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4/18)에 이틀 당겨서 돌잔치를 했다. 양가 직계만 모셔서 소박하게 ^^;


 사실 별로 꼭 소박하게 하려던 건 아닌데, 10개월 무렵에 미국에 가게 되면서 9개월쯤에는 미국에 가는 것 때문에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파서 돌잔치를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6개월 무렵에는 소규모 돌잔치를 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알아보니 9개월쯤 준비하면 된다길래, 그렇구나 하고 별생각 없었는데 뜬금없이 미국행...ㅎ 해외여행 경험 자체가 한손에 꼽을 정도고, 거기다가 장기여행, 그리고 아기와의 첫 여행... 등등.


 일단 미국에 가서는 한숨 돌렸지만 돌잔치는 못하겠구나 생각하고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이 간 9개월 아기 엄마가 이미 돌잔치 장소까지 다 예약했다고 하자 갑자기 마음속에 뭔가 아주 안하기는 아쉽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일단 장소만 6개월때 찜했던 장소로 예약을 했다. 다른 건 전화나 이런 것이 불편하니 한국에 가서 정하기로 마음 먹고.


 장소는 남한산성 낙선재로, 일찍부터 마음에 찜해두었다. 어차피 소규모 돌잔치를 하려고 생각했고, 그래서 '소규모 돌잔치'로 검색해서 나온 후기들을 보다보니 낙선재에서 찍은 사진들이 마음에 쏙 들었다. 일단 꽂히면 그걸로 하는 스타일이라서 장소는 쉽게 골랐다. 다행히 소규모라 돌상을 놓을 수 있는 방까지 원하는 시간에 예약도 가능했다. 돌상을 놓을 수 있는 방은 추가 예약비를 달라고 해서 조금 그랬지만 뭐. -_-ㅋ


 거기서 나의 실수는, 스냅을 먼저 정했어야하는데 돌상을 먼저 예약했다. 돌상도 그리 여유롭지 않았는데, 스냅은 거의 예약이 불가능했다. 아니, 어찌보면 상관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낙선재 돌스냅으로 검색해서 사진들을 봤는데, 낙선재에서 괜찮게 사진을 찍는 작가들은 예약하려는 시점에 거의 다 예약이 잡혀있었다. 1주 정도 더 일찍 알아봤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돌스냅은 보니 비용대가 대강 정해져있었다. 나는 소형으로 제작되는 앨범도 자주 잘 보는 편이라서, 가능하면 고급형으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렴한 10만원대라고 하는 곳이 진짜 10만원인 곳은 없고 대부분 19만원선, 예약을 시도했던 곳들은 대부분 30만원 선이었다. 여기서 고급형이라고 하면 보통 45만선. ㅜㅜ 


 웨딩스냅에 꽤 많이 부었을 정도로 사진은 만족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비용은 상관 없었지만 그게 또 마음에 들지 않을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돌 스냅은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배경을 살리면서 그리고 장소가 장소 - 야외, 전통돌상 - 이니만큼 컬러감 있게 찍길 원했는데 그런 스냅이 거의 없었다. 요즘 유행하는 화보분위기?인지 세피아톤의 스냅이 대부분이고, 스튜디오 프로필 사진마냥 정면처다보고 뻣뻣한 표정으로 찍은 사진들이 많았다. 그래서 스냅을 엄청나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이 고민과 동시에 돌드레스 검색에 들어갔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가입하고 이런 건 질색이라 카페 가입해야 볼 수 있다는 것들은 보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 와중에 엄마가, 한옥에 무슨 드레스냐며 쐐기까지 박아주셨다. ㅜㅜ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게 있었다면 아마 했을 것 같다. 엄청나게 검색했다. 그런데 다 뭔가 마음에 부족했다. 검색할것도 많은데 뭐... 라고 생각하면서 패스.


 다음 한복... 전통돌상이니까 무조건 한복만큼은 꼭 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돌상 업체에서 무료로 한복을 대여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 한다고 말해놓고 보니 여기서도 태클이 걸렸다. 이미 한복 하나 빌리기로 했는데 뭘 돈주고 또 빌리냐는 느낌? ㅜㅜ 게다가 무료로 빌려준다고 하는 한복이 제법 예뻐서... 이것도 폭풍 검색끝에 꼭 마음에 드는 사이트를 찾았는데... 막판에 이것저것 손놓으면서 그냥 포기했다.


