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from 일상/일기 2011. 9. 16. 20:59

 지나간 일기는 기록으로 남기고는 싶지만 하지는 않을못할 듯 하다. 요 근래에는 정말로, 뭔가 쓰고 싶어도 내 안에 저장된 텍스트가 너무 부족해서 불가능하다. 문자 텍스트 입력이 너무 부족하니까, 집에 오면 하루 종일 인터넷으로 웹서핑하기에 바쁘다. 신문 기사가 너무나 읽고 싶어서 괴롭다는 느낌이 들 정도니까 말 다했지 뭐.



 전세난 대폭발의 한중간에 휩쓸려서 아직 맘 편하게 늘어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간 얼마나 힘들었는지 회사갔다 집에 오면 뭔가 허한 기분이 든다. 집주인이 전세를 시세대로 주던지 월세 30을 더 내놓던지 하라고 하도 쪼아대서 이사를 가야하기 때문에 아직도 정신적으로는 바쁘지만 뭐랄까, 그래도 그간 결혼 준비 하느라고 한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랄까..?



 주변 전세가 다 정상적인 가격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올랐다. 이 동네가 역세권이고 교통이 편리하고 좋고 바로 가까이에 마트가 있고.. 그간 살기는 좋았다. 다만 이 집주인이 정말 싸가지가 없어서 - 사람이 다쳤다는데 당장 집을 알아보라고 쪼아댐 - 도저히 더 살긴 싫은데 갈 데는 없고.

 그간 항상 집 근처에 주차공간이 여유가 있었는데 요새는 여유도 없을 뿐 아니라 차종이 다 중형이나 준중형, 심지어 대형차도 보인다. 차가 생기거나 바뀌었거나, 사람들 형편이 피었나 보다 싶을 수도 있는데 난 이런 생각이 든다. 이제 자가용 운전도 못 할 정도로 가난한 사람은 다 쫓겨났구나 라는....

 여기 분당이 환경은 꽤나 좋긴 한데, 아파트가 너무 낡아서 더 살기가 솔직히 싫다. 지금 이미 17년째인데 처음 들어올 때도 이렇게 낡은 아파트가 안 무너지나 생각까지 했을 정도니까 -_-; 올해 새로 도색해서 겉은 깨끗한데 솔직히 바닥이나 천장이 수평이 안 맞는 건 기본이고 옛날 설계라 좁은 부엌과 금간 벽과 곰팡이 등등... 그래서 가능하면 좀 최근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었는데, 보니까 근방에 만만한 아파트는 죄다 입주년이 1992~1995다. 판교나 이매동 아파트는 평수가 일단 30평 이상부터 시작하는데 전세가격이 지금 집의 2배 정도. 성남 구시가지의 작은 아파트를 알아보려고 하고 있는데, 솔직한 마음은 빌라나 단독주택을 생각해야할 것 같다.




 회사 일은 꽤 재밌다. 혼자서 못 해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6개월 동안은 팀장님이 일을 같이 봐주신다고 해서, 별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2주만에 인수인계를 다 받아야 하나 싶어 걱정하며 하나라도 더 외우려고 기를 썼는데 6개월이라니... (허탈)

 주로 내 일은 기존에 개발된 시스템의 운영지원 90%, 신규 기능 개발 9%, 유지보수 1% 정도로 되어 있다. 주석은 거의 없는데 대신 기존 구현과 문서화가 비교적 잘 되어 있어서, 기능 추가는 그리 어렵지는 않은 편인데 문제는 이 운영지원 부분이다. 우리 회사가 말하자면 병 내지 정 쯤에 해당하는데 문제는 을 쯤 해당하는 회사에서 들어오는 요구사항 내지 문의사항이 상당히 많다. 아니, 이 시스템을 쓰고 있는 부서가 많아서 각기 다른 곳에서 계속 요청이 들어온다.

 이게 우리쪽 문제면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일이 되는데 - 난 디버깅하는 게 재밌더라 - 의외로 상당수의 문제가 저쪽이 잘못 '사용'해서 발생한 문제라서 아무리 우리꺼 들여다봐도 답이 안 나올때면 피곤해지는 거다. 뭔가 좀 저급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기분. 이런 일에 대비해 선임이 문서로 매뉴얼을 많이 남겨 놓긴 했는데...

 아무튼 회사에서는 정말로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출근해서 딴짓하는 시간이 1시간도 채 안 되는 듯하다. 나에게 이런 집중력이라니.. 의외로 이 일이 재미가 있는 듯. 아니 사실 누가 도와주면서 바람을 막아주어 부담없이 하는 게 즐거운 걸까. 난 코딩을 하다보면 대체로 거기 쓰이는 툴을 찾고 설치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하는 데 시간이 제일 많이 드는 편인데 그런 문제는 누가 다 빠르게 해결해주고 난 막상 머리 굴리는 거만 하면 되니까 그건 진짜 편하긴 편하다. 게다가 선임이 일을 아주 잘 준비?해놔서 시행착오도 적은 편이고...

 월급 적고 위치가 최악이고 전세난에 통근시간이 대폭 증가할 예정인 것만 빼면 대 만족. 하지만 칼퇴근을 권장하다 못해 상사들이 칼같이 가버릴 때는 뭐랄까, 월급 좀 덜 주셔도 좋은 기분이닼. 삶의 질 >>>>>>> 돈.

 아무튼 회사에서는 회사일에 몰입, 집에 와서는 전혀 회사 생각이 안나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행복하다. 요새 몸은 힘들고 피곤하고 멍하지만 아픈 곳이 없는 데에는 그런 심리적인 만족감이 큰 것 같다. 이래서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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