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머니볼

from 문화생활/영화 2011. 11. 2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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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에 - 결혼한 후로 처음 - 남편님과 영화를 보러 갔다. 머니볼. 개봉한다는 광고를 봤을때 당연히 우리는 그 영화를 보아야한다고 생각했다...ㅋㅋㅋ

 물론 야구 영화라고 생각해서 보러 간 것은 아니다. 야구에 너드적 개념을 도입한 그런 이야기를 기대하고 갔을 뿐.

 영화는 기대와는 거의 전혀 다른 영화였다고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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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보러 가던 시점에는 어느 정도 야구를 베이스로 해서 빌리 빈이 자기 이론을 가지고 투쟁해서, 결국은 우승을 하고 - 실제로 빌리 빈의 A's는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 그 결과가 감동적으로 그려지는 전형적인 스포츠 드라마를 상상했다. 물론 트레일러도 어느 정도 그럴듯 해보이긴 했다.

 영화의 도입부는 그럴 듯하게 시작한다. 돈은 너무 적고. 유명 선수 셋이 동시에 자유계약 선수로 나가는 시점. 무언가 변화가 빌요한 시점에 빌리 빈은 머니볼 이론에 맞춰 팀을 구성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의 본질은 그다지 그 머니볼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고교 시절 유망주였고 스탠포드에 운동 특기 장학생으로 입학할 뻔 했던 빌리 빈은 뉴욕 메츠의 스카우터들이 약속한 거액의 연봉에 진로를 바꾼다. 그것은 빌리 빈이 스스로 인정하는 '돈 때문에 진로를 바꾼' 유일한 경험이다.

 하지만 메이저 리그 생활은 그다지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한 번도 주전으로 나서지 못했던 빌리 빈은 어느날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스카우터가 되기로 결심한다.

 스카우터들의 그 직감에 의존한 선발로 자기같은 선수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싫다며.

 사실 그건 그냥 빌리 빈의 수많은 궤변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돈이 다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하면서도, 결국 돈에 의해 진로를 결정하면 망한다는 자신의 징크스는 극복하지 못 한다.

 오로지 출루율이 경기의 승패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보러 가면 진다는 징크스 때문에 경기를 보러 가지 못한다.

 돈을 많이 줘서 선수가 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야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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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리 빈은 머니볼로 자기 팀을 20연승이라는 기록을 하도록 만들긴 했지만 돈으로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계획을 실현하기는 커녕 경기를 지켜보면 진다는 그 말도 안 되는 징크스조차 극복하지 못한다.

 이런 점은 어떻게 보면 즐거운 인생과도 비슷한데. 즐거운 인생에서 적어도 주인공들의 주변 현실은 변하지 않지만 주인공들은 변화한다. 그 변화가 영화 전체를 대단원의 막으로 이끈다.

 그런데 머니 볼에서 빌리 빈은 전혀 변하지 못한다. 빌리 빈만 놓고 보면,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영화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결국 빌리 빈이 시스템 조차 변화시키지 못했다고 말한다.

정말로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래서 어쩐지 뭔가 위로가 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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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래드 피트는  쉬지않고 음식을 입에 쑤셔넣었다 뱉었다 하고, 운동을 멈추지 못하고, 초조하게 차를 휘돌리는

 불안하고 초조한, 어찌보면 강박증을 앓는 것 같은 빌리 빈을 그려낸다.

 자기 모순으로 가득하고, 지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고,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며 ....

 그러면서도 정작 승리할 수 있는 순간, 아니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패배를 피할 수 있는 제안에도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이란 결국 더 이상 돈에 의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피터는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보여주며 극복하라 종용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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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어떤 결말이 정말로 반전이었을까?

빌리 빈의 선택은 마치 통기타와 소녀의 목소리가 만드는 달콤한 멜로디의,자조적인 가사의 노래와 같았다.

성공의 기준이란,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이란 어디에 있는 걸까.

어떤 선택이 정말로 행복해지는 길일까?

