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해당되는 글 11건

  1. 눈먼자들의 도시.... 2 2009.08.23
  2. 바리데기, 황석영 5 2008.03.03
  3. 낙원 14 2008.03.01


눈먼 자들의 도시 - 6점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해냄


페스트와 비슷한 장치 - 밀폐된 공간, 극한의 불행 속에서 인간 무리의 행동을 지켜보는 - 로 되어 있다.

어떤 의미로는 같은 장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다만 납득하기 어려운 잔혹함과, 전체적인 흐름에 비해 너무나 약한 결말 등 그닥 맘에 들지 않았다.

같은 주제와 같은 장치로 어떤 것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를 읽어 보는 것이 좋겠다.

부조리함, 공포, 고통 속에서 무엇이 될 것인가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일까?



,

바리데기, 황석영

from 문화생활/책 2008. 3. 3. 02:15


 애인님이 갑자기 매일매일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하라고 하라고 해서 기껏 한달에 한 개 정도 쓰는 게 다였던 애인님이 웬일일까요. 적응이 잘 안 됩니다. *-_-* 그렇지만 좋은 일입니다.

애인님 블로그의 새 포스팅에 대한 피드백 차, 생각난 김에 바리데기 감상이나 써볼까합니다.


바리데기 - 10점
황석영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황석영 작가님은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처음으로 황석영 작가님의 글을 본 것은 교과서에서였습니다. 그 유명한 《삼포 가는 길》. 솔직한 말로, 그 작품은 교과서에서 좀 뺐으면 좋겠습니다. -_- 왜냐하면 그 작품을 접한 저의 첫 인상이 '뭐냐 이 재미 없는 소설은' 이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고등학생이 고향에 대한 향수와,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 같은 거 알게 뭡니까? 이해도 안 되고 공감도 안 되고... (고등학교 때 처음 접하시고 감동을 받은 분들 계시면 존경합니다. 저는 늦되어서 ....-_-;;;;)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느 작가의 작품인지도 기억도 못 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황석영 작가님의 이름을 깊이 기억하게 된 것은 《장길산》에서였습니다. 10권의 대하 역사 소설인 장길산은, 홍길동이나, 임꺽정 또는 수호지와 같은 반골들의 이야기입니다. 조선 시대 탐관오리들의 수탈이 너무 심한 나머지 이를 참지 못하고 의적이 되는 이야기지요. 그 결과는 물론 조정과의 대립이구요.

 대부분의 - 제가 읽어본 - 의적 소설은 결말이 비슷합니다. 홍길동전처럼 배경이 아주 환타지이지 않은 경우에는 어쨌든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삶이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도적들 역시 자신들만의 환상 속에서 끝까지 살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높으신 나으리들이 우리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것이 잘 맞는 현실 인식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네 삶이 팍팍한 것은 사실입니다.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 차 있죠. 어떤 사람은 땅을 사랑해서 땅을 사고, 어떤 사람은 싸구려 골프 회원권을 두 장이나 갖고 있고 어떤 사람은 수조원의 재산을 불법으로 물려 주는 현실 앞에서 법은 참 멉니다. 그리고 우리의 희망을 대변하는 의적소설의 결말조차, 결국은 냉정하고 싸늘한 현실만을 보여줄 뿐입니다.
 그렇지만 장길산은 달랐습니다. 장길산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는 민초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고, 영원히 살아남는 영웅이 됩니다. 그리고 제 마음에도 불을 질렀습니다. 중요한 것은 희망입니다. 희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풀은 쓰러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제가 황석영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삼포 가는 길의 작가와 동일 인물인 것을 알고는 '으악'해 버렸던 거지요. 페이지상 교과서에 장편을 실을 수 없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장편 소설이 들어있는 국어책을 나눠주려면 새학기마다 국어책만 20권정도 줘야할 지도 모르겠군요.ㅋㅋㅋ)

 장길산의 감동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바리데기 출간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그 책은 무조건 사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

