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일.

from 아이들 이야기 2014. 8. 26. 22:51


남편의 출장은 확실히 많은 의미로 좋지 못했다. 


가장 잘못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아기를 끼고 잔 것... 남편의 원칙이 부부는 같은 침대에서 잔다 라서 그간 애는 아기침대에서 재웠다. 밤중수유는 내려서 어른 침대에 누워서 하면서도, 수유 끝나면 반드시 자기 침대로 도로 올려놓고 잤었다. 


 남편이 없으므로, 애를 곁에 데리고 자기 시작했다. 밤중에 일어나서 수유하려고 애를 침대에서 내리고 도로 올리고 하는 귀찮음도 없고, 사실 애가 곁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으면 엄마 입장에서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충만감이 든다. 무엇보다도 졸면서 수유할 수 있는 편리함 등등.


 처음에는 망고는 어른 침대에서 자는 걸 불편해 했었는데, 불편함보다 자다가 깨서 울지 않아도 엄마가 곁에 있고 또 젖을 찾아 비비면(...) 엄마가 졸면서도 젖을 물려주기에 새벽녘에도 편안히 젖을 얻어먹을 수 있는 이로움이 더 크다는 것을 터득해 버렸다. 그래서 쉽게 잠들지 않고 엄마 젖을 찾게 됐고, 새벽에 깨서도 울지 않고 대신 엄마를 귀찮게 (옷깃을 잡아당긴다거나 얼굴을 부빈다거나) 하고 젖을 얻어먹게 되어버렸다. -_-


 지난 한주는 수라도였다. 심할때는 9시에 잠들어서 12시 반에 깨기까지도. 한번 깨면 이때부터 1.5~2시간 간격으로 계속 깼다. 물론 나는 그 모든 걸 같이 깨있을 수 없으므로 졸면서 수유를 하게 되고 한번 시작하니까 겉잡을 수가 없었다. 낮사이클은 오히려 점점 길어지면서 3시간을 향해 가는 중인데, 밤중에는 1시간 반마다 계속 깨고 가장 긴잠도 5시간 남짓이니 내가 버틸 수가 없었다. 밤낮이 뒤바뀐 것도 아닌게, 낮에는 수유 후에 말똥해지고 밤에는 수유 후에 잔다. -_-;; 그냥 텀만 꼬인 것.


 게다가 젖 물려 재우기도 잘 안되는 상태에서 현재 안아재우기도 안먹히고 눕혀재우기도 안먹히고 포대기도 한참 외유를 해야 잠드는 등 최악의 상황인데, 어젯밤에는 원없이 젖을 물려서 젖이진짜 애 목까지 차서 툭치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인데도, 젖을 달라고 보채는 것이다. (실제로 약간 게우기도) 할 수 없이 눕혀놓고 토닥여도 보고, 조심스럽게 안고 있어도 보고, 트림도 시켜주고, 수없이 쓰다듬어 주고, 뽀뽀해주고, 하다하다 배좀 꺼지면 먹이자 하고 말똥거리는 동안 시간보낼 겸 동화도 두 개나 읽어주었다. 그래도 안 자! 

 거실에 눕혔다가 방에 데려왔다가 아기침대에 눕혔다가 오만 짓을 다하던 중인데 결국 자기 침대에 눕혀놓고 중얼중얼 주저리를 하고 있는데 내 손을 붙들고 한참 빨다가, 에이 포기닷 하는 느낌으로 저 혼자 돌아누워 자버렸다(...) 

 두 시간을! 애썼는데!... 재워진 느낌이 아니고 진짜 눈뜨고 나 보다가 돌아눕더니 훅 자버렸다 -_-;;;;;;


 멘붕. 그래도 넘 늦게 자서인지 새벽에 깨는 시간은 다행히 4시 40분이었지만... 막상 나는 할머니 때문에 새벽에 또 2시 반에 깼기 때문에 맨정신이 아니었다.  결국 오전 8시에 너무 졸려서 애고 뭐고 기절하듯 잠들었다.


