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포스팅 했듯이, 공짜 예매권이 남아 영화를 보러 갈까 하고 상영 중인 영화를 살펴 봤습니다. 그런데 요새  상영중인 영화 중에 그 다지 보고 싶거나 고를 만한 영화가 없더라구요. 동네 영화관에서 현재 상영중인 영화는 '굿모닝 프레지던트, 청담보살, 시간 여행자의 아내, 바스터즈, 2012' 이게 다 였습니다. -_ㅠ 개봉 예정작 가운데서는 보고 싶은 영화가 꽤 있는데 (백야행이라던가, 솔로이스트 같은...) 이 놈의 예매권이 11월 15일 한정이다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 영화가 흥행 대작이라 함은 영화가 훌륭해서...는 절대 아닙니다. 경쟁작이 전멸한 시점을 잘 맞췄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큰 스케일로 때려부수는 영화는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잠은 안오지 않겠나 그 정도 기대감은 가지고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갠적으로 디 워도 망한 스토리라인 속에서 때려부수는 건 그럴듯했다 생각해봅니다. -_-;; 볼거리만 화려해도 돈은 아깝지 않으니까요.



(공식 블로그의 5분 하이라이트영상... 5분하이라이트가 아니고 5분 요약영상입니다. =_= 이게 다랄까...?)

 












































그리고 감상. 스포일러 만땅




 이렇게 사람 골라가며 잘 죽이는 영화도 참 드물 것 같네요. '주인공들만' 살아남는 종류라면 그냥 허구적인 상상이므로 이해해 주려고 했지만 그것도 아니고... 주인공이 온전한 '가족'으로 돌아가는데 방해가 되는 존재는 가차없이 저며버리는 영화... 무섭습니다.

 다시금 이야기하지만 내용은 참 쓰레기입니다. -_- 어찌보면 할리우드 전형적인 스토리로 포장되어 있긴 하지만 면면이 들여다보면 고뇌하지 않고 만든 것인지, 아니면 각본가의 인간 혐오가 극에 달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후자쪽에 한 표 입니다.)

 차라리 디스9의 나약하고 자조적이고, 그래서 더 인간미 넘쳤던 주인공에 비해 존 쿠삭의 그 달관한듯한 덤덤함은 굉장히 어울리지만 또 한편 지나치게 할리우드 영웅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리하여 영화는 전형적 할리우드 식으로 흐르려고 했으나 망한 - 감동 대신 잔혹함이 남은 - 스토리라인에 재난 장면은 나쁘지 않았으나 (아니 솔직히 훌륭했습니다...화산 폭발장면앞에 감동하고 있는 찰리에게 200% 감정이입했더랬죠) '스토리를 만들어 볼려고 붙였으나 관객의 지루함만을 유발하는 그게그거 같은' 장면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펙터클한 장면의 '비중' 자체가 너무 낮아서 지루했습니다. 하지만 뭐랄까 스펙터클한 장면들은 좀 적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시원시원한 맛은 있긴 했습니다.

 스케일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솔직히 디스9랑 너무 비교됩니다. 디스9는 스토리와 휴머니즘, 그리고 스펙터클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고 치면 이 영화는 정말 재난입니다...-_-;

 아무튼 그리하여 애인님과 영화를 질겅질겅 씹으며 돌아와 즐겁게 잠들었다는 이야기.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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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티비(http://movie.gomtv.com/19065)에서 2009년 11월 5일까지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영화보다 뮤지컬로 먼저 보고 내용을 거의 알고 있었고 뮤지컬을 워낙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원작 영화에도 흥미가 가서 (사실 공짜라서) 한 번 보게 되었습니다. 곰tv에서 무료로 보여 주길래 봤는데 참고로 홈cxv 나 oxn 같은 수준으로 광고를 봐 줘야 합니다...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봐야할지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았습니다. 정말 좋은 영화에요. 밀려오는 감동의 쓰나미. 내용을 끝까지 다 알고 봤는데도 심금을 울리는 맛이 있더군요. (어쩌면 뮤지컬로 먼저 봐서 더 감동을 했는지도 몰라요.)

 줄거리는 위의 제 글에서 약간 수정. 뮤지컬이 거의 영화를 완벽 재현 수준으로 잘 살렸습니다. 그렇지만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 자체에서 오는 몇 가지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지요.

