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동때문에 놀람 (38+4)
요즘은 매일 오후 12시쯤 일어나는데, 밤에 두번 세번 깨는데다가 남편 출근하는 시간에 한번 더 깨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숙면을 못해서 그닥 많이 자는 느낌은 아니다.
어제는 12시쯤 일어났는데 오후 2시까지 태동이 없었다. 그것만으로는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그렇게 오래 태동이 없는 애는 아니기 때문에 조큼 놀란다음 쇼파에 앉아 살살 두드렸다. 보통 그쯤되면 귀찮아하는(?) 반응이 한번쯤 오는데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러면 안되겠지만) 흔들었다. 보통 그러면 아주 격하게 자세를 바꾸는데 또 없었다. 애초에 내가 태동없어서 불안해하면 거의 100% 몇분안에 애가 움직이곤 했는데 잠잠했다. 너무 놀라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남편도 놀라서 회사에서 뛰쳐나왔다. 병원에서는 1시간 정도 더 지켜보고 태동이 없으면 오라고 했다.
그래서 망고에게 '병원 가려면 가만히 있어, 안가려면 움직여봐'라고 했더니 슬슬 움직이기 시작. 굉장히 약하긴 했는데 뭐랄까... 설마 말귀를 알아들은건 아니겠지... 벌써 병원을 싫어해... 아니면 그냥 시간이 되어서 잠에서 깼나? 싶기도 하고.
배가 무지하게 커져서 도저히 흔들때 계속 잘 수 있는 상태도 아닐텐데 도대체 뭔 상황인지. 내내 별일 없겠거니 했는데 막달이 되니 무진장 예민해졌다. 어휴. ㅠㅠ
어제는 온종일 약한 현기증과 두통, 열이 오르는 듯한 감각에 시달렸다. 지난번 응급실 이후로 열이 오르는 감각이 실제 체온과 아무 상관 없다는 걸 알게 됐는데, 여전히 그 발열하는 듯한 느낌 - 몽롱해지고 몸에 힘이 빠지고? - 은 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남편이 집에 왔으니 간호도 받고, 비타민을 먹고, 잠도 자고 해서 컨디션을 평소 수준까지는 끌어올렸는데 그러고나니 문득 생각이... 낮에 태동 없었던 것이 내 컨디션 탓이었나 싶기도 했다. 어쨌든 저녁에는 도로 활발해져서 엄마 뱃속도 쓸어주시고, 딸꾹질도 해주시고, 좁다고 투정도 부려주시고...
이건 아마 영원히 안 풀릴 의문이겠지만 모든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울어야' 의사 표현이 된다고 깨닫게 되는 것일까? 아니라면 뱃속에서 이미 울음에 해당하는 어떤 행동이 있지는 않을까? 태내에 있을 때랑 태어난 뒤의 행동이 비슷하다는데 태어나자마자 갑자기 '울기'가 추가 되는 걸까? 잘 우는 아이랑 잘 안 우는 아이의 차이는 뭘까나.
2.
오늘은 아침부터 옆집인지 윗집인지... 못을 박고 있다. 드릴도 아니고 못이라서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몇 개를 박는 건지 30분째 박는 중 -_-; 덕분에 아침 잠은 글러먹었고 하품하면서 일기나 쓰는 중이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확연히 컨디션이 좋은데 그날그날 컨디션이 다른 이유는 뭘까나. 걷기 한날 -> 나쁘다, 안걸은날 -> 좋다 같기도 하고. 흠흠.
간밤에는 이상야릇하고 복잡하며 선명한 악몽을 꾸었는데, 실체적 공포라기보다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에 대한 불안함? 같은 꿈이었다.
