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06 - [비일상/소소한 즐거움] - 연극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신청했습니다.

다행히도, 13일의 대기열에서 참가자가 되어 연극 보고 왔습니다. ^^;;
왕궁식당의 최후도 재미있긴 했는데, 그래도 이걸 못 봤다면 아쉬웠겠죠^^;; 이건 선착순이었는데...;;;;
오늘도 스포일러 없이 적어보도록 하렵니다.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무대 예술이 영화같은 영상예술보다 재미있는 점은, 명확하게 그 순간 참여하고 있는 관객이 있다는 점인데 그 점을 잘 활용한 연극이었습니다.

 배우가 관객석 한복판까지 올라와 동전지갑을 찾아간다거나, 마술의 참여자로 불러내 호기심을 자아내어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 같은 장치들은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기왕이면 맨 앞자리에 앉아서 봤다면 재밌을 것 같더라구요. (실은 매후 많이 부러웠...) 시작 전에 웃음을 주면, 이후의 내용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으로 관람하게 되죠. ^^

 연극에는 각각 연령대가 다른 세 커플이 나오는데, 세 커플의 이야기가 한 무대에서 진행되면서 무대를 갈아엎을(?) 일이 좀 많았습니다. 이 때 계속 불이 끄고 무대장치를 바꿨더라면 사실 어둠 속에서 막막히 기다리는 일이 너무 많이 왔을지도 모르죠. 대충 셈해봐도 10번 이상 시커먼 어둠 속에 방치되었을 것 같네요. 이 연극은 그러는 대신 이따금 배우들이 무대장치를 하나씩 들고 나타나거나 들고 퇴장하며, 가끔은 경쾌한 음악에 맞춘 춤과 함께 무대가 구성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특히 침대와 쇼파로 1인 2역을 하며 모든 장면에서 열연한(?) 침대쇼파의 변신을 보면서 무대와 소품을 풍부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배우들의 극중 이름은 그들의 캐릭터를 잘 드러내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몇 번이고 잘못했다고 빌면서도 결코 태도가 바뀌지 않는 20대 남 이대로, 그런 놈(?!)을 변함없이 용서해주는 20대 녀 한순정 커플. 5년째 백수이면서 자존심은 못 버리고, 여자친구에게 약한 모습 못 보이는 30대 남 한백수와 그런 남자친구를 결국 버리고 갈 수밖에 없는 30대 녀 배신혜. 만년 과장인 박부장과 백원짜리 하나에도 벌벌떠는 백원해 부부. 모두들 이름 값하는 커플들이었지요. ㅎㅎㅎ






  20대의 갈등은 남자친구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여자와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남자로부터 비롯됩니다. 사실 저도 처음 연애를 하던 무렵에는 (아니 사실은 지금도?) 남자친구에게 좀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뭐든지 같이 하고 싶어하고, 어디든 같이 가 줬으면 하고, 나 없을 때 뭐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신경 쓰이고... (그렇다고 밥먹는 거까지 보고하지는 않았습니다-_-;;;;)
 일반적으로는 여자들이 집착하는 편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남녀를 초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은 서로 어느정도 귀찮아(?) 질 때까지 뭐든 같이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구요? ...그러면 충분히 같이 있어주지 않은 거죠. 초반 6개월 정도를 징하게(?) 들러붙어 있고 나면 그 뒤로는 서로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생각이 생깁니다. 사실, 6개월도 지나기 전에 이제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별로 사랑하지 않는 거 아닌가요?-_-...
 이후라면, 어느 정도 자신 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해야 질리지 않겠죠. 몇 년을 사귀어도 변함이 없다면 얼마나 지겹겠어요? 얼굴 안 보는 사이에 재밌는 것도 보고 와서 이야기해주고, 없는 사이 뭐 했는지 보여주기도 하고 뭐 그런 게 있어야죠. :)

