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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친정 나들이에 자신감이 붙었는지 조금 무리한 일정을 잡았다가 대실패하고 말았다.
오늘 일정은 내 산부인과 검진 (6주 마지막 검진) + 망고의 50일 촬영.
문제는 서울에서 분당, 분당에서 용인에 가는 빡신 거리였던 것 같다. 차라리 더 멀거나 하면 모르는데 애매모호하게 30~40분 거리라서 차에서 자고 일어나면 잠이 방해받는 거리였던듯.
병원에 가는 것은 크게 문제는 없었다. 집에서 나갈때 뭔 이상한 낌새를 챘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그때부터 잠이 부족했을지도?) 떠나가라 울기 시작했다. 어찌저찌 달래서 차에 태웠고 차에 타자마자 잘 잤다.
이래서 안심을 했는데, 병원에 가서 차에서 내리니 아빠 어깨에 들러붙어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내려놓으려고 하면 보채기 시작.) 젖 먹어야 되나 싶었는데, 스르륵 잠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푹 잠들진 못하고 자꾸 깨면서 졸려했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도 먹을동 말동 해서 먹여보다 못 먹이고 병원에 왔는데, 병원에서도 약간 먹고 또 잠들어버렸다.
바로 스튜디오 이동 해야해서 병원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는데 깨서 말똥말똥 하고 울똥말똥 하더니 또 차에 타니 잤다. 병원에서 먹었고 차에서 자서 안심했는데 웬걸...
스튜디오에 도착해보니 어수선하기가 그지없었다. 계속 졸려하는 것 같아서 안 깨우려고 카시트 바구니째 이동을 했는데, 스튜디오가 어수선하다보니 자꾸 깼다. 몇번을 카시트에서 잠들려고 시도를 했지만 너무 시끄러워서 도저히 잘 수 없어 하는 것 같았다. 워낙에... 우리애는 예민해요 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은데 - 그 말이 가지는 세뇌효과 때문에 - 솔직히 조금 소음에 민감한 건 사실이고 문제는 백일 촬영을 하면서 어른인 나도 시끄러워서 스트레스 받을만한 정도의 소음으로 'xx야 여기봐 여기,' 라고 시끄럽게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잠 들 수가 있나. 곧 깨어나고 말았다.
그래도 그 상태에서도 깬 직후에는 웃어도 주고 10~20분 정도는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솔직히 신생아라 잠깬 직후 30분 정도나 컨디션 좋고 그 정도 놀고 나면 잠투정 시작되고 한두시간 자야 그제사 다시 사이클 시작인데 옷 가지러 간다는 사람은 감감 무소식이고 앞에 사진찍고 있는 아이들이 셋이 있고... 그나마 다른 아이들은 돌, 백일 이정도라 잘 기다리고 있는데 50일짜리 신생아에겐 인내심이란 없었다.
옷 딱 갈아입히는 순간부터 떠나가라 울기 시작해서, 엄마 아빠는 달랠 능력이 없는 무능한 존재라는 걸 여실히 증명해주었다. 재워보아라 먹여보아라 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배가 무쟈게 고플때도 졸리면 제대로 먹지 못하고 먹다 잠들어버리는 앤데 엄청나게 졸렸던 것 같다. 젖은 물려도 안물고, 공갈젖꼭지도 싫어하고... 거의 무적인 딸랑이도 소용이 없었다. 재우기엔 너무 소란한 상태. 차에 가서 재워보라는데 그렇게라도 해볼 걸 그랬다. 하지만 그 때는 애가 너무 울어서 정신이 이미 없는 상태였다. 이래저래 달래보다 안 되어서 다음에 찍는다고 하고 그냥 데리고 나왔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예약금까지 받아놓고 상황 개판인걸 보고 환불받아가려고 했는데 자기들 입장에서는 환불은 해 줄 수 없었는지 다음주 첫탐보다 30분 일찍 오면 다시 촬영해주겠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50일 촬영까지는 무료를 빙자한 싸구려고 (내입장에서는 10만원 ㅠ_ㅠ) 백일, 돌은 돈을 많이 냈을테니 아무래도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겠구나 싶기도 하고.