 오늘은 잠 못들고 깨서 찾는거 바로 물려주고 소근소근 사랑한다고 한참 일러주고 잠 폭 든것 같아서 아예 아기 침대에 갖다 눕혔다. 다행히 지금 안 깨고 자는 듯하다. 아이 입장에서는 계속 엄마 곁에서 자는게 좋을 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엄마 옆에서 자게 길들어 있는 아이가 아니다보니 굳이 곁에서 재우려는 시도가 결과가 별로 좋지 못했다. 푹 잠들지도 못하고, 자다 깨면 엄마 젖으로 잠들려고 하고 (그냥 잘 것도 굳이 엄마 젖 찾아서 빨려고 한다고 느꼈다. 아예 눈도 안뜨고 얼굴만 가슴에 들이미는데 -_-;;; 뒤돌아 누워있음 손으로 옷을 땡기질 않나) 애초에 그간 7~9시간 푹푹 자던 애다보니 이 모든게 꽤나 힘들었다. 아니면 어쩌면 애도 아빠가 없는 낯설음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고.


 



 또 하나는 잠재우는 습관. 그간 칼같이 목욕을 시켜주던 남편느님... 아 느님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매일같이 목욕 시키려고 하니 이게 보통 귀찮고 힘든 일이 아니다. 더불어 애낳고 급속도로 악화된 내 허리! 허리!... 아무튼 이러다보니 힘들면 못시키고 또 같이 시켜줄 사람 없으면 못 시키고 (뻗대고 고개 쳐들면서 앉을 줄 모르는 애를 목욕시키는게 정말 ㅠㅠ 힘들다. 남편도 아마 집에 와서 힘들어서 멘붕할 듯하다. 머리감기는 방법을 뭔가 찾아내야해..!)


 아 생각나서 검색하다 보니 유로스타 샴푸버디 완전 좋아보인다 -_-;;; 역시 국민 아이템은 다 이유가 있어...!


 아무튼 목욕을 스킵하고 재우는 일이 더러 있고 또 할머니랑 같이 저녁시간까지 생활하다보니 저녁에 계속 요리를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그간에는 아기의 수면이 최우선이라, 항상 칼같이 목욕을 시키고 재웠고 그러려면 초저녁에는 수유도 살짝 간격조정을 위해 안할 때도 있고 재우지 못할때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컨디션이 나빠서 계속 붙어 달래줘야 하기 때문에 저녁을 간단히 먹거나, 못 먹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더랬다. 게다가 반찬도 배달시켜서 먹었고.

 

 그런데 할머니는 아무래도 우리가 아이가 수월하게 느껴지게끔 길들인 부분들 - 식사시간에 바운서에 앉아 혼자 기다리는 것 또는 밤잠을 수월하게 자고 길게 자는 것 - 에는 감탄하고 좋아하시면서도 그러기 위해서 지켜야하는 것들은 잘 납득을 못하시기 때문에 그렇게 존중을 해주시지 못한다. 이를테면, 아기 자는 시간이 9시인데 9시 넘어 오셔서 가지고 오신 물건들 정리해 넣는다고 부스럭 거려서 애를 재우기 힘들게 만든다거나, 8시부터 수유하고 재워야하는데 많이 보챈다고 7시에 짧은 잠을 재워버리시거나 하는 식이다.


 어쨌든 나는 도움받는 입장에서 강제를 할 수는 없는 입장이고 요청이나 권고 정도 할 수 있고 할머니는 또 할머니의 사정이 있으므로... 하다보니 요 2주간 거의 한번도 제시간에 목욕시켜 재우질 못했다. -_-;;; 일찍 재우거나, 늦게 재우거나, 목욕없이 재우거나... 목욕 없이 재울때는 애가 기다리지 않기 때문에 의외로 더 시간 맞춰 재우는게 어렵다. 그게 아마도 잠이 줄고 사이클도 바뀌는 와중에 규칙성까지 사라져버려서 애도 나도 더 힘들어진 부분인 것 같다.





