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에 해당되는 글 26건

  1. (영화) 2012 - 재난도 사람 차별하는 영화 7 2009.11.15
  2. (연극) 반호프(Bahnhof) 2 2009.11.12
  3. (영화) 라디오 스타 3 2009.11.01

 지난 번에 포스팅 했듯이, 공짜 예매권이 남아 영화를 보러 갈까 하고 상영 중인 영화를 살펴 봤습니다. 그런데 요새  상영중인 영화 중에 그 다지 보고 싶거나 고를 만한 영화가 없더라구요. 동네 영화관에서 현재 상영중인 영화는 '굿모닝 프레지던트, 청담보살, 시간 여행자의 아내, 바스터즈, 2012' 이게 다 였습니다. -_ㅠ 개봉 예정작 가운데서는 보고 싶은 영화가 꽤 있는데 (백야행이라던가, 솔로이스트 같은...) 이 놈의 예매권이 11월 15일 한정이다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 영화가 흥행 대작이라 함은 영화가 훌륭해서...는 절대 아닙니다. 경쟁작이 전멸한 시점을 잘 맞췄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큰 스케일로 때려부수는 영화는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잠은 안오지 않겠나 그 정도 기대감은 가지고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갠적으로 디 워도 망한 스토리라인 속에서 때려부수는 건 그럴듯했다 생각해봅니다. -_-;; 볼거리만 화려해도 돈은 아깝지 않으니까요.



(공식 블로그의 5분 하이라이트영상... 5분하이라이트가 아니고 5분 요약영상입니다. =_= 이게 다랄까...?)

 












































그리고 감상. 스포일러 만땅




 이렇게 사람 골라가며 잘 죽이는 영화도 참 드물 것 같네요. '주인공들만' 살아남는 종류라면 그냥 허구적인 상상이므로 이해해 주려고 했지만 그것도 아니고... 주인공이 온전한 '가족'으로 돌아가는데 방해가 되는 존재는 가차없이 저며버리는 영화... 무섭습니다.

 다시금 이야기하지만 내용은 참 쓰레기입니다. -_- 어찌보면 할리우드 전형적인 스토리로 포장되어 있긴 하지만 면면이 들여다보면 고뇌하지 않고 만든 것인지, 아니면 각본가의 인간 혐오가 극에 달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후자쪽에 한 표 입니다.)

 차라리 디스9의 나약하고 자조적이고, 그래서 더 인간미 넘쳤던 주인공에 비해 존 쿠삭의 그 달관한듯한 덤덤함은 굉장히 어울리지만 또 한편 지나치게 할리우드 영웅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리하여 영화는 전형적 할리우드 식으로 흐르려고 했으나 망한 - 감동 대신 잔혹함이 남은 - 스토리라인에 재난 장면은 나쁘지 않았으나 (아니 솔직히 훌륭했습니다...화산 폭발장면앞에 감동하고 있는 찰리에게 200% 감정이입했더랬죠) '스토리를 만들어 볼려고 붙였으나 관객의 지루함만을 유발하는 그게그거 같은' 장면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펙터클한 장면의 '비중' 자체가 너무 낮아서 지루했습니다. 하지만 뭐랄까 스펙터클한 장면들은 좀 적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시원시원한 맛은 있긴 했습니다.

 스케일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솔직히 디스9랑 너무 비교됩니다. 디스9는 스토리와 휴머니즘, 그리고 스펙터클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고 치면 이 영화는 정말 재난입니다...-_-;

