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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from 문화생활/책 2008. 3. 3. 02:15


 애인님이 갑자기 매일매일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하라고 하라고 해서 기껏 한달에 한 개 정도 쓰는 게 다였던 애인님이 웬일일까요. 적응이 잘 안 됩니다. *-_-* 그렇지만 좋은 일입니다.

애인님 블로그의 새 포스팅에 대한 피드백 차, 생각난 김에 바리데기 감상이나 써볼까합니다.


바리데기 - 10점
황석영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황석영 작가님은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처음으로 황석영 작가님의 글을 본 것은 교과서에서였습니다. 그 유명한 《삼포 가는 길》. 솔직한 말로, 그 작품은 교과서에서 좀 뺐으면 좋겠습니다. -_- 왜냐하면 그 작품을 접한 저의 첫 인상이 '뭐냐 이 재미 없는 소설은' 이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고등학생이 고향에 대한 향수와,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 같은 거 알게 뭡니까? 이해도 안 되고 공감도 안 되고... (고등학교 때 처음 접하시고 감동을 받은 분들 계시면 존경합니다. 저는 늦되어서 ....-_-;;;;)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느 작가의 작품인지도 기억도 못 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황석영 작가님의 이름을 깊이 기억하게 된 것은 《장길산》에서였습니다. 10권의 대하 역사 소설인 장길산은, 홍길동이나, 임꺽정 또는 수호지와 같은 반골들의 이야기입니다. 조선 시대 탐관오리들의 수탈이 너무 심한 나머지 이를 참지 못하고 의적이 되는 이야기지요. 그 결과는 물론 조정과의 대립이구요.

 대부분의 - 제가 읽어본 - 의적 소설은 결말이 비슷합니다. 홍길동전처럼 배경이 아주 환타지이지 않은 경우에는 어쨌든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삶이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도적들 역시 자신들만의 환상 속에서 끝까지 살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높으신 나으리들이 우리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것이 잘 맞는 현실 인식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네 삶이 팍팍한 것은 사실입니다.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 차 있죠. 어떤 사람은 땅을 사랑해서 땅을 사고, 어떤 사람은 싸구려 골프 회원권을 두 장이나 갖고 있고 어떤 사람은 수조원의 재산을 불법으로 물려 주는 현실 앞에서 법은 참 멉니다. 그리고 우리의 희망을 대변하는 의적소설의 결말조차, 결국은 냉정하고 싸늘한 현실만을 보여줄 뿐입니다.
 그렇지만 장길산은 달랐습니다. 장길산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는 민초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고, 영원히 살아남는 영웅이 됩니다. 그리고 제 마음에도 불을 질렀습니다. 중요한 것은 희망입니다. 희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풀은 쓰러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제가 황석영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삼포 가는 길의 작가와 동일 인물인 것을 알고는 '으악'해 버렸던 거지요. 페이지상 교과서에 장편을 실을 수 없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장편 소설이 들어있는 국어책을 나눠주려면 새학기마다 국어책만 20권정도 줘야할 지도 모르겠군요.ㅋㅋㅋ)

 장길산의 감동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바리데기 출간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그 책은 무조건 사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

 바리데기는 환상과 현실, 설화와 소설을 섞어놓은 작품입니다. 어떻게 읽으면 이것은 환타지이기도 하고,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이도 합니다. 우리의 구전 설화이기도 하고, 21세기에 쓰여진 새로운 소설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삶은 결국 되풀이 됩니다. 우리가 과거의 고전을 읽는 것은 그 속에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에 따르는 보편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구전 설화 바리데기에서도, 우리와 같은 시대에 살아있는 바리에게도 삶은 고단합니다.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부모님을 혹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고난 길을 가야하는 운명이죠. 21세기의 바리의 고통은 설화 속 바리가 겪는 고통보다 상상할 수 있을만큼, 손에 잡힐만큼 현실적이기 때문에 공감을 삽니다. 기근으로 인해 일가가 뿔뿔이 흩어져, 다시는 볼 수 없습니다. 형제가 죽고, 사랑하는 할머니가 죽고, 마지막으로 남은 동무였던 칠성이마저 산불 속에서 죽어갑니다. 그나마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 조금 살만해 지는가 했더니 인신매매를 당하게 됩니다. 컨테이너 상자에 실려 영국으로 팔려가게 되는 것이죠. 컨테이너 상자 속에서의 시간들은 죽음과도 같은 시간입니다. 바리의 의식은 몸을 떠나버리죠. 영국에 도착하여 좋은 사람들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지만 남편과는 파키스탄의 내전으로 인해 헤어지게 되고, 사랑하는 아이마저 친구로 인해 잃게 됩니다. 한 인간이 하나만 겪어도 견딜 수 없을 고통을 수없이 감내하고 또 감내했던 바리는 드디어 폭발합니다.