  불만을 말하면 조근조근 이야기하기보다는 웃음과 애교로 무마하려는 남자. 결과적으로 몇 번이고 똑같은 문제가 일어나죠. 사실 연인들간의 문제는 심각하고 대단한 것이라기보다는 늘상 있는 해결되지 않는 마찰이 매번 폭발하는 것이나 같아요. 서로 문제와 불만이 있는데 해결하지 않고 꾹꾹 눌러놓고 지나가다가 참을 수 없어지면 가끔 한번씩 폭발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연애를 한다고 하면 조언합니다. -_-; 장점을 보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의 '단점을 내가 참을 수 있는가'를 보라구요. 해결 못할 부분은 어차피 참고 넘어가야되는데, 세상에는 절대 양보를 못하는게 존재하는 법이거든요. 예를 들자면 저는 친구가 인생의 우선순위라서 저한테 소홀한 사람이라 해도 괜찮아요. 전 혼자 잘 놀거든요. 다만 책 읽기를 싫어하고 드라마나 쇼프로를 좋아해서 책 얘기 대신 TV 얘기만 한다면 그런 사람은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요. -_-...상대방은 자기 얘기 듣기 싫어하는 저를 싫어하겠죠.; 처음에는 좋아하는 마음으로 참더라도 허전한 마음에 나중에는 서로 다른 대화의 상대를 찾을 지도 몰라요.
 연애 초기에는 서로에 대한 갈등이 많이 일어나잖아요. 서로 잘 모르니 맞춰가는 시기라서... 그 때 웃고 넘어가지 말고 상대에 대해 바라는 점을 잘 이야기해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애인님과 크게 싸운 적은 없는데, 서로 서운한게 있으면 화를 좀 내고 나서 이야기 합니다. "나 이러저러해서 화가 났어". 그래서 납득할만하면 들은 사람은 사과합니다. 아니면 반박하면 되구요.  제가 먼저 할 때도 있고 애인님이 먼저 미안해 할 때도 있죠. 저는 '화를 좀 내는' 과정이 필수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화가 났는데 상대를 생각해서 화도 못내고 꾹꾹 눌러 참으면 속병이 되잖아요. -_-; 그래서 화가 나면 화를 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저도 그렇게 합니다. 뭐라뭐라 화를 내고 나서 생각해보니 미안해지면 그때는 재빨리 사과합니다. ^^ 그럴려면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머리를 뚫고 나가도(?)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나, 컴플렉스를 지적하거나, 지난 번에 화낸 얘기를 꺼내지는 말아야겠죠. 누구든 이성이 돌아오고(?)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자존심이 상해도 후딱 사과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으면 싸움이 커지거나 장기전이 되지는 않으니까요.
 웃고 넘어가면 감정이 풀어진 순간에는 용서할 수 있지만 다음에 똑같은 일이 터졌을 때 두 배로 폭발하죠. 그러면 상대는 생각합니다. '지난번에 화내고 또 화내네'... 무한반복입니다. -.-;;;;

 결국 갈등은 극에 치닫고, 대로의 바람(!)에 분노한 순정은 결별 선언을 하고 맙니다. 자기만의 시간은 혼자 가져야지 왜 다른 여자랑 갖고 그러나요...-.-; 완전 네이트톡 사연이었습니다.

 대로와 순정은 사실상 첫 연애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갈등들과, 서로에게 대해 지켜야 할 선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보여줍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애인이 있다고 하니  10대~20대가 겪을 법한 문제들이랄까요. 연애를 하다보면 아마 점차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연극을 봐서 시행착오를 겪기 전에 알게 된다면 좋겠죠.





 30대의 갈등은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한백수의 자존심과, 사랑이 밥먹여주지 않는 현실의 압박에 굴한 배신애의 모습에 있습니다.

 ...자존심이 밥먹여주지 않습니다. 전 솔직히 여차하면 '오빠다~' '오빠한테 그러면 안되지~' 뭐 이런 말하는 거 질색입니다. 연애에는 누가 나이가 많건 권력관계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겁니다. 열살 많아도, 아니 백살 많아도, 연애에서의 남녀는 그냥 대등한 관계입니다.
 덕분에 좀 싫었어요. -_- 취업해서 회사 잘 다니는 여친한테 이력서 좀 봐달라고 하면 안 되는 겁니까? 여친 앞에서 면접 리허설 좀 하면 어때요? 강한 척, 현실에는 관심없는 척 하는 그 태도가 문제인 겁니다!!!!!! 여자들은 '비전'에 민감합니다. 남자의 '현 상태'는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지금 가난하고 직업없고 그렇더라도 의욕있고 앞으로 뭔가 이룰 것 같은 기상, 상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이상이 있다면 상관이 없는 거죠.
 실상 현실 앞에 떠나가는 여자친구를 잡지도 못하는 그놈의 자존심. 돈많은 놈이 잘해줄 것 같죠? 돈많은 사람하고 살면 그 여친은 행복할 거 같아요? 네버에요 네버. 연애의 적은 부질없는 자존심, 바로 그겁니다. -_-

 여자들은... 우리나라 많은 사회문제가 사실 '남과의 비교'에서 비롯되는데 그런 비교의 희생양이 되지 맙시다.
엄마 친구 아들, 여친의 친구 남친, 아내의 친구 남편 ..... 얼마나 괴롭습니까. -_-;;; 남보다 좀 못하면 어때요. 실제로 돈은 누구나 다 먹고 살만큼은 있는데... 문제는 '남들이 하는 거 나도 다 하려다보면' 발생하는 거죠. 옷도 사야지, 집도 사야지, 차도 사야지... 남들만큼 살기 위해 사랑을 포기하는 여자의 모습이 솔직히 안타까웠습니다. 이 커플 이야기가 나오니 여기저기서 우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아니 사실 워낙 타이트하게 세 커플 이야기가 섞여 돌아가는지라... 다른 이야기에 우신 걸지도 모르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이것도 남의 시선을 신경쓰는 점에서 자존심이죠.

 한마디만 해주면 되는데 왜 못하는지... 여자는 물건이 아닙니다. 잘사는 남자한테 보낸다고 행복해 하지 않아요. -_-;;;;; 사랑보다 돈을 고른 것이 아니고, 당신의 무기력보다는 다른 남자의 의지를 고른 거라구요! -_- 돈이야 여자가 벌어도 되는 건데... 가지 말라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붙잡지도 못하는 남자와 평생 같이 할 수는 없잖아요.




