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려있는 결말을 지향하는 영화라 사실 이야기할 꺼리가 많을 것도 같았지만..

 러닝타임이 엄청나게 길어서 집에 와보니 1시. 인터넷 조금 뒤지다 보니 3시....

이야기는 커녕 쓰러져 잤습니다. -.-



2.

 생각보다는 스케일이 작아요. 로케 지역 선정하고 한다고 돈은 엄청 들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사람들의 눈이... 이미 아바타 같은 스케일에 많이 익숙해져 있잖아요.

 배경이 꿈이기 때문에 사실상 더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건축가(architect)들이 꾸는 꿈이라 그런가.... 너무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밋밋했어요.

 지극히 현실적인 도시 세트에서의 추격신. 지극히 현실적인 설원에서의 추격전. 그나마 가장 상상력이 발휘된 무중력 호텔. 물론 꿈 속이라고 자기가 모르는 게 등장하는 것은 이상하지만 좀 너무 평이하고 현실적인 배경선택이었다고 봐요. 제가 볼 땐 꿈 속의 꿈으로 들어가면서 점점 비현실적이고 이상한 게 많이 나왔어야 한다고 보는데...

 내용은 재미있었는데 눈요기 면에서는 그냥 좀 심심했음. 장르분류가 SF/액션이라고 되어있는데 전혀 그 SF/액션이라는 분류에서 우러나오는 느낌이 아니....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3.

 로버트 피셔 Jr. 납치보험만 천만불 드신 분이 왜 비오는 날에 전용차량 한 대 없어서 택시를 타신 걸까나요. 차라리 전용차량 째로 납치하던가 했으면 말도 되고 재미도 더 있었을텐데. 차량 방탄도 더 잘 되었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넷을 보다 보니 어떤 분이 지적한 것이 또 있던데 로버트 피셔 정도 되는 사람이 보디가드도 없이 다니냐고... 그러게나 말이에요. 전용기도 있으신 분이...



4.

꿈 속의 세계라면서 도무지가 너무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에요. 여러 사람이 같이 꾸어서 그런가? 제가 꿈을 많이 꾸는 편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꿈 이야기 적어보다 보면 정말 어딘가 한 부분씩은 터무니없는 곳들이 있는데 꿈속의 세계라기엔 너무 현실적이고 리얼하더군요. 꿈이라면 팀 버튼 영화속 캐릭터들 같은 게 하나씩 튀어나와 줘야하는게 아닌가 싶었어요..-_-ㅋㅋ;;



5-1.

꿈 관광객(사이토)에게는 귀환방법(토템)을 알려주지 않다니 정말 나쁜 여행사(?)입니다. 불쌍한 사이토...



5-2.

 사이토와 코브 사이는 오랜 친구나 지인 같은 사이가 아니라, 단순히 고용인-피고용인, 혹은 의뢰자-수임자 정도의 사이인데 믿으라니 말라니 하는 거 정말 웃기더군요.

  이런 느낌이 될 수는 있겠네요. 코브는 사이토를 믿었기 때문에 인셉션 작전을 만들었고, 또한 사이토는 코브를 믿었기 때문에 림보에서 탈출했고, 그리고 그 결과 해피엔딩...?



6.

 정말 재미있게 보긴 했습니다. 사실상 이런 미스테리 스릴러를 표방하는 장르 중에서 감독이 이렇게나 헷갈리지 않게 친절하게 강조부분 많이 넣고 알아보기 쉽게 만들어준 영화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꿈을 여러 단계로 내려갈 때, 꿈 속 배경들이 아주 역동적으로 바뀌는 부분들, 사실 그거 그냥 관객용 장치라고 생각하거든요. 1단계에서도 호텔 2단계에서도 호텔 3단계에서도 호텔 림보까지 호텔이면... 지금 이게 꿈인지 꿈이 아닌지 방금 전에 꾼 꿈에서 깨어난 건지 아닌지.....@_@ 혼돈의 늪에 빠졌을 것 같지 않나요....

