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from 일상/일기 2011. 12. 24. 02:01
하고 싶은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꽤 흔한 변명인데, 물리적 시간 보다는 사용 가능한 학습 시간이 부족하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은 대부분 과몰입 상태일 때가 많고 서너시간 걸릴 일을 한 시간 동안 약간 고양된 상태로 하고 나면 진이 빠져 나머지 세시간을 다운된 상태로 멍하니 보내곤 한다. (이 글을 회사분들이 보지는 않겠지...)

퇴근한 남편님이 멍하니 웹서핑만 하는 걸 보고 이해를 못했었는데 지금은 250% 공감. 하고 싶은 걸 이것 저것 생각해 놓고 집에 와선 멍때리고 tv보다가 남편님이 주는 밥 먹고 설거지 하고 아이폰 조금 만지작 거리고 잔다. 남은 시간은 어떤날은 청소, 어떤날은 장보기, 어떤날은 웹서핑 정도로 사라진다.

이십대 후반이 된 뒤로 한 번도 새해 목표를 세우질않았다. 내년이면 서른이라 오래간만에 새해 다짐 같은 것도 하고 싶은데 곰곰 생각할 시간(실은 맑은 상태의 머리가)이 없다.

회사에 다니는 것은 좋다. 솔직히 와우할때가 더 심한 중노동이 아니었을까? 급여는 대략 대륙의 죄수 수준이고 하루 14시간은 일아닌 일을 했던 것 같다-_-;;; 그게 하드코어하게 하면 할 수록 생계유지(?)가 중노동화되는 게임이다보면.... 적어도 회사는 하루8시간 근무에 급여도 한국 it수준은 주고 나름 보람도 있고 정신적 안정도 있고 규칙적인 삶과 세끼식사로 건강도... 물론 정신노동의 강도가 훨씬 높지만 세상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지...

어쨌든 20대를 방황하며 보내고 나서 올해 막판 벼락치기로 이것 저것 많이 했다. 결혼도 하고 취직도 하고 이사도 하고 집들이도 했다. 모든 것이 마음 같이 잘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자유여행으로 다녀온 신혼여행은 즐거웠다. 약간의 책임감과 모험심, 그리고 남편과 함께 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신뢰가 생겼다.

그러고보면 10대의 나도 똑같았다. 만화를 그리고 게임을 하고 조금쯤은 중2병의 수다를 떨며, 즐겁게 살아놓고 막판 고3 벼락치기 - 10대 전체로 보자면 - 를 했던 셈이 아닌가?!

모든 건 그렇게 느리고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제 갈길로 간다. 부모님에게 내가 마음에 드는 딸일지 아닐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분들이 나를 기르시며 분명히 원하시던 한 가지는 이루었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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