인생은 그렇게 미로와 같고 사랑은 수수께끼와 같아서

헤어날 수 없고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이 영화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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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실화적인 사건들을 마치 만화같은 요소로 여기저기 쓰고 있다. A's의 20연승이라던지. 별로 야구 경기를 진지하게 그리지도 않는 주제에 무슨 20연승이야,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것이 실화! ...현실이 때로 더 픽션같은 법이다.

  영화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보였던 과장도 등장하는데, 이를테면 영화에서는 마치 스카우터들의 '감성'에 의지한 경영 대신 과학적 방법론을 도입하는 것처럼 설명한다. 그런데 정작 머니볼을 먼저 시작한 것은 빌리 빈의 선임 단장 앤더슨이었다고.

 게다가 영화에도 등장하지만 별로 최약체 팀도 아니었다. 영화가 시작하는 2001년에 102승이나 하고 있는데...

 그리고 현재에는 다른 팀들이 다 머니볼에 나온 이론대로 저평가된 선수를 발굴하는 바람에 여전히 가난한 A's는 아직도 '마지막 경기' 우승을 못 하고 있다고 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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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빌리 빈의 딸 케이시가 부르는 곡은 'the show'라는 곡인데 내용도 그렇고 정말로 영화에 잘 어울리는 느낌이라 무한반복 재생중.

I'm just a little bit caught in the middle
Life is a maze and love is a riddle
I don't know where to go I can't do it alone I've tried
And I don't know 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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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는 마음에 드는 배우다. 사실상 다른 작품은 스미스부부 를 본 것이 전부인데 - 난 왠지 시간여행자의 아내도 브래드 피트를 표현하는 그 무언가라고 생각하지만 -

많이 늙어서 이젠 예전같이 '잘생긴' 배우가 아니지만 계속해서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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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 뒤 실화

음 실제로는 딸 때문에 그랬던 거였군!....

영화의 결말은 실화랑 같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극적으로는 여러가지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시종일관 공터에서 차를 이리 틀고 저리 틀고 하던 빌리 빈이 마지막에 편안하게 도로를 드라이브 하는 것이 어찌보면 진짜 결말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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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열려있는 결말을 지향하는 영화라 사실 이야기할 꺼리가 많을 것도 같았지만..

 러닝타임이 엄청나게 길어서 집에 와보니 1시. 인터넷 조금 뒤지다 보니 3시....

이야기는 커녕 쓰러져 잤습니다. -.-



2.

 생각보다는 스케일이 작아요. 로케 지역 선정하고 한다고 돈은 엄청 들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사람들의 눈이... 이미 아바타 같은 스케일에 많이 익숙해져 있잖아요.

 배경이 꿈이기 때문에 사실상 더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건축가(architect)들이 꾸는 꿈이라 그런가.... 너무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밋밋했어요.

 지극히 현실적인 도시 세트에서의 추격신. 지극히 현실적인 설원에서의 추격전. 그나마 가장 상상력이 발휘된 무중력 호텔. 물론 꿈 속이라고 자기가 모르는 게 등장하는 것은 이상하지만 좀 너무 평이하고 현실적인 배경선택이었다고 봐요. 제가 볼 땐 꿈 속의 꿈으로 들어가면서 점점 비현실적이고 이상한 게 많이 나왔어야 한다고 보는데...

 내용은 재미있었는데 눈요기 면에서는 그냥 좀 심심했음. 장르분류가 SF/액션이라고 되어있는데 전혀 그 SF/액션이라는 분류에서 우러나오는 느낌이 아니....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3.

 로버트 피셔 Jr. 납치보험만 천만불 드신 분이 왜 비오는 날에 전용차량 한 대 없어서 택시를 타신 걸까나요. 차라리 전용차량 째로 납치하던가 했으면 말도 되고 재미도 더 있었을텐데. 차량 방탄도 더 잘 되었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넷을 보다 보니 어떤 분이 지적한 것이 또 있던데 로버트 피셔 정도 되는 사람이 보디가드도 없이 다니냐고... 그러게나 말이에요. 전용기도 있으신 분이...



