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요리를 하다보면 반 창의적인(?) 요리가 되는지 모르겠다. 어른 음식은 맛봐가면서 하면 되는데 이유식은 그게 내입맛이 아니다보니 더 안되는듯.


 오늘은 비타민을 사다가 살짝 데치고, 두부 무친 나물처럼 해볼까 하고 데친 두부 으깨서 섞어줬는데 눈으로 보기만 해도 거부. 입에 넣어줘도 거부. 


 그냥 데친 두부만 가지고 밥이랑 그럭저럭 먹기는 잘 먹는다.


 초록마을 쌀이 굉장히 일반 쌀에 비해 단맛이 강한 편이라 그런지, 맨밥은 정말 잘 먹는다. 



 


 그래도 고기를 너무 안 먹으니 걱정이 되어서 엄마들 카페에 문의글도 올려보고, 검색도 해보고 고민을 했다.


 그래도 중기에는 그런대로 거부감 없이 먹어줬는데, 그 때까지는 이런 방식으로 조리를 했다.


 냄비에 기름과 힘줄을 떼어내고 핏물을 뺀 고기와 양파를 넣고, 물을 750ml까지 채운다음(고기+양파+물의 합이 750이 되게) 끓여서 500ml 정도 남으면 고기는 건져서 다져서 얼리고, 양파도 다져서 얼리고, 국물은 소분해서 얼렸다.


 이유식을 만들때는 이 고기와 국물(육수대용), 그리고 양파를 넣고 야채를 2가지 돌아가면서 넣었다. 양파의 양은 1끼당 5g 정도로 생각하고 넣었다. (저울이 없어서 정확하게 만든적은 없음)


 중기에는 그런대로 잘 먹었다. 재료에 따라서 편차가 있긴 했는데 잘 먹으면 140 정도, 안먹으면 60정도 먹곤 했다. 그래도 평균 80~100정도는 무난하게.


 



 밥솥이유식으로 바꾸고 야채는 데치지 않고 생야채를 그냥 썼는데, 고기는 그러질 못해서 계속 따로 다져 얼린 후에 꺼내서 썼다. 후기로 가면서 내가 너무 급작스럽게 물 양을 줄여서 한동안 잘 안먹었다. 이 때 맨밥도 줘봤는데 이때는 밥알을 한알한알 셌었다. 한 2주정도 고민하다가 다시 물을 늘려 주니 도로 잘 먹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이 상태에서 미국에 가면서 발생했다. 미국에서 organic 소고기 사보니까 이게 너무 질긴 것이었다. ㅜㅜ 문제는 믹서기나 칼을 가져갔으면 되는데 거기 비치된 칼을 사용하려니 정말 죽어라고 안 들었다. 다진다고 다져도 너무 질겨서, 애가 그 때부터 고기를 먹다가 뱉기 시작했다. 고기를 더 푹 익혀가면서 했으면 됐을지도 모르는데... 스토브 방식의 불에도 또 적응이 안되고... 


 애는 미국에서 이유식을 정말 먹기 싫어했고 억지로 실갱이 하면서 먹이기도 뭐하고... 돌아다니면서 달래느라 과자니 과일이니 많이 먹기도 하고... 하다가 지치고 힘들어서 거버류의 이유식만 계속 사다가 먹였다. 아예 안먹는날 조금 먹고 마는 날 등등 있었는데 한국으로 치자면 3단계를 먹여야 하는데 3단계는 이게 또 너무 밀가루맛이 나고 이러니 애가 잘 안먹었다. 그래서 거의 뭐, 고기는 먹이지도 못하고 빵이나 거버 2단계... 철분은 아마 과자로 충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돌아와서 남은 거버를 다 먹이고 다시 이유식을 만드는데, 이제 후기이기도 하고 안하다가 만들려니 적응도 안되고 피곤해서 이유식을 다짐육을 써 보기로 했다. 밥솥에 다진 고기 다진 양파 야채 넣고 돌리기만 하니 제법 간소하고 할만했다. 처음 그렇게 만들었을 때는 그런대로 먹었다. 


 그런데 며칠 하니 먹기를 싫어하고 나중에는 아예 죽을 입에도 안 대려고 들었다. 돌 무렵에 이유식 거부해서 밥으로 넘어가니 잘 먹는다 이런 글들을 봤기 때문에 그런 것인줄 알고 처음에는 밥을 주었다. 