 50대의 갈등은 조금 복잡 미묘하고, 문제는 돈 문제에서 비롯되고 갈등의 해소는 조금 엉뚱한 데서 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어찌보면 우문현답인 것도 같아요. 나름 집까지 샀다면 어느 정도 살만하다는 이야기인데도...백원짜리 모으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산다는게 참... 부부사이에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 소소한 행복을 찾는게 더 중요하다는 답을 주는 것 같아서 좋더군요.
 바둑을 요즘 많은 온라인 게임들로 바꾸면 저건 굳이 50대의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게임기 사들고 들어오는 박부장 아저씨의 모습에 슬쩍 웃음이 나더라구요.




 30대와 50대의 이야기는  남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연애의 문제를 소소하게 '보여주는' 부분은 여럿 있었지만 현실의 압박 - 돈 - 문제가 너무 크게 다가와서 좀 아쉬웠어요.

 20대의 이야기는 비교적 남과 여가 달라서 겪는 문제에 가까웠지만, 너무 네이트톡 사연스러워서 좀... ㅠ.ㅠ

 원작과는 다른 연극이 되었지만, 원작에 나오는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의 차이점은 극 중에서 잘 묘사가 되고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현재 한국의 20대, 30대, 50대가 겪는 이야기 속에서 화성남자 금성여자 책이 지적하는 남녀의 성격 차도 잘 드러내주더라구요. 그렇지만 책을 안 읽으면 이게 왜 화성남자 금성여자인가 파악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극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택한 스토리가 좀 네이트톡스럽다는 점을 빼면... 재미있게 봤습니다. 사실... 행복하게 잘 연애하는 저로서는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지만... :) 어차피 원작 소설도 저랑은 다른 별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봤거든요. ㅎㅎㅎ 유머러스하게 잘 만들어진 연극이었습니다.

 



 연극이 끝나자 열연한 침대쇼파(?)와 배우들이 나와 같이 사진찍을 시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솔직히 좋더라구요. 개인적으로 한백수 오빠 너무 꽃미남이셔서 따로 사진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차마 '둘이 찍고 싶어요'라고는 못하겠어서 소심하게 마련해주신 자리에서 단체 사진만 찍고 도망왔습니다. 제가 배신애라면 이기남씨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한백수...(...) 원래 사람은 사랑 파먹고는 못살아도 얼굴은 파먹고 삽니다(?)  울 애인님이 하는 짓이 좀 귀여운 건 사실이지만... 얼굴을 파먹을 정도는 안되다보면 [먼산]

 혹시 연극 출연하신 분들이 이거 보신다면... ㅋㅋㅋ 사진 찍기 전에 백수오빠 얼굴 빤히 쳐다보던 여자가 저에요. *-_-*




 ...오늘 글은 살짝 허접한 것이 맘에 안 드는데... 맘에 들게 쓰려고 했다가는 내 연애 자랑 + 연애하는 법 설교 +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그냥 관뒀습니다. ㅠ.ㅠ


이 이벤트에 당첨되신 다른 분들의 후기를 보시려면 : http://newmedia20mct.tistory.com/106
,

서울 연극 센터에서 하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연극을 보고 왔습니다. (흐흐.. 여기서 소스가 공개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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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예술극장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요리는 무엇입니까?

『연극』왕국식당의 최후

■ 일시 : 08.03.07(금) ~ 08.03.23(일)

■ 시간 : 평일 pm8:00 / 토요일 pm4:00, 8:00 / 일요일 pm4:00 / 월 쉼

■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 관람등급 : 15세 이상

■ 주관/제작 : 극단 인혁

■ 주최 : 아르코예술극장

■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문의 : 극단인혁 / 02-923-7888

■ 작 : 김명화

■ 연출 : 이기도

■ 출연 : 홍원기-대요리사장 역, 김응수-주인각하 역, 이지하-무희 역, 박상종-오빠 역

 

♬ 2008년 이 시대의 우화 왕궁식당의 최후

블랙 코미디 ‘왕궁식당의 최후’는 건국 이후의 한국사회와 이 시대에 대한 우화다.

 

건 국 60주년을 은유한 창립 60주년을 맞은 자칭 최고의 식당으로 호칭되는 왕궁식당은 우리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세상의 권력 구도를 상징한다. 몰상식과 부도덕의 정점의 세상을 배경으로 한 ‘왕궁식당의 최후’는 요리의 재료로 인간을 사용함으로써 지나 온 한국 사회와 지금의 정치적 사회적 야만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공 연은 한 인간이 그 야만적 구조 속에서 그것이 가능하도록 부속처럼 살아가다가 최후에 자신 스스로를 물화物化 시키는 과정을 통해 이시대의 구조적 모순과 함께 인간 본연의 진실과 그 한계와 갈등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극중 인물, 무희의 오빠로 상징되는 인문학과 철학이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 어떻게 존재해 왔으며 이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고자 한다.





 가능한 스포일러는 자제했습니다. ^^

 블랙 코미디라고는 하지만 실은 그냥 블랙 플레이였습니다. 풍자극인 것은 사실이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류의 풍자는 아니더군요.