 내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나.

 바리는 생명수를 얻으러 떠나지만, 구천에서 생명수를 가져오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생명수는 바리데기가 밥해먹고 빨래하던 그 물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수라는 것이 우리 바로 곁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사실 생명수라는 것은 현실의 어떤 물질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구원은 항상 내면으로부터 옵니다. 왜냐하면 그 모든 고통이 실은 내면 -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 - 으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것, 혹은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 고통스러운 욕망과 좌절, 소외와 전쟁, 상처와 박해로부터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인간의 내면에 있습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 바리가 가져온 생명수는 그런 것입니다.

 폭발할 것 같은 마음의 고통, 힘겨운 현실의 부조리를 달래주는... 이 책 자체도 생명수였습니다.





 저는 구조적으로 심미적인 작품을 좋아합니다. 이 작품은 구조적으로 매우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정말 동떨어진 것 같은 설화 속 세계와 21세기는 사실 같은 세계입니다.

 저는 문장이 아름다운 작품을 좋아합니다.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리듬감 있고 어딘가 친근하게 들리는 북한 사투리와, 질질 끌지 않는 간결하고 우아한 바리의 목소리는 아름답습니다.

 저는 저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이 작품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저는 예쁜 책을 좋아합니다. 이 책의 표지는 굉장히 예쁩니다.

 결론 : 저는 이 책이 참 좋습니다. (추천)


 

 뱀팔 : ...근데, 정말 꾸준히 쓰면 글쓰는 실력이 늘기는 하는 겁니까? -_- 근데 저는 왜 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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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깅을 하다 보면 선물도 생기는 거에요(?)

받은 건 설 무렵인데 이제야 포스팅합니다. ㅠ_ㅠ;;;;




아래와 같은 책입니다.

1일 30분 상세보기
후루이치 유키오 지음 | 이레 펴냄
하루 30분 공부하면 충분하다! 성공을 위한 최소 30분의 자기 투자! 현대사회는 자기계발의 시대이다. 학교를 졸업하여도 공부는 끝이 없다. 외국어를 비롯하여 전공에 관련된 좀 더 깊은 공부, 투잡을 위한 공부, 창업을 위한 공부 등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공부는 끝이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시간도 부족하고 막상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1일 30분』은



ㅇㄴ


사진을 첨부할까, 책 플러그인을 사용할까 잠시 고민했는데, 그냥 책 플러그인으로 했습니다.

사진을 잘 찍을 재주가 없어서...

이따금 뭔가 올려 보려고 사진을 찍기도 하는데 찍어놓고 보면 영 부실해서 관두는 경우가 다반사거든요. ㅜ.ㅜ





아무튼 요런 선물을 받게 된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Tistat을 만들고 예상 외로 많은 분들이 사용하시고 추천글을 써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매일 리퍼러 로그를 살피며 즐거워 했습니다. *-_-*

그러던 어느날, 양파맨님이 티스탯을 이용해 내신 통계를 발견하고 들어갔다가 이벤트를 발견한 것입니다!

소심하고 또 소심한 저이지만 그래도 약간은 반가운 마음과 이벤트에 혹한 마음에 리플을 달았지요. +ㅅ+

그 결과!!! 저 책을 손에 넣었습니다!! 하하. 이벤트 당첨이라고 생각하며 즐거워 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한테 받은 물건 보다 자기가 돈을 들여서 산 물건을 더 소중히 여기는 법이라고 생각하기는 하는데요.

굳이 그것이 '돈'이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무언가를 얻기위해 들인 '노력'이 진실로 소중한 법이겠죠. +ㅅ+

그래서 나름 소심을 이기고 이벤트를 신청하는 리플을 단 것이 충분한 노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

아무튼 양파맨 님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





자기계발서를 읽는 건 꽤 좋아하는 편인데, 잘 읽는 편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읽고 있는 동안 벌써 내가 뭔가 한듯한 괜한 뿌듯함을 느끼고 현실에는 적용을 잘 안하게 되어서요.