4.

꿈 속의 세계라면서 도무지가 너무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에요. 여러 사람이 같이 꾸어서 그런가? 제가 꿈을 많이 꾸는 편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꿈 이야기 적어보다 보면 정말 어딘가 한 부분씩은 터무니없는 곳들이 있는데 꿈속의 세계라기엔 너무 현실적이고 리얼하더군요. 꿈이라면 팀 버튼 영화속 캐릭터들 같은 게 하나씩 튀어나와 줘야하는게 아닌가 싶었어요..-_-ㅋㅋ;;



5-1.

꿈 관광객(사이토)에게는 귀환방법(토템)을 알려주지 않다니 정말 나쁜 여행사(?)입니다. 불쌍한 사이토...



5-2.

 사이토와 코브 사이는 오랜 친구나 지인 같은 사이가 아니라, 단순히 고용인-피고용인, 혹은 의뢰자-수임자 정도의 사이인데 믿으라니 말라니 하는 거 정말 웃기더군요.

  이런 느낌이 될 수는 있겠네요. 코브는 사이토를 믿었기 때문에 인셉션 작전을 만들었고, 또한 사이토는 코브를 믿었기 때문에 림보에서 탈출했고, 그리고 그 결과 해피엔딩...?



6.

 정말 재미있게 보긴 했습니다. 사실상 이런 미스테리 스릴러를 표방하는 장르 중에서 감독이 이렇게나 헷갈리지 않게 친절하게 강조부분 많이 넣고 알아보기 쉽게 만들어준 영화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꿈을 여러 단계로 내려갈 때, 꿈 속 배경들이 아주 역동적으로 바뀌는 부분들, 사실 그거 그냥 관객용 장치라고 생각하거든요. 1단계에서도 호텔 2단계에서도 호텔 3단계에서도 호텔 림보까지 호텔이면... 지금 이게 꿈인지 꿈이 아닌지 방금 전에 꾼 꿈에서 깨어난 건지 아닌지.....@_@ 혼돈의 늪에 빠졌을 것 같지 않나요....

 더군다나 3단계에서의 깨어남 - 2단계에서의 깨어남 - 1단계에서의 깨어남까지 친절하게 보여주는 장치로 인해서 이들이 서 있는 층이 어디인지 헷갈림 없이 따라가기가 쉬웠지요.

 이와 비슷한 장르의 영화로 제가 봤던 것들이, 메멘토, 나비 효과, 프레스티지 정도가 있는데요. (사실 이런 장르 무서워서 잘 못 본답니다. -_-;;;) 메멘토는 뭐... 거의 주인공과 같은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영화를 보고 결론만 기억나는-_-... 나비 효과는 두 번째 보니까 뭐가 뭔지 좀 논리적으로 구성되었었고... 프레스티지는 약간 추리 쪽과는 다른 것 같지만...

 상대적으로 인셉션은 영화를 보면서 힌트들을 별로 놓치지 않았네요. 앞부분에의 미심쩍은 내용을 생각하다가 흐름을 놓치기 쉬운데 초반부 배경설명을 아주 잘 풀어놓았고 (사실 별로 복잡하지도 않으며) 그래서 고민할 소지는 별로 없었죠.

 인셉션에서 중요한 규칙 몇 가지는, 꿈 속에서는 깨어있는 것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것. 꿈 속에서도 고통은 현실과 같지만 꿈 속에서 죽으면 깨어난다는 것 등이 있겠네요. 두 사람의 꿈이 연결되면 꿈꾸는 사람 - 그리고 그 꿈 속에 들어간 사람이 존재하게 되는데 꿈 꾸는 사람이 세계를 만든다면 그 세계를 보다 평범해 보이게 만드는, 즉 거리에 사람들을 채우는 것은 꿈 속에 들어간 사람의 몫이 된다는 점이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킥kick을 통해 꿈 밖으로 나올 수 있는데, 우리 몸에 느껴지는 충격이나, 어떤 약속된 음악(이를테면 알람?) 같은 것을 사용해 꿈 속에서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부분 같은 걸 아주 차분히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서 내용을 따라가기가 쉬웠지요.

