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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from 일상/일기 2008. 3. 25. 21:15

요즘 들어 어렴풋이 깨닫고는 있었는데...

저는 중독에 취약한 인간입니다.

뭐든 중독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하나에 중독되면, 그 중독을 떨쳐내기 위해 다른 중독될 거리를 찾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oTL

블로그 중독을 벗어나니 와우 중독.

와우 좀 안해보려고 하니 또 rss리더와 메타블로그 디비는 중...

아... 미치겠네요. ㅠ.ㅠ

이거 완전 수렁 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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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에 다녀왔는데.. 후기는 3월 18일이군요.

사실 후기를 쓸까말까 망설였습니다. 실은 교수님 따님 결혼식이 있어서 -_-;;; break time 이후의 세션 밖에 못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뭐, 갔다고 남겨라도 둘까해서.




 아침에 늦게 일어난데다가 나름 결혼식까지 두탕(?)을 뛰어야하는지라 얼굴에 신경을 쓰느라 이것저것 치덕치덕(...)발랐더니 늦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행사장에 도착한 건 거의 11시가 다 된 시각이었죠.

 선착순 1000명까지 경품을 준다고 들었는데, 1~700등까지는 포스트잇 디스펜서, 701~800등까지는 텀블러, 801~1000등까지는 네이버 스케쥴러를 준다고 했었죠. 저는 포스트잇 디스펜서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고 (아직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사무실이 있는 게 아니니...) 텀블러나 스케쥴러를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9시부터 등록 가능한 행사에 11시에 도착한지라 경품따위 남아있지 않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웬걸, 도착해보니 700등 대였습니다. 덕분에 텀블러 겟 >_<!! ...... 그러나 사실 텀블러는 처음 가져보는데... 뭐에다 쓰죠?;




 keynote1번 끄트머리를 듣다가 슬쩍 빠져나가서 결혼식에 가고...

 후닥닥 돌아와보니 세번째 세션이 시작할 무렵이었스빈다.  C 트랙에 있었는데 꽤 재미있었습니다. 20분 분량의 간략한 세미나라서 그런지, 피곤한 상태에서도 집중력이 유지되더라구요. 사실 좀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을 잘 지키시더군요.

 인상이 깊었던 부분이, 김홍기님의 2달 알바해서 처음으로 산 8만원짜리 판화로 시작해서 갤러리를 운영하게 되셨다는 부분하고,

황진국님의 생각은 원양어업 같아서 한꺼번에 몰려오기에 잘 적어놔야 한다고, '우르르'를 강조하시던 부분이었습니다.

 취미로부터 발전된 직업을 가지면 행복할 것 같아요. 전 평생 살면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하나에 몰입해본 적이 없어서 사실 참 부러운 부분들이었어요. 전 하나에 빠지면 단기간에 푹 빠져서 폐인이 되었다가, 아예 싹 잊어버렸다가... 그런 편이라서-_-; 얄팍하죠 뭐. -_)

네번째 세션에는 애인님이 듣고 싶다고 하여 A 트랙으로 갔는데 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는 내용이기도 했고... 덕분에 중간에 나왔어요. ㅠㅠ;;

 마지막에 공연이 잠시 있고... 조금은 천박한 느낌의 사회자가 경품 추첨을 하더군요. 천박하다고 느낀건, 당첨 번호의 참가자가 자리에 없으면 기뻐하라고 강요를 하길래... 사람 속마음이야 실제로 어떻건 그걸 그렇게 사회자가 조장해야 하나요? -_-?





 솔직한 감상은 이렇습니다. 개인적으로야 텀블러도 받고 얄구진 것들 받고 애인님과 데이트도 하고 좋았지만 블로거라는 집단의 입장에서 볼 때는 별로 유익한 행사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온라인이라는 세계를 그 자체로서 완전무결한 세계로 인식하지 못하고, 오프라인이라는 익숙한 마당으로 끌어내려는 시도 자체가 이미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와, 성별과, 장애와, 인종을 초월하여 그저 '나'라는 존재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떠나서, 수많은 사회문화적 제약이 생성되는 공간으로 모여드는 이유가 뭘까요. 온라인이라는 무제한적인 인간관계의 공간에서, 오프라인 인맥을 쌓으러 나가는 이유가 뭘까요?