 바리데기는 환상과 현실, 설화와 소설을 섞어놓은 작품입니다. 어떻게 읽으면 이것은 환타지이기도 하고,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이도 합니다. 우리의 구전 설화이기도 하고, 21세기에 쓰여진 새로운 소설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삶은 결국 되풀이 됩니다. 우리가 과거의 고전을 읽는 것은 그 속에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에 따르는 보편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구전 설화 바리데기에서도, 우리와 같은 시대에 살아있는 바리에게도 삶은 고단합니다.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부모님을 혹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고난 길을 가야하는 운명이죠. 21세기의 바리의 고통은 설화 속 바리가 겪는 고통보다 상상할 수 있을만큼, 손에 잡힐만큼 현실적이기 때문에 공감을 삽니다. 기근으로 인해 일가가 뿔뿔이 흩어져, 다시는 볼 수 없습니다. 형제가 죽고, 사랑하는 할머니가 죽고, 마지막으로 남은 동무였던 칠성이마저 산불 속에서 죽어갑니다. 그나마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 조금 살만해 지는가 했더니 인신매매를 당하게 됩니다. 컨테이너 상자에 실려 영국으로 팔려가게 되는 것이죠. 컨테이너 상자 속에서의 시간들은 죽음과도 같은 시간입니다. 바리의 의식은 몸을 떠나버리죠. 영국에 도착하여 좋은 사람들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지만 남편과는 파키스탄의 내전으로 인해 헤어지게 되고, 사랑하는 아이마저 친구로 인해 잃게 됩니다. 한 인간이 하나만 겪어도 견딜 수 없을 고통을 수없이 감내하고 또 감내했던 바리는 드디어 폭발합니다.

 내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나.

 바리는 생명수를 얻으러 떠나지만, 구천에서 생명수를 가져오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생명수는 바리데기가 밥해먹고 빨래하던 그 물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수라는 것이 우리 바로 곁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사실 생명수라는 것은 현실의 어떤 물질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구원은 항상 내면으로부터 옵니다. 왜냐하면 그 모든 고통이 실은 내면 -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 - 으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것, 혹은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 고통스러운 욕망과 좌절, 소외와 전쟁, 상처와 박해로부터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인간의 내면에 있습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 바리가 가져온 생명수는 그런 것입니다.

 폭발할 것 같은 마음의 고통, 힘겨운 현실의 부조리를 달래주는... 이 책 자체도 생명수였습니다.





 저는 구조적으로 심미적인 작품을 좋아합니다. 이 작품은 구조적으로 매우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정말 동떨어진 것 같은 설화 속 세계와 21세기는 사실 같은 세계입니다.

 저는 문장이 아름다운 작품을 좋아합니다.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리듬감 있고 어딘가 친근하게 들리는 북한 사투리와, 질질 끌지 않는 간결하고 우아한 바리의 목소리는 아름답습니다.

 저는 저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이 작품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저는 예쁜 책을 좋아합니다. 이 책의 표지는 굉장히 예쁩니다.

 결론 : 저는 이 책이 참 좋습니다. (추천)


 

 뱀팔 : ...근데, 정말 꾸준히 쓰면 글쓰는 실력이 늘기는 하는 겁니까? -_- 근데 저는 왜 이래요?


'문화생활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트와일라잇  (3) 2009.10.08
눈먼자들의 도시....  (2) 2009.08.23
이벤트로 선물을 받았습니다.  (8) 2008.02.24
구효서 소설집, 시계가 걸렸던 자리, 창비.  (0) 2007.06.29
독서문답  (0) 2007.05.16
,

낙원

from 일상/일기 2008. 3. 1. 00:21

 어렸을 때, 나는 책을 꽤나 좋아하는 아이였다. 길을 가다가도 책을 보면 눈을 떼지 못했고, 친척집에 가서도 친척들과 놀기보다는 그 집에 있는 미처 읽지 못한 책을 빼들고 앉는 바람에 한 살 아래의 친척동생에게 원성을 듣기도 했었다. 집 근처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정도의 가까운 도서관은 없었다. 어른이 된 지금 걸음으로 빠르게 걸어야 3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에 있는 도서관 - 이건 당시에는 걸어서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 어린 아이의 총총걸음으로 40분이 넘게 걸리는 또다른 도서관. 그 사이에 우리 집이 있었고 엄마가 차로 데려다 주시지 않으면 도서관에는 자주 가기 힘들었다.

 아직도 기억하는 원망스러운 IMF가 터지기 전에는 우리 가족도 매주 밖에 나가 외식을 했다. 별로 넉넉한 집에서 자라지 못하신 부모님이 데려가는 음식점은 늘상 돼지갈비였다. 돼지갈비를 먹고 나면 그 다음은 서점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재빨리 책을 골라 손에 들고 그 다음 한 시간 내지 두 시간 동안을 주저 앉아 이 책도 읽고 저 책도 읽으며 놀았다. 집에 가서 읽을 책은 거기서 읽지 않고 고이고이 집에 들고 오는 거다.