 더군다나 3단계에서의 깨어남 - 2단계에서의 깨어남 - 1단계에서의 깨어남까지 친절하게 보여주는 장치로 인해서 이들이 서 있는 층이 어디인지 헷갈림 없이 따라가기가 쉬웠지요.

 이와 비슷한 장르의 영화로 제가 봤던 것들이, 메멘토, 나비 효과, 프레스티지 정도가 있는데요. (사실 이런 장르 무서워서 잘 못 본답니다. -_-;;;) 메멘토는 뭐... 거의 주인공과 같은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영화를 보고 결론만 기억나는-_-... 나비 효과는 두 번째 보니까 뭐가 뭔지 좀 논리적으로 구성되었었고... 프레스티지는 약간 추리 쪽과는 다른 것 같지만...

 상대적으로 인셉션은 영화를 보면서 힌트들을 별로 놓치지 않았네요. 앞부분에의 미심쩍은 내용을 생각하다가 흐름을 놓치기 쉬운데 초반부 배경설명을 아주 잘 풀어놓았고 (사실 별로 복잡하지도 않으며) 그래서 고민할 소지는 별로 없었죠.

 인셉션에서 중요한 규칙 몇 가지는, 꿈 속에서는 깨어있는 것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것. 꿈 속에서도 고통은 현실과 같지만 꿈 속에서 죽으면 깨어난다는 것 등이 있겠네요. 두 사람의 꿈이 연결되면 꿈꾸는 사람 - 그리고 그 꿈 속에 들어간 사람이 존재하게 되는데 꿈 꾸는 사람이 세계를 만든다면 그 세계를 보다 평범해 보이게 만드는, 즉 거리에 사람들을 채우는 것은 꿈 속에 들어간 사람의 몫이 된다는 점이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킥kick을 통해 꿈 밖으로 나올 수 있는데, 우리 몸에 느껴지는 충격이나, 어떤 약속된 음악(이를테면 알람?) 같은 것을 사용해 꿈 속에서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부분 같은 걸 아주 차분히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서 내용을 따라가기가 쉬웠지요.

 


7.

 아리아드네라는 이름이 너무나 노골적인데다가, 인물들 이름 중에서 평범한 거라고는 '마일즈 교수', '사이토', '아서' 이 정도 밖에 없어서 다른 이름에도 뭔가 힌트가 있지 않을까 하고 인터넷을 뒤져봤는데 개연성이 높아보이는 이야기는 없네요.
 
www.strangecultureblog.com (영어)

 영어가 짧아서 그런지, 아니면 개연성이 별로라 그런지... 로버트 피셔에 관한 이야기랑 아서 이름에 관한 이야기는 재미있는데 나머지는 그닥이네요.
 
 Yusuf는 비교적 그럴듯 하게 해석이 가능한데.. Joseph 이라는 이름의 이슬람식인 것으로 보아서 성경에 나오는 꿈꾸는자 요셉이 모델이 아닐까 해요. 실제로 제일 윗단계의 꿈을 꾸고, 꿈 속에서 하는 일이 '패밀리'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지키는) 역할인 것으로 볼때. ㅎㅎ (물론 아서도 지키고 있지 않냐고 하면 그닥 할말은...)

 요셉은 성경에서 형들에게 버림을 받지만, 예지몽을 꾸고 또 그 꿈을 해석하는 능력을 가진 탓에 이집트 파라오(바로왕이라고 나오는..-.-;;) 의 꿈을 해몽해주고 총리가 되지요. 파라오의 꿈은 7년간 흉년이 들 것이라는 예지몽이었기 때문에 요셉은 미리 흉년에 대한 대비를 하고 또 가난하게 살고있던 - 흉년의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던 - 가족들을 이집트로 불러와서 먹고 살게 해주지요. 이게 갑자기 유대인들이 이집트(애굽..)으로 몰려가 살게 된 계기고 이후에 출애굽기가 나오는것이지요...


