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에 해당되는 글 261건

  1. 3 2011.04.01
  2. 전자책 구입 2011.03.30
  3. 내려놓기. 2011.03.28

from 일상/일기 2011. 4. 1. 03:19

이상한 기류가 내 주변을 흐르는 것만 같다. 뭔가 이전까지와는 다른 느낌?

그간 몸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뭐 운동도 안하고 퍼질러져 있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데 운동 부족같은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한두군데가 집중적으로 병이 난다기보단 전체적으로 신체의 기능 자체가 많이 저하되어 있는 상태. 분명히 아픈 곳은 없는데 항상 피곤하고 몸이 무겁고.

근데 오늘, 갑자기 저절로 몸이 좋아졌다. 꾸준히 있던 무력감 피로감이 없어지니까 손대기 싫었던 집안일을 슬슬 한다. 먹고 싶은 게 생기고 간만에 인스턴트 대신 직접 만든 음식을 먹으니 식욕이 돈다.

그간 먹는 거 바뀐거 없다. 잠도 여전히 많이 잔다. 운동은 이틀 전부터 침대에서 꼼지락꼼지락 윗몸일으키기 정도 한다. 시작한다 이틀 됐으니까 운동하곤 별 관계가 없다. 그냥, 갑자기, 저절로.



어찌보면 그간 내내 순서를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육체의 건강에 마음의 건강이 따라간다고 생각했다.

 건강이 좋아지면 의욕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고 잘 먹자고, 잘 자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같은 사람에게 잘 먹는 건 사실 엄청난 의욕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식욕은 없었고 소화는 잘 되지 않았고. 제대로 못 먹으니 기력이 없고, 기력이 없으니 다른 일도 아무것도 되지 않아 그냥 퍼질러져 있었다.

그런데 사실, 건강을 붙잡겠다는 그 의욕 자체도 건강해야 유지할 수 있는 거였던 거다.

마음을 건강하게 하자고 - 의욕을 만들어 보자고 - 육체의 건강을 찾아보려는 시도는 잘 되지 않았다. 오히려 건강하지 못한 무기력한 모습에 초조해져서 역효과였던 것 같다. 마음이 조금 플러스로 돌아선 것 만으로 이렇게나 쉽게 돌아오는 건강인데 말이다.



 다음날 일어나면 뭔가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늘 한다. 물론 당연하게도 어제와 끝내주게 다른 오늘 같은 것은 없다. 그래도 실망을 하지 않는 것은 조금씩만 변해도 나중에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미 아니까. 조금씩만 변해가도, 이미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아니까.

지금 내게 다가오는 이 긍정적인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결과는 아마, 몇달 뒤의 일기가 말해주겠지.

엊그제는 겨우 무료하지 않은 하루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벌써 가출한 건강이 돌아오고 있다. 내일은 또 무슨 변화가 일어나려나. 너무 무리한 바람은 갖지 말아야지. 실망하면 곤란하니까. 현재로선 이 정도 속도면 충분하다. 아마도 곧 예전의 반짝반짝한 그 느낌을 되찾을 것만 같다. 벌써 마음이 설레인다.

'일상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쩐지...  (0) 2011.04.15
보고  (5) 2011.04.13
전자책 구입  (0) 2011.03.30
내려놓기.  (0) 2011.03.28
매년 초 도메인과의 전쟁이군요.  (1) 2011.02.07
,

전자책 구입

from 일상/일기 2011. 3. 30. 04:00

 급작스레 주체하지 못할 만큼 시간이 많이 생겼다.

 뭘 해야할 지 몰라 어제는 다소 우울하게 보냈다. 하루의 절반 이상 잠을 자고, 깨어서는 웹서핑을 하며 무료하게 보냈다.

 최근 웹에는 다양한 이슈가 있는데 최근 내가 관심있게 보고 있는 것은 나는 가수다에 관한 논란과, 일본의 방사능 유출에 관한 것이다. 이걸 일본 대지진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은게, 실은 진앙에서 더욱 가까운 다른 원전은 멀쩡하다고 하니 지진이라기보다는 원전 관리에 관한 인재인 것 같다.

