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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왠지 모르게 심통심통 하고 있더라니 종일 잠도 안잘려고 하고 졸려서 짜증을 부렸다. 


 게다가 할머니는 바닥 생활 조금 걱정을 했는데 다리에 부담을 안주려고 허리를 많이 쓰셨다며 허리가 아프시다고 하셨다. 집에 있던 작은 전기장판까지 빌려드렸는데... 괜찮으실지 걱정. 마음만은 50대이셔서 치료실(?) 가서 조금 치료받으면 낫는다 하고 가셨는데 그리 아프시면서도 수요예배 가신다고 하시니... 


 종일 혼자 누워있기 싫다 빨리 나를 안아라, 잠이 쏟아지니 누워있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잘거라고는 생각을 말아라 이런 분위기로 버티고 있으니, 너무 힘들어서 결국은 계속 젖을 물렸다. 재우려는 목적도 있고 먹이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오후 4시쯤 되니 너무 힘들어서... 거실에서 옆에 끼고 젖먹이고 나도 누워있다 그만 졸았다. 한 10여분 졸았나 생각했는데 수유시계 보니깐 나도 40분 이상 자버린... 그거 자고 그나마 컨디션이 좋아져서 할머니 배웅도 하고 뒤집어 고개들기도 하고 조금 놀았다. 


 저녁에 자기전 수유를 해야하는데 마지막 수유가 1시간 정도 전에 끝났다. 그래도 시간 꽤 지났으니 소화됐겠지 하고 목욕 시켰는데 조금 흘리고, 젖을 물렸는데 신난다고 왕창 먹어댔다. 근데 그게 아마도 배가 고픈게 아니라 엄마가 도망을 못 가게 하려는 거였던 모양이다. 잠시후에 엄청난 소리로 울어서 달려가보니 엄마 얼굴 확인 하고 다시 빽빽 우는 거였다. 


 보통은 깨도 낑낑대거나 액액 거리며 엄마를 부르는데 바로 앵- 하고 울어서 이게 뭔가 싶어 왜 울어? 말로 해야 알지 (말은 못하지만 나중을 대비해 항상 이렇게 타이르고 있다) 엄마가 안아줄까? 라고 하면서 안아들었더니만 왈칵 분수토를 했다. 다행히 순발력을 발휘해 침대를 세이브 하긴 했다. ㅠㅠ 그러고 나서 닦고 옷도 갈아입히고 하니 다시 또 엄청나게 젖을 찾아서 젖을 물렸다. 토한 뒤라 좀 적게 먹지 싶었는데 엄청나게 먹어대서 - 시간만으로 보면 평소 먹는 양만큼 또 먹었지만 아마 한번 먹은 뒤라 좀 적었을 듯한 - 다시 한 30분 붙들려 있었다.


 방금 또 깨서 앵- 이번엔 뭔지 모르지만 오늘 영 컨디션이 나쁘구나 싶어서 바로 안아주고 토닥토닥 하니 잠이 들었다. 뭔가 엄마가 없어질 듯한 불안감일까? 내가 '없어진' 적은 태어난 직후의 이틀 밖에 없는데 항상 나는 그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엄마가 없다고 망고가 느낄 것만 같은 불안. 실제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겠지. 하지만 집에 돌아와 같이 자기 시작한 초기에 망고는 자주 악몽을 꾸곤 했다. 


 


 매일같이 빠르게 새로운 스킬을 터득해 나간다. 손으로 장난감을 아예 쥐지 못했던 때가 바로 엊그제인데 오늘은 제법 능숙하게 손으로 치발기를 쥐고 입으로 가져간다. 아직 마음대로 움직이진 못하지만 악력도 좋아져서 놓치지도 않고, 제법 양손으로 입에 넣고 오물오물. (맛없는지 금방 뱉고...ㅋ) 헝겊책은 미끄러져서 쥐지 못하더니만, 꽉 쥐면 된다는 걸 알았는지 구겨쥐고 입에 가져가서 침 칠을 한다. 