 Mal도 처음 들었을 때 malware를 떠올렸는데.. 실질적으로 Mal이 수행하고 있던 마치 버그같던,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는 꿈의 세계에 마치 바이러스같이 침입하는, 그리하여 꿈을 망가뜨리는 부분이 너무 그럴듯 하지 않나요?

 역시 이름들이 막 지은 이름이 아닌 거 같은데... 나머지는 역시 문화적 배경의 차이로 찾아낼 수 없어서 아쉽네요. 특히 Dom Cobb 같은 이름은 막 지었다고 보기엔 너무 특이한데 -_-;;;



8.

 토템에 관한 이야기... 서구에서 '토템'이 가지는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몰라서 정확한 이해는 불가능하지만 아마도 '영원히 돌아가는 팽이'가 코브의 토템이라는 점에서, 아서의 토템은 혹시 항상 같은 눈만 나오는 주사위가 아닐까 뭐 그런 의심도 해 보았는데... 아리아드네가 토템으로 하필 체스말을 수작업 한데다가 톡 쓰러뜨려보는 장면에서 왠지 아쉬움을 느꼈네요. 위 사이트에서 로버트 피셔의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의 개연성 정도로만 작동 하는 듯. ...

 토템의 작동이 꼭 비밀일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 사실상 자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자신의 '토템'을 코브에게 알려줬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 코브의 입장에서는 자기도 같은 일을 당하는 게 매우 두려웠을 것 같기도 하네요.



9.
 
 로버트 피셔에게 일종의 심리적 주입을 하려고 하는데 코브 일당이 시도하는 방법이 '분노'가 아닌 '긍정'을 통한 카타르시스라는게 일견 무섭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네요. 코브가 만약 피셔 부자간의 불화를 시도했다면 그 인셉션은 성공을 했을까요? 코브가 살아있냐 하는 엔딩과는 별개로, 피셔는 개인적으로 인셉션이 끝난 뒤로 만족감을 느끼죠. 코브는 브라우닝이 피셔를 해꼬지하려 했다는 음모를 덧씌우지만 피셔는 강물을 탈출할때 브라우닝으로 변신해 있는 임스를 같이 데리고 나오죠. 기본적으로 대부에 대해 애정도 있고, 기업가라고 보기엔 인간적인, 선량한 사람인거지요. 그런 피셔가 꿈을 통해 아버지와의 화해를 하다니... 제가 보기엔 참 좋은 결말이더라구요. 사실 머 회사 까이꺼 뭐가 중요한가요. 가족을 버리는 비인간적 삶보다야 낫지요.



10.

 결말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면, 사실 어떤 게 결말인지가 중요한가? 라고 물어보는 것이 감독의 의도 같네요. 결말을 속시원하게 밝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팽이를 돌려놓고 그 상태에 대해 코브가 알려고 하지 않고 초월해 버린다는 점이... 단순한 열린 결말이라기 보다는 '그게 중요한가?' 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요.

 사실상 그 팽이는 코브의 것이라기 보다는 말의 것인데, 말의 무의식에 팽이를 돌려놓음으로 인하여 코브 역시 말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라는 탈출할 수 없는 미궁에 빠져있었던 것이죠.

 아리아드네는 정말 노골적으로 그리스 신화에서 '미궁을 탈출하는 실마리'가 되는 인물의 전형인데... 새드엔딩이라고 보기엔 아리아드네라는 이름의 존재감과 마지막 장면에서의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라는 대사가 너무 무의미해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진정한 현실이라는 건 어떤 의미로는 '주인공 코브가 아내의 악몽으로부터의 탈출하는 것', 즉 팽이를 놓아버린 것에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팽이가 계속해서 도는지 아닌지, 그게 현실인지 아닌지 같은 건 별로 의미가 없는 거죠. 그래서 저 나름대로는 해피엔딩을 지지해요.