 웹서핑의 끝은 블로그에 달려 있던 알라딘 TTB였다. 들어갔다가 갑자기 뭘 해야할지 모르게 되어버린 나에게 꼭 필요한 것 같은 제목을 발견했다.



 평소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사는 건 매우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는데 전자책이라 배송되는 딜레이도 없을테고, 가격이 저렴(4500)하길래 그냥 구입해봤다.

 자기계발서를 읽는다고 해서 실제로 내 삶이 크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전혀 모르는 내용이 적혀있는 것을 본 적도 없고. 다만 자기계발서를 쓰는 저자들은 삶에 상당한 열정을 품고 열심히들 사는데 책을 읽다보면 나까지 들뜨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삶의 에너지를 나눠받는 듯한, 그런 느낌이 좋아서 그닥 실질적 영양가는 없어도 자꾸 읽게 된다.

 이 책도 내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는 책은 아니다. 번역만 잘 되었으면 다른 평가를 내렸을 수도 있는데 어쨌든 현재의 번역으론 soso. 다만 굉장히 구체적으로 서술된 어떤 방법론들이 그간 보았던 어떤 책들보다 실제적인 영양가가 있을 것만 같이 생겼다. 내 인생에 대해 검토를 좀 해야겠다는 위기의식을 가져다 준 점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현재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지만 글로 남기진 않으련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바뀌는 게 좋다는데, 바뀌고 싶으니까.

내일이 딱히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어제처럼 무기력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간 실패로 돌아갔던 내려놓기. 가 어쩐지 이번에는 성공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연타로 다른 책도 한 권 더 구입. 애인님이 돈 아깝다고 말리긴 했지만 만화책도 돈 내고 보는데, 만화책 정도 즐거움을 얻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더니 그 정도면 좋다고 해서 샀다.

 
습관 1%만 바꿔도 인생이 달라진다 - 8점
이재준 지음/리더북스

 이 책은 가격이 거의 만화책 수준(2000). 아니 만화책보다 더 싼가?-_-ㅋ

 전체적인 내용은 다 어딘가 다른 자기계발서에서 읽어본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도 충실한 예문과 이야기 덕분에 읽다보면 저절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해 주는 점에서 베스트. 168시간이 좀 더 구체적인 방법론을 알려준다면 이 책은 부족한 의욕과 방향성을 준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닥 돈은 아깝지 않았다. 적어도 내일이 무료하고 우울한 하루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들은 충분히 자기 역할을 다 하는 셈이다.

 

 
 전자책이 찌질한 아이폰 화면으로 읽어도 그래도 책을 손에 들고 읽는 것 보다 편한 것 같다. 딱히 독서등 같은게 없어도 되고. 활자 크게 보면 안경도 없어도 되니까 자기 전에 누워서 볼 수도 있고. 게다가 구매결정으로부터 구매까지 귀찮은 active-x가 없어서 너무 좋았다. -_-; (알라딘 앱으로 구매했다.)

 미국은 전자책의 보편화로 서점이 없는 도시가 생겼다는데... 우리도 좀 그래야하지 않을까. 전자책에 재미붙여서 좀더 사볼려고 찾아보는데 딱히 더 살만한게 없다.

'일상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고  (5) 2011.04.13
  (3) 2011.04.01
내려놓기.  (0) 2011.03.28
매년 초 도메인과의 전쟁이군요.  (1) 2011.02.07
서늘한(?) 이야기 모음 2탄.  (0) 2010.08.05
,

내려놓기.

from 일상/일기 2011. 3. 28. 18:13

 워낙 뭐든지 잘 빠져드는 성격이라 지금까지 많은 것에 중독되고 또 극복해 왔지만 그것만큼은 헤어나질 못했었다. 지금도 솔직히 내가 완전히 끊을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든다. 그렇지만 이제 그 세계를 떠날 때다. 이 결심이 약해질 때쯤 읽기 위해 이 글을 남긴다.

 5년이나 해온 만큼 어찌보면 내 인생에서 한 자리 크게 차지하는 중요한 부분이었는데도 많이 부끄러웠다. 그 때문에 어찌보면 많은 추억들, 느끼고 배운 것들을 글로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사실 타인의 시선이라는 게 별 거 아닌데 왜 나 자신의 선택과 결과를 당당하게 마주하지 못했을까.