 처음 밥은 그냥 밥에 소고기 미역국이었다. 집에서 어른 음식 하듯이 소고기를 조물조물 마늘이랑 참기름, 간장 넣고 양념해서 기름에 볶아야하는데 애기요리니까 탈까봐 물 붓고 볶았다. 참기름 간장은 거의 한방울 수준... 그래도 끓여놓으니 먹을 만했다. 그런데 국물은 그런대로 먹는데, 미역도 간간히 먹는데 고기는 먹었다 하면 뱉어내곤 했다. 이때 조금 이상함을 느꼈다. 왜 고기를 안 먹으려들지??? 고기를 먹어야하지 싶어서 이유식 책 보고 고기랑 밥, 야채를 넣고 후라이팬에 구워 핑거푸드를 만들어 보기도 했는데 한입 먹어보더니 전부 엄마아빠 입에만 넣으려고 들었다. 이건 말하자면 배가 부르거나 맛이 없거나 어쨌든 먹기 싫다는... 간신히 몇개 먹이긴 했는데 이 실패가 데미지가 커서, 그뒤로 계란과 데친야채, 김등을 섞어서 줬다. 단백질이 걱정되어서 오늘은 두부를 데쳐주기도. 


 철분이 부족할까 겁나서 엊그제는 죽처럼 끓이되 바짝 익혀서 볶음밥 느낌이 나게 만들어줘보기도 했다. 이 볶음밥도 어른 입에 괜찮았는데... 애는 아주 심하게 거부를 했다. 김에 밥을 싸주니 좋아라 먹는데 슬쩍 볶음밥을 싸주니 그 뒤로 맨밥 넣은 김밥도 거부.ㅜㅜ





 오늘 인터넷을 뒤지고 뒤지다가 , 어쩌다 발견했는지는 모르지만 완료기 이유식 하면서 고기는 잘 먹이고 계시죠? 라는 닥터 오 블로그 글을 보고 이거다 싶어 따라해봤다. 계속 다짐육만 샀는데 간만에 통으로 구매. 혹시 우둔과 안심 차이인가 싶어서 안심을 사려고 했는데 안심이 없었다. 애초에 안심과 우둔 가격이 거의 3:2라서... 다짐육이 문제인지 우둔이 문제인지 검증(?)이 안되어있으므로 일단 우둔을 그냥 샀다.

 하는 김에 진밥 짓는 법도 있길래 따라해봤다. 쌀 1컵에 물 2.5컵. 막상 해놓고 보니 이 정도가 진밥이라고 하면 그동안 너무 되게 만들어줬던듯... ㅜㅜ 쌀 반컵에 물 300ml(아마도 1.5컵) 정도 넣고 했는데 레시피는 쌀만 있는데 나는 야채랑 고기를 쌀 양만큼 쓰니 사실상 엄청 된밥이다. 밥통이유식이라 적절한 물양이 없어서 중기이유식을 물을 많이 잡고 만들고 거기서부터 조금씩 줄여가며 후기로 넘어온 거라서 적당히 멈췄어야하는데 너무 되게 만들어왔던 것 같다.

 어쨌든 쌀과 물을 넣고 한가운데다가 158g짜리 고기를 대강 3등분해서 한덩이 넣고 삶았다. 고기는 핏물을 많이는 아니고 (철분 부족할까봐) 조금만 빼서 넣었다.


 요즘 한창 맨밥을 크게 한숟갈씩 훅훅 잘 먹는 상태인데 질게 짓고 거기다가 고기냄새 까지 나면 싫어하지 않을까 엄청 불안했다. 양파도 안 넣어서 누린내 나는거나 아닐지 걱정했다. 난 진밥 질색인데... 남으면 다 먹어야할까봐 ㅜㅜ 막상 주니 의외로 밥을 잘 받아먹었다. 고기는 뭐냐고 물어보길래 줬더니 입에 넣었다가 냅다 뱉었다. 


 뱉길래 망했나 싶었는데 혹시나 해서 고기를 아주 조금 덜어 밥에 섞어서 동글동글 뭉쳐서 줬더니 반쯤 깨물어 먹고 또 반은 뱉고. 크기가 커서 그런가 싶어 엄지손톱만하게 뭉쳐서 줬더니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꿔서 갑자기 잘 먹기 시작했다. 쏠랑쏠랑 먹다못해 얼른 내놓으라고 구박하는 지경!!





 뭐가 원인이었는지 모르지만 일단 소고기 부위는 문제가 없는 듯. 끓여 다진거랑 다져서 끓인거랑 식감이 다른데 후자의 식감을 싫어하는 것 같다는게 잠정적 결론이다. 


 내일 또 잘 먹을지는 모르겠지만 완전 안 먹겠다고 심한 거부를 하는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먹이는데 성공해서 뿌듯한 김에 기록을 남겨둔다. 내일 또 무슨 반찬을 해줘야할지는 모르겠지만. ㅜㅜ... 야채를 섞어서 주먹밥만 계속 먹여야할지 아니면 야채반찬을 해서 같이 먹여야할지... 모르겠다 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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