 아리아드네가 코브의 '악몽'을 추출해 간 것이라고 보는 것도 가능하겠죠....?

 뭔가 절망적인 반전 같은 게 있다거나 시니컬한 결론이 나왔더라도 별 불만은 없었을 것 같은, 흔치않은 영화였는데도 마냥 해피엔딩이라는 생각 밖에 안드는군요. ㅎㅎㅎ 피셔의 바람개비 때문인가...


인셉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10 / 영국,미국)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타나베 켄,조셉 고든-레빗,마리안 꼬띠아르,엘렌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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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스터 보다 이게 더 마음에 드네요.




 이 영화는 2004년 제작된 동명의 덴마크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원작을 보지 못해 어떤 작품인지 알 수는 없지만 위키로 확인해 보니 거의 유사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더군요.

 이 영화는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전쟁이 가져오는 인간성의 파괴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형제라는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이 영화는 전쟁 영화보다는 심리극에 가깝습니다. 갈등이 유발되고, 인물들이 대치하고 그 가운데서 느끼는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죠. 전쟁은 중요한 소재이고 주제지만 전쟁 장면 자체는 거의 나오지도 않고 형제간에 일어나는 삼각관계, 형제간 입장의 역전 등이 중요한 관전포인트(?)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단순히 전쟁영화라고 한다면 토비 맥과이어의 물오른 연기가 너무 아쉽게 느껴질 것 같네요.

 형제란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애정을 갖게 되는 사이지만 동시에 항상 경쟁심을 느끼게 되는 상대입니다. 어찌보면 인간에게 가장 궁극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모님 -혹은 가족 - 의 애정과 인정을 놓고 경쟁해야한다는 점에서 항상 위험한 갈등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죠. 성경의 가인과 아벨만 봐도, 몇 세기가 지나든 형제관계란 다 그렇고 그런 것 같아요...









이하의 내용은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스포일러를 피하시려면 파란 박스를 건너뛰어 주세요. (근데 트레일러에 다 나오든데...-_-a)





 영화는 시작부분부터, 두 형제의 입장을 극명히 대조합니다. 누구보다 인정받는 해병대 대위인 형 샘과, 범죄자인 동생 토미의 입장이죠.

 샘은 대학교때부터 미식축구 선수였고 (미국 영화를 보면 학창때 인기가 있었다는 설명을 꼭 미식축구선수였고 치어리더와 연애한 경험이 있는 걸로 표현하더라구요. -_-ㅋ) 현재도 현역해병으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있는 훌륭한 아들입니다. 그리고 한 가족의 가장이기도 하죠.

 반면 토미는 교도소를 출소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해, 저녁 식탁에서 아버지와 시비를 일으키고, 술만 마시는 등 비뚤어진 탕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사건건 형과 비교하며 토미를 괴롭게 만드는 것은 퇴역군인인 아버지입니다. 토미 역시 형처럼 훌륭한 해병이 되길 바랬지만, 토미는 엇나가 버린 것이죠. 아버지의 불공평한 애정이 아들을 불량아로 만들어, 토미를 범죄자로 만들었을 거라는 은근한 암시가 보입니다.

 아버지의 불공평한 애정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형제는 신뢰하고 애정이 있는 관계입니다. 그렇지만 형 샘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에게 토미는 이방인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출소 후에도 술이나 마시고 사고를 치기에, 싫은 존재죠.



 이 모든 상황을 뒤집게 되는 시발점은, 샘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헬기의 추락으로 가족들에겐 부고가 전해지게 되지만, 실제로 샘은 죽은 것이 아니라 아프간 인(아마도 탈레반?)들에게 포로로 잡혀있게 됩니다. 영화는 샘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동시에 극심한 고통에 빠져있는 샘을 보여줍니다.