카시트에 얹었을때만 해도 계속 우는 상태였는데 들고 스튜디오밖으로 나오는 순간 뚝 그쳤다. -_-; (역시 소음이 스트레스였던 듯) 차에 실어도 안 울고.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한 30여분 자고 깨어나더니 카시트 안에서 애교를 잠깐 부리고는 안 잤다.
집에 와서는 힘들었는지 엄청나게 싸고 엄청나게 먹고 엄청나게 토한 다음 한 시간 정도 계속 뒤척이며 힘들어 하다가 7시쯤 잠든 것 같다. 난 애보다 먼저 기절해서 애보다 먼저 깨어남... -.-;;;
자기전에 토로 범벅을 하기도 했고, 4시간 내리 자니 어차피 먹여야겠기도 하고 해서 목욕시키고 길게 재울려고 인터넷에서 신생아 깨우는 법을 검색해서 보고 따라해 보았다. 방에 스탠드를 켜서 조금은 밝으면서도 눈부시지 않게 해놓고 뒤척이고 있을때 살살 말 걸면서 바지랑 손싸개 벗겼다. 눈 안뜨고 꿈뻑꿈뻑 깰동말동하고 있길래 조심스레 안아 올리고 목욕하자고 꼬셨더니 잠에서 깼으나 도로 자려고. 그 틈을 타서 재빨리 얼굴부터 닦았더니 잠이 깨어서 조용히 목욕을 하고 엄마아빠를 보며 폭풍 애교를 또 선보이고, 그 틈에 재빨리 먹였더니 다시 꿈나라로.
스케쥴이 무리였는지, 잠을 제대로 못 재워서 문제인 건지... 차 안에서 계속 잘 자길래 설마 잠투정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친정에 갔을 때도 내가 본 건 아니지만 일단 도착해서는 거의 한시간 가까이 방글거리며 잘 놀았다고 해서 비슷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직은 너무 어린 아기라 문제였는지, 아니면 병원에 들렀다가 가는 일정이 문제였는지. 병원에서도 졸려했는데... 1시간 거리가 너무 멀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집에 와서 나까지도 뻗은걸 보면... 어디서 어떤 부분이 뭔가 되게 피곤했는데 그게 어느 지점인지 잘 모르겠다. 난 밤에 너무 늦게잔 탓인가... 애가 새벽 4시부터 뭔가 뒤척거리며 잘 못잤는데 그 탓인가. 어제 곰팡이 치운다고 소동한 것이 힘들었나... 곰팡이 포자가 날려서 숙면을 취할 수 없었나...ㅠㅠ 뭔지 모르겠다.
내일은 조리원 연계 스튜디오 촬영을 하기로 했는데 이걸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된다. 성장앨범은 별로 특이사항이 없으면 해 주려고 했었는데... 병원 연계는 일단 너무 멀고 오늘 상황을 보니 별로 내키지가 않아졌다. 아니 애초에 성장앨범이 그냥 내 욕심인가?... 얼마전 친정 갔을때 엄마가 찍어준 것도 충분히 이쁜데... 낯선 사람이 짧은 시간 찍어주는 게 예쁘게 나올까 싶기도 하고.
애는 집에 와서 졸리면 눈썹이 빨개지도록 눈과 눈썹을 긁고 머리 속을 긁고 그 손을 빠는데 마음이 너무 심란하다. 잠들기 전에도 그러고 잠이 든 상태에서도 종종 긁다가 잠에서 깬다. 이게 그냥 정상적인 아동 발달인지, 아니면 내가 걱정하는 것처럼 뭔가가 가려운 것이 있는 건지... 건조해서 그런건지. 태열이 올라왔을 땐 태열인가보다 했는데 태열은 오히려 거의 올라오지 않는 요즘에도 계속 긁는다. 그게 참 이상한게 실내온도 25~26도에서도 태열 가득하고 괴로워 하더니 요즘은 실내온도 28도에서도 바람 많이 치는 곳에 두면 추워하고 태열이 쏙 들어간다. 물론 사계절용 옷 입혀두던 때랑 달리 요즘은 얇은 7부(라지만 80호라서 9부처럼 보인다...)만 입혀놔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저렇게 추워(?)한단 말인가...