 남편이 없음으로 인해 아침 잠마저 못자고 상당한 수면 부족에 시달리게 된 것도 덤. 그 전에는 아침 6~8 시에 남편한테 던져놓고(?) 자고, 할머니 오시면 또 던져놓고(?) 자고 해서 꽤 많이 잤는데 일단 아침잠 자체는 날아간 상태이고 이제 애가 얌전하고 조용히 놀지 않기 때문에 -_-; 애가 자지 않으면 던져놓고 자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oTL


 가능한 애랑 같은 시간에 자면서 수면시간 확보에 노력했지만... 하하하하 내가 새나라의 어린이도 아니고 어떻게 매일 9시에 잔단말인가... ㅠㅠㅠㅠㅠㅠ





 그래도 몇가지 깨달은 건 있다. 일단 동생은 여전히 느님이다(?)...  남편은 먹고 그대로 두고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지나간 자리에 흔적이 남는 반면에 동생은 그런 것 없음. 애 달래고 와보니 먹고난 그릇들이 얌전히 식기세척기로 들어가서 나를 기다린다던가(?) 같은... 뭔가 숨통이 트이는 느낌. 남편과 지내면서 애를 보면 애를 보는 짬짬이 틈이나면 나는 뭔가 계속 내꼬리 남편꼬리 꼬리만 정리하고 있는 기분? 게다가 해도해도 꼬리는 항상 생기기 때문에 피로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동생이 잠깐 도와주러 왔을때 얼마나 도움이 되겠나 싶었는데 의외로 엄청 숨통이 트였다. 


 그리고 그간 내가 얼마나 집안일을 게을리 했는지. 남편에게 좀 미안하다. 육아는 육아대로 지쳐서 제대로 못하고 집안일은 집안일대로 게을리 하고... 할머니랑 있는 동안에는 집안일을 할머니께 맡길 수 없으니 아무리 피곤해도 가능한 선수쳐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느라고 제법 부지런히 하는데 (물론 그 결과로 주양육자가 내가 아니게 된 부작용 + 엄청난 수면 부족이 있으나...) 그동안 남편에게 집안일도 시키고 애도 떠넘기고 난 쉬고 그랬으니. 어차피 백일도 지나고 이제 산후조리도 엔간히 된 것 같으니 남편이 돌아와도 이전과 같지는 않겠지..? 같지 않아야지 안그럼 우리 남편 말라죽을듯. ㅠㅠ


그리고... 장난감이 필요하다...! 애도 질려하지만 놀아주는 어른도 질림. -_-; 이제 타이니러브 국민모빌이나 국민 바운서같이 혼자서도 잘 놀아주는 아이템은 더는 없는 것일까...




 남편이 돌아오면 다시 잘 해나갈 수 있겠지? 3주간 생긴 문제들도 다 고칠 수 있겠지? ㅜㅜ 다시 게을러지지 말아야 할텐데. 어쨌든 철분제는 좋다... (?)





129일의 기능: 아직도 뒤집기 못함. 오늘 처음으로 손으로 발을 가지고 놀음. 소리내서 웃는데 딸꾹질 안했음. 젓가락으로 밥을 집어주자 입을벌리고 손으로 젓가락을 잡음.


 요 며칠 기분이 좋을땐 누워서 손으로 내 손을 가볍게 내리치곤하는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장난감들에 질린듯하지만 책을 읽어주면 얌전함.


 재우는 방법 전소. (임기응변)


 누워있는걸 매우 싫어함. 앉혀서 허리를 잡아주면 두 손으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려고 함. 뭔가... 뒤집길 해야 그 다음 배밀이를 하고 기고 앉고 할텐데 중간과정은 귀찮다는 건가 ㅠㅠ 앉아서 손으로 뭘 가지고 노는게 재미있어져서 그런지 좀처럼 눕거나 뒤집고 싶어하지 않는다. 바운서에 앉아있는 것도 대체로 안좋아하는데 그래도 바운서에 딸린 장난감은 아직도 잘 가지고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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