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은 정말로 귀신이 나온다거나, 가위에 눌린다거나 하는 1차원적인 악몽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의 감정의 상호교류가 악화되는 2차원적인 악몽이 있다. 이 2차원적인 악몽은 무섭거나 빨리 깨고 싶거나 한 것은 아닌데 깨고나면 정말 진하게 불유쾌한 뒷맛이 남는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꿈, 다른 사람에게 상처받는 꿈, 다른 사람에게 공포를 느끼는 꿈,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하게 만들어 버리는 꿈 등등.
그런 꿈들 속에서 나는 이성이라는 방어 기제가 사라져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유치하게 반응하고 쉽게 감정이 상하고 격하게 화를 낸다. 잠에서 깨고 나면 내가 진짜 그렇게 반응하는 사람인가 싶어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며칠 전 잘 아는 사람에게서 심한 공포를 느끼고 그 사람을 증오하게 되는 꿈을 꾸었었는데 내가 누군가를 그토록 미워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오늘은 한 마디 말에 감정이 상해서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도 그 앞에서 하루종일 말을 하지 않는 극도의 유치한 꿈을 꾸고야 말았다. 현실이라면 감정이 상해도 내색은 하지 않았을 것이고, 혹여라도 티가 났더라도 사람들이 달래려고 들 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행동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꿈 속의 나는 지나치게 솔직했다. 나는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나를 달래기 위해 억지 호의를 늘어놓는 것이 불쾌하다. 진짜 나의 감정 같은 것은 알고 싶지도 않으면서 어떻게든 내 감정을 플러스로 돌려놓기 위해 혹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그런 호의는 필요 없는데. 물론 현실의 나는 그런 호의에 최선을 다해 반응해 억지 웃음을 짓겠지. 그게 사회적인 약속이니까. 그런데 그런 억지는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앙금이 남나 보다... 이렇게 꿈으로 돌출하고야 마니까.
아차... 여기까지 써놓고 나니 몇년 전 유치하게 굴었던 때가 떠오르고 말았다. 꿈이나 현실이나 그게 그거구만. -.-
현실의 스트레스가 다른 방향으로 형상화 된 것 뿐인데 거기서 나의 유치함까지 발견해야하다니. 이래저래 최악의 악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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