집에 와서 보면 코딱지도 자꾸 생기고... 가만히 자다가도 갑자기 목에서 뭔가 꺽꺽 하고 걸리는 듯한 소리도 내고. 마음이 너무 심란한데 도와줄 방법이 없는 것이 슬프다. 난 내 자식의 알레르기 같은 건 잘 관리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침구를 자주 바꾸고 환기도 하고 열심히 하는데도 소용이 없는게... 동네 공기가 안좋은지. ㅠㅠ 곰팡이가 문제인지... 혹은 청소를 잘 못해서?
+ 신기능 : 어제부터 침대에서 이동하기 기능이 추가됐다. 아직 덥기도 하고 애가 작기도 해서 범퍼를 안했는데 어제는 침대 살 사이로 발이 빠져서(정확히는 지가 내밀어서) 깜짝. 떨어질까 싶어 무조건 막아놓고 재우긴 한데. 낮에 어른 침대에 눕혀놓으면 뭔가 처음 눕힌거에서 많이 벗어나있기도 하고 그렇다. 아기침대에는 범퍼를 장착해야할듯... 오늘 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뭔가 파김치다. ㅠ_ㅠ
+ 엄마의 스킬 : 자는 아기를 불쾌하지 않게 잘 깨워서 목욕시키고 먹이고 기분좋게 만들어 재우는 방법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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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방선거 날이라서 남편이 집에 있는 틈을 타 그간 눈엣가시였던 충치를 치료하러 치과에 가기로 했다.
치과는 친정 근처에 10년 가까이 다녔고, 개인적으로는 중학교때 이미 신경치료를 했던 치아라 발치해야 한다던 치아를 신경 치료 다시 해서 크라운으로 살려준 치과라서... 다른 곳에 갈 마음이 별로 안 든다. (처음 치료 할 당시에도, 너무 어릴때 하는 치료라서 성인이 된 뒤에 다시 치료해야할 것이라는 말을 들은 치아였다.)
문제는 차로 30분 거리 친정... 대중교통으로 갔다가는 서너시간 걸릴 것이라 혼자 다녀올 수도 없는 상황. 게다가 6주 급성장기로 추정되는 망고는 1시간 반 간격으로 먹고 잠도 거의 자지 않고 시종일관 보채고 안아달라고 떼쓰는 상황이라 남편 혼자 보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그래서 과감하게 애를 데리고 친정에 가서, 남편하고 애는 친정에 있고 나는 치과 치료를 받기로 했다.
아침부터 외출하려고 준비하니 할일이 상당히 많았다. 망고는 평소처럼 새벽에 심하게 뒤척였고 (속싸개가 꽤 더웠던 모양이다...) 덕분에 아침일찍 일어나서 투표는 마쳤다.
뭔가.. 처음 병원 갔을때는 대충 기저귀, 물티슈, 가제수건 정도 들고 가면 되어서 별 생각 안 했는데 막상 추려보니 짐이 꽤 됐다.
엄마 집에 실례하면 안되니까 방수요, 또 토하면 젖은 옷 입고 있을 수 없으니까 여벌 옷, 엄마가 없을 때 배고플 수도 있으니까 소독된 젖병, 떠나가라 울면 다들 당황할테니까 울음을 그칠 딸랑이, 안아줄 사람 옷 버리면 안되니까 사용할 천, 혹시 잠투정할까봐 챙긴 노리개젖꼭지 등등.
이렇게 이것저것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챙기다가 그만!...ㅋ 잠투정하면서 먹을까봐 굳이 2봉지로 나눠서 65씩 유축한 모유를 놓고오고 말았다... 심지어 스틱 분유도 안챙겼다...으하하하... 그리고 그 사실이 돌아가기도 애매해져버린 올림픽 대로 위에서 기억남.
다행히 먹여놓고 출발한 데다가, 도로에 차가 없어서 30분만에 병원에 도착했다. 가능한 빨리 끝내려고 병원 앞에서 내려달라고 해서 병원에 가고 애와 아빠는 친정으로.
병원은 예약제인데 내가 좀 급하다고 해서 예약 없이 받아준 거라서 조금 기다려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30분도 기다리지 않았다.
다만 쉬는 날이라 그런지 병원은 환자 대폭발. 검진 결과, 나는 레진으로 때울 견적을 받았는데 치료까지는 또다시 1시간 남짓 대기를 해야 한다고. 그래서 차라리 집에 갔다가 오겠다고 했다.