더군다나 어지간히 와닿지 않으면, 대충 읽고 자기계발서가 다 그렇고 그렇지 뭐, 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잖아요.





그렇지만 이 책은 여타의 흔한 자기계발서와는 좀 달랐습니다.

 저는 공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저자가 강조하는 것도 습관입니다.

단순히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쉬운 이야기에서부터,

어떻게 하면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에서 시간을 찾아내어 그 시간을 공부하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공부'라는 것에 질리지 마세요.

저자는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읽는 것이 공부의 한 예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아니라 하루 30분의 노력으로 삶이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꾸준함과 습관 이런 것이 사실 진짜 큰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습관은 그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떻게 하면 잘 실천할 수 있는지가 사실 중요한 부분인데

실제로 실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뜨끔했던 부분이, "이 사람은 유학은 가겠지만, 유학 생활에는 실패할 타입이다"라는 부분.

같은 논리를 적용해 보면 대학입학에는 성공했지만 대학생활에는 실패한 건 아닌지...ㅜ.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좋은 대학에 간 만큼 열심히 해야하는데,

우리 사회에는 대학에만 가면 다 된다는 묘한 환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ㅜ.ㅜ




여타의 흔한 자기계발서에 비해 뻔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평소 제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서 재미있게 봤어요.

책을 읽고 꾸준히 뭔가 하려고 했는데 사실 조금 의지가 약해져 가는 중...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작심 3일을 일주일에 한 번씩만 해도 150일은 열심히 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ㅅ+

일주일에 한 번씩만 작심합시다.

올해가 시작한 뒤로 아직 꾸준히 포스팅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어떤 방면에 취미가 많지는 않아서 좀 난잡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컨셉에 맞는 글만 쓰는 것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블로그가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 쓰고 싶은 걸 쓰면 되는 거 아닐까요?

보고 싶은 분들은 보겠죠 뭐. 그래도 나름 양적인 부분 아니라 질적인 부분도 신경쓰려고 노력중이긴 하지만. *-_-*

실은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해 보려고 했는데, 그 쪽은 시원찮네요-_-;;;; 아직 별로 동기가 없어서인지도?

그러고보면... 잘 하고 싶다는 마음 외의 동기를 갖는 방법도 알려주면 좋을텐데 말예요.





위의 책 말고도 꽤 재밌게 읽었던 자기계발서 한 권 더 이야기하자면... 그 유명한 아침형 인간입니다.

아침형 인간 상세보기
사이쇼 히로시 지음 | 한스미디어 펴냄
문명이 야행성 인간을 양산하고 있는 시대에, '아침을 지배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책.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몸과 정신에 가장 바람직한 습관임을 구체적인 사례와 근거를 통해 제시한다.

그러나 실천은 1주일만에 실패했었죠. (혹시 기억하시는 분 계실려나요...ㅎㅎ 아침형 인간 프로젝트.)

일단,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무리.

인간은 밝을 때 잠에서 부담없이 깨어날 수 있습니다. -.-;;;;

애초에 아침에는 몇 시간 씨름할 일을 밤에는 한 시간이면 쓱쓱 해치우는 편이라서 밤에 일찍 자는 것도 힘들고...ㅠ_ㅠ

하지만 저 책을 읽고 나서 밤샘과 음주는 자제하는 편. 그리고 새벽에는 아니더라도, 규칙적으로 일어나려고 노력하는 편이랍니다.

이만해도 꽤 도움 된 거 아닐까요? ^^;;;; 너무 자기 만족인가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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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티스토리에서 뮤지컬 라디오스타 초청 이벤트를 했었습니다. 거기에 애인을 팔아(...) 응모했더니 당첨!!!!!!!!!!!!!!!!!!!!!!!!!!!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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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모르는 새에 도매금으로 넘어간 애인님(...)