 아무튼 그리하여 애인님과 영화를 질겅질겅 씹으며 돌아와 즐겁게 잠들었다는 이야기.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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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호프는 기차역 이라는 뜻의 독일어로, 어느 기차역을 배경으로 하여 이뤄지는 소소한 일상을 그려낸 연극입니다. 이 연극은 특이한 점이 있는데, 대사가 없는 무언극이며 (Non-verbal), 가면을 쓴 배우들이(Mask) 나와 연기를 펼칩니다.  연극이란 대사와 배우들의 표정 연기가 핵심일 것 같은데, 표정은 마스크로 가리고 대사는 없고, 과연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줄거리는 프로그램북에서 인용해보았습니다.
어느 작은 기차역의 분주한 아침이 오늘 역시 시작된다. 매표소와 잡화점이 문을 열고 역 직원들이 이곳저곳을 챙기는 동안, 청소부 아주머니 소라도 아침 역 단장에 여념이 없다. 그런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떤 할아버지 동수는 드디어 오늘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한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탓에 소라 앞에만 서면 굳어버리는 동수...
소매치기들과 외국인들, 여자친구를 찾아가는 청년 등 기차역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동수를 돕기 위한 동네 할아버지들의 작전들이 펼쳐지는데...

 처음에는 하나의 캐릭터의 우는 얼굴 웃는 얼굴 등 같은 사람의 표정을 나타내는 여러 개의 가면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더군요. 한 캐릭터 당 하나의 가면이 있었는데, 이 가면은 좌우 대칭으로 생긴 가면이 아니라 묘하게 좌우가 다르도록 만들어지고 굴곡이 심하게 진 가면이라 극장의 조명과 어우러져 묘하게도, 뚜렷한 하나의 캐릭터를 묘사하는 얼굴이 되었습니다. 이름도 없고 대사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배우의 몸짓, 그리고 마스크의 생김새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계기가 되는 것이죠. 더불어 캐릭터 당 하나의 얼굴밖에 없는데도, 좌우의 비대칭 때문에 배우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가, 어느 위치를 향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같은 사람이 마치 여러가지 표정을 짓는 듯한 놀라운 효과를 주었습니다. 가면은 달랑 한 개 인데요!

 지난 번에 보고 왔던 2인극에서도, 같은 배우가 1인 2역을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물론 소품과 억양, 목소리, 자세등의 변화를 주어 다른 사람임을 충분히 표현했지요. 그렇지만 무대 위에 어떤 '배우'가 있다는 사실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반호프에서는 워낙에 많은 가면 - 즉 많은 캐릭터 - 가 등장할 뿐더러 실제로 배우의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누가 무엇을 연기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그 가면, 그 캐릭터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굉장히 과장된 몸짓인 것 같은데, 어색하지 않게 몸짓 만으로 캐릭터를 달리 연출하는 배우들의 능력이 기가 막히더군요. 솔직히 말해 어느 배우가 어느 역을 연기했는지 거의 구별이 안 갈 정도였습니다. 진짜 각각 다른 사람처럼 느끼게 되어 무대 위에 엄청 많은 사람이 등장했던 것 처럼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배우의 숫자는 고작 4명! 마지막에 탈을 벗고 인사하는 배우들의 모습에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놀랍더군요.

 묘사를 배우들의 몸짓과 가면에 100% 의존한다면 이 연극의 서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음악이 동반됩니다. 캐릭터 들의 감정, 상황에 맞는 음악이 바뀌어 나와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배우들의 역동적인 몸짓과 음악이, 연극이라기보단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더군요. 그 점도 꽤 즐거웠습니다.

 연극을 보고 나와서 이 연극을 보는 것이 참 꿈을 복기하는 것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캐릭터가 스쳐 지나가고, 어렴풋이 기억이 날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고 그런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 줄거리는 기억이 나고 음악을 통해 상황은 이해했지만 아무 대사를 기억해 낼 수 없는 것이, 꿈에서 어떤 말을 들었을 때처럼 깨고 나서 상황은 알지만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정확히 기억할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한바탕의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요번의 연극 감상은 매우 독특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아주 즐거웠어요.



 소소하게 아쉬웠던 점들도 있었습니다.

 우선 연극을 보며 너무 외국 번안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분명히 창작집단 '거기가면'의 창작극으로 되어 있는데, 제목과, Non-verbal mask theatre 라는 설명이 참 어색했습니다. 그냥 무언 가면극이라고 하는 편이 좀더 폭넓은 이해를 가져올 것 같았거든요. 저에겐 약간 거부감도 주더군요.