88년도에 MBS에서 가수왕을 했던 최곤은, 현재는 사고뭉치로 전락해 있는 상태입니다. 대마초에, 폭력 등등으로 유치장을 오가고, 덕분에 합의금을 물어주기 위해 매니저는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닙니다. 하지만 최곤 본인은 아직도 자신이 톱스타인양 '가오'를 세우는 사람이죠. 방송국의 김국장은 합의금을 빌려주는 대신, 최곤을 영월 방송국에서 DJ로 방송하도록 합니다. 싫어하는 최곤을 매니저는 열심히 달래서 영월로 내려가죠.
한편, 원주 방송국에서 방송을 하던 강PD는 방송사고 막말로 인해 영월 방송국으로 좌천됩니다.

영월의 방송국은 방송국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방송을 한지 오래된 중계소 규모입니다. 영월 방송국은 사라지고 원주 방송국으로 이전할 날을 기다리던 국장은 매우 열을 내지만 어찌저찌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이라는 라디오 프로 방송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최곤이 얌전히 방송을 할 리가 없습니다. 주는 대본은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 하는 데다가, 방송 중에 커피를 시켜서 방송실로 다방 레지를 불러들이는 지경이죠. 그러다 우연히, 다방 레지에게 게스트로 아무거나 이야기 해 보라고 시키는데, 레지는 엄마를 그리워 하는 슬픈 사연을 이야기합니다. 비오는 날의 잔잔한 사연과 최곤의 애드립은 대 히트가 되어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은 영월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 됩니다. 그리고 갈등이 시작되지요.



 영화의 주연배우는 최곤(박중훈), 박민수(안성기) 두 사람입니다. 뮤지컬에서는 두 사람이 엇비슷한 비중을 가지고 있는데 - 뮤지컬은 주연 배우의 솔로부분을 넣으면 비중 조절이 쉽죠 -, 영화는 거의 안성기씨의 원맨쇼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곤을 달래고 주위 사람들을 설득하고 가족을 두고 갈등하는...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표현하는 안성기씨의 달관한 듯한 미소가 짠한 감동을 줍니다.

 그러나... 뮤지컬이 박민수라는 캐릭터의 내면의 갈등, 주위 환경과의 갈등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고 최곤이 조금은 평면적인 인물이라면 영화는 안성기 씨의 솔로 영화 같은 이 영화에서 왜 박중훈인가, 왜 그가 또다른 주연인가를 보여주는 강한 클라이막스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두 주연배우를 가지는, 최곤의 성장드라마와 두 남자의 멋진 우정이 완결되는 것이에요.

 호영이의 이야기를 듣고 호영이의 눈물을 보고 윽박을 지르면서도, - 니가 뭘 잘못했다고 울어! - 사실 자기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표현을, 단지 한 장면으로 절절하게 전달하는 강력한 연기. 그 전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박중훈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될 정도로 말이죠. 밋밋하고 뭐든지 관심없는 듯한 철딱서니 왕년의 톱스타와 한결같이 헌신적인 그의 매니저의 관계의 일방성에 화를 내고 섭섭해하던 - 매니저에게 감정이입끝에 서운해진 - 관객을 휘어잡는 그 연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의외로 뮤지컬의 마지막을 보고 연상했던 것과는 내용면으로는 같지만 표현면으로는 많이 달랐습니다. 뮤지컬의 마지막은 그들이 함께 우산을 쓰고 나아가는 장면입니다. 뒷배경의 노을과 어울려 마치 앞으로는 뭔가 다를 것 만 같은 인상을 줬죠.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은 요런 표현이 더 있습니다. 박민수가 최곤에게 가방을 던지고, 최곤이 받습니다. 그리고 최곤이 다시 박민수에게 가방을 도로 던지지만 무신경하게 대충 던지기 때문에 비 젖은 바닥으로 툭 떨어집니다. 그리고 박민수는 허겁지겁 가방을 주우러 달려가죠. 이것이 처음부터 그들의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실은 그들의 관계는 영화에서 표현해온 바로 그 관계이기도 합니다. 이 사실 그닥 변한 건 없어요, 원래도 그들은 그런 사이였어요 같은 담담하고 작은 표현이 리뷰를 쓰게 만드는군요.

  영화의 연출 중에서 아주 마음에 들었던 것이 있었는데, 김밥 말이죠... 안성기씨 표정 연기와 함께 정말 같이 목이 메이는 걸작 연출이었습니다.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 치고는 음악 면은 솔직히 조금 그랬어요. 노브레인의 연기가 귀엽긴 했지만 뮤지컬이 영화보다 훨씬 호소력있고 매력적이게 구성되어 있더라구요. 그렇지만 그 안성기씨와 박중훈씨의 연기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죠. 그리하야 뮤지컬, 영화 양쪽 모두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_+

이스트리버 - 노브레인!!