 이 무렵에 입으로 거품을 만들고 논다는데 망고는 푸부부 하는 소리를 내며 입으로 침을 튀기면서 논다. 자기 입을 가지고 노는지. 옹알이도 장난이 아니다. 때로는 불평하는 듯한, 때로는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때로는 말을 거는 어조로 종알종알. 언제 옹알이 하나 기다려 녹음하기도 했었는데 어느새 망고가 온종일 옹알거리고 있는게 자연스럽다. 당연히 엄마를 부르는 것이 아니란 걸 알지만 '엄마'라는 분명한 음절이 옹알이 중에 제법 자주 나온다. ㅋ 그럴때마다 응 엄마 불렀어? 라고 괜스레 반응해준다. 하다 보면 그 의미를 알지 않을까 하고.


 뒤집기는 또 하지 않는데 뒤집어져 있는 거 자체는 굉장히 좋아한다. 가끔 '엄마 빨리 나를 뒤집어라' 같은 말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뒤집어 놓으면 힘들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 하려고 안할까봐 일부러 모른척한다. 하지만 가끔 내켜서 못이기는 척 뒤집어주면 대단히 즐거워한다. 마치 처음으로 아빠 어깨에서 집을 탐험하던 때에 짓던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즐거운 거겠지. 고개를 떨구고 엎어져서 조금 자 줘도 좋을텐데 고개를 들줄은 알아도 내려놓고 쉴 줄은 모르거나 혹은 싫어하거나 ㅋ 오늘은 고개를 콩 하고 떨구기도 했다.




 젖물려 재워 버릇하니 그리 몸이 힘든 것도 없고 애 보는 것도 그런대로 할만하다. 기분이 좋을 때는 혼자서 옹알거리거나 가지고 놀라고 던져준 손수건을 쪽쪽 빨면서 놀거나 하면서 혼자서도 잘 논다. 밥을 먹거나 빨래를 돌리거나 널거나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엄마가 필요하면 눈썹을 팔자 모양으로 만들고 뭔가 또 열심히 옹알거린다. 잠깐 기다려, 말해놓고 좀 내버려둬도 어지간하면 울지 않고 기다린다. 몸이 불편해도 울기보다는 뻗대거나 하는 식으로 표현을 한다. 참 순한 애다. 이러니 가끔 울면 귀엽기까지... 할머니는 아랫입술을 삐죽삐죽 내밀면서 울려고하는게 귀여웠는데 잘 안해서 아쉽다고까지 하셨다...ㅋ


 오늘은 예전의 표현대로 하면 대난동 수준의 상태였지만 빠르게 안아주고 달래주고 젖먹여주고 했더니 몸만 힘들고 끝났다. ㅋ 전같으면 왜 이러는지 모른다며 맘도 힘들었을텐데, 요즘 워낙 여러가지 습득하고 있으니 힘들겠지 이런 느긋한 마음이 든다. 백일의 기적이라는건 꼭 애가 순해져서만은 아닐지도. 이 추세라면 기절 쪽에 가까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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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일

from 아이들 이야기 2014. 7. 22. 22:14


비도 오고 혼자 목욕 시킬 엄두도 나지 않아서 일단 오늘의 목욕은 스킵했다. 하지만 오늘 유난히 땀도 많이 흘리고 더워하고 보채는데 목욕을 시켰어야 하는 것 같기는 하다. 버뜨 오늘 영 안아줘도 안자고 졸려하기는 졸려하고 배도 안차고 모자라다고 해싸서 그만 먹이고 또 먹이고 했더니 긴 잠은 자는 중. 


 목욕에 의존해 수면 습관을 정했더니만 목욕을 시켜줄 남편이 없으면 잠을 잘 재우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생겨 버렸다. 그렇다고 새삼 새로운 수면 습관을 정하기도 힘들거니와 8시면 7~8시간짜리 잠을 자는 애를 굳이 밤에 목욕시키자고 깨울 수도 없고...  아침에 새벽같이 시키기도 뭐하고. 남은 건 내가 혼자 이전에 하던대로 8시에 목욕을 시키는 것뿐이다. 혼자 목욕도 시키고 수유도 하고...


 게다가 남편이 벌써 출장일정이 잡혔다고 했다. 이직할 때 출장이 많을 것은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닥쳐왔다. ㅠㅠ 흑흑. 뭐 지금도 혼자 애를 보는 것은 아니고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은 남편이 새벽 5시~ 아침 8시까지 3시간 정도 커버해주는게 없어져서.. 아마 조금 수면부족이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망고가 조금 더 잘 자게 되면 그나마도 해결 될지도.