 또 하나 관객과 같이 상호작용 하는 것은 좋았는데 약간 불쾌했던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화장실 뚫는 장비(?)로부터 관객석으로 물이 튀는 장면이 있었는데, 저에게는 튀지 않았고 그 물이 그냥 깨끗한 물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저에게 물이 튀었으면 불쾌했을 것 같았습니다. 또 사탕이 관객석으로 날아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건 참 좋았는데, 강아지 역을 하던 배우가 사탕을 물었다가 뱉으시더라구요. ㅠ.ㅠ;;; 물론 역시 저한테 날아온 건 아니지만 이런 보기가 좀 ...싫었습니다.

 극의 서사 구조가 좀 약하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보여주는 것'에 치중한 느낌이라 볼거리는 많은데, 이야기 구조는 하나밖에 없거든요. 많은 캐릭터들이 나오고 지나가는데, 의미없이 지나가는 캐릭터들이 많아요. 많은 가면 속에서 소박하고 소심한 사랑 달랑 한 커플은 조금은 아쉬운 기분을 느끼게 하더라구요. 차라리 같은 구조 안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커플을 두 쌍 등장시켰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매표소 처녀와 잡화점 총각은 초장에 티격태격하다가 별반 사건 없이 극 말미에서 깊은(?) 사이가 되는데, 동수 할아버지의 사연 말고 이들의 사연도 비슷한 비중으로 병렬로 이뤄진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습니다. (더 복잡하게 느껴지려나요?)

 약간의 아쉬움은 제하고,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보통의 연극과는 다른 매력이 있더라구요.

 인터넷에 작가 겸 연출가분의 인터뷰가 있길래 링크해봅니다. (글 말고 동영상을 보세요)
 기사 보러가기 >>>> [스테이지2010] 마스크연극 <반호프>

반호프
  • 공연기간 : 2009.10.23 ~ 2009.11.15
  • 공연장소 : 대학로 씨어터 디아더
  • 출연 : 최요한, 구기환
  • 넌버벌 마스크 연극 <반호프> 창작집단 거기가면이 넌버벌 마스크연극 <반호프>를 200..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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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티비(http://movie.gomtv.com/19065)에서 2009년 11월 5일까지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영화보다 뮤지컬로 먼저 보고 내용을 거의 알고 있었고 뮤지컬을 워낙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원작 영화에도 흥미가 가서 (사실 공짜라서) 한 번 보게 되었습니다. 곰tv에서 무료로 보여 주길래 봤는데 참고로 홈cxv 나 oxn 같은 수준으로 광고를 봐 줘야 합니다...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봐야할지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았습니다. 정말 좋은 영화에요. 밀려오는 감동의 쓰나미. 내용을 끝까지 다 알고 봤는데도 심금을 울리는 맛이 있더군요. (어쩌면 뮤지컬로 먼저 봐서 더 감동을 했는지도 몰라요.)

 줄거리는 위의 제 글에서 약간 수정. 뮤지컬이 거의 영화를 완벽 재현 수준으로 잘 살렸습니다. 그렇지만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 자체에서 오는 몇 가지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지요.

88년도에 MBS에서 가수왕을 했던 최곤은, 현재는 사고뭉치로 전락해 있는 상태입니다. 대마초에, 폭력 등등으로 유치장을 오가고, 덕분에 합의금을 물어주기 위해 매니저는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닙니다. 하지만 최곤 본인은 아직도 자신이 톱스타인양 '가오'를 세우는 사람이죠. 방송국의 김국장은 합의금을 빌려주는 대신, 최곤을 영월 방송국에서 DJ로 방송하도록 합니다. 싫어하는 최곤을 매니저는 열심히 달래서 영월로 내려가죠.
한편, 원주 방송국에서 방송을 하던 강PD는 방송사고 막말로 인해 영월 방송국으로 좌천됩니다.