라디오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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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로맨틱 코미디나 좋아하지 멜로 장르는 싫어합니다. 슬프고 무섭고 힘든 것은 현실에서나 보면 족하지 굳이 가상으로 경험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애인님이 오며가며 흠칫흠칫 보고싶어 하길래 (정확히 말하면 궁금해 하길래) 멜로임에도 불구하고, 보러 갔습니다.

 물론 애인님의 관심사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였지 시간여행자의 아내 쪽은 아니었다는 걸 다 보고 나와서 알게 되었지만 말이죠.(...공돌이가 로맨틱한 감상으로 봤을 거라 기대한 내가 바보)

 이 영화는 브래드 피트가 무려 제작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연 배우의 캐스팅도 브래드 피트가 직접 같이 트로이를 찍은 헥토르 역의 에릭 바나를 캐스팅 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여주인공 클레어의 시간대 - 실은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이 사는 시간대 - 에 맞춰 흘러간다고 하지만, 어쩐지 남주인공 헨리의 시선에 맞춰져 있습니다. 영화의 모든 흐름은 클레어의 시간대에 달라진 나이로 헨리가 등장하고 사라지고 하는 것이 반복됩니다. 헨리가 없는 클레어의 시간을 이따금 보여주긴 하지만 그건 사실 헨리가 나타나기 전을 묘사하고 있을 뿐이지, 헨리가 없는 나머지 시간들을 클레어가 어떻게 채워가고 있는지 보여주지는 않아요.

 그리고 자기 의지가 아닌 시간여행을 반복하는 헨리의 사연은 안타깝지만, 여자인 제가 보기에 그보다 더 이상하고 안타까운 건 클레어입니다. 어렸을 때 만난 혼자만의 비밀 친구라는 것만으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클레어. 그리고 시도 때도 예고없이 사라지는 남편을 한결같이 기다리기 시작합니다. 이걸 애인님의 시각으로 들으니 조금은 이해가 가더군요. 처음 만난 순간에 이미 '당신은 나에게 완벽한 남자야, 당신을 사랑해' 라고 말하는 여자. 게다가 남자 입장에서는 만난 첫날인데 바로 첫날밤을 *-0-*... (그거슨... 판타지!)

 그래서 사실 클레어는 여자의 입장에서 감정을 이입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헨리의 입장은 어떨까요? 당신이 현실에서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떠돌아야하는 - 우리 말로 하자면 소위 역마살이 있는 - 처지일 때,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현실에 내려진 유일한 닻. 영원히 기다리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사랑해주는 그녀. 이건 뭐, 정말 남자들이 보통 로맨틱 코미디를 보며 이런 느낌을 받을라나요? 이건 환상이잖아요!

 그리하야 애인님은 영화관을 나오며 설정에 대해 약간 불평을 하긴 했지만 사실 매우 좋아했고 저는 궁시렁궁시렁 하며 집에 왔다는 뒷이야기.

 달콤하고 그리 슬프지 않은 영화였어요. 펑펑 우는 종류가 아닌 알싸한 가슴시림의 느낌. 그래도 저는 곁에 늘 같이 있어주는 남자가 좋습니다. -_-; 브래드 피트 씨의 은근 로맨틱한 면을 들여다본 기분이네요. 영화 자체는, 제가 좋아하지 않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잔잔하니 좋았습니다. 남자들의 사랑에 대한 판타지의 느낌이라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들도 보면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데 확신은 못하겠네요. ㅎㅎ

 두 배우가 정말 역에 잘 어울립니다. 제가 본 유일한 다른 멜로라고 하면 노트북인데, 노트북의 주연 배우인 레이첼 맥아담스가 나와서 열연합니다. 솔직히 비슷한 느낌의 같은 캐릭터이지 않을까 했었습니다. 발랄하고 해맑았던 노트북의 소녀였는데 시간여행자의 아내 에서는 섬세하고 강인한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었더라구요. 개인적으로 감탄. 에릭 바나씨도 혼란에 빠진 20대와 다정하고 짠한 40대의 눈빛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클레어의 아역으로 나온 아이도 너무나 귀엽게 연기를 잘 합니다. +_+


 
시간여행자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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