아무 날짜나 된다는 비굴한 태도에, 표 한 장 주면 리뷰를 두 개나 쓰겠다는 처절함! (물론 이럴 때 남자친구의 의사 따윈 묻는 게 아닙니다.)
덕분인지 당첨이 되었습니다. *^______________^*

지난 번 티스토리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영화예매권을 줘서 다녀왔었는데, 그때도 이벤트에 응모하긴 했지만 그 때는 선착순이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당첨이라고 할 수 없죠. 티스토리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여러 서비스들을 선보여 주시는 덕분에 요즘은 정말 취미라고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블로깅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도 티스토리의 세계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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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뮤지컬 관람 경험이 많은 사람은 아닙니다. 어릴 적에 엄마 손 잡고 가서 본 아득한 기억(여기서 또 나오는 '그러니까 사람은 어릴 적의 문화적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뮤지컬 영화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노래가 많이 들어간 영화를 본 경험 정도 밖에 없어요.

그런 저에게 이 뮤지컬 라디오 스타는 너무나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좋지 않았던 경험을 글로 쓰는 것은 정말 쉽고 간단한 일이지만, 좋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좋았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건 정말 힘든 일이죠. 뭐라고 써야 이 글을 읽고 "아 저 뮤지컬 재미있나보다", "나도 가서 보고 싶다"라고 생각할까요? 솔직히 뭐라고 써야할지 몰라 쩔쩔 매고 있습니다 oTL




(뮤지컬) 라디오 스타는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입니다. 덕분에 앞에 뮤지컬이라는 것을 표시해 주지 않으면 영화랑 헷갈리겠네요-_-;;;

저는 매달 한 편씩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봅니다. (마음은 그렇고 실제로는 연간 8~9편 정도를 영화관에서 보는 것 같아요.) 라디오 스타 영화가 개봉한 달에는 우리의 귀여운 오동구(천하장사 마돈나)를 그 달의 영화로 선정하는 바람에, 영화는 보지 못했습니다. 하하하하-_)r

 이벤트에 당첨된 다음에, 영화를 보고 미리 공부(?)를 하고 갈까, 아니면 그냥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가서 볼까 살짝 망설였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았던 것에는 나름의 이유도 있었어요. 조금은 식상하고 지루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거든요. 소재 자체가 그렇게 와닿는 소재도 아니고, '왕년의 가수왕과 그의 매니저 이야기'라는 정보만으로는 왠지 억지 감동을 짜내는 이야기일 것 같아서, 별로 영화관까지 가서 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거든요. (어떤 장면에서 눈물을 짜낼지 계산된 이야기는 질색이에요.)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뮤지컬을 보러 가는 쪽을 택했습니다. 미리 알고 기대를 하고 가면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고, 저는 원작을 가진 작품이 원작을 재해석 하는 쪽보다는 원작의 묘미를 최대한 살리는 쪽을 좋아하거든요. '원작의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라는 점을 고민하는 작품은 좋아하지만 원작의 주제만 살린 채 대부분을 재구성하는 경우는 원작이 좋았던 경우 매우 서운하죠. 이런 경우의 느낌은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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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신형 프라이드


이 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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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의 날개가 없으면 고속도로에서 뒤가 들려서 뒤집어진다던 바로 그 차.


이 차의 후속 모델이라고 주장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실망하지 않기위해 기대감만 안고 뮤지컬을 보러 갔습니다.




공연 장소는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이었는데, 오페라 하우스 내부에 있는 작은 극장이었습니다. 안에 들어가니 포토존이 있고, 프로그램북과 머그컵등을 파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왼쪽에서 티켓팅을 하고 있었는데, 티스토리 이벤트로 왔다고 하니 무려 R석 초대권을 주셨습니다(!!!!) 약간 감동.

 R석이라 배우들의 얼굴 표정까지 다 보이는 자리인 건 좋았는데, 오른편이어서 스피커가 좀 가까이 배치된 것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토월극장에서 티켓을 예매하시려거든, 중앙쪽을 예매하세요. ^_^; 좌우에 여섯 라인씩 좌석이 있는데, 스피커의 압박이 좀 느껴질 것 같습니다. 아니면 최소 통로쪽으로..





뮤지컬 영화는 더러 있습니다. 작년에 보았던 영화 드림걸즈와 같은 뮤지컬 영화요.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이 유명한 영화도 있고...) 이런 영화들은 다른 영화에 비해 음악이 풍부하고,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표정과 행동, 대사 연기에 의존하는 대신 노래를 불러 표현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음악을 듣는 즐거움은 있지만 보통의 영화의 빠른 감정 흐름의 변화보다는 지루하고, (아 쟤가 사랑에 빠졌구나 <- 이런 건 한두 장면이면 이미 깨달을 수 있으나 노래가 끝날 때까지 5분을 기다려야...) 음악이 썩 와닿지 않는 경우에는 영화에 몰입하고 있던 흐름이 끊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번역소설의 경우 삽입된 시가 엄청 많으면 저는 휙휙 뛰어넘어 갑니다...-.-; 그런데 영화는 뛰어 넘을 수가...)

