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독을 보고 떠오른 블로그에 대하여

 최근 방문객도 줄어들고 지인들도 이제는 거의 오지 않게 된(1년 이상 방치한 탓이지만) 블로그라 유입경로 들여다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인데, 오늘 문득 낯선 유입경로가 잡혔길래 한 번 눌러보았다. 네이트 블로그독. 네이트에서 뭔가  한다길래 등록해두고 잊어버린지 몇 달 지났는데 어제 올린 취향 테스트가 심리테스트의 일종으로 생각되었는지 제법 트래픽을 유발했다.(그래봐야 얼마 되지는 않음...) 그래서 처음으로 이것이 뭣하는 서비스인가 잠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블로그독은 일종의 메타서비스인데 그간의 메타서비스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1. 메인페이지가 없다.

 싸이월드/네이트 연동한 메인페이지나 네이트온 메인등에 노출된다고 한다. 그래서 별도의 메인페이지나 인기글 모음집 같은게 없었다. 첫 페이지에 들어가보니 그냥 실시간 인기글만 집계되어 있었고 그래서 뭔지 정체 파악이 오래걸렸다.

2. 키워드 - 또는 태그 - 중심의 서비스이다.

 사실 블로거들을 괴롭히는 하나의 약점이 있었으니.. 보통 일반인의 관심사는 하나가 아닌데 그게 다른 사람의 관심사랑 일치한다는 법이 없다. 그래서 A글을 보고 들어온 블로거가 나의 다른 글 B를 좋아한다는 보장이 없다. 내 글의 대부분이 맘에 든다면 내 블로그를 통째로 구독해 주겠지만, A글이 가뭄에 콩나듯, 1년에 한두번 정도 포스팅하는 정도의 글이었다면 그 블로거는 그냥 지나갈 것이다. 내가 1년 쯤 뒤에 A'를 포스팅한다면 그 블로거는 관심은 있겠지만 기억도, 발견도 못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서 대부분의 블로거팁 사이트는 '블로그의 주제를 한 가지로 한정하라' 라는 팁을 제시한다. 뭐 좋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분야는 하나가 아니고 서너가지 쯤 된다. 게다가 나는 한달에 끽해야 10개 남짓한 포스팅을 작성할 뿐이다. 게다가 그다지 전문가적인 글을 작성할 수도, 작성하지도 못한다. 그러다보면 그냥저냥 어수선한 잡탕블로그가 되고 만다. 잡탕블로그는 그 블로거 본인에겐 편하지만 독자에게는 불편하다. 50% 정도 마음에 드는 글, 50% 정도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이 있으면 구독이 망설여진다.
 그런데 블독은 '키워드 중심'을 표방한다. 따라서 그 글이 누구의 글인지 관계없이, 자기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의 글을 지속적으로 구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블독의 이 컨셉, 하나만큼은 마음에 든다. 내가 잡탕블로거라서 그렇겠지만.

3. 태그를 추가해서 붙인다.

 어제 내 글에는 "테스트& 점"이라는, 내가 나를 위해 만들어 분 하는 태그 이외에는 달지 않았는데 블로그독의 글로 보니 태그가 엄청나게 달려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좋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태그를 확장해주는 점에서. 2번과 연계해서, 키워드 검색에 충분히 검색될 수 있게 키워드를 달아주는 센스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은 든다. 나는 가능하면 태그를 자세히 달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미처 내가 빠뜨렸거나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키워드가 뭔지 모르는 경우도 있고, 내가 그냥 좋아서 태그를 아무렇게나 만드는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내 몸은 종합병동' ... 물론 이 태그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태그로 검색해서 들어올 사람은 없을테니.

4. 추천 서비스가 (아직은) 없다.

 덕분에 실시간 인기글에는 연애/심리테스트 등의 글들만 주루룩 올라와 있다. 흥미본위, 제목이 자극적인 글들이 클릭 한번에 실시간 인기글으로 정의되는 엄청나게 곤란한 시스템. 블독에서 블독 키워드를 보면 이미 단점이 많이 올라와 있다.

5. RSS 구독이 안 된다.
 
 네이트의 정책은 네이버랑 비슷한 모양이다. 블독에 원하는 키워드를 등록하고 블독에 로긴해서 찾아서 .... 귀찮다.

6. 보관기능이 있다.

 마음에 드는 글을 그 자체로 그냥 보관하는 기능이 있다. 일종의 북마크가 별도로 블독 내에서 가능하다. 써보지 않아서 어떻게 동작할 지 모르겠다.

7. 리플을 블로그에 연동해준다.

 티스토리는 지원하지 않지만, 싸이월드 블로그, 이글루스, 워드프레스는 지원하는 것 같다. 블독에서 보고 리플을 달면 내 블로그에도 같은 리플이 달린다.