 아무튼 출장을 가면 그 기간동안 어차피 목욕을 못 시킬거고... 결국 내가 적응하는 수밖에. 이제 목도 제법 잘 가누니 어떻게든 되겠지. 자신없음 안 깨끗하게 대강 씻기면 되는 문제고 빠뜨리지만 않으면 되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내가 하는 건데 목욕은 보통 아빠들이 시킨다 하고 망고랑 남편이 유대를 쌓기를 바래서 그렇게 했더니만...


 아니아니지... 남편이 가장으로서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니 어느 정도는 나도 적응해야할 것 같다. 솔직히 아기 잠 깨우기 싫다는 핑계로 집안일도 게을리하고... 그랬던 부분이 없잖아 있다.


 이제 낮잠을 세번 정도밖에 안 잔다고 하고 포대기도 질렀고 할머니도 계시니 어느정도 집안일을 하면서 적응해나가야할 듯하다. 아 그러면서 남편 출장준비도 해줘야 되잖... ! =_=...


 망고랑 보내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소중한데, 그리고 이제 처음 느꼈던 것만큼 힘들지도 않은데 그래도 문득문득 이런 생활이 계속될까봐 두렵다. 난 영원히 전업주부이고 싶진 않은데... 돈도 벌고 싶은데... 출산 휴가 끝나고 복직할 정신적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처럼 1년 뒤에도 망고를 두고 집을 나설 기분이 안 될까봐 걱정이다. 지금도 애는 온종일 할머니 품에 안겨 있는데도.





 그나저나 바운서는 왠지 변기취급을 당하고 있다. 왠지 똥마려운 표정 같은 것을 알게 됐는데 이타이밍에 바운서에 앉히면 끄응끄응 힘을 주고 똥을 싼다... 별로 된 똥도 아닌데 오만상하고 끙- 소리내며 힘 주는 거 인간적으로 너무 귀여워서 미칠 거 같으다... 음 생각해보니 바운서에 앉힐 정신이면 변기에 앉혀도 되는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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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일

from 아이들 이야기 2014. 7. 21. 22:03


1.


 오늘 처음으로 애가 뒤집기를 시도했다! 모로눕기는 종종 하지만 도저히 더이상의 진도를 나가려는 의지가 없어보였는데, 오늘 모로 누운상태에서 초점책을 눈앞에 놔줬더니 처음으로 낑낑대며 팔에 힘을 주었다. 너무나 귀여워서 살짝 거들어 주었더니 아니이게 웬걸 고개를 빳빳이 드는 게 아닌가.


 그동안 엎어놓는 것을 몇번 해봤지만 낑낑대고 별로 좋아하질 않았고, 오히려 1개월도 되기 전에는 고개를 들더니만 2개월에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래서 그동안 별로 뒤집어 놓지도 않았고.


 그래서 뒤집힌채로 고개 든 것은 오늘이 처음! 게다가 악악 거리며 팔을 꿈틀거리긴 했지만 표정은 즐거워보였다. 아무래도 배밀이를 하려는 시도같이보였닼 (뒤집지도 못하면서 배밀이를 하려고...)


 뒤집어서 초점책도 유심히 보고 꽤 즐거워한듯. 힘들까봐 되집어 주었는데 할머니가 자꾸만 뒤집으셔서 서너번 고개들고 운동 좀 하다가 지쳤는지 오늘은 낮잠을 제법 푹푹 잤다. 따로 재운 것도 아니고 그냥 젖 실컷먹고 뻗음.ㅋ


 언제 고개를 떨굴까 싶어 급히 몇장 찍어서 엄마와 시부모님께 사진을 보냈다. 누군가에게 더 자랑하고 싶은데 별로 할 곳이 없었다. 어찌나 설레고 흥분되는지 기분이 쉬이 가라앉질 않았다. 생각해보면 뒤집기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목 가누기 한 것뿐인데 애 낳은 뒤로 오늘만큼 설렌 날이 없었다. 왜일까? 곰곰 생각하지만 어째서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뭔가 벅차고 뿌듯하다. 