 왕궁 식당은 왕궁의 식당이 아니고, 식당의 이름입니다.(왕궁 식당이라는 이름 때문에 설정 파악이 살짝 늦었어요. ㅠ.ㅠ 저는 '왕궁' 식당인 줄 알았는데... 주인 각하는 무려 휴대폰도 쓰심.) 전염병이 돌고, 홍수가 나서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이라, 주인 각하가 내 주는 재료들마저도 거의 절반은 썩어 있는 형편입니다. 이 가운데 요리사 네 사람은 대 요리사장의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요리사 숙주와 요리사 대파는 서로를 미워합니다. 숙주는 해외 유학을 마치고 자격증을 세 개나 소지한 해외파 요리사이고, 대파는 대 요리사장의 레시피를 충실히 구현하는 성실한 국내파(?)입니다. 숙주는 대파가 무식하다고 무시하며, 대파는 숙주가 입만 살았다고 비난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대 요리사장과 주인 각하라는 권력 앞에 아부하는 점에서는 별다를 바 없는 인물들입니다.

 요리사 근대는 대 요리사장이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은 인물입니다. 실력있는 젊은 요리사로, 아부를 하지도 않지만 소신껏 바른 말을 하지도 못합니다. 그는 모든 것을 다 갈아엎지 않으면 안된다고 믿는 개혁적인 인물이며, 정열의 불꽃이라는 이상적인 소스를 만들어 냅니다. 그렇지만 왕궁 식당의 이상한 비밀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해고당하고 .... 당하고 맙니다.

 요리사 ??는 (이름을 잘 못들었어요. ㅠ.ㅠ) 왕궁식당에 뭔가 수상한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적당히 환청을 들은 것으로 둘러대고 있으며 자신만의 세계 - 무희 - 에 빠져 있습니다. 그는 무희의 실체에 대해 모르며, 그저 이상적인 존재로서 사모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여 자신의 환상이 깨진 순간 무희에게 잔혹해지는 존재로 돌변합니다.

 무희는 왕궁식당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입니다. 왕궁식당의 비밀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그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만, 왕궁식당을 떠나면 굶어죽을 것이 두려워 떠나지도 못합니다. 무희는 정신이 살짝 이상한 자신의 오빠를 왕궁식당에 몰래 숨겨두고 부양하고 있지만 결국 오빠에게 배신당합니다.

 무희의 오빠는 무엇이 계기인지 모르지만 약간 정신이 이상해진 인물입니다. 자신의 이름 조차 잊어버렸고 동생조차 알아보지 못하지만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의 이름, 철학적 문구들을 줄줄 읊는 인물이죠. 그렇지만 시종일관 먹을 것만 찾으며, 먹을 것 앞에서는 지금까지 자신을 부양해오던 동생조차 가차없이 외면합니다.

 요리사의 조수들은 요리사들로부터 아무런 요리에 대한 것을 배운 적이 없고, 오로지 배운 것이라고는 자기보다 아랫 사람에게 잔인하게 대하고 무시하는 것과, 한 자리 주겠다고 유인하는 법, 윗선으로 올라가기 위해 남을 밟고 공격하는 것만을 배운 자들입니다.

 대 요리사장은 이 왕궁 식당의 비밀에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된 인물입니다.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전쟁에서 살아남은 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오로지 '살아남는 것'을 절대 선으로 믿고 있기에 함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오로지 음식의 썩은 내, 곰팡내를 가리지 않고 고객들에게 드러내는 '얼음장 같은 분별력'이라는 소스를 60년째 고집하는 소극적인 태도로 왕궁 식당의 모순에 대응하고 있을 뿐입니다. 전쟁에서는 이보다 더한 일도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되뇌이며, 왕궁 식당 최후의 순간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왕궁식당의 부조리를 유지하려고 애씁니다. 어찌 보면, 책임 회피에 가까운 행위일 수도 있고 가장 강렬하게 책임을 지는 행위일 수도 있죠.

 주인 각하는 왕궁 식당의 모든 비밀과 모순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그는 어떻게든 도덕심이라고는 결여된 인물로, 왕궁식당이라는 제국에 언론과 방송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고객들을 배불리 먹여 자신의 제국을 유지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신선한 요리를 위해서는 신선한 재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방식은 신선한 재료를 구하는 방식이 아닌, 끔찍한 방식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대충 어떤 인물들이 무엇을 암시하는지 파악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떤 한 순간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건국이래로 계속 되고 있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 연극의 희곡은 1997년에 작성되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최후에 대한 암시는 2008년인 현재에도 유효합니다. 지금 현재는 무희의 오빠가 음식에만 탐닉하고 있는 순간일 수도 있고, 요리사들이 암투로 서로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다는 자신의 지위 상승에만 관심이 있는 요리사의 조수에 불과한 지도 모릅니다. 혹은, 부조리한 현실을 알고는 있지만 굶어 죽을 것이 두려워 떠나지 못하는, 자신을 착취하는 존재에 불과한 오빠를 부양하는 무희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더욱 끔찍하게도, 배고픔 앞에서는 인간도 어쩔 수 없는 동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떡 하나에 동생을 파는 오빠일지도 모르죠.

 이 연극은, 양심을 팔아넘긴채 이기적이고 부도덕한 태도로 일관할 경우 맞이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자신만 살아남으면 될 것 같지만, 실은 그런 태도로는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는 거죠.

