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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도 근황.

from 일상/일기 2012. 1. 2. 22:52

 정초부터 뭔가 일이 많았다.

 새해 첫날부터 지각도 해주고 (...)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났는데 지각이 되는 이유는 뭐지 ..........

 만성 지각 증후군인가 ...





 지난 주에는 엄마 생신이라 친정에 가고. 이번 주말에는 시댁쪽 친가에서 신정을 쇠시는지라 그 쪽을 다녀왔다.

 꽤 피곤할 것 같았는데 - 실제로도 피곤해서 어제 12시 땡치자 마자 잤다 - 오늘 회사에 가니 꽤 컨디션이 좋았다. 묘한 일이었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나 나를 리프레시 한 걸까?

 작년엔 제대로 쉬지를 못했고 더군다나 12월엔 주말마다 계속 일이 있어서 피로가 누적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난 쉬지 않으면 좀처럼 충전이 되지 않는 타입이라 생각하고 항상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피곤한 건 몸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버전 관리를 한다고 하는데도  100% 실수는 아니고 몰랐던 부분도 있던 탓이지만 아무튼 버전관리 미스로 새로 패치를 할 일이 생겼다. 최대한 일을 적게(?) 하려고 하다보니 코딩하는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이 버전관리 프로그램을 배우는 일에 투자되었다. 덕분에 오늘 하루는 거의 svn 실전적 실습의 시간.

 오늘 해본 것들이

1. 구버전을 이용한 새로운 브랜치 생성
 브랜칭 자체는 이전에도 한 번 해보긴 했는데, 그것은 말 그대로 새로운 시작을 위한 거였기 때문에 '최신' 버전을 브랜치 했었다. 릴리즈 된 버전을 찾아 구버전을 브랜치 해본 것은 처음.

svn copy $대상저장소 -r $버전 $목표저장소

2. 서로 다른 브랜치 간의 버전을 비교
브랜칭을 하고 나서 원본을 제대로 가져왔는지 확인하느라고 해봤다.

svn diff --old=$대상저장소 -r $버전 --new=$목표저장소

저장소가 아닌 현재 버전도 이렇게 (다른 브랜치와) 비교가 가능한데... --new에만 되던가 --old에만 되던가 급 기억이 안 난다 -_-; 아무튼 현재버전이 둘 중 한 옵션을 줘야지만 가능했다.

3. 다른 브랜치의 버전간의 diff를 현재의 브랜치에 적용
브랜칭 하고 원래 해야하는 개발을 하고 그리고 개발 중인 버전들에 적용된 패치를 가져와서 적용해보았다. 남편은 이것을 체리피킹이라고 불렀다.

svn diff -r $대상패치-1:$대상패치 $대상저장소 --dry-run
svn diff -r $대상패치-1:$대상패치 $대상저장소

--dry-run 하면 가짜로 한번 머지해보고 어떤 파일이 변경될 지, 어떤 파일이 충돌할 지 등을 알려준다.


결과적으로는 공부하는데 들인 시간을 제외하고도 꽤 시간을 많이 번 것 같다.

 확실히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시간이 없으니 뭔가 궁금해지면 그걸 공부하고 이해하는데 시간을 투입할 여유가 생기는 것이 좋다. 아니 사실 필요에 의해 무언가를 찾아서 공부하는 것을 학교를 떠나고 나서야 배웠다는 게 좀 부끄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새해 결심 같은 것은 1월이 지나야 세워지려나...

 요새 강하게 느끼는 일 중 하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ㅋ

 말장난 같지만 스트레스 받을 만한 상황 - 문제가 생겼거나 잘 안되고 있거나 일이 너무 쌓여서 - 이 되었을 때 괜찮아 별 것 아니야 라고 한번 웃기만 해도 문제가 잘 해결이 된다고 해야하나. 회사에서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분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게, 정말 저런 상황이 스트레스도 아닌가 싶게 허허 웃고 넘기신다. 나도 따라해봐야지 싶어서 해보고 있는데 효과가 꽤 좋다.

 남편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스트레스 받는 일을 말 하면 대체로 남편이 다 해결해준다.(...)  서로의 문제를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우리는 천생연분이랄까. 물론 내가 도움되는 경우 <<< 남편이 도움되는 경우이지만. 허허허.