 


7.

 아리아드네라는 이름이 너무나 노골적인데다가, 인물들 이름 중에서 평범한 거라고는 '마일즈 교수', '사이토', '아서' 이 정도 밖에 없어서 다른 이름에도 뭔가 힌트가 있지 않을까 하고 인터넷을 뒤져봤는데 개연성이 높아보이는 이야기는 없네요.
 
www.strangecultureblog.com (영어)

 영어가 짧아서 그런지, 아니면 개연성이 별로라 그런지... 로버트 피셔에 관한 이야기랑 아서 이름에 관한 이야기는 재미있는데 나머지는 그닥이네요.
 
 Yusuf는 비교적 그럴듯 하게 해석이 가능한데.. Joseph 이라는 이름의 이슬람식인 것으로 보아서 성경에 나오는 꿈꾸는자 요셉이 모델이 아닐까 해요. 실제로 제일 윗단계의 꿈을 꾸고, 꿈 속에서 하는 일이 '패밀리'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지키는) 역할인 것으로 볼때. ㅎㅎ (물론 아서도 지키고 있지 않냐고 하면 그닥 할말은...)

 요셉은 성경에서 형들에게 버림을 받지만, 예지몽을 꾸고 또 그 꿈을 해석하는 능력을 가진 탓에 이집트 파라오(바로왕이라고 나오는..-.-;;) 의 꿈을 해몽해주고 총리가 되지요. 파라오의 꿈은 7년간 흉년이 들 것이라는 예지몽이었기 때문에 요셉은 미리 흉년에 대한 대비를 하고 또 가난하게 살고있던 - 흉년의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던 - 가족들을 이집트로 불러와서 먹고 살게 해주지요. 이게 갑자기 유대인들이 이집트(애굽..)으로 몰려가 살게 된 계기고 이후에 출애굽기가 나오는것이지요...


 Mal도 처음 들었을 때 malware를 떠올렸는데.. 실질적으로 Mal이 수행하고 있던 마치 버그같던,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는 꿈의 세계에 마치 바이러스같이 침입하는, 그리하여 꿈을 망가뜨리는 부분이 너무 그럴듯 하지 않나요?

 역시 이름들이 막 지은 이름이 아닌 거 같은데... 나머지는 역시 문화적 배경의 차이로 찾아낼 수 없어서 아쉽네요. 특히 Dom Cobb 같은 이름은 막 지었다고 보기엔 너무 특이한데 -_-;;;



8.

 토템에 관한 이야기... 서구에서 '토템'이 가지는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몰라서 정확한 이해는 불가능하지만 아마도 '영원히 돌아가는 팽이'가 코브의 토템이라는 점에서, 아서의 토템은 혹시 항상 같은 눈만 나오는 주사위가 아닐까 뭐 그런 의심도 해 보았는데... 아리아드네가 토템으로 하필 체스말을 수작업 한데다가 톡 쓰러뜨려보는 장면에서 왠지 아쉬움을 느꼈네요. 위 사이트에서 로버트 피셔의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의 개연성 정도로만 작동 하는 듯. ...

 토템의 작동이 꼭 비밀일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 사실상 자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자신의 '토템'을 코브에게 알려줬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 코브의 입장에서는 자기도 같은 일을 당하는 게 매우 두려웠을 것 같기도 하네요.



9.
 
