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고 해 놓고도 이거 재미없어서 애인님한테 구박먹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_-;;;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박받지 않았습니다. ^_^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뭐 스토리가 허접하다는거야 이미 다 알려져 있던 거지만,
알려져 있는 만큼 허접하지 않았습니다. ^_^;;;;
내가 한국인이고 이무기라는 설정에 이미 익숙해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조선시대 씬이 과도하게 낯 간지럽다는 거 빼고는 좀 어물어물 넘어간 설정도 다 이해할 수 있고,
과도한 우연도 스윽하고 나타나 주시는 머시기 도사 하나로 대충 다 설명이 되었습니다.
다만 연기를 발로하시는 우리의 배우들 때려주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이무기씨가 주연이고 배우는 조연쯤 된다지만
정말 하기 싫은 거 억지로 시켜놓은 거 같더군요-_-;...
다만 조연급 배우들은 꽤 괜찮았는데...
엑스트라 배우들이 해주는 약간의 개그연기도 좋았어요.
(한국 배우들은 그저 안습... ㅠㅠ)
CG는 대략 만족했습니다.
+ㅅ+ 이무기도 정말 잘 만들어 졌고, 마지막에 나오는 용은 정말 감동의 눈물이 흐를 지경입니다.
그걸 그런 퀄리티로 만들어 주시다니!
상상 했던 그것이 정확히 그러한 퀄리티로 눈 앞에 나타났을 때의 기쁨?
LA 전투씬도 대략 만족스러웠구요.
다만.... 지루합니다 -_-;
심형래 감독님이 비교한 다른 영화들의 예를 들어보지요. 스파이더맨, 트랜스포머, 쥬라기공원.
트랜스포머는 아직 안 봤으므로 제외합시다.
솔직히 스파이더맨3하고 비교하면 뭐 스토리는 거기서 거기인 수준이라고 밖에-_-;;;
하지만 스파이더맨3은 배우들이 그래도 열심히 연기는 합니다. -_ㅠ
쥬라기공원에 비유하는게 더 어울릴지도 모르죠. 괴물 영화니까.
그런데... 쥬라기공원의 그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찔한 스릴이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전투 씬이 너무 길다는 거!
전투 씬이 신나고 흥분되고 즐겁고... 이럴 수 있는 한계타임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것을 살짝 넘어가버렸습니다. -_-;
LA전투씬...2/3지점까지 재미있었지만 그 뒤로는 이제 끝날때쯤 되지 않았나? 싶은 기분.
이무기 전투씬... 디테일이 살아있었죠.
코브라 가지고 연구를 많이 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너무 길었음. -_-;
전체 액션 시간을 100이라고 한다면, LA전투씬과 이무기 전투씬이 각각 50정도인데
하지만 각각 30정도로 해두고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장면이 하나쯤 더 있어야 좀더 집중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기분이에요.
솔직히 폭탄터지고 괴물날아다니는 동영상보자고 간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ㅁ; 영화를 보러 갔지.
게다가 액션이 멋지고 정말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준다는 느낌이지만, 짜릿한 맛이 어딘지 부족해요. -_-;;; (너무 길어서 그런가?)
그리고 뱀(이무기)이 지나가는 소리 - 스르르륵 하는 으스스한 소리 - 라던가
뱀이 지나간 자국 (물론 이무기 스케일로) 을 잔뜩 남겨준다거나,
하다못해 물칠해놓고 이무기가 지나간 자국이라고 주장해도 섬찟한 즐거움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여름 개봉 영화잖아요. -_-a 더군다나 소재가 뱀인데.
그리고 낮에 나와도 안 어색한 CG는 감동적이지만, 기왕 뱀이니까 밤마다 나타나서 여기저기 뒤지는 이무기라고 하면 어쩐지 섬뜩하고 무섭지 않을까요?
그런 식으로 초반엔 긴장감 조성하고 정작 이무기는 후반에 많이 등장시켜줘야,
공포감도 고조되고, 기대감도 고조되고, 한편 이무기로 인한 즐거움도 (기대한 만큼) 커졌을 것 같은....
(공포영화급 말고.. 쥬라기공원급의 스릴을 줘!!!)
긴장감 한껏 고조시켜놓고 시답잖은 게 나오면 안되지만, 그 이무기가 시답잖은 급이 아니고 꽤나 잘 만들었더란 말이죠.
군데군데 등장하는 개그스러운 대사들 좋았어요.
뭐, 한국어로 쓴 것을 영어로 번역해서 만든 대본인지, 영어로는 거의 안나온 것 같았지만,
영구됐네, 라던지 용가리 어쩌구라던지 하는 아주 귀여운 서비스같은 자막들도 나와주고
코믹한 장면도 몇 군데 나오구요...
차에 치인 아트록스 군단장을 다시 한 번 더 쳐 준다거나 하는-_-ㅋㅋㅋ
고전적이지만 귀여운 심심한 개그들...
솔직히 더 들어가도 좋았을텐데, 피터 잭슨 감독이라면 액션신에다가도 개그를 넣었을텐데 뭐 이런 아쉬움도 남지만...
이런 종류의... 괴물 나오고 다 부서지고 터지고 깨지고 싸우는...(저는 도통 이런 장르를 뭐라 평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별로 애국심까지 동원하지 않아도 팔릴만한 영화인데... 스토리 넘어가는 게 좀 허접해서 그렇지-_-;
어떤 커플이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하고 있던데..
흥행 결과는 예상컨대 쪼끔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