 신정에 시큰아버님 댁에 다녀와서 시간이 남아서 시부모님+아가씨와 우리 집에 와서 사진이나 보고 놀았다. 지난 주에 집안일을 완전 대박 하나도 안했는데 그래도 어떻게 10분만 치울게요 하고 먼저 들어와서 쪼매 치웠더니 사람 사는(?) 집이 되었다. 어머님이 얘네 완전 깨끗해~ 라며 감탄사를 늘어놓으셨다. 음. 진심이실리는 없지만 아무튼 어머님 또 오시라고 해도 되겠다 라고 자신감이 생겼닼. 이렇게 어머님께 길들여져가고 있다(!?)

 넓은 집에 사느라 경제적으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인데 효과는 투자할 만하다 싶다. 하지만 비용은 음...ㅋ  그래도 정신적으로 만족스러우니까. 사실 제일 비싼 수입원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나 자신의 정신 건강에 투자하는 비용이 제일 중요하다 싶다.

 월간 생활비를 계산해보니 확실히 엄청난 비용이긴 하다. 관리비 + 자동차 유지비 + 스마트폰 요금 + 대출이자. 공과금에 속하는 분류만도 80만원이나 된다. 과연. 사람들이 없애라고 하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 올해는 좀 안정이 될 것처럼 보이니.. 가계부도 다시 쓰고 잘 해보아야지. 일단 엄청난 대출 이자부터 해결하고(...)

 아.. 아직 보험도 내고 있지 않은데 보험까지 하면 으으으.

 과연. 결혼하니 뭔가 관심사와 화제 모든 것이 엄청나게 달라지고 있다.

 그래도 뭔가 자유롭고 행복하다. 어른이란 거, 꽤 좋은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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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일상/일기 2011. 12. 27. 22:55

 회사의 휴게실에는 흥미로운 책들이 꽤 있는데, 처음 입사하고 휴게실의 책들을 발견하고는 꽤 즐거웠다. 꾸준히 읽어보려 했는데 작심삼일. 두 권 정도 읽은 것 같다.

 오늘 또 한 권을 빌려왔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요즘은 좀처럼 성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내가 '가지고 싶었던' 것들은 거의 다 가졌다. 몇 가지가 더 있는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고. 뭐 그냥 있으면 좋고. 다른 걸 희생하면서 까지 갖고 싶지는 않은 것들이 남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성공을 하고 싶다는 욕망은 있다.
 
 정체되는 기분은 싫다. 사실 좀 더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가 필요하다고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거대 프로젝트 - 결혼이라던지 이사 - 가 너무 커서 그런 것들을 해결하고 생각해야겠다고 미뤄왔다.

 모든 것은 항상 때가 있다는 느낌이다. 결혼도 진작에 하고 싶었지만 지금이 그 타이밍이었고, 취직도 진작에 했어야 했지만 올해가 그 타이밍이었다. 물론 더 좋은 조건의 더 나은 환경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회사가 나에게 준 것들은 모든 것이 최고다. 지금 이 순간에 만난 이 책까지도. 사실 지금이 내 인생의 '성공'에 대해 물어보기에 얼마나 좋은 타이밍인가 말이다.





### 직업

 아직도 나는 직장을 결정하는 가장 좋은 조건들에 대해서 분명한 기준을 정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 회사를 내 첫 직장으로 한 것은 정말 잘한,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고, 만족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며 웃는 표정을 짓는다는 것, 사람들이 나에게 적대감 보다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를 발견할 때마다 내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처음 입사했을 때의 야심과 각오는 많이 약해졌다. 그래도 성과도 많이 거두었다. 처음 입사할 때 회사의 규모나 이런 부분에 대한 불만도 없잖아 있었지만 야심이 많았다. 회사를 성장시키고 나도 성장하리라고 생각했고,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생각보다도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았고 공부해야할 것이 많았다. 전같으면 모르는 것이 있으면 도망가고 싶어하던 내가, 긍정적인 각오 덕분에 적극적으로 찾아보다 보니 모르는 것을 혼자 찾고 연구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질문을 만들고 답을 구해나가는 과정은 사실 굉장히 즐거운 것이었다. 성적도 좋고 공부도 좋아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였다.