 

 길드를 옮기면서 사실 이런 날이 오지 않을까 불안했다. 당시에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길드 시스템 나쁘지 않다. 단지 내가 모든 것을 너무 올인했을 뿐이다. 길드에 투자한 시간들 때문에, 길드를 떠날 일이 생길까봐 제대로 불만을 말하지 못한 채 쌓아온 시간들이 야기한 결과가 이것이다. 일본 사람들이 혼네를 가지게 된 게 무슨 일이 있어도 섬이라 떠날 수가 없어서란다. 알 것 같다. 난 그저 트러블 없이 지내고 싶었을 뿐인데 그대로 계속 견디기엔 너무 지쳤다.

 기본 일정만 소화해도 주말이 남아나질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일정이 줄어들겠지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기본 일정이 정시에 끝난 적이 아예 없다. 연장은 기본이고 걸핏하면 추가일정까지 생기고.

 한 두명이 실수할 때마다 국민학교 단체기압마냥 다같이 야단치는 공장. 그는 늘 모든 레이드를 쉬운 것이라고 평가하며 매번 공대를 다그쳤다. 이 쉬운 것을 왜 못 해. 글쎄 왜 못할까. 더 나은 택틱을 제시하면 일단 해보고 바꾸자 하고, 일단 해보느라 한두 시간 보내고 일정 끝날 무렵이 되면 이미 시간이 늦어서 바꿀 수가 없게 되고. 네임드를 쓰러뜨리는 것이 성취감을 주기 보다는 피곤함만 줬다. 훨씬 복잡하고 재미있어진 보스들. 영던까지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정작 레이드에선 재미가 없었다.

 원칙과 룰의 부재. 지각, 불참, 템 획득에 관해서 명시된 룰이 없어 다들 주먹구구로 매번 상황판단을 위해 관리자를 찾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아무런 감시도 없어 누군가는 템을 먹고 댓가를 내고 누군가는 내지 않고. 누군가는 드문드문 참석하며 아이템은 동일한 권한으로 굴리고.

 신입에 대한 룰도 없어 그저 헤딩네임드에 실컷 투입하다가 안되면 막판에 뺀다거나, 아니면 왜 안되냐는 식의 야단을 들어가며 트라이에 참가하는 기존 공대원이 의욕을 잃거나. 전 주에 잡았다곤 해도 경험없는 공대원 잔뜩 투입해놓고 왜 지난 주만큼의 퀄리티가 나오지 않느냐고 다그치면 도대체 어찌해야하지. 형평성도 효율성도, 아무것도 고려되지않은 투입때문에 진도가 후진하면 남는 건 공장의 분노 뿐이고.

 초반엔 열심히 대책을 생각해보곤 했지만 대체로 공장의 벽에 막혀 나중에는 그냥 포기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지난 오년에 대한 상실감, 남겨둔 것들에 대한 미련, 그리고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 이 모든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이 글을 남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내가 바라왔던 소박한 인생을 - 비록 현실은 아니었지만 - 누리게 해 주었고,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의 많은 부분들을 경험하게 해 주었던 어떤 것을 이런 식으로 끝내게 되어 서글프다.

 슬프고 아쉽다. 곱게 키워온 아이들이 아쉽다. 그렇지만 사실, 그 아이들마저도 짐이 되고 있었다. 이미 나는 그곳에서 너무 많은 즐거움을 잃어버렸다.

 말라버린 서버, 돌아오지 않는 친구들, 즐겁지 못한 레이드, 짐이 되어버린 아이들. 이젠 정말 내려놔야지.


덧. 아이폰 메모장에 쓰고 옮겼는데... 아무래도 옮기는 과정에서 필터링(?)을 너무 많이 거치다보니 이 글이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약간 의문이 든다..ㅋ

'일상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 2011.04.01
전자책 구입  (0) 2011.03.30
매년 초 도메인과의 전쟁이군요.  (1) 2011.02.07
서늘한(?) 이야기 모음 2탄.  (0) 2010.08.05
서늘한(?) 이야기 모음.  (0) 2010.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