그 당시의 내가 꿈꿨던 낙원은 이런 거였다. 4면이 책장으로 둘러싸인 방이 있고, 아래쪽에는 밥을 넣어주는 좁은 틈이 있는 거다.(이건 뭐 감옥도 아니고ㄱ-) 누군가가 나를 위해 삼시세끼 밥을 넣어주면 나는 그 방 안에서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책을 실컷 원 없이 읽는 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 생각의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방에 있는 책을 다 읽어버릴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뭐, 기왕 밥도 넣어 주는 거 책도 넣어 달라고 하지.


 현실적으로, 화장실도 가야하고 채광도 필요하고 일단 그만한 책을 확보하는데는 돈이 들고... 뭐 이런 생각을 했던 고등학생 무렵에는 진짜로 낙원 비슷한 곳이 있었다. 학교의 도서실이 무려 장서 2만권을 자랑하는 훌륭한 규모였던 것이다.  도서실은 야자실의 바로 옆에 있었다. 장서 2만 권 중에 1만 권 정도는 옛날 책이라서 실제로 읽기 보다는 자료 보관 용도였지만 나머지 1만권도 어차피 다 읽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나 행복했다. 이건 금전적인 문제까지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는가!

 나는 도서반도 아니었는데 도서관에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듯 드나들었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도서반의 대학 도서관 견학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나를 사서 선생님께서 데려가는 정도. -_-;

 고3때는 도서실에서 책을 왕창 빌려다가, 야자실 책꽂이에 꽂아놓고 공부하기 싫어지면 읽고 그랬다. 고3때가 아마 제일 책을 많이 읽었을거다. 못해도 일주일에 두 권씩은 꼬박꼬박 읽었다. 정말로 이건 낙원 비슷할뻔했다. 다만 이놈의 낙원은 3년이 지나니까 더는 내 낙원이 아니었다.


 대학 도서관은 100만권의 장서를 자랑하는 거대 규모다. 뭐 가보면 실제로는 영어책 불어책 일어책 등등 포함이라 내가 읽을 수 있는 책만 따지면 100만권은 안되겠지만 고등학교 도서실 같은 거랑 규모를 비교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 도서관은 낙원이 되기엔... 너무 멀었다. 덕분에 정작 대학와서는 한참 책을 멀리했다. 게다가 도서관을 이용해 버릇해서 책을 사는 버릇도 없었다.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애인님과 연애하기 시작한 뒤다. 사실, 웃기지만 애인님에게 홀딱 넘어간 것은, 애인님이 자기 집에 책이 3000권이나 있다고 해서였다. (그렇지만 진상은...ㅋㅋㅋ) 지금 다시 생각해도 웃긴다. 애인님은 심심하면 서점에 가서 책을 사 오는 사람이었고, 가방에는 늘 책이 한 권씩은 꼭꼭 들어있었다. (요즘은 애인님도 밑천을 드러내고 있다. 연애하더니 책을 잘 안 읽는다. 왜 안 읽어!) 덕분에 다시 부활한 독서 취미. 거기다가 이제 고등학교 때의 용돈과는 규모가 다른 용돈을 받고 있기에 자유롭게 책을 살 수 있는 형편도 되었다.


 오늘 문득 생각해보니 나는 낙원에 있는 것 같다.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살 수 있는 돈도 있고, 밖에 나갈 필요도 없고, 그러면서 꼬박꼬박 삼시세끼 밥도 잘 먹고 있고... 거기다가 플러스 알파로 과거에는 읽기만 했던 책이지만 이제 그 내용을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소중한 애인님도 있다. (내 애인님은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그리고 진지한 청자다.) 그리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블로그도 있다. 게다가 없으면 곤란한 적당한 압박도 있다. (없으면 분명 책읽고 글쓰기보다 와우를 하고 있을 테니, 이 낙원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겠다. ㅋㅋ) 이 어찌 낙원이라 아니할쏘냐.


그러니 오늘 낙원을 느꼈다는 것을 나중에 돌아보기 위해 기록으로 남겨둔다. 나중에 보면 비웃을 지도 모르고, 혹은 그때가 좋았다고 추억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떻게 생각하든 낙원을 느낀 이 기억은 소중한 기억일 거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일상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기  (8) 2008.03.04
세월 참 빠르다.  (6) 2008.03.02
티스토리 팀의 센스  (6) 2008.02.29
2차 주소 설정 살짝 후회 중.  (11) 2008.02.18
바보구나  (14) 2008.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