벌어들인 '이윤'으로 민영 보험회사 주식은 계속 올라가지요.

 국영 보험이라면 어떨까요?

 일단 보험 설계사 월급은 없어지네요. 보험비 부과, 계산, 지급 등등 공무원 월급은 좀 나가겠군요. 그거야 뭐 민영보험사에서도 드는 돈인데요. 사장 월급도 안나가고 주주 배당도 사라지네요? 게다가 부적절한 로비에 드는 돈도 줄어들겠죠. 부정한 공무원 호주머니로 얼마간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모 회사에서 여기저기 500만원씩 찔러준다는 떡값만큼은 안나가지 않겠어요?

 아니 그럼 미국 애들은 이 좋은 국영 보험을 왜 안하나요? 미국은 로비가 합법이거든요. 보험사의 로비스트는 미국의 하원인지 상원인지 모르나 아무튼 의회 의원 수의 4배라고 합니다. -.-... 힐러리 후보가 영부인이었던 시절에 국영 의료보험 도입을 한번 추진했지만 민영 의보사의 장난 아닌 로비 때문에 무산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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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어 감독은 이렇게 얘기하죠. 사회주의 의료 보장제도라니 무섭다... 어라? 그런데 생각해보니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주의 시스템이 더 있네? 학교, 소방서, 경찰서, 도서관... 여기에 왜 병원이 추가되면 안 되는 걸까?

 우리야 병원에서 한 삼천원 내지만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의 나라에서는 병원에 돈을 아예 내질 않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의료 보험'측면에서는 미국이 그들보다는 못하다는 거죠.  미국의 최상류층조차 캐나다의 극빈층보다 평균 수명이 짧다고 합니다. -.- 민영 의료보험의 폐해는 극빈층에게만 미치는 게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 미친다는 정말 중요한 대목이죠. (뭐, 의료서비스만으로 평균 수명이 나오는 게 아니겠지만.. 영향 0%라고 할 수도 없겠죠?)

 그렇다고 의사가 돈을 못 버냐? 무려 나라로부터 월급을 받는 영국 의사 아저씨는 아우디를 몰고 3층짜리 넉넉한 건물에 세 가족이 단란하게 산답니다. 돈 더 벌고 싶으면 더 좋은 동네에 개업하면 되지만 그 동네도 먹고살만 하시다네요! (차에는 관심이 없어서... 아우디 비싼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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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아저씨(...)



 미국의 의료비는 도대체 왜 그렇게 비쌀까요? 

 혼자 추측해 봤습니다. 병원을 하나 차려서 1000만원짜리 기계를 들여놨습니다. 10년의 감가 상각 기간이 지나면 0원이 된다고 하자구요. 그러면 연간 100만원의 이윤을 창출해야 손실이 없습니다. 손님이 100명 오면 1인당 만원 + 진료비 +약간의 수익을 받으면 되겠죠. 손님이 10명 오면 1인당 10만원 + 진료비+ 약간의 수익을 받아야 할 거구요. 국영 의료보험이 없는데다 지급 거절당하는 고객까지 포함하면 의료 서비스에 접근 가능한 고객 수 자체가 적고, 더불어 의보가 없는 고객 쪽이 훨씬 의료 수요가 높다는 것까지 계산하면... 결국 손님이 적어서 비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단 기계가 아니라도... 의사의 연봉을 유지하려면 얼마만한 손님을 받아야 하나라고 생각해도 똑같죠.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의사 협회에선 앞으로도 계속 돈을 잘 벌고 싶다면 혹시나 민영 보험 들어오지 않도록 민영 보험을 결사 반대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민영 의료보험 들어오면 고객이 팍 줄어들 거니까요. 의보 가입자의 10%에게는 지급을 안할테니까 ^^ 거기다가 의보 가입 못하시는 분들이 미국 인구로 따지면 대충 20% 되나요? 우리나라도 그 정도 될 거라고 생각해 보면 현재보다 20%(민영 의보 미가입자) + 8% (나머지 80% 중 지급 거부 당한 10%) 해서 총 소득이 28%는 줄겠군요. (위에서 얘기한, 민영의보 미가입자가 의료 수요가 더 높다는 사실은 빼고라도...)

 거기에 우리나라 현실을 겹쳐볼까요? 우리나라 최대 기업 S사가 만든 S 의료보험이 있다고 하면, 당연히 S 의료원에서만 되도록 제약을 할 수 있겠죠? 여러 병원과 계약을 하느니 S 의료원을 왕창 늘리는 게 훨씬 S 기업 입장에서 이익이잖아요. ^_^? 소규모 자영 병원은 점차 줄어들겠죠. 더군다나 브랜드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까지 고려하면...!





  무어 감독은 비단 의료 보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식에 대해서도 중요한 부분을 지적합니다. 국민을 무서워하는 정부여야지, 정부를 무서워하는 국민이어서는 안된다고. 국민들이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시위하고 투표하여 의견을 개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구요.





 사실 국민들의 삶의 질이 의료서비스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고, 더 복잡한 요소가 많은데 무어 감독은 의료서비스만 가지고 미국은 최악이고 다른 나라는 천국인 것처럼 그려놨어요. 그래요. 뭐 그렇다고 합시다. 미국인들은 여차하면 옆나라 캐나다에 가서 치료라도 받으면 되죠. 우리는 의료서비스 받자고 인종차별 받을 수도 있는 외국으로 나갈 수도 없고... 별로 도망갈 데가 없잖아요. 그냥 이 나라 살기 좋게 고쳐가면서 살아야 하잖아요. 우리 포기하지 말아요. 저도 사실 되는대로 살아야지 어쩌겠나 생각했지만...  영화 보고 나니 나라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분명히 국민에게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적극적으로 시위에 나가고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해도, 국민 누구에게나 주어진 권리인 소중한 한 표! 우리 이거나마 포기하지 맙시다.

 배너도 한번 달아 볼까 해요. :D 요거 블로그 어디에다 달면 좋을까용...?
 
'What can I do?' - SiCKO


뱀발 1. sicko는 미국 속어로 아픈사람, 환자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뱀발 2. 영화에 보면 꽤 재밌는 사연이 몇개 나오는데요, 막판에 나온 사연의 사이트가 실존합니다.
http://www.moorewatch.com
들어가보시면 왼쪽 위에, 영화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을 위한 링크가 나타납니다.ㅋㅋ
영화를 보고 나서 보시면 재미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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