 토미는 샘의 죽음으로 인해 비어버린 가족 사이에서, 처음으로 자기 자리를 찾게 됩니다. 아버지와는, 사랑하는 아들 샘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차라리 내가 대신 죽었어야 해'라고 말하는 토미를 보며 처음으로 미안한 감정을 느끼게 되어, 나름의 화해를 하게 됩니다.

 샘의 아이들은 처음엔 토미를 싫어했지만 곧 다정하게 놀아주는 삼촌을 따르고 적응을 하게 됩니다. 특히 예쁘고 애교도 많은 동생 매기에게 치여서 항상 뒷전인 큰딸 이자벨의 경우엔 어쩐지 공감해 주는 토미를 특히나 더 따르게 됩니다.

 그리고... 샘의 아내 그레이스는 토미에게 미묘한 감정의 흔들림을 느낍니다. 그들은 어느 순간 키스를 하게 되지만, 곧 없었던 일로 하기로 합니다.

 

 한편 샘은 아프간에서 아프간 군인들에게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감금을 당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괴로운 건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인들은 돌아가야한다고 미군의 입으로 말하게 하려는 거죠. 말하지 않으면 고문을 하지만 말 하면 죽입니다. 샘은 같이 잡혀온 조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고 그래야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샘은 끝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마 후 미군이 아프간 군인들을 습격하고 샘은 곧 구출되어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샘이 돌아온 뒤의 두 사람을 보면 어쩐지 영화의 시작과는 정반대로 갈려버린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족들에게 완벽하게 받아들여진 행복한 모습의 토미에 비해 샘은 완전히 이방인이 되어버리죠.

  샘은 집에 돌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끔찍한 기억으로 트라우마를 겪게 되고, 토미와 그레이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을 발견한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이해한다고 해도 샘이 의심하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단지 키스뿐이라고 대답하는 것이 오히려 샘을 더 불안하게 합니다. 차라리 뭐가 있었다고 하면 그럼 그렇지 하고 화라도 낼텐데, 눈에 빤히 연애기류가 흐르는 것이 보이는데 아니라니... 그리하여 샘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불안정해집니다.  장기간 집을 떠나 있었던 데다가 어쩐지 무섭게 변해버린 아버지를 딸들은 피하게 됩니다.

 매기의 생일날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하는 자리는 마치 토미가 처음 돌아왔던 그 날과도 같습니다. 무거운 분위기, 서로 눈치를 보는 가족들. 지루한 화제. 자기의 생일엔 아무 것도 받지 못했던 이자벨은 서운한 감정을 알아주지 않는 아버지에게 폭발하여 아버지를 상처입힐 거짓말을 해버립니다.

 매기와 이자벨은 마치 샘과 토미의 재연과도 같습니다. 평상시엔 다정한 자매였고 아마도 이후에도 그들은 다정한 자매일 것입니다. 하지만 갈등에 놓이면 오랜 시간 형제이기 때문에 드러낼 수 없어 쌓여 있었던 질투와 외로움, 고통이 극도로 터져나온다고나 할까요.




  매기의 거짓말로 인해 상처받은 샘은 결국 폭발해버립니다. 정말 이 장면은 눈물이 나더군요. 말할 수 없는 비밀과, 믿을 수 없는 가족과, 외로움, 고통...
 자살을 하려던 샘의 손을 멈춘건 토비가 말하는 우린 형제잖아..라는... 영화의 처음 샘이 말했던 바로 그 대사입니다. 샘이 토비를 돌아보며 눈물 젖은 눈으로 말한 '질식할 것 같아..(I'm drowning)'라는 대사는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저까지도 정말 숨이 막히는 듯한 고통을 느낄 정도였어요.
 총기 소동을 일으켰기 때문에 경찰은 샘을 연행하여 데려가고, 집에 남은 그레이스는 샘의 부고를 들었을 때 해병대에서 전해준 샘의 편지를 뜯어봅니다.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나는 죽은 거겠지...로 시작하는 편지 말이지요. 샘의 부고를 들었을 때는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열어보지 못했지만... 깨달은거죠. 더 이상 그들이 사랑하던 샘은 없다는 것.