 로버트 피셔에게 일종의 심리적 주입을 하려고 하는데 코브 일당이 시도하는 방법이 '분노'가 아닌 '긍정'을 통한 카타르시스라는게 일견 무섭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네요. 코브가 만약 피셔 부자간의 불화를 시도했다면 그 인셉션은 성공을 했을까요? 코브가 살아있냐 하는 엔딩과는 별개로, 피셔는 개인적으로 인셉션이 끝난 뒤로 만족감을 느끼죠. 코브는 브라우닝이 피셔를 해꼬지하려 했다는 음모를 덧씌우지만 피셔는 강물을 탈출할때 브라우닝으로 변신해 있는 임스를 같이 데리고 나오죠. 기본적으로 대부에 대해 애정도 있고, 기업가라고 보기엔 인간적인, 선량한 사람인거지요. 그런 피셔가 꿈을 통해 아버지와의 화해를 하다니... 제가 보기엔 참 좋은 결말이더라구요. 사실 머 회사 까이꺼 뭐가 중요한가요. 가족을 버리는 비인간적 삶보다야 낫지요.



10.

 결말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면, 사실 어떤 게 결말인지가 중요한가? 라고 물어보는 것이 감독의 의도 같네요. 결말을 속시원하게 밝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팽이를 돌려놓고 그 상태에 대해 코브가 알려고 하지 않고 초월해 버린다는 점이... 단순한 열린 결말이라기 보다는 '그게 중요한가?' 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요.

 사실상 그 팽이는 코브의 것이라기 보다는 말의 것인데, 말의 무의식에 팽이를 돌려놓음으로 인하여 코브 역시 말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라는 탈출할 수 없는 미궁에 빠져있었던 것이죠.

 아리아드네는 정말 노골적으로 그리스 신화에서 '미궁을 탈출하는 실마리'가 되는 인물의 전형인데... 새드엔딩이라고 보기엔 아리아드네라는 이름의 존재감과 마지막 장면에서의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라는 대사가 너무 무의미해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진정한 현실이라는 건 어떤 의미로는 '주인공 코브가 아내의 악몽으로부터의 탈출하는 것', 즉 팽이를 놓아버린 것에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팽이가 계속해서 도는지 아닌지, 그게 현실인지 아닌지 같은 건 별로 의미가 없는 거죠. 그래서 저 나름대로는 해피엔딩을 지지해요.

 아리아드네가 코브의 '악몽'을 추출해 간 것이라고 보는 것도 가능하겠죠....?

 뭔가 절망적인 반전 같은 게 있다거나 시니컬한 결론이 나왔더라도 별 불만은 없었을 것 같은, 흔치않은 영화였는데도 마냥 해피엔딩이라는 생각 밖에 안드는군요. ㅎㅎㅎ 피셔의 바람개비 때문인가...


인셉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10 / 영국,미국)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타나베 켄,조셉 고든-레빗,마리안 꼬띠아르,엘렌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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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 서핑을 하다가 문득 발레리나 사진을 발견하고 따라가보다보니 가까운 시일에 하는 발레 공연이 있더군요. 게다가 그 표는 무려 놀랍게도 단돈 5000원!.... 물론 B석이지만. 그래도 5천원이라면 영화보다 싸잖아..!

 그리하여 당장 예매에 들어갔습니다. 표가 R, A, B 각각 10장도 변변히 남지 않은 상태였기에 정말 후다다닥 결제를 했고 토요일 오후 3시라는 좋은 시간에 B석 두 장을 손에 넣었습니다. +_+

 

B석에서 무대를 바라본


국립발레단의 코펠리아는 5월 5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상연합니다. 좌석에 앉아 무대를 찍어 봤습니다. 구석을 피하려면 A석은 되어야 했을 것 같네요. 티켓의 가격이 가격이라, 무대도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토월극장이 워낙 작아서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습니다.