 댓글을 통하여 원본글의 저자와 무한한 소통을 나눌수 있는 공간을 떠나서, 일방적으로 강사가 전하는 메시지를 반박없이 들어야만 하는 공간으로 나아가는 이유가 뭘까요?

 무한한 다양성이 존재하는 블로그 세계 속에서 선택받은(?) 연사들은 과연 누구들이었을까요? 그분들 가운데 제가 구독하고 있는 분은 단 한 분, 그외에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 적이 있는 분이 한 분... 저는 블로거 세계의 중심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변두리에 존재하는 사람인가요? 아니, '블로거'란 도대체 누구인가요?

 앞으로 블로거가 모이는 행사니 뭐니 하는 곳에는 가지 않을 것 같아요. 컴퓨터 앞에서 내 블로그에 글을 적는 순간은 나는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지만 오프라인에 나가면 그저 한 떼의 인간 속에 파묻힌 인간 하나가 될 뿐이라는 생각이 절절히 들었거든요.

 좋은 이야기는 블로그에 올라온 글로도 충분히 볼 수 있는데 굳이 거기 가서 나의 의견을 트랙백하지도, 덧글로 남기지도 못할 건데 앉아 있을 필요가 있었는지 싶기도 하고 -_-;




 2400명 정원으로 계획된 행사에 실제 참석자가 1000여명 정도 되는 걸로 보아, 실제 신청자도 2400명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예상으로 한 1300~1400명 신청했지 싶어요.)

 엄격히 시간지켜가며, 고속터미널이라는 지방 사람까지 고려한 좋은 위치에, 좋은 취지에서 훌륭하게 마쳐진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블로거라는 존재들에게는 컨퍼런스라는 기존의 형식이 아닌, 좀더 파격적이고 신선한 시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무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누구나, 정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어야지 어느 날 대한민국 서울 어느 곳, 시간 되고 돈 있는 사람만 참석할 수 있는 곳은 아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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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기

from 일상/일기 2008. 3. 4. 03:23
1.

오랜만에 학교를 갔다.

사실 꼭 갈 필요는 없는데, 연구는 연구실에서 하는 거라고 사람들이 하도 그래서 연구실 가서 하기로 했다.

집에 있어서 안 하는 거는 학교 가서도 안 하고 학교서 할 거는 집에서도 하는데...

오랜만에 갔더니 컴터가 작살나 있었다.

누구 탓할 일도 아니고 오래 안 간 내 잘못이니... 연구실 오빠가 고쳐주긴 했는데 솔직히 맘은 상했다.

아니 그보다, 내 컴퓨터가 성능이 좋은 것도 아닌데 거기서 뭘 뜯어가야 하는 우리 연구실 현실이 좀 불쌍하다.



2.

연구실 가면 심적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나는 누군가 나에게 내뿜는 감정을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필요 이상으로 잘 감지하는 편이고

그 와중에 마이너스를 내뿜는 사람이 있으면 쉽게 피곤해진다.

수더분하게 무시하고 살면 좋은데 그렇게 잘 되지가 않지. 아니, 실은 굉장히 의식하는 편이다. (그래 나 소심하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선후관계가 없을 것도 같지만 나의 반응은 항상 뒤다. 나는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매우 친절한 편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막 앵기는 편이라... 차이는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내가 그 사람을 유별나게 더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기보다는,

이 사람은 나에게 호감이 있으니까 이 정도 까지는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타진이 꽤 여러번 있은 뒤라서다.

나는 사람을 잘 못 사귀는 편이다. 내가 말을 잘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통 이해를 잘 못하지만.

낯을 안 가려서 먼저 인사는 잘 건네고 말도 잘 나누지만

첫 인사 이후에 두번째 인사에는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잘 모르는 편이다.

그건 어릴 적의 트라우마 탓도 있고.