 어렸을 때는 무언가를 궁금해해도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았고, 사실 많은 것들을 궁금해지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호기심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고 거기서부터 사고를 확장하는 경험을 거의 해보질 못했다. 다행히도 문제를 진단하는 것에는 재능이 있었기에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어떻게 어떻게 잘 지나올 수 있었지만 대학원이라는 문턱에서 덜컥 걸리고 말았다. 대학원은 꽤나 뼈저린 판단 미스였다.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당시의 내가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도 몰랐으며, 각오보다는 두려움이, 공부를 해보겠다는 의지보다는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는 것을. 이제사 공부라는 것이 무엇인지, 호기심이 무엇인지, 연구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니.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하겠지만, 이미 한 번 실패를 했으므로 정말로 궁금한 것이 생겨서 견디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것을 아무도 해결해놓지 않은 것을 발견하기 전에는 학업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남들이 알고 있는 것 중에서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 남편

 오늘 회사에서 빌려온 책을 읽다가 지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나열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요새 머릿속에 든 게 많아서 주절주절 적어나가다가, 무려 관심사를 13개나 적어놓고 그 목록에 남편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한 때는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는데. 적어놓은 리스트의 맨 위에 남편이라고 쓰고 생각했다. 남편이 정말 중요한 요소였는데, 남편이 날 괴롭히는 점이 없어지니 관심의 저편으로 날려버렸구나.

 어렸을 때, 아마도 한 열 살 무렵에 나는 내 인생의 중요한 목표를 배우자를 찾는 것으로 정했다. 부모님의 관계를 보며 무언가 대단히 부러웠다. 강하게 결심할만큼. 그래서 나는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을 배우자로 갖겠다고 정했다. 부부가 직장 생활을 깊이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은 정말 좋은 것이다. (같은 직장에 다녀야할 정도는 아니고.) 십대 중반을 지나면서도 중요한 목표는 변함이 없었고 대신 약간 조정되었다. 나와 성향이 비슷해야할 것. 그 무렵엔 부모님 사이가 많이 좋지 않았다. 내향적인 성향에, 불안심리가 있는 아빠와, 외향적이고 대외적인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엄마는 잘 맞지 않았다. 나는 두 분 사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고,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배우자라는 목표와 그 관계가 중요한 것이었고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

 비교가 참 의미가 없긴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성공적으로 연애와 결혼을 했다고 한다면, 아마도 남들보다 일찍 목표를 정해서가 아닐까? 비교적 쉽게 얻었지만, 오래 원한 것이니까 잘 유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성실하고 착하고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남편님에게 애정과 관심을 돌려줄 수 있도록. 그리하여 그 애정을 영원히 잃지 않도록.



### 가정

 분명히 어렸을 때의 나는 애정결핍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애정결핍이 사라진 것은 고3때였다. 엄마에게 커리어는 중요한 것이었고, 사실 엄마는 모성애가 넘치는 타입은 아니었다. 특별히 다른 사람의 관심을 많이 필요로 하는 아이였던 나는 꽤나 엄마의 애정에 굶주려 있었다. 그런데 나의 고3 동안 엄마는 평소답지 않았다. 나는 할머니가 집안일을 그만두신 이후로 거의 먹지못했던 (그리고 대학다니면서도 먹지못한) 아침밥을 먹고 다녔다. 엄마는 아침마다 학교에 태워다주고 저녁마다 태우러 오셨다. 학교의 야자실에서 공부하는 나를 위해 매일 저녁 도시락을 싸셨다. 나의 수다를 들어주기 위해 매주 일요일 같이 찜질방에 가기도 했다. 거기서 거의 4시간씩 엄마랑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에 하루는 놀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스트레스인 고3이 나에겐 인생의 황금기였다.
 엄마는 딱히 나의 고3 성적에 대해 스트레스를 주진 않았다. 사실 거의 궁금해하시지도 않았던 것 같다. 엄마가 해 준 일에 대해서는 대단하다고 평가하고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지금도 무슨 대단한 각오로 헌신하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는 엄마 특유의 성격으로 집중력있게 엄마의 역할에 성실하셨던 것뿐.

 그 때가 지나니 애정결핍, 외로움, 그런 것들이 사라졌다. 엄마는 나에겐 언제나 멋진 사람이다. 엄마의 직업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 가정에 대한 다소간의 방만함, 그렇지만 필요한 때 발휘할 수 있는 추진력과 집중력을 존경한다. 난 아이들에게 언제나 본받을 만한, 가장 필요할 때 옆에 있어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될 수 있으려나.