 
 어떻게 보면 가족의 애정으로 삶을 되찾는 휴먼드라마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만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제는 전쟁이 얼마나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영화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샘을 서글프게 표현합니다.  그리하여 무섭고 슬프고 그리고 21세기인 지금 우리의 곁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가 완결되는 거지요.






 이 영화는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합니다. (수상결과는 6월에 알게 된다고 함) 주제가는 솔직히 별로 모르겠고(...)

 샘을 연기한 토비 맥과이어의 연기는 정말 신들린 것 같습니다. 샘이 겪는 고통이 정말 손에 잡힐듯이 느껴집니다. 정말 이렇게밖에 설명 못하는 제 표현력이 갑갑할 정도로... 초연하게 토미와 그레이스를 바라볼 때의 모습이라던가, 그리고 조의 아이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서늘한 표정에서 샘이라는 인물의 감정이 정말 절절하게 느껴지더군요. 트라우마 환자의 연기는 정말 무섭더군요. 체중 조절도 많이 한 것 같았어요. 영화 초반에는 보동보동한 얼굴에, 근육이 크게 잡혀서 정말 몸이 좋은 해병이라 해도 믿을 모습이었는데, 집에 돌아온 이후에는 퀭한 얼굴에 수척한 모습이 정말 몇달간 고생한 사람의 모습이더라구요.

 나머지 배우들도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아역들이나, 특히 이자벨이 소리칠 때의 그 제이크 질렌할(토미 역)의 눈빛도 좋고... 나탈리 포트만(그레이스 역) 정말 예쁘게 나오더군요. 그렇지만 이 모든 게 다 토비 맥과이어의 신들린 연기에 파묻히고 말았습니다. 어리버리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우리의 생계형 영웅 스파이더맨은 어디가고 앙상하고 초췌한 모습에 서늘한 눈빛이...

 사실 영화는 스토리가 아주 훌륭하다거나 완성도가 높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휴먼드라마의 소재를 가지고 전쟁 영화의 결말을 따라가다보니 좀 어정쩡해 진 것도 있습니다. 특히 제목은 형제인데... 전쟁 영화적 결말로 흐르고... 더더군다나 형제라서 그래서 뭐? 랄까요.

 게다가 좀더 긴장감을 유지할 수도 있었는데... 영화 포스터에서는 샘에게 있었던 일이 뭔가 대단한 비밀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데, 실제로 샘이 겪은 일이 무엇인가는 영화 중반에 다 보여줘버리기 때문에... 좀 그래요. 샘이 겪은 일을 가족과 관객이 동시에 알게 되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수도 있겠죠. 그러면 무엇이 이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 가 하는 느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보듬으려고 애쓰는 가족의 노력이 조금 더 부각되었을 것 같아요. 물론 뭐가 이렇게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을까 싶은 궁금증이 너무 증폭되어 영화의 내용이 좀 묻히는 부작용이 있었을 수도 있겠죠.



 영화는 어떤 결론과 서사보다는 보여주기에 많이 치중을 하고 있기에.. 결론은 본 사람 마음일 것 같아 제 멋대로 내려봅니다. ㅎㅎ

 다정한 형제간에도 사실 말 못할 질투심은 있는 법이고..그리고 인간을 극단적으로 몰아붙이면 그런 갈등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전쟁이란 형제의 갈등을 표면으로 끌어올리는 극단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 영화 초반의 다정했던 가족 속의 샘이 어느 새 가족 밖으로 밀려나 이방인화 되는 것이 바로 전쟁의 고통이 아닐까 싶네요. 또한... 영화 후반에 잠시 나오는 말이지만 샘과 토미의 아버지가 베트남에 다녀와서 너희들에게 심하게 대한 것 아닌가 싶다고 할 때.. 토미의 겉돌던 시절 역시 전쟁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물론 이자벨의 고통도..)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감동적이라기 보다는 그냥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해피엔딩을 좋아하지만 또 참 이렇게 현실이기 때문에 해결 되지 않을것 같은 막막한 내용이 기억에는 오래 남더라구요.