나랑 친해지고 싶으면 그냥 친한 척을 많이 하면 된다. 나는 그러면 그 사람을 좋아한다. 친한가 보다 하고 착각도 한다.

하지만 싫어하면 그냥 나를 피해 주시라. 나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 피할 수 없으면? 견뎌야 하나? 견딜 수가 없으면?

앞으로 긴 인생에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분명히 수없이 많이 있을 텐데 그 때마다 이렇게 괴로워서야 어쩌나.

확 때려치고 다시 집에 쳐박혀 있고 싶지만 연구실 안 가서 생기는 스트레스 < 가서 생기는 스트레스인데 아직은 미묘한 레벨이므로 두고보기로.



3.

결국 오늘 하루는 카페인에 의존해서 보냈다.

커피 한 잔에 내가 해내는 일의 양이 꽤 많이 늘어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오늘 해치운 걸 생각해보니 거의 일주일치 일이다.

하루에 한 가지쯤 하고 나면 지쳐서 늘어질 일을 다섯 개쯤 한 듯 싶다.

우울하다. 커피를 마신다고 내가 슈퍼 우먼이 되는 게 아니다.

그냥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우둔하고 멍청하고 둔하며 게으른 인간이라, 보통 사람의 1/5 밖에 못 하는 거다.



4.

시사회 갔다 왔다. 오자마자 감상문 쓰고 일찍 잤으면 좋았을 걸, 벌써 세 시인데 이딴 거나 쓰고 있다.

오늘도 늦게 자는 구나 하는 기분에 우울 + 오늘의 일이 내일로 미뤄져서 우울.

이럴 때는 나를 파묻어버리고 싶다.

아, 저녁으로 먹은 소렌토는 갈 때마다 화가 나는 식당이다. 덕분에 우울 * 1.414....

더럽게 비싼데 정말 맛이 없다.



5.

연구실에서는 월급도 안 주는데 (그거야 출근을 안하니깐 그렇다 치고) 아버지가 용돈을 안 주신다.

내 생각에 자동이체 끝났는데 말을 안 하니 모르시는 것 같다. 일부러 안 주실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용돈 주세요, 하자니 이젠 진짜 우울하다. 내 나이가 몇 개인데...

그래서 그냥 있는 돈 까먹으며 지내고 있다. 해야하는 (그것도 돈은 안나오는) 일만 있는 백수의 기분이다. 최악.

돈도 없는데, 2년 동안 옷을 별로 안 샀더니 입을 게 없다.

구두도 적어도 두 켤레에서 로테이션 하고 싶은 기분인데...

화장품도 간당간당하고..

적은 수입으로 사는 법은 아는데 수입이 전혀 없을 때의 사는 방법은 모르겠다.

아끼는 건 좋은데 그래도 돈이 있을 때 옷을 사는 게 나은 것 같다.

있을 때 안 사면 돈이 없을 땐 못 사니 아예 옷이 없어 진짜 추레하다.



6.

블로거 컨퍼런스 날에 교수님 따님이 결혼을 하신다고 한다.

난 세워둔 계획이 무너지는 게 너무 싫다.

세상이 맘먹은 대로 안 된다고 땡깡부리는 것 같아 유치하군.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



7.

모자란 것 없이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도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마음에 뚫린 시커먼 구멍은 메울 방법이 없나보다.

이만큼 사랑받고 있는데 안 되면 영원히 안 되는 거겠지.

아무리 화려하게 포장하여 덮어놓아도, 살짝만 건드리면 다시 갈라져 검은 것을 펑펑 뱉어낸다.




8.

우울하다는 글 정말 쓰기 싫고 남들에게도 불쾌한 글이고 내가 다시 봐도 화만 날 거라는 거 아는데

그래도 견딜 수가 없다.

외로운 것도, 힘든 것도, 절망적인 것도 아니다. 그냥 괴롭다. 마음에 병이 났나보다.

그리고 나는 내일도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하루를 보내겠지.

나의 나를 기만하는 능력에 치가 떨린다. 자기 혐오 중.




그래도 쓰고 나니 한결 낫군. 악몽을 꾸느니 추한 일기를 보는 게 낫다는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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