 저는 이 나라가, 개복했으나 암세포가 너무 퍼져버려 덮을 수밖에 없는 말기 암 환자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갈아 엎겠다는 젊음의 정열의 불꽃으로는 치료할 수가 없는 거죠. 간 전체가 암에 걸렸다고 간을 들어낼 수 있나요? 그래봐야 환자가 죽을 뿐이죠. 그러니 용감하고 실력있는 의사가 덤벼도, 결국 일부만을 깨작깨작 치료하고 도로 덮어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랄까요. 상처는 곪고 곪아 죽어가고 있는데, 아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어설픈 대책을 내놔봤자,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기 십상이지, 치료는 할 수가 없는거죠.

 미래는 모순의 등에 올라, 무대를 떠나버렸습니다. 무너진 잔해에는 부도덕하나 실력이 있었던 요리사 대신, 이제는 부도덕한 잔재를 물려받은 데다가 실력조차 없는 요리사의 조수들이 남았을 뿐입니다.

 얼음장같은 분별력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함부로 정열의 불꽃을 불살라보았자, 실제적인 대안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 연극은 그래서 너무나도 불편합니다. 눈감고 모른척, 환청이겠거니 해도 되는 주위의 수상한 일들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불편합니다. 하지만 실은, 수상한 창고의 문을 열어헤쳤을 때 맞닥뜨리게 될 왕궁식당의 비밀이, 가장 끔찍하고 참혹하리라는 것을 알기에 진정으로 불편한 것이겠죠. 게다가 창고의 문을 연다고 내가 뭘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

 연극 자체는 배우들이 고함(...)을 지르는 장면이 좀 많아서 약간 피곤하긴 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 파악을 하는데 시간이 걸렸는데, 이해하고 나니 정말로 심각한 기분이 되더군요. 결말은 예상 가능하지만 또 예상 가능하지 않습니다. 사실,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특별히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그건 이 현실의 문제가 어떤 단순한 대안으로 해결될 만한 것이 아니니 이해해야겠죠.

 불편한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나 말로 표현하기 힘드셨던 분들은 이 연극의 힘을 빌어 보세요. 그것이 고전, 문학, 예술이 수행하는 직책이니까요. ^^

 이 연극 《왕궁식당의 최후》는 2008년 3월 7일부터 2008년 3월 2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상연합니다. 평일 8:00PM, 토요일 4:00PM, 8:00PM, 일요일 4:00PM에 상연하며, 월요일에는 상연이 없습니다. ^^; 티켓은 아르코 예술극장, 티켓링크, 인터파크에서 예매하실 수 있습니다.


내일 또 연극을 보러 갑니다. +ㅅ+

연극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도 당첨되었거든요.

그러므로 내일도 재미ㅇ벗은 감상글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흐흐흐. 죄송하지만 죄송하지 않습니다. :)

이 블로그의 컨셉은 언제나 질보다는 양이거든요.

질책은 글이 안 올라올때만 받습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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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티스토리에서 뮤지컬 라디오스타 초청 이벤트를 했었습니다. 거기에 애인을 팔아(...) 응모했더니 당첨!!!!!!!!!!!!!!!!!!!!!!!!!!!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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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모르는 새에 도매금으로 넘어간 애인님(...)


아무 날짜나 된다는 비굴한 태도에, 표 한 장 주면 리뷰를 두 개나 쓰겠다는 처절함! (물론 이럴 때 남자친구의 의사 따윈 묻는 게 아닙니다.)
덕분인지 당첨이 되었습니다. *^______________^*

지난 번 티스토리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영화예매권을 줘서 다녀왔었는데, 그때도 이벤트에 응모하긴 했지만 그 때는 선착순이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당첨이라고 할 수 없죠. 티스토리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여러 서비스들을 선보여 주시는 덕분에 요즘은 정말 취미라고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블로깅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도 티스토리의 세계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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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뮤지컬 관람 경험이 많은 사람은 아닙니다. 어릴 적에 엄마 손 잡고 가서 본 아득한 기억(여기서 또 나오는 '그러니까 사람은 어릴 적의 문화적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뮤지컬 영화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노래가 많이 들어간 영화를 본 경험 정도 밖에 없어요.

그런 저에게 이 뮤지컬 라디오 스타는 너무나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좋지 않았던 경험을 글로 쓰는 것은 정말 쉽고 간단한 일이지만, 좋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좋았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건 정말 힘든 일이죠. 뭐라고 써야 이 글을 읽고 "아 저 뮤지컬 재미있나보다", "나도 가서 보고 싶다"라고 생각할까요? 솔직히 뭐라고 써야할지 몰라 쩔쩔 매고 있습니다 oTL




(뮤지컬) 라디오 스타는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입니다. 덕분에 앞에 뮤지컬이라는 것을 표시해 주지 않으면 영화랑 헷갈리겠네요-_-;;;

저는 매달 한 편씩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봅니다. (마음은 그렇고 실제로는 연간 8~9편 정도를 영화관에서 보는 것 같아요.) 라디오 스타 영화가 개봉한 달에는 우리의 귀여운 오동구(천하장사 마돈나)를 그 달의 영화로 선정하는 바람에, 영화는 보지 못했습니다. 하하하하-_)r