꿈 내용은 대강은 이렇다. 꿈속의 나는 어떤 과학실? 같은 곳 앞 복도에 남편 품에 안겨 누워있다. 우리만 있는건 아니고 마치 난민들이 모여있듯 꽤 많은 사람이 있다. 나는 과학실? 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것이 신기하다고 남편에게 종알거리고 있다. 남편은 그중에서 어떤 가죽? 모피? 퍼? 이런 것을 보면서 그것이 갖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저거? 라면서 어떤 것을 가리켰는데, 곧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갑자기 과학실 문을 열고 들어가 내가 가리킨 것을 걸치고 나와서는 이거? 라면서 나에게 채찍(...)을 휘둘렀다. 난 잠시 이걸 어쩌나 망설이다가 곧 힘으로 그 사람(여자)를 제압했다. 그런 다음 가죽과 채찍을 도로 갖다 놓으러 과학실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는 약간 피가 묻은 사람 둘이 팔을 뒤로 해서 묶여 있었다.
또다시 약간 고민하다가 - 누가 그랬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풀어주면 해꼬지를 당할 것 같았다. 그래도 그냥 둘 수는 없잖아 - 이 사람들을 과학실 밖으로 꺼내서 풀어주기 시작했다. 한 명은 그냥 모르는 사람인데 한 명은 유명한 걸그룹의 멤버였다. 그래서 반갑게 안다면서 그 그룹의 노래를 한 소절 불렀다. 그 멤버는 반가워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자기 파트도 불러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니 파트는 너무 고음이야...로 거절.ㅋㅋ
다음 장면에서 나와 남편은 과거의 친정집에 와 있었다. 다음 날이라는 설정이었던 것 같다. 전날 사람들을 풀어준 것에 대해서 어떤 해꼬지를 당할지 몰라 불안해하면서, 어떻게 해꼬지를 피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남편이 와서, 에버*드에 가자고 했다. 에버*드에서는 면접'도' 볼 수 있다면서. 말하자면 에버*드는 해꼬지도 피할 수 있고 면접도 볼 수 있다는 설정인 모양.... 남편은 내가 남편의 면접에 대해서 잊고 있다고 삐졌고 나는 깜짝 놀라서 어서 가자고 준비한다고 했다. 준비하러 가는데 문득 열려있는 현관문 - 친정에서는 낮에 많이 열어두시곤 했다 - 밖으로 모자를 쓴 어떤 남자가 한손에 칼을 들고 가는 것이 보였다. 순간 신고해야 하나 싶었지만 신고해도 출동할 때까지 거기 서있을 것 같지도 않고 해서 그냥 욕실에 들어가서 세수를 하고 나왔다. 나오자마자 비명소리 같은것이 들리고 웬 남자분이 얼굴에 칼을 맞아 피를 흘리며 울고 있었다. 동네사람들이 나와서 보고 웅성거렸는데, 거기엔 할머니도 있었다... 오래전에 꾼 어떤 꿈과 설정이 이어지는듯 했는데, 동네가 재건축 되는거 관련해서 주장이 강한 남자분이었다.
애초에 남편에게 면접도 없고 에버*드는... 전날 카페에서 에버*드 다녀왔더니 진통 걸렸다는 글을 봤는데 왠지 그거랑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과학실과 걸그룹은 뭐며 -_-;;;; 개꿈치고 대사까지 너무 선명했는데... 왠지 과학실이 신생아실 같다는 생각이 들고... 출산 공포와 수술 공포인가. 근데 그 공포 주체가 내가 아닌듯도 하고. ㅋ.. 설마 망고의 꿈을 대신 꾼거라거나? ㅋ
암튼 오늘은 정상적으로 강렬하게 태동도 해주시고 ...잘 있는데 언제쯤 나와줄꺼니 ㅠㅠ
솔직히 내가 막판에 이렇게 초조해할 줄은 몰랐다... 초기 지나고 나서는 당연히 잘있겠지라며 맘편하게 생각했고 지금까지 실제로도 그랬는데 벌써 3.3kg인 것을 앞으로 열흘이상 더 뱃속에서 키울려고 생각하니까 ㅠㅠ 솔직히 무섭긴 무섭다. 수술할 일 생길까봐.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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