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에 다녀왔는데.. 후기는 3월 18일이군요.
사실 후기를 쓸까말까 망설였습니다. 실은 교수님 따님 결혼식이 있어서 -_-;;; break time 이후의 세션 밖에 못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뭐, 갔다고 남겨라도 둘까해서.
아침에 늦게 일어난데다가 나름 결혼식까지 두탕(?)을 뛰어야하는지라 얼굴에 신경을 쓰느라 이것저것 치덕치덕(...)발랐더니 늦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행사장에 도착한 건 거의 11시가 다 된 시각이었죠.
선착순 1000명까지 경품을 준다고 들었는데, 1~700등까지는 포스트잇 디스펜서, 701~800등까지는 텀블러, 801~1000등까지는 네이버 스케쥴러를 준다고 했었죠. 저는 포스트잇 디스펜서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고 (아직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사무실이 있는 게 아니니...) 텀블러나 스케쥴러를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9시부터 등록 가능한 행사에 11시에 도착한지라 경품따위 남아있지 않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웬걸, 도착해보니 700등 대였습니다. 덕분에 텀블러 겟 >_<!! ...... 그러나 사실 텀블러는 처음 가져보는데... 뭐에다 쓰죠?;
keynote1번 끄트머리를 듣다가 슬쩍 빠져나가서 결혼식에 가고...
후닥닥 돌아와보니 세번째 세션이 시작할 무렵이었스빈다. C 트랙에 있었는데 꽤 재미있었습니다. 20분 분량의 간략한 세미나라서 그런지, 피곤한 상태에서도 집중력이 유지되더라구요. 사실 좀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을 잘 지키시더군요.
인상이 깊었던 부분이, 김홍기님의 2달 알바해서 처음으로 산 8만원짜리 판화로 시작해서 갤러리를 운영하게 되셨다는 부분하고,
황진국님의 생각은 원양어업 같아서 한꺼번에 몰려오기에 잘 적어놔야 한다고, '우르르'를 강조하시던 부분이었습니다.
취미로부터 발전된 직업을 가지면 행복할 것 같아요. 전 평생 살면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하나에 몰입해본 적이 없어서 사실 참 부러운 부분들이었어요. 전 하나에 빠지면 단기간에 푹 빠져서 폐인이 되었다가, 아예 싹 잊어버렸다가... 그런 편이라서-_-; 얄팍하죠 뭐. -_)
네번째 세션에는 애인님이 듣고 싶다고 하여 A 트랙으로 갔는데 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는 내용이기도 했고... 덕분에 중간에 나왔어요. ㅠㅠ;;
마지막에 공연이 잠시 있고... 조금은 천박한 느낌의 사회자가 경품 추첨을 하더군요. 천박하다고 느낀건, 당첨 번호의 참가자가 자리에 없으면 기뻐하라고 강요를 하길래... 사람 속마음이야 실제로 어떻건 그걸 그렇게 사회자가 조장해야 하나요? -_-?
솔직한 감상은 이렇습니다. 개인적으로야 텀블러도 받고 얄구진 것들 받고 애인님과 데이트도 하고 좋았지만 블로거라는 집단의 입장에서 볼 때는 별로 유익한 행사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온라인이라는 세계를 그 자체로서 완전무결한 세계로 인식하지 못하고, 오프라인이라는 익숙한 마당으로 끌어내려는 시도 자체가 이미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와, 성별과, 장애와, 인종을 초월하여 그저 '나'라는 존재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떠나서, 수많은 사회문화적 제약이 생성되는 공간으로 모여드는 이유가 뭘까요. 온라인이라는 무제한적인 인간관계의 공간에서, 오프라인 인맥을 쌓으러 나가는 이유가 뭘까요?
댓글을 통하여 원본글의 저자와 무한한 소통을 나눌수 있는 공간을 떠나서, 일방적으로 강사가 전하는 메시지를 반박없이 들어야만 하는 공간으로 나아가는 이유가 뭘까요?
무한한 다양성이 존재하는 블로그 세계 속에서 선택받은(?) 연사들은 과연 누구들이었을까요? 그분들 가운데 제가 구독하고 있는 분은 단 한 분, 그외에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 적이 있는 분이 한 분... 저는 블로거 세계의 중심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변두리에 존재하는 사람인가요? 아니, '블로거'란 도대체 누구인가요?
앞으로 블로거가 모이는 행사니 뭐니 하는 곳에는 가지 않을 것 같아요. 컴퓨터 앞에서 내 블로그에 글을 적는 순간은 나는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지만 오프라인에 나가면 그저 한 떼의 인간 속에 파묻힌 인간 하나가 될 뿐이라는 생각이 절절히 들었거든요.
좋은 이야기는 블로그에 올라온 글로도 충분히 볼 수 있는데 굳이 거기 가서 나의 의견을 트랙백하지도, 덧글로 남기지도 못할 건데 앉아 있을 필요가 있었는지 싶기도 하고 -_-;
2400명 정원으로 계획된 행사에 실제 참석자가 1000여명 정도 되는 걸로 보아, 실제 신청자도 2400명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예상으로 한 1300~1400명 신청했지 싶어요.)
엄격히 시간지켜가며, 고속터미널이라는 지방 사람까지 고려한 좋은 위치에, 좋은 취지에서 훌륭하게 마쳐진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블로거라는 존재들에게는 컨퍼런스라는 기존의 형식이 아닌, 좀더 파격적이고 신선한 시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무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누구나, 정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어야지 어느 날 대한민국 서울 어느 곳, 시간 되고 돈 있는 사람만 참석할 수 있는 곳은 아니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