오래간만에 걸어서 집까지 갔는데 걸어서 10분... 아파트들이 다 재건축되었지만 그래도 중학교때 집에 가던 하교길로 걸어가보았다. 살짝 돌아가긴 하지만 내리막을 가지 않으므로 오르막 경사가 덜한... 늘상 친정에 가면 생각하지만 동네 공기가 뭔가 깨끗함. 나무가 많아서 그런지 뭔지. 아파트 사이로 걸어가는데 날씨도 적당히 좋고 공기도 깨끗해서 기분이 상큼했다.
망고는 친정에서 폭풍옹알이와 애교를 선보이고 다행히 배고파 하지는 않고 있다가 내가 도착할 무렵에 마구 울었다고 한다. 덕분에 왕창 먹여놓고 엄마가 챙겨주는 떡도 먹고 남편이 치과에 태워다주기까지 했다. 잠깐 그 병원까지 차로 5분거리 가는데도 그래도 둘이 외출하니 기분이 다르긴 했다. ;ㅁ; 애초에 차에 앉는 위치가 다르니까. 남편과 부인 사이가 애아빠와 애엄마 사이가 되어버린듯한...
치료가 10분밖에 안 걸려서 온 김에 스케일링까지 받고 집에 다시 돌아왔다. 자다깨다 잘 있었으나 슬슬 안자기 시작... 걱정이 되었다. 엄마는 항상 처음엔 이래저래 잘 챙겨주다가 갑자기 사진기를 꺼내면 이성을 잃고 사진에 집착하기 시작하신다. 오후 3시쯤 되어, 집을 나온게 10시도 안되서인데... 무쟈게 피곤해져서 집에 가겠다고 말을 꺼냈는데 계속 사진 찍는데 골몰하는 엄마에게 조금 짜증을 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살짝 잠투정을 할 기미가 보였는데 다행히 차에 태우니까 조용히 앉아있었다. 출발하자 딸꾹질을 해서 살짝 걱정했지만, 다행히 중간에 잠들어서 집 근처까지 잘 왔다. 막판에 기저귀 때문에 빽빽 울긴 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는 순조롭고 수월한 하루였다.
사실 나나 남편이 애를 보는 건 거의 버티기 개념에 가까워서 어머님이나 엄마가 있는게 나쁘지는 않다. 조금 더 뇌에 자극이 되지 않을까 하고. 엄마는 솔직히 말해서 사진기를 꺼내면 이성을 잃어서 좀 그렇긴 한데... 오늘은 친정에 육아의 달인이신 할머니가 와 계셔서 괜찮았다. 애를 재우기도 하시고 놀아주시기도 하고.
몸은 피곤해도 정신적으로는 꽤 ok.
2.
그나저나... 솔직히 망고가 별나게 미인은 아니고 또 한 몸무게 했던지라 너무 넙대대하게 나와서 사진을 많이 안찍었었는데 별로 많지 않은 사진이나마 보면 꽤 아쉽다. 처음에는 그저 낯선 아기 얼굴이라서 별로 안예뻐보였지만... 이제는 '아는 사람'의 얼굴이 되다보니 못생긴 표정까지도 의미가 생긴 것이다. 기록이 너무나 많아져서 다 돌아볼 수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짠하다.
3.
언제부터인가 침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질질 수준이 됐다. 뭐 침이야 애니까 흘릴 수 있는데 문제는 가끔... 자기 침에 자기가 사레들림.;; 노리개젖꼭지 빨다가 자기 침에 사레들리는 거 보니까 당혹스럽다.
4.
100일은 지나야 괜찮아진다고 했지만 또 언제부터인가 사출까지 다 꿀떡꿀떡 받아먹게 됐다. 1시간 반 간격 수유는 여전하지만 한탐은 조금 먹고 자는 시간이고 한탐은 길게 먹는 시간이다. 먹다가 잠들어버릴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잠깐 졸았다 깨어나서 다시 먹거나 논다. 전자의 경우는 사레들려 자지러지게 우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이제 엔간한 사출은 다 먹는다. 꿀떡꿀떡 목에 넘어가는거 보면 뿌듯하다.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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