그렇지만 뮤지컬 영화와 뮤지컬은 또 다릅니다. 바로 눈 앞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하며 감정 흐름을 노래로 표현하는 것은 그 위압감이 굉장합니다. 더불어서, 영화는 카메라가 주시하고 있는 바로 그 부분만을 볼 수 밖에 없어 카메라의 시선만을 따라가게 되지만 무대에 올려지는 뮤지컬은 조명이 비추고 있지 않은 부분까지 뮤지컬의 일부입니다. 꼭 주인공의 얼굴만을 쳐다보지 않아도, 무대 뒤에서 자신의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지요. :) 더불어 이 뮤지컬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 배우들이 뒤쪽에서 굉장히 캐릭터를 잘 묘사하는 연기들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줄거리

1막
88년도에 MBS에서 가수왕을 했던 최곤은, 현재는 사고뭉치로 전락해 있는 상태입니다. 대마초에, 폭력 등등으로 유치장을 오가고, 덕분에 합의금을 물어주기 위해 매니저는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닙니다. 하지만 최곤 본인은 아직도 자신이 톱스타인양 자존심을 세우는 사람이죠. 방송국의 김국장은 합의금을 빌려주는 대신, 최곤을 영월 방송국에서 DJ로 방송하도록 합니다. 싫어하는 최곤을 매니저는 열심히 달래서 영월로 내려가죠.
한편, 강PD도 비슷한 사연으로 영월의 방송국으로 좌천됩니다.

영월의 방송국은 방송국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방송을 한지 오래된 중계소 규모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어찌저찌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이라는 라디오 프로 방송을 시작하죠. 하지만 최곤이 얌전히 방송을 할 리가 없습니다. 주는 대본은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 하는데다가, 방송 중에 다방 레지를 불러들이는 지경이죠.
 그러다 우연히, 다방 레지에게 게스트로 아무거나 이야기 해 보라고 시켰는데, 레지는 엄마를 그리워 하는 슬픈 사연을 노래합니다. 이 방송이 대 히트가 나서,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은 인기 프로그램이 됩니다. 그리고 갈등이 시작되지요.

2막
매니저 민수는 김국장의 전화를 받고 서울로 올라가고, 거기에서 최곤과 헤어지라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최곤을 생각한 민수는 거짓말로 떠나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부인의 김밥집이 대박이나서 카운터라도 보러 간다고. 최곤은 배신이라며 길길이 뛰죠. 그 직후,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을 전국 방송으로 확대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거기에서 민수가 왜 떠났는지 알게 된 최곤은 방송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강PD가 찾아와서 고집을 부리던 자신이 어떻게 마음을 바꿨는지, 라디오를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자, 겨우겨우 방송을 시작한 최곤. 호영의 아버지를 찾는 사연을 방송하고, 자기도 사람을 찾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민수를 찾는 방송을 하죠. 실은 김밥집이고 뭐고 망해서 길거리에서 천원김밥 장사를 하고 있던 민수는 방송을 듣고 최곤의 곁으로 돌아옵니다.


 1막과 2막이라고 적었는데, 잘 보면 발단, 전개부분이 1막에 해당하고 위기, 절정, 결말이 모두 다 2막에 있습니다. 그러면 사실 2막이 조금 길어야 할 것 같은데 시간 배분은 1막이 1시간 반, 2막이 1시간이 조금 안 됩니다. 게다가 2막 마지막에는 +@가 더 있습니다. 즉, 2막에서는 볼거리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주로 내용을 전개하는데  할애하고 있는 거죠. 덕분에 1막은 상당히 볼거리가 풍부하고 - 군무라던가- 다양한 곡을 들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고, 2막은 주로 주연 배우들의 연기와 솔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막의 곡이 인상이 흐릿한 반면에, 2막은 인상이 강렬하고 멋진 노래가 두 곡 나옵니다. 저는 '별은 혼자 빛나지 않아' 가 너무 좋았습니다. 이 곡은 두 번 반복되는데, 두 번째에는 첫 번째에 없던 한 소절이 더 있습니다. 그 마지막 한 소절이 너무 좋았어요. 쪼끔 울뻔했음 :$