 남의 애는 자주 못 보니까 안 본사이 금방 크는 거다 싶었는데, 내 자식도 금방 크기는 마찬가지다. 어제 못했던 것을 오늘은 아주 자연스럽게 오래전부터 해왔다는 듯이 하는 걸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동작은 어설프지만, 뭔가 어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오늘은 가비얍게 해치운다. 나는 목 가누기가 서서히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한 45도쯤 들고 힘들어 하다가, 그 뒤에는 조금 더 들고 더 오래들고... 그런데 항상 보면 그런게 아니다. 그냥 갑작스레 이루어지곤 한다. 왜 어제는 장난감에 손을 뻗을 의지가 없다가 오늘은 갑자기 스르륵 뻗는걸까. 왜 어제까지는 뒤집을 마음이 없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낑낑거리는 걸까. 그런 것들이 너무 신비롭다. 




2.


 원래 항상 7시 45분에 정확히 목욕 준비를 시작하면 7시 55분쯤에 목욕을 시작해서 8시 5분부터 수유시작, 먹다가보면 8시 반쯤 잠드는 게 보통이었다.


 남편이 회사 사람들과 맥주 한 잔 해도 되냐고 물어봐서 그러라고 하고 남편이 제시간에 오면 목욕을 못 시킬테니 할머니 계신 김에 일찍 목욕을 시켰다. 그것이 저녁 6시쯤. 망고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 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순순히 목욕도 하고 목욕을 마친 뒤에 기분도 좋아했다. 다만 목욕 마치고 남편이 옷을 입히면 나는 수유준비를 했는데... 내가 목욕 시켰더니 땀범벅이고 도저히 그냥은 수유할 수가 없겠다 싶어서 샤워를 했다. 뭔가 이상했기 때문인지(?) 잠시 기다리던 망고는 늘 하던 목욕 후 맘마를 달라고 조금 보챘다. 


 길게 자려나 싶었지만... 평소 낮 수유처럼 10여분도 안되어서 깼고, 트림을 시키려고 했는데 도통 하질 않았다. 그래서 앉혀놓고 놀려고 하는데 뭔가 기미가 이상... 추운가 싶어서 발을 싸고 안아주고 안방으로 이동했다. (안방이 거실보다는 조금 따뜻할까 싶어...) 안방에 눕혔더니 울컥거려서 혹시나 싶어 안고 재빨리 나왔더니만 예상대로 분수토를 했다. 예상을 벗어난 부분은 그 양.... 얼마나 많이 토했던지 코로도 토했다. 분수토 자체는 종종 하지만 코에서 나오는 건 처음 봐서 정말 깜짝 놀랐다. 


 매트 위에 눕혀놓고 치우고 있는데 계속 기분나쁠때의 톤으로 깩깩 거린다. 슬 쳐다보니 혼자 뒤집으려고 이래저래 용을 쓰면서 잘 되지 않아서인지 뭔가 기분나빠하고 있었다. 굳이 도와줘야하는가 싶어서 두고 바닥을 치우니 추운지 재채기까지. 가서 뒤집기를 한번 거들어주니 목을 빳빳이 들고 내려놓지도 않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도 싫어했다. 지금 생각하니 에어컨이 빵빵한 거실에서 매트위가 조금 차가웠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 뒤로 재우기 시도를 했는데 안아줘도 액액 거리고 젖을 물려도 액액거리고.... 결국 반대쪽 약간 보태어서 양쪽 수유를 하고 평소보다 1시간이나 지나 간신히 잠이 들었다. 젖이 또 양이 차이가 나는지... 오른쪽은 먹고 토하고 왼쪽은 모자라다 그러고 -.- 이를 어째야할지 모르겠다. 젖이 좀 모자라다 싶을 때가 있는데, 갑자기 자주 먹고 자주 먹다보면 어느 순간 토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다시 어느 순간 텀이 늘어나고 토하지 않고. 이런걸 보면 젖 양의 밸런싱이 부드럽게 이뤄지진 않는 듯 -_-;;;


 아무튼 남편은 약속이 연기되었다면서 집에 일찍 와버렸고 내일도 또 재우기를 이렇게 힘들게 해야되나 싶어서 절망. ㅠㅠ 남편 의존적인 수면 습관을 세운 게 잘못 같기도 하고... 사실 8시가 재우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그 시간에 재워야 애들이 잘 자고 잘 큰다고 하니...



3. 

 이렇게 써놓고 보니 하루 안에서도 일희 일비다. 그래도 요즘은 애가 워낙 이쁘고 하니 힘들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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