영월의 방송국은 방송국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방송을 한지 오래된 중계소 규모입니다. 영월 방송국은 사라지고 원주 방송국으로 이전할 날을 기다리던 국장은 매우 열을 내지만 어찌저찌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이라는 라디오 프로 방송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최곤이 얌전히 방송을 할 리가 없습니다. 주는 대본은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 하는 데다가, 방송 중에 커피를 시켜서 방송실로 다방 레지를 불러들이는 지경이죠. 그러다 우연히, 다방 레지에게 게스트로 아무거나 이야기 해 보라고 시키는데, 레지는 엄마를 그리워 하는 슬픈 사연을 이야기합니다. 비오는 날의 잔잔한 사연과 최곤의 애드립은 대 히트가 되어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은 영월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 됩니다. 그리고 갈등이 시작되지요.



 영화의 주연배우는 최곤(박중훈), 박민수(안성기) 두 사람입니다. 뮤지컬에서는 두 사람이 엇비슷한 비중을 가지고 있는데 - 뮤지컬은 주연 배우의 솔로부분을 넣으면 비중 조절이 쉽죠 -, 영화는 거의 안성기씨의 원맨쇼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곤을 달래고 주위 사람들을 설득하고 가족을 두고 갈등하는...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표현하는 안성기씨의 달관한 듯한 미소가 짠한 감동을 줍니다.

 그러나... 뮤지컬이 박민수라는 캐릭터의 내면의 갈등, 주위 환경과의 갈등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고 최곤이 조금은 평면적인 인물이라면 영화는 안성기 씨의 솔로 영화 같은 이 영화에서 왜 박중훈인가, 왜 그가 또다른 주연인가를 보여주는 강한 클라이막스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두 주연배우를 가지는, 최곤의 성장드라마와 두 남자의 멋진 우정이 완결되는 것이에요.

 호영이의 이야기를 듣고 호영이의 눈물을 보고 윽박을 지르면서도, - 니가 뭘 잘못했다고 울어! - 사실 자기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표현을, 단지 한 장면으로 절절하게 전달하는 강력한 연기. 그 전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박중훈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될 정도로 말이죠. 밋밋하고 뭐든지 관심없는 듯한 철딱서니 왕년의 톱스타와 한결같이 헌신적인 그의 매니저의 관계의 일방성에 화를 내고 섭섭해하던 - 매니저에게 감정이입끝에 서운해진 - 관객을 휘어잡는 그 연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의외로 뮤지컬의 마지막을 보고 연상했던 것과는 내용면으로는 같지만 표현면으로는 많이 달랐습니다. 뮤지컬의 마지막은 그들이 함께 우산을 쓰고 나아가는 장면입니다. 뒷배경의 노을과 어울려 마치 앞으로는 뭔가 다를 것 만 같은 인상을 줬죠.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은 요런 표현이 더 있습니다. 박민수가 최곤에게 가방을 던지고, 최곤이 받습니다. 그리고 최곤이 다시 박민수에게 가방을 도로 던지지만 무신경하게 대충 던지기 때문에 비 젖은 바닥으로 툭 떨어집니다. 그리고 박민수는 허겁지겁 가방을 주우러 달려가죠. 이것이 처음부터 그들의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실은 그들의 관계는 영화에서 표현해온 바로 그 관계이기도 합니다. 이 사실 그닥 변한 건 없어요, 원래도 그들은 그런 사이였어요 같은 담담하고 작은 표현이 리뷰를 쓰게 만드는군요.

  영화의 연출 중에서 아주 마음에 들었던 것이 있었는데, 김밥 말이죠... 안성기씨 표정 연기와 함께 정말 같이 목이 메이는 걸작 연출이었습니다.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 치고는 음악 면은 솔직히 조금 그랬어요. 노브레인의 연기가 귀엽긴 했지만 뮤지컬이 영화보다 훨씬 호소력있고 매력적이게 구성되어 있더라구요. 그렇지만 그 안성기씨와 박중훈씨의 연기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죠. 그리하야 뮤지컬, 영화 양쪽 모두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_+

이스트리버 - 노브레인!!



라디오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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