덧. 나탈리 포트만 정말 예쁘게 나오더군요. +_+.. 그리고 나탈리 포트만이나 토비 맥과이어나 도저히 그 또래의 애들이 있을 것 같은 얼굴들이 아닌데...!

덧2. 레뷰 시사회에 당첨되어서 다녀왔습니다. 흐흣.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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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드라 블록이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타게 만든 영화라고 해서 사실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여우주연상이라니, 어떤 연기를 했던걸까.... 거기에 어떤 미식축구 선수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라는 소개와 함께 위의 포스터..... 위 포스터로 무슨 장르의 영화일 지 짐작이 가시나요? 게다가 산드라 블록은 도대체 무슨 역할을 맡았을까?





 초반 산드라 블록이 주인공 마이클 오어(Michael Oher : 실제 미국의 미식축구 선수의 본명이랍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대부분이 실제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어요.)를 만나게 될 때까지 산드라 블록은 주인공과 무슨 사이인 걸까 궁금했습니다. 헬렌 켈러와 앤 선생님 같은 멘토의 역할이 아닐까 어렴풋이 추측을 해 봤는데...

 충격적이게도 '흑인' 주인공의 '어머니'가 되더군요. 물론 아직 한국에는 노골적인 인종 문제는 그다지 보이지 않기에 아주 와닿지 않지만 (현재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10년 내에 중요한 사회적 갈등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잘 사는(산드라 블록의 남편이 꽤 큰 음식 체인의 사장이며 본인도 잘 나가는 가구 디자이너 역할) 백인 여성이 흑인 아이를 단순히 돌봐 주는 것 이상으로, 입양을 했다는 사실이 상당히 놀랍게 다가왔습니다.

 흑인 아이의 입양이 쉽기만 하지 않다는 걸, 산드라 블록이 연기한 리 앤의 친구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믿지 않다가, 나중에는 농담이나 던지고, 그러다가 결국에는 리 앤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곤란하지 않겠냐는 질문까지 던질 정도죠.

 여기서 산드라 블록이 여우주연상을 받을만 했던 부분이라면... 인간미 넘치는 리 앤을 잘 그려낸 점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내키면 일을 벌리는 강한 성격의 여주인공을 연기하면서도 한편으론, 친구들의 농담을 듣고 집에 돌아와 딸을 앉혀놓고 학교에서 무슨 일을 당하지는 않는지 넌지시 물어보는 부분 같은거죠. 마이클을 데려와서 재우고 나서 다음날 아침 뭔가 도둑맞지 않을까 걱정하고, 입양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뒤늦게 걱정하고... 마이클을 도와주고 나서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고민하고 실은 자기 자신에게 더 좋았다고 표현하는 부분 말이에요.

 사실 운동 선수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주인공이 어려움을 겪고 성공하는 조금은 뻔한 이야기이게 마련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성공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주인공의 성공 신화라기 보다는 좀 더 복잡한 ... 마이클을 만나 변화하는 리 앤의 성장 드라마에 조금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실화라서 그런지 드라마틱하기 보다는 잔잔하고 소소한, 어찌보면 조금은 밋밋한 영화네요. 가슴이 따뜻한 영화지만 눈물 찡한 걸 원하신다면 ... 그런건 아니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거의 지붕 뚫고 하이킥의 놀라운 아역배우 진지희의 서양인 버전같은 SJ를 바라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겠죠... 정말 애어른 같은 캐릭터를 애어른 같이 잘 연기했습니다. -_-b 대부분의 코믹 요소는 이 캐릭터로부터 나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즐거웠습니다.

 

블라인드 사이드
감독 존 리 핸콕 (2009 / 미국)
출연 산드라 블록, 퀸튼 애론, 팀 맥그로, 릴리 콜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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