 이벤트에 당첨된 다음에, 영화를 보고 미리 공부(?)를 하고 갈까, 아니면 그냥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가서 볼까 살짝 망설였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았던 것에는 나름의 이유도 있었어요. 조금은 식상하고 지루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거든요. 소재 자체가 그렇게 와닿는 소재도 아니고, '왕년의 가수왕과 그의 매니저 이야기'라는 정보만으로는 왠지 억지 감동을 짜내는 이야기일 것 같아서, 별로 영화관까지 가서 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거든요. (어떤 장면에서 눈물을 짜낼지 계산된 이야기는 질색이에요.)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뮤지컬을 보러 가는 쪽을 택했습니다. 미리 알고 기대를 하고 가면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고, 저는 원작을 가진 작품이 원작을 재해석 하는 쪽보다는 원작의 묘미를 최대한 살리는 쪽을 좋아하거든요. '원작의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라는 점을 고민하는 작품은 좋아하지만 원작의 주제만 살린 채 대부분을 재구성하는 경우는 원작이 좋았던 경우 매우 서운하죠. 이런 경우의 느낌은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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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신형 프라이드


이 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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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의 날개가 없으면 고속도로에서 뒤가 들려서 뒤집어진다던 바로 그 차.


이 차의 후속 모델이라고 주장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실망하지 않기위해 기대감만 안고 뮤지컬을 보러 갔습니다.




공연 장소는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이었는데, 오페라 하우스 내부에 있는 작은 극장이었습니다. 안에 들어가니 포토존이 있고, 프로그램북과 머그컵등을 파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왼쪽에서 티켓팅을 하고 있었는데, 티스토리 이벤트로 왔다고 하니 무려 R석 초대권을 주셨습니다(!!!!) 약간 감동.

 R석이라 배우들의 얼굴 표정까지 다 보이는 자리인 건 좋았는데, 오른편이어서 스피커가 좀 가까이 배치된 것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토월극장에서 티켓을 예매하시려거든, 중앙쪽을 예매하세요. ^_^; 좌우에 여섯 라인씩 좌석이 있는데, 스피커의 압박이 좀 느껴질 것 같습니다. 아니면 최소 통로쪽으로..





뮤지컬 영화는 더러 있습니다. 작년에 보았던 영화 드림걸즈와 같은 뮤지컬 영화요.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이 유명한 영화도 있고...) 이런 영화들은 다른 영화에 비해 음악이 풍부하고,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표정과 행동, 대사 연기에 의존하는 대신 노래를 불러 표현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음악을 듣는 즐거움은 있지만 보통의 영화의 빠른 감정 흐름의 변화보다는 지루하고, (아 쟤가 사랑에 빠졌구나 <- 이런 건 한두 장면이면 이미 깨달을 수 있으나 노래가 끝날 때까지 5분을 기다려야...) 음악이 썩 와닿지 않는 경우에는 영화에 몰입하고 있던 흐름이 끊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번역소설의 경우 삽입된 시가 엄청 많으면 저는 휙휙 뛰어넘어 갑니다...-.-; 그런데 영화는 뛰어 넘을 수가...)

그렇지만 뮤지컬 영화와 뮤지컬은 또 다릅니다. 바로 눈 앞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하며 감정 흐름을 노래로 표현하는 것은 그 위압감이 굉장합니다. 더불어서, 영화는 카메라가 주시하고 있는 바로 그 부분만을 볼 수 밖에 없어 카메라의 시선만을 따라가게 되지만 무대에 올려지는 뮤지컬은 조명이 비추고 있지 않은 부분까지 뮤지컬의 일부입니다. 꼭 주인공의 얼굴만을 쳐다보지 않아도, 무대 뒤에서 자신의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지요. :) 더불어 이 뮤지컬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 배우들이 뒤쪽에서 굉장히 캐릭터를 잘 묘사하는 연기들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줄거리

1막
88년도에 MBS에서 가수왕을 했던 최곤은, 현재는 사고뭉치로 전락해 있는 상태입니다. 대마초에, 폭력 등등으로 유치장을 오가고, 덕분에 합의금을 물어주기 위해 매니저는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닙니다. 하지만 최곤 본인은 아직도 자신이 톱스타인양 자존심을 세우는 사람이죠. 방송국의 김국장은 합의금을 빌려주는 대신, 최곤을 영월 방송국에서 DJ로 방송하도록 합니다. 싫어하는 최곤을 매니저는 열심히 달래서 영월로 내려가죠.
한편, 강PD도 비슷한 사연으로 영월의 방송국으로 좌천됩니다.

영월의 방송국은 방송국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방송을 한지 오래된 중계소 규모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어찌저찌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이라는 라디오 프로 방송을 시작하죠. 하지만 최곤이 얌전히 방송을 할 리가 없습니다. 주는 대본은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 하는데다가, 방송 중에 다방 레지를 불러들이는 지경이죠.
 그러다 우연히, 다방 레지에게 게스트로 아무거나 이야기 해 보라고 시켰는데, 레지는 엄마를 그리워 하는 슬픈 사연을 노래합니다. 이 방송이 대 히트가 나서,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은 인기 프로그램이 됩니다. 그리고 갈등이 시작되지요.