1막에서는 '원더풀 영월'이라는 노래가 좋았어요. 한국의 알프스라며, 스위스 차림을 하고 사람들이 나와서 춤을 추는데, 이게 그냥 의상이 아닙니다. -_-;; 옷 그림을 부직포 재질로 만들어서 샌드위치맨처럼 앞뒤에 걸고 나와서 춤을 추는데 정말 무슨 카툰의 캐릭터들이 춤을 추는 것 마냥 웃겼습니다. 음악도 신나고. 영월 지자제에서는 이 노래를 지자제 홍보 동영상와 홍보곡으로 쓰는 것을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막 영월에 가고싶어졌거든요. 최곤이 가겠다고 했는데 오죽하겠어요? ;)

1막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김양의 노래 '엄마'도 좋았습니다. 그래, 저런 사연을 방송을 했으니 사람들이 얼마나 감동하고 지켜보는 프로가 되었을까 싶은 느낌이 많이 와닿았죠. 노래로 표현하니까, 구구절절이 말로 하는 것보다 더 와닿더군요. 말로 '엄마가 보고 싶어요. 돈번다고 떠나와서 그 뒤로 한 번도 돌아가지 못했어요...' 이런 설명을 하는 것 보다, 더 서글프게 들리는 거죠.





1막이 끝나고 너무 좋아서 바로 프로그램북을 질러버렸어요. 내용을 모르고 온 탓에, 노래 가사를 100% 알아듣지 못한 것도 있고, 워낙 재미있었기 때문에 프로그램북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 프로그램북에는 모든 곡의 가사와 출연진의 사진이 실려있었습니다. 아주 마음에 들어요.

2막의 초입에 나오는 스타팩토리는 임팩트가 조금 약했습니다. 의상을 조금 눈을 끌 수 있는 것으로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더라구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화려함이 별로 와닿지 않았달까요.

천문대에서 민수가 최곤에게 떠나겠다고 이야기하는 부분, '별은 혼자 빛나지 않아'는 정말 좋았습니다. 이 부분이 정말 영화와 뮤지컬의 표현이 다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곡은 여기서 민수의 솔로입니다. 그리고 노래가 매우 좋기도 하죠. 그렇지만 한쪽에서는 천문대에서 별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최곤을 알아보고 최곤에게 싸인을 해 달라고 다가옵니다. 그래서 최곤은 사람들에게 싸인을 해 주느라 민수에게 집중을 못하죠. 그런데 이게 관객에게도 똑같이 일어납니다. 정말 노래가 좋고, 민수역의 정성화씨의 연기도 절절한데, '꽃집청년과 그의 여자친구까지 나와서 최곤에게 싸인을 받고 있어!' 라는 생각에 시선과 집중이 최곤에게 쏠립니다. 그래서 노래의 마지막 소절을 부르는 민수에게 뒤늦게 시선을 주고 나서는 아차, 하는 기분이 드는 거죠. 이 부분은  뮤지컬 감독님이 노렸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절묘해서 순간적으로 최곤에게 굉장히 감정이입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평소의 허세는 부려야겠고. 그런데 그 다음에 이어지는 민수의 대사는 '이제 떠나려고 한다'는 내용입니다. 원래 이럴 때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하죠. 최곤은 민수의 배신이라며 길길이 뛰는데, 솔직히 앞의 장면에서 이 없다면 이 경우에 최곤이 화내는 것에 그렇게까지 감정이입을 못 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 싸가지 없는 놈, 민수가 얼마나 잘 해줬는지 모르고 화나 내냐, 이런 기분이 들었겠죠. 2막이 1막보다 심심하지만, 이런 절묘한 부분들 때문에 저는 2막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2막 마지막 부분에 꼬마의 독창도 좋았어요. 독창에 이어지는 최곤의 윽박도 좋았죠. '야 너! 왜 애를 울려!' ㅋㅋㅋ

결말은 진짜 멋집니다. 아마도 영화의 장면을 재현한 것 같은데(배경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원작을 보지 않았는데도 그대로 상상이 가능했습니다. 아마 원작의 팬들이 좋아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막 커튼콜에는 서비스컷(?)이 있었습니다. 최곤의 팬으로 나오는 밴드 이스트리버가 무려 생음악을 연주해 줍니다. +ㅅ+ 이것도 나중에 집에 와서 알았지만, 영화에 나오는 원곡들을 연주해 준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연주 실력과 노래 실력이 참으로 출중하더군요. -_- 혹시 진짜 인디 밴드 아닙니까?