 맘드레스... 는 끝나고 말이지만 내 옷이 젤 이쁨ㅋ 사진에 넘 이쁘게 나왔다 (옷만) 애초에 내 옷을 입을 계획이었지만 혹시나 해서 조금 훑어봤는데 역시나 내 체형에 어울릴 만한게 없어서 아주 쉽게 포기했다. 결혼 전에 종종 가서 옷을 사던 백화점 브랜드가 있는데, 다행히 몸도 들어가고(?) 거기 옷만큼 다리짧고 어깨넓은 내 체형을 잘 커버해주는 브랜드가 없으므로...ㅎ.ㅎ.ㅎ.ㅎ.


 한복은 아주아주 처음부터 그냥 결혼식때 했던 한복을 입을 계획이었다. 항상 마음속에 한복이 참 수수하다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또 꺼내서 입어보니 완전이쁨. 요물같은 한복이 눈으로 볼 때만 이쁘다. ㅜㅜ 사진으로는 좀 슴슴하게 색감이 잘 안 살아남.


 여기까지 하니 뭔가 저렴이로 방향이 가는 듯해서 괜히 비싼 스냅을 부르기가 망설여졌다. 스냅을 부르면 사진사가 와서 아 이 집은 뭐 이렇게 수수하게 하면서 이런 비싼 스냅을 찍나? 라고 생각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것저것 고민은 많이 하고 결국 지출은 낙선재 식대 359000, 낙선재 방예약금 100000, 돌상 350000 + 돌상출장비 30000.


 그리고 망고에게는 원래 있는 옷을 입혀서 찍다가 한복을 입혀서 찍다가 할 계획이었는데, 요즘 머리가 많이 길었는데 휘날리는 곱슬이라 머리를 어떻게든 해야겠길래 아기 헤어로 검색을 했다. 돌잔치때 하면 어울릴법한 헤어밴드 중에 진짜진짜 맘에 드는걸 발견해서 바로 질렀다. 화려한 헤어밴드 두가지 배송비포함 26000. 드레스에나 어울리지 않을까 살짝 불안했는데, 보통 옷도 드레스느낌으로 주인공같은 느낌을 줘서 아주 적절했다. 엄마 말씀대로, 돌드레스는 좀 많이 에러였지 싶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이후에 스냅도 안하는데 화장은... 머리는... 하면서 미적거리다가 전날 급하게 동네 미장원에 메이크업을 부탁했다. 결과는 남편왈 : "뭐야 그 못생긴 아줌마 화장은" 

 가격도 빡심... 합쳐서 280000 ㅜㅜ... 그냥도 비싸고 아침에 나와서 하는 추가 비용까지 붙어서 더 비쌌다. 색감이나 이런게 진짜 너무 아줌마삘이라서 뭐 어떻게 해달라 해도 잘 안될것 같아서 그냥 가만 있었다. 덕분에 덜 망한 것 같다. 하지만 머리 같은 경우는 망고가 바로 잡아댕겨서 하루 종일 헝클어져있었다. ㅜㅜ 슬픔.


 게다가 돌상 업체에서 한복 확인 전화까지 해놓고 안챙겨서 다른 곳에서 땜빵으로 빌려다 주었다. 원래 나는 양장을 입고 있다가 한복을 입으려 했는데 화장이 너무 심하게 심각해서 할 수 없이 아예 한복을 입고 갔었다. 그래서 사진에 나 혼자 한복입고 있는 사진이 몇 장 있다. 밥먹고 입술이라도 좀 연해진다음 양장을 입었더니 그 나마 좀 참아줄만한... ㅜㅜ 그래도 땜빵이라고 빌려준 색동도 나름 망고에게 어울리고 이뻐서 그냥 그런대로 넘어가기로. ㅜㅜ 막 클레임을 강하게 하려고 했는데 그쪽에서 알아서 좋은 날이니까 좋게 좋게 가자고 어떻게든 구해주겠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근처 아는 한복집이 있다고 급히 구해다 주었다. 나름 한복 잘 입고 있고 좋아했는데 땜빵이라 금방 갖다줘야한다고 해서 다소 아쉽... 한복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ㅜㅜ 이럴 줄 알았으면 한복을 한 벌쯤 샀어도 괜찮을 것 같다. 아니면 최소 대여라도...ㅜㅜ 그럼 하루 종일 입혀도 상관 없는데. 이부분이 아주 속상했다.


 


 사진은 엄마가 찍어주셨다. 자신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려 하셨지만... 괜찮은 사진이 많이 나왔다. ㅋ 돌상 전체샷이 없는 것만 빼고는 다 괜찮다...ㅋㅋㅋ 그냥 주섬주섬 저비용노선으로 갔는데, 사실 한복도 제법 주고 맞춘 맞춤 한복에 비싼 예복이지 않은가...! 지금 생각하니 고비용노선보다 더 괜찮을 수밖에 없잖?!... 어떤 사진들은 진짜 돈주고 찍은듯한 구도로 나온 것들도 있어서... 역시 엄마의 사진실력. 그리고 엄마만큼 날 예쁘게 찍어주는 사람이 없으니깐.