2막
매니저 민수는 김국장의 전화를 받고 서울로 올라가고, 거기에서 최곤과 헤어지라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최곤을 생각한 민수는 거짓말로 떠나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부인의 김밥집이 대박이나서 카운터라도 보러 간다고. 최곤은 배신이라며 길길이 뛰죠. 그 직후,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을 전국 방송으로 확대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거기에서 민수가 왜 떠났는지 알게 된 최곤은 방송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강PD가 찾아와서 고집을 부리던 자신이 어떻게 마음을 바꿨는지, 라디오를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자, 겨우겨우 방송을 시작한 최곤. 호영의 아버지를 찾는 사연을 방송하고, 자기도 사람을 찾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민수를 찾는 방송을 하죠. 실은 김밥집이고 뭐고 망해서 길거리에서 천원김밥 장사를 하고 있던 민수는 방송을 듣고 최곤의 곁으로 돌아옵니다.


 1막과 2막이라고 적었는데, 잘 보면 발단, 전개부분이 1막에 해당하고 위기, 절정, 결말이 모두 다 2막에 있습니다. 그러면 사실 2막이 조금 길어야 할 것 같은데 시간 배분은 1막이 1시간 반, 2막이 1시간이 조금 안 됩니다. 게다가 2막 마지막에는 +@가 더 있습니다. 즉, 2막에서는 볼거리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주로 내용을 전개하는데  할애하고 있는 거죠. 덕분에 1막은 상당히 볼거리가 풍부하고 - 군무라던가- 다양한 곡을 들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고, 2막은 주로 주연 배우들의 연기와 솔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막의 곡이 인상이 흐릿한 반면에, 2막은 인상이 강렬하고 멋진 노래가 두 곡 나옵니다. 저는 '별은 혼자 빛나지 않아' 가 너무 좋았습니다. 이 곡은 두 번 반복되는데, 두 번째에는 첫 번째에 없던 한 소절이 더 있습니다. 그 마지막 한 소절이 너무 좋았어요. 쪼끔 울뻔했음 :$

1막에서는 '원더풀 영월'이라는 노래가 좋았어요. 한국의 알프스라며, 스위스 차림을 하고 사람들이 나와서 춤을 추는데, 이게 그냥 의상이 아닙니다. -_-;; 옷 그림을 부직포 재질로 만들어서 샌드위치맨처럼 앞뒤에 걸고 나와서 춤을 추는데 정말 무슨 카툰의 캐릭터들이 춤을 추는 것 마냥 웃겼습니다. 음악도 신나고. 영월 지자제에서는 이 노래를 지자제 홍보 동영상와 홍보곡으로 쓰는 것을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막 영월에 가고싶어졌거든요. 최곤이 가겠다고 했는데 오죽하겠어요? ;)

1막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김양의 노래 '엄마'도 좋았습니다. 그래, 저런 사연을 방송을 했으니 사람들이 얼마나 감동하고 지켜보는 프로가 되었을까 싶은 느낌이 많이 와닿았죠. 노래로 표현하니까, 구구절절이 말로 하는 것보다 더 와닿더군요. 말로 '엄마가 보고 싶어요. 돈번다고 떠나와서 그 뒤로 한 번도 돌아가지 못했어요...' 이런 설명을 하는 것 보다, 더 서글프게 들리는 거죠.





1막이 끝나고 너무 좋아서 바로 프로그램북을 질러버렸어요. 내용을 모르고 온 탓에, 노래 가사를 100% 알아듣지 못한 것도 있고, 워낙 재미있었기 때문에 프로그램북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 프로그램북에는 모든 곡의 가사와 출연진의 사진이 실려있었습니다. 아주 마음에 들어요.

2막의 초입에 나오는 스타팩토리는 임팩트가 조금 약했습니다. 의상을 조금 눈을 끌 수 있는 것으로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더라구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화려함이 별로 와닿지 않았달까요.

천문대에서 민수가 최곤에게 떠나겠다고 이야기하는 부분, '별은 혼자 빛나지 않아'는 정말 좋았습니다. 이 부분이 정말 영화와 뮤지컬의 표현이 다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곡은 여기서 민수의 솔로입니다. 그리고 노래가 매우 좋기도 하죠. 그렇지만 한쪽에서는 천문대에서 별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최곤을 알아보고 최곤에게 싸인을 해 달라고 다가옵니다. 그래서 최곤은 사람들에게 싸인을 해 주느라 민수에게 집중을 못하죠. 그런데 이게 관객에게도 똑같이 일어납니다. 정말 노래가 좋고, 민수역의 정성화씨의 연기도 절절한데, '꽃집청년과 그의 여자친구까지 나와서 최곤에게 싸인을 받고 있어!' 라는 생각에 시선과 집중이 최곤에게 쏠립니다. 그래서 노래의 마지막 소절을 부르는 민수에게 뒤늦게 시선을 주고 나서는 아차, 하는 기분이 드는 거죠. 이 부분은  뮤지컬 감독님이 노렸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절묘해서 순간적으로 최곤에게 굉장히 감정이입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평소의 허세는 부려야겠고. 그런데 그 다음에 이어지는 민수의 대사는 '이제 떠나려고 한다'는 내용입니다. 원래 이럴 때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하죠. 최곤은 민수의 배신이라며 길길이 뛰는데, 솔직히 앞의 장면에서 이 없다면 이 경우에 최곤이 화내는 것에 그렇게까지 감정이입을 못 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 싸가지 없는 놈, 민수가 얼마나 잘 해줬는지 모르고 화나 내냐, 이런 기분이 들었겠죠. 2막이 1막보다 심심하지만, 이런 절묘한 부분들 때문에 저는 2막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2막 마지막 부분에 꼬마의 독창도 좋았어요. 독창에 이어지는 최곤의 윽박도 좋았죠. '야 너! 왜 애를 울려!' ㅋㅋㅋ