### 전진

 내일 모레 서른이 되는 지금에도 나는 아직도 새로운 진로를 꿈꾼다. 십대의 나에게는 없었던 목표이다. 무엇이 되고 싶다거나, 되어야겠다거나 그런 것을 꿈꾸기에 그 때의 나는 너무 외로웠다. 인간은 안전하고 배고프지 않아야 꿈을 꿀 수 있다.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은 개발자이고 당분간 개발자일 것이고 개발을 좋아하지만 영원히 개발자로 지내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나의 나침반이 정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고 있는 중이지만. 영원히 그렇게 헤매진 않겠지.

 어디선가 좋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 자기 분야에서 어떤 성취를 이루고 싶으면 자기 분야의 책 100권을 읽으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한발 더 나아가고 싶으면 위인전을 100권을 읽으라나. 좋은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한번도 인생의 롤모델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100권쯤 읽으면 한 명 발견할 수 있을지도.

 20대에 접어들어 다른 사람들을 보며 그 삶의 에너지가 부러웠다. 열심히 사는 친구들을 보며 느낀 것은, 바라는 게 없으면 얻어지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간절하지 않으면 추진력도 없다. 욕망하지 않으면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하지만 올바르게 욕망하는 것, 지속적으로 원하는 것, 한순간의 소유로 끝나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너무나 아득하다. 지속적으로 그런 것을 찾는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으려나? 좀더 궁극적이고 영원하며 추구할만한 것을 찾아 보자.





 대략 이 정도면 20대의 정리로 충분하려나. 30대와 그 이후는 앞으로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단기적으로, 내년에는 1주일에 한 권 이상의 독서와 한달에 한 권 이상의 독후감 쓰기를 목표로 해 두자.





 바라는 게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주변 사람들이 적어도 한 순간은 나로 인해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로 인해 질투와 불행과 소외를 느끼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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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from 일상/일기 2011. 12. 24. 02:01
하고 싶은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꽤 흔한 변명인데, 물리적 시간 보다는 사용 가능한 학습 시간이 부족하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은 대부분 과몰입 상태일 때가 많고 서너시간 걸릴 일을 한 시간 동안 약간 고양된 상태로 하고 나면 진이 빠져 나머지 세시간을 다운된 상태로 멍하니 보내곤 한다. (이 글을 회사분들이 보지는 않겠지...)

퇴근한 남편님이 멍하니 웹서핑만 하는 걸 보고 이해를 못했었는데 지금은 250% 공감. 하고 싶은 걸 이것 저것 생각해 놓고 집에 와선 멍때리고 tv보다가 남편님이 주는 밥 먹고 설거지 하고 아이폰 조금 만지작 거리고 잔다. 남은 시간은 어떤날은 청소, 어떤날은 장보기, 어떤날은 웹서핑 정도로 사라진다.

이십대 후반이 된 뒤로 한 번도 새해 목표를 세우질않았다. 내년이면 서른이라 오래간만에 새해 다짐 같은 것도 하고 싶은데 곰곰 생각할 시간(실은 맑은 상태의 머리가)이 없다.

회사에 다니는 것은 좋다. 솔직히 와우할때가 더 심한 중노동이 아니었을까? 급여는 대략 대륙의 죄수 수준이고 하루 14시간은 일아닌 일을 했던 것 같다-_-;;; 그게 하드코어하게 하면 할 수록 생계유지(?)가 중노동화되는 게임이다보면.... 적어도 회사는 하루8시간 근무에 급여도 한국 it수준은 주고 나름 보람도 있고 정신적 안정도 있고 규칙적인 삶과 세끼식사로 건강도... 물론 정신노동의 강도가 훨씬 높지만 세상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지...

어쨌든 20대를 방황하며 보내고 나서 올해 막판 벼락치기로 이것 저것 많이 했다. 결혼도 하고 취직도 하고 이사도 하고 집들이도 했다. 모든 것이 마음 같이 잘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자유여행으로 다녀온 신혼여행은 즐거웠다. 약간의 책임감과 모험심, 그리고 남편과 함께 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신뢰가 생겼다.

그러고보면 10대의 나도 똑같았다. 만화를 그리고 게임을 하고 조금쯤은 중2병의 수다를 떨며, 즐겁게 살아놓고 막판 고3 벼락치기 - 10대 전체로 보자면 - 를 했던 셈이 아닌가?!

모든 건 그렇게 느리고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제 갈길로 간다. 부모님에게 내가 마음에 드는 딸일지 아닐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분들이 나를 기르시며 분명히 원하시던 한 가지는 이루었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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