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일

from 아이들 이야기 2014. 7. 21. 22:03


1.


 오늘 처음으로 애가 뒤집기를 시도했다! 모로눕기는 종종 하지만 도저히 더이상의 진도를 나가려는 의지가 없어보였는데, 오늘 모로 누운상태에서 초점책을 눈앞에 놔줬더니 처음으로 낑낑대며 팔에 힘을 주었다. 너무나 귀여워서 살짝 거들어 주었더니 아니이게 웬걸 고개를 빳빳이 드는 게 아닌가.


 그동안 엎어놓는 것을 몇번 해봤지만 낑낑대고 별로 좋아하질 않았고, 오히려 1개월도 되기 전에는 고개를 들더니만 2개월에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래서 그동안 별로 뒤집어 놓지도 않았고.


 그래서 뒤집힌채로 고개 든 것은 오늘이 처음! 게다가 악악 거리며 팔을 꿈틀거리긴 했지만 표정은 즐거워보였다. 아무래도 배밀이를 하려는 시도같이보였닼 (뒤집지도 못하면서 배밀이를 하려고...)


 뒤집어서 초점책도 유심히 보고 꽤 즐거워한듯. 힘들까봐 되집어 주었는데 할머니가 자꾸만 뒤집으셔서 서너번 고개들고 운동 좀 하다가 지쳤는지 오늘은 낮잠을 제법 푹푹 잤다. 따로 재운 것도 아니고 그냥 젖 실컷먹고 뻗음.ㅋ


 언제 고개를 떨굴까 싶어 급히 몇장 찍어서 엄마와 시부모님께 사진을 보냈다. 누군가에게 더 자랑하고 싶은데 별로 할 곳이 없었다. 어찌나 설레고 흥분되는지 기분이 쉬이 가라앉질 않았다. 생각해보면 뒤집기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목 가누기 한 것뿐인데 애 낳은 뒤로 오늘만큼 설렌 날이 없었다. 왜일까? 곰곰 생각하지만 어째서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뭔가 벅차고 뿌듯하다. 


 남의 애는 자주 못 보니까 안 본사이 금방 크는 거다 싶었는데, 내 자식도 금방 크기는 마찬가지다. 어제 못했던 것을 오늘은 아주 자연스럽게 오래전부터 해왔다는 듯이 하는 걸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동작은 어설프지만, 뭔가 어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오늘은 가비얍게 해치운다. 나는 목 가누기가 서서히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한 45도쯤 들고 힘들어 하다가, 그 뒤에는 조금 더 들고 더 오래들고... 그런데 항상 보면 그런게 아니다. 그냥 갑작스레 이루어지곤 한다. 왜 어제는 장난감에 손을 뻗을 의지가 없다가 오늘은 갑자기 스르륵 뻗는걸까. 왜 어제까지는 뒤집을 마음이 없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낑낑거리는 걸까. 그런 것들이 너무 신비롭다. 




2.


 원래 항상 7시 45분에 정확히 목욕 준비를 시작하면 7시 55분쯤에 목욕을 시작해서 8시 5분부터 수유시작, 먹다가보면 8시 반쯤 잠드는 게 보통이었다.


 남편이 회사 사람들과 맥주 한 잔 해도 되냐고 물어봐서 그러라고 하고 남편이 제시간에 오면 목욕을 못 시킬테니 할머니 계신 김에 일찍 목욕을 시켰다. 그것이 저녁 6시쯤. 망고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 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순순히 목욕도 하고 목욕을 마친 뒤에 기분도 좋아했다. 다만 목욕 마치고 남편이 옷을 입히면 나는 수유준비를 했는데... 내가 목욕 시켰더니 땀범벅이고 도저히 그냥은 수유할 수가 없겠다 싶어서 샤워를 했다. 뭔가 이상했기 때문인지(?) 잠시 기다리던 망고는 늘 하던 목욕 후 맘마를 달라고 조금 보챘다. 


 길게 자려나 싶었지만... 평소 낮 수유처럼 10여분도 안되어서 깼고, 트림을 시키려고 했는데 도통 하질 않았다. 그래서 앉혀놓고 놀려고 하는데 뭔가 기미가 이상... 추운가 싶어서 발을 싸고 안아주고 안방으로 이동했다. (안방이 거실보다는 조금 따뜻할까 싶어...) 안방에 눕혔더니 울컥거려서 혹시나 싶어 안고 재빨리 나왔더니만 예상대로 분수토를 했다. 예상을 벗어난 부분은 그 양.... 얼마나 많이 토했던지 코로도 토했다. 분수토 자체는 종종 하지만 코에서 나오는 건 처음 봐서 정말 깜짝 놀랐다. 


 매트 위에 눕혀놓고 치우고 있는데 계속 기분나쁠때의 톤으로 깩깩 거린다. 슬 쳐다보니 혼자 뒤집으려고 이래저래 용을 쓰면서 잘 되지 않아서인지 뭔가 기분나빠하고 있었다. 굳이 도와줘야하는가 싶어서 두고 바닥을 치우니 추운지 재채기까지. 가서 뒤집기를 한번 거들어주니 목을 빳빳이 들고 내려놓지도 않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도 싫어했다. 지금 생각하니 에어컨이 빵빵한 거실에서 매트위가 조금 차가웠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 뒤로 재우기 시도를 했는데 안아줘도 액액 거리고 젖을 물려도 액액거리고.... 결국 반대쪽 약간 보태어서 양쪽 수유를 하고 평소보다 1시간이나 지나 간신히 잠이 들었다. 젖이 또 양이 차이가 나는지... 오른쪽은 먹고 토하고 왼쪽은 모자라다 그러고 -.- 이를 어째야할지 모르겠다. 젖이 좀 모자라다 싶을 때가 있는데, 갑자기 자주 먹고 자주 먹다보면 어느 순간 토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다시 어느 순간 텀이 늘어나고 토하지 않고. 이런걸 보면 젖 양의 밸런싱이 부드럽게 이뤄지진 않는 듯 -_-;;;


 아무튼 남편은 약속이 연기되었다면서 집에 일찍 와버렸고 내일도 또 재우기를 이렇게 힘들게 해야되나 싶어서 절망. ㅠㅠ 남편 의존적인 수면 습관을 세운 게 잘못 같기도 하고... 사실 8시가 재우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그 시간에 재워야 애들이 잘 자고 잘 큰다고 하니...



3. 

 이렇게 써놓고 보니 하루 안에서도 일희 일비다. 그래도 요즘은 애가 워낙 이쁘고 하니 힘들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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