 한복은 결혼식때 입고 추석에 입고 다음해 설에 입고 할머니 팔순때 입고 첫째 돌잔치까지 입었으니... 드라이값이... 이제 더 입을일 없겠지(=맨날 같은 옷 입은 사진 보고 싶지 않아) 같은 심경으로 없애버릴까요 했더니 어머님이 싫어하셨다. 시누나 동생이나 결혼하기 멀었고 해서 당분간 입을일이 없는데요 했더니 설날에라도 입고 오라고ㅋㅋ 그럼 설거지도 못 시키실거면서... 크크크. 그래도 한복 좋아하고 하니까 없애면 아쉽겠지... 또 입어보니까 또 아주 이쁘던데... 맞출때도 생각했는데 내한복 예쁘다.




 망고는 무슨 날인지 아는 눈치로 종일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심하게 배고파도 돌상 떡 하나를 노려서 맛보는 정도로 참았고, 엄청 졸려도 눈 비비면서 할머니 등을 향해 열심히 돌진한 것 빼고는 잘 있었다. 다들 지쳐갈 무렵 아기띠로 아빠 품에서 수월하게 잠든 것까지 아주 완벽했다.


 사진 찍을때는 대부분 컷에 아~ 하면서 ^ㅂ^ <- 요런 표정을 지어서 사진이 귀엽게 나왔다...ㅋㅋㅋㅋㅋ 망고 어디있지? 하면 보통 숨었다가 나오면서 아^ㅂ^ 하곤 했는데 그걸 사진 찍으면서 잘 응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예쁜 옷 입는것을 이미 아는 아이라서, 입혀놓고 예쁘다 예쁘다 하면 좀 불편해도 잘 참는다. ㅋ 돌상업체에서 나온 사람이 애들은 한복 입기 싫어해요 라고 하다가 심지어 날 더운데 조바위까지 잘 쓰고 있는걸 보고 신기하네요, 옷 빨리 벗겨야해서 참 미안하네요라고 까지 했다. ㅋ


 그리고 낯선 환경에서는 낯선 물건에 섣불리 손 안대는 성격이라 (조심성 짱짱) 돌상을 덮친다거나 하는 일도 없이 방석에 얌전이 앉아서 모두와의 기념촬영(?)까지 무사히 해줘서 더욱 완벽했다. 


 돌잡이는 (이미 너무 배고파서)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끈기있게 물건들 들어서 보여주고 설명해줬더니 그런대로 낯익은 물건인 청진기를 집었다. 다른건 건드리지도 않고 해서 모호하지 않아서 좋은 것으로. 미국에서 올 때 2$짜리 병원놀이 장난감을 사와서 종종 가지고 놀아줘서 그런 것 같다. 다른 건 전통 돌상이라 너무 낯설게 생김. ㅎㅎㅎ 그래도 왠지 나중이 되면, 왜 돌상에는 컴퓨터를 놓지 않냐며 항의할 것 같기도...?




 그리고 밥이 꽤 맛있었다. 밥맛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꽤 있고, 맛집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맛이 없다는 평도 많아서 감수하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들 맛있다고 좋아하셨다. 내입에도 맛있었다.. 간이 그리 강하지 않고 매운걸 좀 많이 맵게 만들어서, 아마 이런 것들을 안좋아하면 좀 맛없다고 느꼈겠지 싶다. 어쨌든, 엄마는 어머님이 고른 장소인줄 아셨을 정도로, 어른들 취향에도 괜찮은 장소였다. 애들이 이런데를 어찌 알지? 요런 느낌?ㅋㅋㅋ 인터넷 후기 만세.




사진을 많이 남기고 싶었는데 망고도 힘들어하고, 가는길이 원체 험하니 다들 지쳐있어서 원하는 만큼 여기저기 헤비면서 많이 찍지는 못했다. 그래도 뭐... 어차피 모든 사진을 다 볼 수는 없으니 무리하지는 않았다. 추리고 보니까 엄마가 찍어주신 사진들이 마음에 들어서 더 만족스럽다. 엄마한테 스냅 사진 비용을 드려야하나...?! 무엇보다 내가 원하던 컬러감과 생동감이라 좋다.






어쩐지 돌잔치 이야기만 쓰고 말았다. 1년이나 지난 감상을 적고 싶었는데...


사실 정말 어떻게 표현하고 싶어서 여러번 노력했지만 마음속에 있는 이 감정을 정확하게 짚어낼 방법이 없어서 매번 포기하곤 한다.


오늘 또 적어보다 포기하고...ㅎ 언젠가는 잘 다듬어서 적을 날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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