결말은 진짜 멋집니다. 아마도 영화의 장면을 재현한 것 같은데(배경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원작을 보지 않았는데도 그대로 상상이 가능했습니다. 아마 원작의 팬들이 좋아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막 커튼콜에는 서비스컷(?)이 있었습니다. 최곤의 팬으로 나오는 밴드 이스트리버가 무려 생음악을 연주해 줍니다. +ㅅ+ 이것도 나중에 집에 와서 알았지만, 영화에 나오는 원곡들을 연주해 준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연주 실력과 노래 실력이 참으로 출중하더군요. -_- 혹시 진짜 인디 밴드 아닙니까?





주인공은 아마도 최곤/ 박민수 두 사람 모두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최곤 역의 캐스트는 고재근 씨였는데 어쩐지 좀 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이 약했습니다. 사실 캐릭터 자체도 조금 흔한 편이지 않나요? 왕년의 추억에 매달려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캐릭터. 거기에 또 조금 아쉬웠던게, 막귀인 제가 들어서 뭐라고 하기 그렇긴 한데, 발성 방식이 가수들이 노래하는 것 같달까... 그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박민수 역의 정성화씨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군데군데 웃음의 포인트를 잊지 않으시고, 능청스러운 연기와 헌신적인 모습을 다 보여주시더군요. 게다가 노래도 엄청 멋지셨음. 살짝 팬되었습니다. *-_-* 사실 어찌보면, 모든 것을 다 걸고 최곤에게 올인하는 민수의 모습이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해합니다.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에게 모든 걸 다 내어주고 싶은 마음, 소중한 사람에게 더럽고 힘든 것을 겪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자신이 믿었던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믿고 싶은 마음, 자신의 신념 하나를 향해 몰두하는 마음을 말이죠. 웃고 있는 얼굴 뒤로 비 내리는 마음이 있지만 그래도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견뎌 나가야 하는 거. 인생이란 그런 거잖아요. 어쩌면 그것이 부모님의 마음일 수도 있고, 소중한 연인의 마음일 수도 있고, 최곤과 민수처럼 친구 간의 진한 우정일 수도 있겠죠...

어찌보면 조금 식상한 갈등과 위기지요. 떠올려보면 드림걸즈와도 비슷하네요. 주인공들이 어렵게 어렵게 성공을 했더니, 성공으로 인한 갈등이 찾아오는. 다만 다른 점이라면, 드림걸즈는 판타지적인 성공 모델이라면, 이 뮤지컬이 그리는 것은 그런 판타지는 아닙니다. 오히려 조금 잘 되던 시절의 추억을 붙들고 사는 수많은 사람에게 주는 작은 희망에 가까운 성취지요. 갈등은 좀 뻔한 편이어서 영화를 안 봐도 뻔할 뻔자 예상이 가능한 이야기였고, 결말은 비밀로 남겨두려 합니다. 혹시 있을까 싶지만 제 리뷰를 보고 한번 뮤지컬이든 영화든 보고싶어지실 분을 위해.. :) 정말정말, 멋진 결말이었거든요.





 나왔더니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다들 저와 같은 마음으로 뮤지컬이 매우 마음에 드셔서 그랬던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아쉬운 건 뮤지컬의 사운드 트랙을 CD로 팔면 살 생각이 있었는데, 팔지 않더군요. 원래 팔지 않는 건가요? 집에 돌아와 홈페이지를 뒤져 봤는데, 홈페이지에서도 들을 수 없고... 아쉬운 마음이 굴뚝같네요. 원래 파는 거라면 마케팅 담당자를 좀 해야...-.-

 티켓도 티켓이지만 프로그램북과 사운드 트랙 등이 판매 수익에 더 큰 일조를 하지 않나요? 기념품도 티켓북과 머그컵, 핸드폰 줄 정도밖에 없던데... 차라리 사운드 트랙을 팔면 샀을 것 같습니다. (위에 썼지만 프로그램북은 이미 업어왔습니다.)

 아무튼지, 뮤지컬 감상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나이먹고 찾아가서 본 뮤지컬인데 정말 잘 봤다고 생각했어요. 1막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어서 나가는데 어떤 사람이 그러더군요. 전화 중이었던 모양인데, '여자친구 생일이라 뮤지컬 보러 왔어.' 라구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내 생일에는 뮤지컬 보러 가야 되는 거구나 :)

 크리스마스에는 발레를 보러 가는 정도로 문화생활에 투자는 하고 있지만 생일에 공연을 보러 간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해봤는데,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올해 생일에는 문화 공연을 봐야겠어요 :D 이런 좋은 기회를 준 티스토리에게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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