주인공은 아마도 최곤/ 박민수 두 사람 모두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최곤 역의 캐스트는 고재근 씨였는데 어쩐지 좀 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이 약했습니다. 사실 캐릭터 자체도 조금 흔한 편이지 않나요? 왕년의 추억에 매달려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캐릭터. 거기에 또 조금 아쉬웠던게, 막귀인 제가 들어서 뭐라고 하기 그렇긴 한데, 발성 방식이 가수들이 노래하는 것 같달까... 그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박민수 역의 정성화씨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군데군데 웃음의 포인트를 잊지 않으시고, 능청스러운 연기와 헌신적인 모습을 다 보여주시더군요. 게다가 노래도 엄청 멋지셨음. 살짝 팬되었습니다. *-_-* 사실 어찌보면, 모든 것을 다 걸고 최곤에게 올인하는 민수의 모습이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해합니다.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에게 모든 걸 다 내어주고 싶은 마음, 소중한 사람에게 더럽고 힘든 것을 겪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자신이 믿었던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믿고 싶은 마음, 자신의 신념 하나를 향해 몰두하는 마음을 말이죠. 웃고 있는 얼굴 뒤로 비 내리는 마음이 있지만 그래도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견뎌 나가야 하는 거. 인생이란 그런 거잖아요. 어쩌면 그것이 부모님의 마음일 수도 있고, 소중한 연인의 마음일 수도 있고, 최곤과 민수처럼 친구 간의 진한 우정일 수도 있겠죠...

어찌보면 조금 식상한 갈등과 위기지요. 떠올려보면 드림걸즈와도 비슷하네요. 주인공들이 어렵게 어렵게 성공을 했더니, 성공으로 인한 갈등이 찾아오는. 다만 다른 점이라면, 드림걸즈는 판타지적인 성공 모델이라면, 이 뮤지컬이 그리는 것은 그런 판타지는 아닙니다. 오히려 조금 잘 되던 시절의 추억을 붙들고 사는 수많은 사람에게 주는 작은 희망에 가까운 성취지요. 갈등은 좀 뻔한 편이어서 영화를 안 봐도 뻔할 뻔자 예상이 가능한 이야기였고, 결말은 비밀로 남겨두려 합니다. 혹시 있을까 싶지만 제 리뷰를 보고 한번 뮤지컬이든 영화든 보고싶어지실 분을 위해.. :) 정말정말, 멋진 결말이었거든요.





 나왔더니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다들 저와 같은 마음으로 뮤지컬이 매우 마음에 드셔서 그랬던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아쉬운 건 뮤지컬의 사운드 트랙을 CD로 팔면 살 생각이 있었는데, 팔지 않더군요. 원래 팔지 않는 건가요? 집에 돌아와 홈페이지를 뒤져 봤는데, 홈페이지에서도 들을 수 없고... 아쉬운 마음이 굴뚝같네요. 원래 파는 거라면 마케팅 담당자를 좀 해야...-.-

 티켓도 티켓이지만 프로그램북과 사운드 트랙 등이 판매 수익에 더 큰 일조를 하지 않나요? 기념품도 티켓북과 머그컵, 핸드폰 줄 정도밖에 없던데... 차라리 사운드 트랙을 팔면 샀을 것 같습니다. (위에 썼지만 프로그램북은 이미 업어왔습니다.)

 아무튼지, 뮤지컬 감상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나이먹고 찾아가서 본 뮤지컬인데 정말 잘 봤다고 생각했어요. 1막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어서 나가는데 어떤 사람이 그러더군요. 전화 중이었던 모양인데, '여자친구 생일이라 뮤지컬 보러 왔어.' 라구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내 생일에는 뮤지컬 보러 가야 되는 거구나 :)

 크리스마스에는 발레를 보러 가는 정도로 문화생활에 투자는 하고 있지만 생일에 공연을 보러 간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해봤는데,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올해 생일에는 문화 공연을 봐야겠어요 :D 이런 좋은 기회를 준 티스토리에게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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