 줄거리

  코펠리아는 코펠리우스 박사가 만든 사람 크기의 인형입니다. 이 인형을 발견한 프란츠가 애인 스와닐다를 두고 코펠리아에게 반해서 사랑을 고백하려고 코펠리우스 박사의 집에 침입을 하게 되죠. 한편 스와닐다는 코펠리우스 박사가 떨어뜨린 집 열쇠를 주워 박사의 집에 들어가 보고 코펠리아가 인형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코펠리우스 박사는 프란츠를 꾀어 술을 먹이고, 프란츠의 영혼(?)을 가지고 코펠리아를 사람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스와닐다의 기지로 코펠리우스 박사는 자신의 실험이 실패한 것을 알게 되고, 프란츠와 스와닐다는 행복하게 결혼을 합니다.


 3막으로 구성되어 1막은 프란츠와 친구들이 코펠리아를 발견하고 프란츠가 코펠리아에게 사랑을 느끼는 장면, 2막은 코펠리우스 박사의 집, 3막은 프란츠와 스와닐다의 결혼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막 모두를 쉬는 시간 없이 65분 동안 상연했으니 조금은 짧은 내용이었지요. (사실 길어지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 내용..-.-)

 이 발레는 특이하게도 막과 막 사이에 발레리노가 나와서 내용을 해설해줍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해설이 없는 게 나았을 뻔 했어요. 프로그램북에 있는 내용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해설이었거든요. 그런데 어린이들이 관람하러 많이 왔더군요. 솔직히 발레가 어린애들에겐 좀 지루하니... 그나마 해설이라도 있는 게 나았을 것 같기도 하네요.

 예전에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셜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본 적이 있는데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이 유니버셜 발레단에 비해 좀 더 클래식한 느낌이었기 때문에 이 발레에서도 그런것을 기대했죠.


 그런데 웬걸... 안무에 현대적인 동작이 정말 많이 보이더군요. 하지만 그 중의 몇 가지... 특히 -.- W 게임의 모 캐릭터가 추는 춤 중에서 개인적으로 매우 저질스럽게 평가하는 동작이 있어서 좀.. 복잡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거....


 물론 W 게임의 춤들은 다 있는 춤을 가지고 모션캡쳐해서 만든 거니까 뭔가 유명한 원본 춤이 있겠지만...

 줄거리 자체가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게다가 약간의 반전이 있는 점도 재미있었죠. 저렴한 가격도 마음에 들고... 다만 아쉬웠던게 저연령 관객이 많아서인지 후반으로 갈 수록 분위기가 좀 어수선한 감이 있더군요. 아쉽습니다. ㅠ.ㅠ 3막을 중간 쉬는 시간 없이 곧바로 모두 상연했는데, 그래도 상연시간이 65분이라고 하니 좀 짧은 편이네요.


코펠리아
  • 공연기간 : 2010.04.27 ~ 2010.05.05
  • 공연장소 :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 출연 : 정보 없음
  • 1997년 시작된 국립발레단의 스테디셀러 공연 ‘해설이 있는 발레’가 2010년 탄생 14주년을 맞이해 ‘전막 해설발레’로 업그레이드 돼 .. 더보기

덧. 그리고 관람일은 5월 1일이긴 하지만 나름 5주년 기념행사(?)였습니다. 4월 29일이 기념일이라 그 날 뭔가 하고 싶었는데...  미스 사이공이 동네(?)에서 상연중이라 그걸 볼까도 했지만 가격이 부담시러워서 허허허.
 예술의 전당까지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려나 했는데 은근 얼마 안 걸리더군요. 3호선 접근성이 좋아져서 오히려 이전보다 가기는 편해진 느낌이군요.

덧2.
 

 그리고 받은 홍보용 팜플릿. 이것도 가보고 싶네요. 세 개의 짧은 발레를 하나씩 상연하는 것 같아요. 마침 딱 제 생일 즈음에 하기도 하고... 그리고 C석 5000원... 물론 오페라극장은 5층짜리라 C석은 맨눈으로는 안 보이겠지만...

덧3. 5월 5일까지 하는 예술의 전당 공연은 이미 매진이지만..... 국립발레단은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개관 5주년 기념으로 코펠리아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5월 26일~30일까지 상연합니다. 역시 B석은 만원 정도로, 저렴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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