 개선해야할 점이 몇 가지 보이지만, 키워드를 강조하는 컨셉은 마음에 든다. 기존의 블로그-rss-메타사이트로 연계된 서비스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처럼 보인다. 다만 컨셉을 뒷받침하는 아이디어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할 것 같다. 그간 키워드는 검색엔진, 읽을거리는 메타사이트를 통해서 얻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블독은 검색엔진을 대체하기에도 부족해 보이고, 읽을거리로서는 그닥 의미가 없어 보인다. 현재로서는 읽고 싶지 않은 자극적 제목의 글을 제거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더 정리된 형태로 얻을 수 있다.)




  블로그가 앞으로 성장할 것인지 퇴보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들이 종종 나온다.

 나는 블로그란 서비스는 사실 별 거 아니고, 싸이월드 정도의 인기를 누리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느 누가 창의적인 시스템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안전한 이식 툴을 제공하면 모두가 넘어갈 지도 모르는.

 내가 블로그에 가입했던 것은 사실 1인의 미디어라는 관점보다는 rss의 편의성에서 기인한다. 그 전에는 한 달에 한 두개 글 쓰는 친구들의 홈페이지를 매일매일 살펴보며 새 글이 올라왔나 들여다보는데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제외하면 블로그는 기존의 홈페이지에 비해 확장의 한계도 있고, 자유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있고, 100% 만족할 만한 서비스는 아니다. 현재의 가입형 블로그가 싸이월드에 비해 갖는 장점? 나는 잘 모르겠다. 이런 내게 블로그는 싸이월드, 개인 홈페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마 앞으로 블로그라는 서비스가 없어질 수도 있겠지. 지금의 블로그가 누리는 영화는 싸이월드보다 블로그가 매력적이어서라기 보다는, 링크 보다 rss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테마를 가지고 대형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들도 있다. 나는 그런 분들의 블로그는 홈페이지를 대체한 것이라 생각한다.)


  요새 트위터가 말이 많다. 나는 아직 트위터에 가입을 안 했다. =_=; 사실 한국에서 트위터가 인기가 있을만한 서비스라고 생각지도 않았고, 과거에 이미 있었던 서비스이기도 하고. (플레이톡이나 미투데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다.) 트위터는 현재 모바일기기로 인터넷에 접속 가능한 나라에서 인기가 있을 법한, 인기가 있어야 할 서비스다.

 트위터가 가지는 경쟁력은 모바일 접속 가능 - 말하자면 그 실시간 성 - 에서 오는 것이지, 그 140자의 제한이이라거나 팔로워 따위가 아니라 생각한다. (도대체 싸이월드 친구 추가랑 다를 게 뭐야?) 그래서 모바일 기기로 인터넷을 사용하기에 금전적 제약이 많이 따르는 현재의 한국에서는 관심이 없다. 애인님이 아이폰이 나오면 당장 지르실 거라니 그 때가 되면 나도 관심이 생길 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현재는 아니다.



 결국 살아남는 건,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전송하는 전송 방식이 될 것이다. 리얼타임이라고 좋은 것만도 아니다. 전화는 받을 수 없는 순간에도 문자는 받을 수 있다. 문자나 메신저에 새 글이 등록되었다고 알려주는 것은 받고 싶을때는 즐겁지만 바쁠때는 방해에 불과하다.

  어떤 혁신적인 생각이 앞으로의 IT를 끌고 나갈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도는 좋은 것이다. 블독은 관심있게 지켜는 보겠음. 한 순간에 이뤄지는 것 같은 진화나 발명은 수요가 마구 모여들어서 그 에너지가 최대가 되는 시점에 뻥 하고 터지는 게 아닐까?




 블독에 몇가지 제안한다.

1. 업다운 시스템을 구현해주시오.
 단순 추천 시스템보다는 업이나 다운의, 의견표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 물론 부작용도 있겠지만 (논란거리가 될 만한 주제의 경우 반대파가 밀려와서 우루루 다운시킨다던지) 그거야 시스템을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반대의견을 표시할 방법이 없어서 제목에 낚여 조회수만 올려주는 것은 반대하고 싶다. 아니면 적어도 내가 올린 조회수는 사실 반대 의견이라는 거라도 표시하게끔...

2. 티스토리에도 리플 연동 지원해주시오.
 난 내 블로그가 나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잘 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로 내 글에 남겨진 리플은 내 블로그로 돌려주시오.

3. 원글 주소 보여주시오.
 굳이 왜 복잡한 분류 주소를 추가 부여하나. 원글 주소야말로 월드 와이드 웹에서 유일하게 그 글을 식별해주기위해 이미 부여되어 있는 주소인데. 올블로그 같은 시스템을 원한다.

4. 키워드별 rss 등록을 지원해주시오.
 말할 필요가 있을까나. 난 요새 다음 이야기에서 '나야나'라는 분의 글만을 rss리더로 받고 있다. 또 다음 만화속세상에 연재되는 '악당의 사연'도 rss로 받고 있다. 이런 편의를 제공해주면 좋겠다. 일부 제공의 형태라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